카토 케이의 우울
“어머, 요코잖아.”
그렇게 말하곤, 옆에서 걷고 있던 사토 양이 종종걸음으로 가 버린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계속 바라보고 있자, 건물 몇 채 건너에 있는 잡화점 앞에 서 있던 여성이 있던 곳까지 달려가서 싹싹하게 말을 건다. 그 여성은 사토 양을 보곤 부드러운 표정을 지었다. 처음으로 보는 여성이었지만, 방금 사토 양이 한 말에서 그녀가 ‘미즈노 요코’양이라는 건 알 수 있었다.
그녀에 대해서는 사토 양에게서 자주 듣다 보니 이미지 같은 건 있었지만, 이렇게 실제로 바라보면 사토 양이 하던 말의 의미가 잘 이해된다.
깨끗한 흑발을 가지런히 자른 미인. 나이에 비해서 침착하고 어른스럽다. 딱 그런 분위기다.
소소한 것들도 신경을 써 주고, 참견쟁이지만 그게 정말 자연스러워서 싫은 마음은 들지 않는다. 그래도 가끔 참견이 지나치다고 생각할 때도 있다. 같은 소리를 사토 양이 했었지만, 그녀가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고 있을 때는 항상 굉장히 기뻐 보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마도 자기를 신경 써 주는게 기뻤던 거겠지.
천천히 둘을 향해 걸어간다. 오랜만에 만나서 이야기에 빠져 있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계속 날 내버려두는 것도 좀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냥 혼자서 행동해도 괜찮긴 하지만, 그렇게 하더라도 한 번 인사해 두는 게 좋을 거고.
이런 상황에서 나에 대해서 간신히 떠올렸는지 즐거운 듯이 수다하고 있던 사토 양이 이쪽을 바라봤다.
“아, 미안 요코. 사실 오늘은 선약이 있어서. 카토 양과 데이트 중이었어.”
“에.”
웃으며 사토 양과 이야기하고 있던 미즈노 양이, 이쪽을 바라봤다.
‘에, 뭐, 뭐야?!’
저도 모르게 그렇게 입을 헛디딜 뻔 했다.
웃고는 있지만, 사토 양과 이야기하고 있었을 때와는 확실히 다른 미소를 띄우며 미즈노 양은 나를 보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내가 느끼기엔 노려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둘은 처음으로 만났었지? 카토 양, 이게 그 홍장미님이야.”
“처음 뵙겠어요, 카토 양. 미즈노 요코예요. 잘 부탁해요.”
“자, 잘 부탁해요. 카토 케이예요.”
웃고는 있지만, 뭔지 모를 굉장한 오라를 내뿜는 것 처럼 느끼는 건 기분 탓일까? 사토 양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건지, 여전히 실실거리며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미즈노 양이 때때로 이쪽에 향하는 눈길이 무섭다. 뭔가 미움받을만한 행동이라도 했던 걸까. 확실히 만나는 건 처음이었을 텐데.
“……그래서, 저번에 마시러 갔을 때, 카토 양도 참……”
아, 또 이쪽을 보고 있다.
아니, 에? 뭐야, 그 눈은.
조금 고개를 숙인 채로 눈을 치뜨고, 글썽거리는 눈동자로 내쪽을 바라보는 그 모습은. 나도 그런 경험이 있는 건 아니지만, 같은 여자니까 알 수 있다.
이건 질투하는 눈이다.
누구에게? 당연하다.
우와, 이야기나 책에서 본 적은 있지만, 진짜 그거? 여고 출신이면, 진짜로 있는 모양이다.
“……그렇게 됐으니까, 또 연락할게. 그럼, 카토 양, 갈까.”
사토 양은 나나 미즈노 양의 생각 따위는 전혀 무시하는 듯이 이야기를 끝맺는다. 나는 뭔가를 말하기도 전에 팔을 잡혀서 끌려갔다.
그런 나를 보고, 미즈노 양은 엇갈리는 순간 나에게만 들리도록 말했다.
“……지지 않을 테니까.”
라고.
……아니, 잠깐 기다려. 지지 않을 테니까, 라니. 나, 라이벌로 인식된 거야?! 그보다, 동류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거야?! 나, 나는 그런 기분은 없고, 완전히 노멀인데!!
“아, 카토 양. 이쪽 이쪽.”
사토 양이 내 마음도 모르고 팔짱을 껴온다.
정말 눈물이 나올 것 같다.
아아, 미즈노 양은 아까 있던 장소에서 미동도 하지 않고 이쪽을 지긋이 바라보고 있다. 사토 양, 고등학교 때 너한테 여러모로 신경 써 줬던건, 단순히 그녀가 참견쟁이라서 그랬던 게 아닌 모양입니다.
이게, 지금 생각해도 웃기지도 않은 삼각관계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