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쿄우스케는 코스튬 플레이어


원작 |

싸움 2화


"하아... 왜그랬을까..."

정~말로 의미없는 가출. 그것도 여동생이랑 싸워서 가출이라니 이 이상 한심한 꼴이 어딨을까..

곰곰히 생각해보면 내일은 학교도 가야되고, 가출이랍시고 바로 근처인 마나미 집에도 갈 수 없는 노릇이고.

부모님이 돌아왔을때 설득도 해야되고, 그렇다고 그런 말까지 하고 나왔는데 바로 들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아아! 정말 미치겠네 진짜!!"

나는 지금 근처 지하철역 의자에 앉아있다. 만에 하나, 아니. 설사 나유타 분의 일이라도 키리노가 나를 찾아 돌아다닐 일은 없겠지만,

가출한답시고 나왔는데 동네 공원벤치나 오락실에 있다가 아는사람한테 들키기라도 하면 무슨 창피냐고. 그런 생각을 하며 무의식적으로 도착한곳이 지하철역이었다.

하아.. 일단 하루 지낼곳이 필요한데.. 아카기 녀석한테라도 부탁해볼까. 오래 가출할 생각은 없다. 짧으면 하루, 길어도 삼일 안에는 들어갈 것이다.

본격적으로 가출하고 싶다고 해도 아버지가 현직 경찰이라고.. 게다가 거의 화풀이식 가출이기 때문에, 진심이 된다면 아버지에게 무지하게 맞을게 분명하다.

나는 핸드폰을 꺼내, 목록에서 아카기를 찾아 통화를 걸었다

뚜.. 뚜.. 뚜.. 찰칵

"오 코우사카."

"오오 나의 친우 아카기여"

"왜그래 코우사카 무슨일 있는거냐?"

"자세한건 됬고 하루만 너희집에서 재워주라"

그러자 아카기는 0.1초도 고민하지 않고 즉답했다.

"거절한다."

"왜!!??"

너와 나의 우정은 겨우 그 정도였나! 아키하바라 심야판매회에서 결속된 우리의 우정은 어떻게 된거야! 우정은 담보를 원치 않는다고!

"그거야 우리 세나가 있는데 다른 남자를 한지붕 아래에 들일리가 없지. 설령 세나가 승낙한다고 해도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엔 절대 인정할 수 없다!"

이 망할 시스콘녀석이..!

그 여자라면 분명 승낙하고 나랑 아카기랑 한방에서 재울것 같지만 말이야. 아카기 동생의 뇌내망상에 농락당할 것까지 감수하고 부탁한건데..!

"미안하다 코우사카, 너도 여동생이 있으니까 내 마음이 어떤지 알꺼야"

"알것같냐!!"

그렇게 말하고 내쪽에서 먼저 전화를 끊었다. 난 그 여동생이랑 싸워서 나왔다고 임마!!

"하아..."

모텔이라도 가야되나.. 죽어도 지금 들어가서 키리노 녀석에게 사과하기는 싫다. 분명 기만 더 살려서 더 심한 처지가 될거라고.

그런 생각을 하고 한숨을 쉬고, 고개를 숙여 앉아 있으니 누군가 나에게 다가와 ​서​있​었​다​. ​

".. 여기서 뭘 하는걸까 선배는"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드니, 사복을 입고있는 쿠로네코가 서있었다.

"안녕 쿠로네코.."

쿠로네코의 사복입은 모습은 처음본다. 매일 코스프레 상태였으니까 말이야. 사실 그것도 마스케라용의 코스프레와, 사복의 고스로리복이 따로 있다고 했던것 같지만 내 눈에는 똑같아 보인다.

키리노처럼 화려한류의 사복이 아니라, 청초한 이미지의 옷이었다. 매일 고스로리풍의 드레스만 보다가 사복을 보니, 오히려 이쪽이 더 코스프레 같다.

나는 반쯤 포기한 채로, 쿠로네코에게도 부탁해볼까- 란 생각이 들어서 물어봤다.

"저기 쿠로네코"

"응?"

"오늘 하룻밤만 재워줄수 없을까?"

"..."

질린듯이 바라보는 쿠로네코, 그거야 당연하겠지 남자가 여자집에 재워달라고 하다니..

쿠로네코는 이내 팔짱을 끼고 한숨을 쉬더니 말했다.

"뭐 또 그 여자랑 관련된듯 하네"

딱히 숨기려고 한것도 아니지만 쿠로네코 한테는 숨길수도 없나보다.

"그래 보여?"

"얼굴에 다 써져있어."

