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 케이의 번민
그 사람과 길에서 만난 건 정말 우연이었다. 저번에 한 번 만난 적 있었지만, 제대로 기억에 남아 있었다.
전 황장미님. 이름은……에에, 확실히 신사 같은……아 맞아, 토리이 양.
하지만, 장미님이라는 건 미인이 아니면 될 수 없는 걸까.
홍장미 님이었던 미즈노 요코 양은, 누가 봐도 미인이라고 인정할 법한, 말하자면 정통파 미인이다. 아직 10대인데도 어딘가 차분하고 어른스러운 느낌이 들어, 가지런히 자른 검은 머리가 지적인 두 눈과 어울려 마치 미인 비서, 미인 변호사 같은 인상을 받는다.
백장미님이었던 토도 양은, 일반적인 미인이란 것과는 조금 다를지도 모르겠지만, 그 조각 같으면서 일본인 같지 않은 용모는 보는 사람을 빨아들여 놓아주지 않는다. 공들이지 않는 듯한 머리모양이나 편안한 복장도 역으로 그녀의 매력을 늘리고 있는 듯이 보인다. 조금 더 키가 컸다면, 충분히 모델도 할 수 있었겠지.
그리고, 지금 눈앞에 서 있는 토리이 에리코 양. 특징적인 건 머리띠로 정리한 보슬보슬한 머리칼과, 그로인해 두드러지는 잘 빠진 이마. 앞의 두 사람이 좀 특정 방향으로 튀어나와 있는 것과 비교하면,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잡혀있다. 복장쪽도 다른 둘과 비교할 때 세련되어 보이고, 어른스러움으로 비교해 봐도 나이에 걸맞는 사랑스런 외모와 걸맞는, 그런 소녀겠지. 때때로 느껴지는 권태스런 분위기가 미스테리어스한 매력으로 보이는 것도 또 특징적인가.
오늘은 하얀색을 기조로 한 셔츠에 밀크 브라운의 너풀너풀한 긴치마를 맞춰 입고, 위에 낙엽색 카디건을 두르고 있다. 카토 케이는 꽤 사랑스럽다고 느꼈다. 자신을 포함해서 미즈노 양, 사토 양이 같은 차림을 한 걸 상상해 봐도,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
아니, 자기나 사토 양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웃음이 나올 정도로.
처음은 단순히 살던 이야기를 했던 것뿐이었다. 그렇다곤 해도, 두 사람의 공통적인 화제로 넘어가면 사토 양에 대한 게 메인이 되는 걸 피할 수 없지만.
그렇게 이야기하고 조금 지났을 때, 토리이 양의 휴대폰이 울렸다. 상대는 분명 그 사람이었겠지. 그 증거로 전화를 끊고 약간 지나, 그녀가 나타났다.
“아, 안녕, 미즈노 양.”
“안녕, 카토 양.”
미즈노 양은 싱긋 웃으며 케이에게 인사를 했다.
방금 케이가 그녀에 대해 생각한 대로, 검정을 기조로 한 어른스런 모습으로. 검은 타이트 스커트에서 뻗어나온 잘빠진 다리가 눈부시다.
“어머, 두 사람 만난 적 있었니?”
“응, 저번에 조금.”
그 말을 듣고, 케이는 이전의 만남을 떠올리며 몸을 떨었다.
분명 그녀는 사토 양에게 반해있는데다, 케이와 세이 사이의 관계를 오해하고 케이에게 질투의 검은 불길을 불태우고 있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 이 자리에 세이는 없고, 제 3자인 에리코가 있다. 그리 이상한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러가진 않겠지.
“카토 양, 세이랑 꽤 사이좋게 지내고 있는 모양이네. 어제도 세이, 카토 양이 있는 데서 묵었다고?”
잠깐 기다려. 왜 갑자기 사토 양 이야기를 꺼내? 봐, 미즈노 양의 미소가 갑자기 굳었어.
“들어줘, 요코. 세이가 너무 격렬하게 요구한 탓에, 카토 양, 어제는 거의 자지 못했대.”
“뭐, 라고……?”
우와아아, 미즈노 양에게서 질투와 증오의 오라가 샘솟고 있다. 게다가, 틀림없이 케이를 향해서.
“토, 토리이 양, 잠깐. 나 그런 소리”
“어머, 아까 그렇게 말했었잖니.”
“그러고 보면 카토 양, 눈 아래에 다크서클이 생겼구나. 수면이 부족한 모양이네.”
“이, 이건, 분명 그렇지만.”
왠지 미즈노 양이 격하게 오해하고 있는 모양이다. 아니 왠지가 아니라, 토리이 양의 말투가 잔뜩 오해를 부른 것 같은데.
“그래……결국 그런 불결한 관계가…….”
“세이도 참, 과제 리포트를 완전 까먹어서, 어젯밤에 카토 양에게 울면서 달라붙었대.”
“그래, 리포트……라고, 에?”