얼굴에 써져있다니.. 우.. 뭐 당연히 부탁은 거절이겠지. 사실 바라지도 않았고..

"좋아"

"응?"

"괜찮다고 한거야. 우연히도, 오늘은 부모님도 안계시고"

"엣;; 괜찮은거야?"

어이 어이. 동성끼리도 아니고 일단은 나도 남자라고? 그렇게 쉽게 재워줘도 되는거야? 그것도 부모님도 안계신데? 이거 설마;;

"동생들도 있으니까 불순한 생각은 하지 말아줘. 얼굴에 다 써져있다니까"

"윽;;"

그거야 뭐.. 나도 남자고.. 쿠로네코도 굉장한 미인이니까 말이야.. 그럴 생각이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적어도 그런 비겁한 짓을 할 변태는 아니라고!

그건 그렇고 정말 얼굴에 써져있는거야? 나 그렇게 굉장히 표정이 가벼운 사람!?

"행여나 동생한테 손을 대면 죽여버리겠어 로리콘."

"그럴리 없슴다. 전 로리콘이 아니에요"

"흥.."

오해는 풀렸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이번에는 또 뭐 때문에 쿠로네코가 토라진지 알수가 없다.

어찌저찌 해서 쿠로네코 집에서 하룻밤 묶게 되서, 쿠로네코에게 안내를 받아 쿠로네코의 집까지 가게 됬다.

쿠로네코의 집은 낡은 일본식 집이지만 내부는 굉장히 넓은 집이다. 그러고보니 쿠로네코네 집에 온건 처음이네.

"들어와"

"오..오우"

쿠로네코가 키를 넣어 문을 열고 들어가자, 안에서 "아 언니다"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두명의 여동생이 뛰어왔다.

"알바 수고했어~"

큰쪽 여동생은 초등학교 4~6학년 쯤으로 보인다. 갈색빛이 살짝 도는 양갈래 머리를 한 동생은 쿠로네코에게 못지않은 미인이었다.

미인이라고 할까, 아직 꼬마지만 충분히 미인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할까. 장래가 어떨지 기대된다.

"어서오세요 언니!"

작은쪽 여동생은 유치원생이나, 많아봤자 초등학교 1~2학년 쯤으로 보인다. 쿠로네코와 같은 흑발이지만 짧은 단발에 새끼사슴같은 큰 눈망울에서는 어린아이의 순수함이 보인다.

큭.. 이거 귀엽잖아. 만일 키리노가 보면 큰일나겠는데. 둘은 쿠로네코를 반기고, 이내 뒤에 서있던 나를 발견하고 말했다.

"에!? 누구야!? 헉! 설마 루리언니 남친!?"

과도하게 놀라는 리액션을 취하는 큰쪽. 허물없어 보이는 거라던가, 말하는 투로 봐서는 굉장히 활발한 장난꾸러기 성격인것 같다.

굉장히 소심하지만, 겉으로는 강한척을 하는 쿠로네코와 달리 어디에나 있을법한 붙임성 좋은 개구장이.

뭐 첫인상이지만 말이야. 성격만 보자면 쿠로네코와 키리노를 반반씩 섞었다고 할까.

"와아~~ 싯코쿠다~"

활짝 웃으며 양손을 들어 반기는 작은쪽. 아까도 말했지만 정말 귀엽다. 게다가 쿠로네코에게 극존칭을 하는거나, 생김새를 보나 목소리를 듣나

정말 순수한 어린아이라는 느낌이 든다. 생김새도 쿠로네코와 꼭 닮았다. 마치 쿠로네코에게 악의를 쭉 빼서, 빈 공간을 순수함으로 가득 채우고 어려지게 하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 선배 지금 굉장히 실례되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뜨끔.

"하하 그럴리가.. 아..안녕? 나는 코우사카 쿄우스케라고 해. 쿠로.. 아니 고코우의 학교 선배야"

나의 부자연스러운 화제전환에 쿠로네코는 눈을 작게 뜨고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위험해에 또 얼굴에 써져있던 건가.

그러자 큰쪽 여동생이 나를 관찰하는듯, 지긋히 보더니 손바닥을 주먹으로 탁 치며 '아!' 하더니 말했다.

"아! 그 비디오에 나오는! 웁ㅇㅂ"

그러자 쿠로네코가 빛의속도로 일어나 큰쪽 여동생의 입을 틀어막더니

"괜찮으니까 들어와있어 선배. 난 교육이 필요한 동생이 있어서 잠시."

쿠로네코는, 큰쪽 여동생을 질질 끌고 갔다.. 큰쪽 여동생은 앉은상태에서 끌려가며 팔다리를 휘적거리면서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눈빛을 보내왔지만

나에겐 무리야, 저 모드의 쿠로네코는 막을 수가 없다고. 출판사에 갔을때도 그렇고 저 조그마한 몸에 무슨 그런 괴력이 있는지..

큰쪽 여동생이 끌려가고 나서, 신발을 벗고 올라가자 작은쪽 여동생이 손가락을 볼에다 대고 나를 올려다 보고 있었다.

그러다 눈이 마주치니 바로 활짝 웃었다. 큭.. 로리콘 이라는거, 어느정도 이해가 될지도..

"저기 동생양? 난 어디에 있으면 될까"

"이리로 오세요~"

작은쪽 동생에게 안내를 받아, 코타츠가 있는 방으로 들어가니 작은 TV에서 메루루가 나오고 있었다.

아마 작은쪽 동생은 방금까지 메루루를 보고 있었던것 같다. 나야 뭐 키리노 때문에 억지로 봤으니까 말이야.

음.. 아마 쿠로네코가 메루루쪽에도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작은쪽 여동생이 즐겨보기 때문일까. 자상한 언니네

그리고 작은쪽 동생이 품에 안고 있는, 메루루에서 나오는 분홍색 토끼같은 마스코트 케릭터 인형이 눈에 띄었다.

"응? 그 인형은 본적이 없는데."

확실히 본적이 없다. 물론 내가 그런 것에 정통하다는 뜻이 아니라, 메루루에 대해서라면은 ​전​문​가​이​자​, ​

관련 물품은 전부 있다고 보장하는 키리노의 콜렉션에 저런 인형은 ​없​었​다​. ​

물론 비슷한 물건이라면 꽤 여러게 있지만, 저렇게 푹신푹신해보이는 인형은 분명히 없었다.

그러자 작은쪽 동생은 기쁜듯이 환하게 웃으며 자랑하듯이 나에게 내밀며 말했다.

"언니가 만들어 줬어요!"

건내는 인형을 받아서 만져보니 재봉선은 깔끔히 정리되 있고 안은 푹신푹신한 솜으로 가득 차있어서 어린아이들이 놀기엔 적합해 보였다.

쿠로네코가 손솜씨가 좋은건 알았지만, 이런 인형까지 동생에게 만들어줄 정도라니 대단한걸..

"헤에, 언니는 굉장하네"

"그렇죠? 저는 언니가 정~~~말 좋아요!"

양팔을 힘껏 벌리며 자랑하는 작은쪽 여동생. 크으.. 정말 귀엽다.

"그래, 네 언니는 정말 좋은 사람이야"

키리노의 성격이 작은쪽 여동생의 10분의 1.. 아니, 100분의 1만 닮았어도 좋았을텐데. 아아 신이여 당신은 불공평하다고!

음.. 아닌가? 키리노도 분명 어렸을 때는 굉장히 착한 아이였던것 같았는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뒤에서-

"사람이 없을 때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람"

​"​여​.​.​여​여​여​여​역​시​ 남자친푸겍!"

얼굴을 붉히고 있는 쿠로네코가 큰쪽 여동생을 날리고 있었다.

"우린 저녁 먹을건데, 생각 있으면 선배도 어때?"

그 후 방에 앉은 상태로 멍때리고 있으니, 쿠로네코가 물어왔다.

"어 음.. 괜찮은거야?"

"겨우 한명 늘어난다고 수고가 늘지는 않아"

"응? 혹시 직접 요리하는거야?"

"응."

헤에.. 요리도 할줄 아는건가, 대단하네

"응 그러면 부탁할게"

저녁까지 대접받을 생각은 없었는데 말이야, 쿠로네코의 요리를 먹을 기회도 없을테고.

그렇게 쿠로네코가 주방으로 가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방금까지 넉다운 되있던 큰쪽 여동생이 벌떡 일어나더니 말했다.

"루리언니 요리 잘한다구! 어때? 루리언니에게 시집오는건? 코우사카군!"

시집이 아니라 장가겠지.. 첫인상과 다르지 않게, 모르는 사람과도 허물없이 대화할 수 있는 개구장이 타입이 분명하다.

그렇게 말하고 큰쪽 동생은 고개를 갸우뚱 대더니 말했다.

"코우사카...? 아! 그 스위트녀의 오빠야?"

스위트녀라니.. 쿠로네코 너임마 자기 동생들 한테까지 내 동생 흉을 본거냐..