“그러니까, 과제 리포트가 나왔던 걸 잊고 노는데 정신이 팔렸다가. 당황해서 카토 양에게 가서, 밤을 새워서 도음을 받았대. 세이가 너무 격렬하게 부탁해서, 카토 양도 상냥하니까 거절하지 못하고 밤을 새우면서 도와 줬다고.”
“그, 그래. 그랬구나.”
언뜻 보기에, 미즈노 양의 표정이 안도의 빛으로 물든다. 방금까지의 불길한 오라도 완전히 사라져서 한 숨 돌렸다.
“그런데, 뭐가 불결하니?”
“엣?! 아, 뭐, 뭐가?”
“요코, 아까 그런 소리 하지 않았어?”
“그, 그랬으려나?”
미즈노 양, 얼굴을 붉게 붉히고 우물거리고 있다. 아까 전, 토리이 양의 말을 듣고 케이와 세이가 하룻밤 동안 그런 행위에 빠져 있었다고 착각한 것 같다. 봐줬으면 싶다. 자신은 그녀와 다르게, 극히 노멀한 성벽이라고 큰 소리로 웅변하고 싶다.
“그래도 카토 양, 정말로 세이랑 사이가 좋네. 고등학교 때의 세이를 생각하면 믿기지 않아. 그 애는 그래 봬도, 꽤 낯을 가리고. 그치, 요코?”
“그렇지. 정말로.”
“그렇진 않다고 생각하는데~.”
작은 소리로 자그만 반론을 해 보지만, 시원스레 묵살당해 버렸다.
“어머, 카토 양.”
“에?”
“목덜미에 그거, 키스마크 아니니?”
“말도 안 돼, 아침에 확인했을 때는 그런 거 없었……앗?!”
무심코 목에 손을 대 버렸다. 그리고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 정말로 불길하다 표현해야 할 무언가가 육박해오고 있다.
“아아, 미안해, 잘못 봤어. 그럼 나는 슬슬 가볼게. 평안하세요.”
에리코 양은 시원스레, 정말 시원스레 떠나갔다.
그리고 케이는 봤다. 떠나갈 때, 이쪽을 슬쩍 보고 혀를 살짝 내민걸. 그녀는 틀림없이 전부 알고 저지른 거다.
“그럼, 그럼 나도 이걸로…….”
“못 가.”
“히익?!”
그 요코 양의 입에서 나왔다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낮은 목소리가 울렸다. 마치 땅 아래에 봉인되어 있는 악령이 지상을 향해 저주를 토하는 듯한 목소리.
“당황했단 소리는, 짚이는 데가 있다는 소리지?”
“아, 아니야, 사토 양이 자주 장난을 걸어 오니까……엑?!”
“그래. 자주 하고 있는 거구나, 세이랑. 후후, 후후후후후. 그러고 보면 카토 양, 유미 양에게도 하고 싶어, 오히려 하게 해 달라고 노골적으로 강요했단 모양이잖아.”
“잠깐, 좀 글자를 바꾸지 않았어? 거기에다 어째서 그런 걸 알고”
“부정하지 않는다는 건, 사실인 모양이구나. 그래, 역시 당신, 그럴 마음이 있었던 거구나.”
곤란해. 어쨌든 곤란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눈 앞의 귀신이 어떤 행동을 취할지 예상되지 않는다.
그런데, 그 때.
“맞아, 카토 양, 잊고 있던게 있었어.”
에리코 양이 왠지 돌아왔다. 게다가 즐거운 듯한 표정으로. 그녀와 알게 된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그 표정이 굉장히 폐가 될 것 같이 보였다.
“자, 이거, 세이가 건네 달라고. 실수로 카토 양 걸 입어 버렸대.”
뭘까. 케이의 손에 놓고, 그리고 그대로 바람처럼 떠나갔다.
나쁜 예감을 느끼며 손에 있던 걸 펼쳐 보자, 그건.
“……팬티…….”
말도 안 돼.
보라색에, 정말로 에로틱한 색, 모양이다.
“카, 카, 카토 케이! 나, 나는, 나는……!”
눈앞에서 전 홍장미님이 큰 소리를 지르고 있었지만.
“으, 으앙―――――!”
마지막에는 울면서 도망치듯 떠나가 버렸다.
그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며, 케이는 자기 자신의 불행을 한탄했다.
그리고 손에 든 속옷을 보고 떠올렸다.
조금 더 침착하라고 홍장미님. 가격표가 그쪽을 향해서 뵈란 듯이 늘어져 있고, 게다가 ‘SALE’ 씰이 커다랗게 붙어 있는, 누가 봐도 지금 사 온 걸 알 수 있을 법한 물건이잖아. 게다가 이런 곳이 열려―
“……뭐 이딴 에로 속옷이!!”
무심코 나쁜 말투로, 손에 든 야릇한 천을 집어던졌다.
장미님은 다들 특이한 모양이다.
카토 케이의 우울은 깊어질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