"음.. 그러면 뭐라고 부르는게 좋을까나.. 스위트군이면 될까?

"평범하게 코우사카면 괜찮아"

스위트군이라니.. 키리노 50%에 쿠로네코 50%가 아니라, 카나코 50%에 쿠로네코 50%로 이미지 정정한다.

그러자 옆에서 메루루를 보던 작은쪽 동생이 말했다.

"오빠!"

"오오 좋은걸, 오빠면 되겠어! 오빠!"

작은쪽 의견이 마음에 들었는지, 큰쪽 동생도 바로 나의 호칭을 오빠로 정정했다. 뭐 상관은 없기야 한데.. 뭘까.. 뭔가 이 불안한 기분은..

"오빠!"

​"​오​빠​오​빠​오​빠​오​빠​오​빠​오​빠​오​빠​오​.​.​히​익​!​!​"​

작은쪽이 시작한 말에, 완전히 나를 놀릴 심산으로 오빠오빠오빠 대던 큰쪽 여동생이 얼굴이 시퍼래졌다.

에.. 이거 뭔가 어디서 본듯한 전갠데..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삐걱대며 고개를 뒤로 돌리니 뒤에는

"대단하네, 벌써 길들인거야 로리콘 선배?"

활동이 편해 보이는 츄리닝에 앞치마를 두른 쿠로네코가 번뜩이는 식칼을 들고 서있었다.

"아니 저.. 쿠로..아니 고코우씨? 일단 손에 든걸 내려놓고 대화로 해결하는게 어떨까요?"

"뭘 당황하고 그래?"

쿠로네코는 후훗 하고 소리내어 웃더니

"재미있게 노는거 같아서 잠시 와본거야"

반복학습인지 뭔지, 이런 타이밍에 이런 분위기일 경우 최근엔 당연히 무릎차기나 하이킥을 맞는 자신을 상상하게 된다.

아야세나 키리노가 때리는건 쉽게 상상되지만, 쿠로네코의 무릎차기는 잘 상상이 되지 ​않​는​다​. ​

뭐 당연한거겠지. 쿠로네코는 육체폭력보다는 언어폭력으로 괴롭힐테니까.

오히려 쿠로네코의 무릎차기라면 한번쯤 맞는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위험한 생각도 스쳐지나간다.

"걱정마 선배, 내 동생들한테 손을 댈 경우, 선배를 죽이고 나도 따라 갈테니까"

"부디 그냥 때려주세요."

...의외로 쿠로네코가 찌르는 모습을 상상하기는 쉬웠다.

아야세와 키리노가 그렇듯이, 쿠로네코도 자신보다는 동생들을 끔찍하게 아끼는 것 같다.

떠들석한 저녁식사가 끝나고, 잠시 있는 평화속에 마시는 차.

타무라가에서 신세질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다만 다른점이라면, 타무라가에 있을때는 조용하고 편안한 느낌이라고 한다면 고코우가는 떠들석하고 편안한 느낌이었다.

잘난 여동생 때문에 차별을 받기에, 이런 가족같은 느낌은 굉장히 따듯했다. 뭐 같은 점이라면 키리노 녀석이 없어서 편하다는 정도겠지만

코우사카가도 옛날에는, 그러니까 키리노와 내가 사이가 좋았을 시절. 키리노가 아직 특출나게 뛰어난 녀석이 되기 전에는 이런 느낌이었던것 같다.

집요하게 쿠로네코의 남자친구냐고 추궁하던 큰쪽 여동생은 계속해서 '그럼 이제부터 남자친구 하면 되겠네!' 같은 소리를 했고, 그럴 때마다 '그냥 학교 선배야' 등으로 회피했다.

그럴때마다 쿠로네코의 눈썹이 움찔움찔대며 불편해했던것 같지만.. 그냥 여동생의 친구라고 하는게 좋았을까?

아무 의미없으면서도 충실한 시간. 게다가 요즘에는 이리저리 휘둘리느라 바뻣기 때문에, 이 의미없는 휴식은 나에게 정말 소중했다.

"물 받아놨으니 먼저 들어가 선배"

잠시 멍때리고 있던 나에게 쿠로네코가 말했다.

저녁까지 대접받고, 욕실까지 쓰게 해주니 많이 미안하고 고마웠다.

그런데.. 꼬맹이 둘이 뛰어다니는 집에서 목욕을 권유를 받으니, 방금까지 가족같다 라고 생각하던 내가 자연스럽게 도달한 망상은.. 마치 부부 같다는 것이었다.

부끄러운 망상에 얼굴에 열이 오르는 것을 느끼며 말했다.

"아냐 난 마지막에 들어가도 되니까"

그러자 쿠로네코는 불편한듯 눈을 작게 뜨며 나를 보더니

"여동생들이 들어갔던 물에서 무엇을.."

"난 대체 어느 정도의 변태인거냐.."

"자신이 더 잘 알지 않을까"

어이.. 보통은 타인이 먼저 들어가는걸 싫어하지 않나? 오히려 내가 들어간 물은 상관 안하는거야?

그런 취급을 받으니, 계속 마지막에 들어간다고 한들 의미가 없어서 호의를 받아들여 (그런 의도의 변태가 아니라는걸 증명하기 위해) 먼저 들어가게 됬다.

풍덩

"하으아아아.."

따뜻한 물이 전신의 피로감을 풀어준다.

자신의 집이 아니라는 약간의 이질감과 긴장감이 몸을 더 예민하게 하여, 평소보다 물 속이 기분이 좋다.

코 아래까지 얼굴을 집어넣고 입으로 공기를 내뱉어 보글보글. 요즘에, 너무 피곤한 일이 많았던것 같다.

그리고 문득, 최근에 쿠로네코가 한 말이 생각났다.

'나는 선배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

남자라면 충분히 오해가 가능한, 쿠로네코의 '저주'를 받고 나서 쿠로네코를 의식하기 ​시​작​했​지​만​, ​

이쪽이 의식하면 오히려 그쪽은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행동을 한다. 정말, 고양이 같은 녀석이다

애초에 연애경험이 풍부하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없지만) 그런 차이를 알수도 없다.

온수에 한층 더 긴장이 풀리자, 다른 생각들도 머릿속에 들어왔다.

'쿠로네코는,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문제의 답은 아직도 미궁이다. 확신할 요소도 없기도 하고, 짐작가는 내용이 없는건 아니지만 여자 마음이라는 것을 모르겠다.

그리고-

'나는.. 쿠로네코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처음에는 단순히 키리노의 괴짜친구, 처음 여름코믹때부터 시작해서 사실은 착한 녀석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출판사에 같이 가기도 하고,

그 후에 내가 있는 고등학교로 진학하면서 귀여운 후배. 친구찾기,게임제작 부터 해서 그렇게 평범한 관계는 아닐것이다.

여러모로, 우리 남매는 이 고양이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지금도 받고 있고 말이야.

'그리고 키리노는-'

"선배"

거기까지 생각하니, 욕실 밖에서 쿠로네코가 말을 걸어왔다.

"어어 으응?"

설마 쿠로네코의 혼욕 ​이​벤​트​!​? ​

"그.. 갈아입을 옷이 있을까 해서 가방을 열었는데.. 패,팬티도 있어서.."

뭐야 그런거였나, 헹, 남자는 자기 팬티를 본 정도로 아무런 수치심도 못느낀다고

"아아 괜찮아 신경쓰지 마 일단 고마워"

"아니 그게 저.."

쿠로네코는 무언가 끄응.. 하는 고민하는 듯한 소리를 내더니

"아무것도 아니야..."

힘없이 돌아갔다.

대체 뭐였을까..

샤워도 끝나고, 꽤나 늦은 시간이 되었다.

일정대로라면 쿠로네코의 집에서 머물렀겠지만, 머리가 맑아지고 생각해보니 아무리 생각해도 여러 의미로 위험하다.

쿠로네코가 괜찮다고 해도, 이쯤에서 나가주는게 예의겠지. 아마 쿠로네코 정도라면 여기까지 생각하고 나를 집에 불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키리노에게도.. 뭐 더한 일도 있었는데, 요즘 피곤해서 내가 예민해서 그랬겠지, 제대로 사과하자.

그렇게 생각하고, 동생들을 다 챙기고 쉬고있는 쿠로네코에게 가서 말했다.

"고맙지만 이만 가볼게, 키리노 녀석한테 사과도 해야되고"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말하는 내게, 쿠로네코는 장난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후후, 동생들의 안전을 검토하고 있었는데, 다행이야"

작은쪽 여동생은 이미 꿈나라로 떠났고, 큰쪽 여동생은 쿠로네코를 너무 놀린 나머지 격리되있다. 자업자득이야.

그렇게 떠날 준비를 하는 나에게, 쿠로네코는 다시 말했다.

"조금만 더 기다려봐 선배. 이제 슬슬이니까"

"응? 뭐가?"

띵동-

대답을 듣기도 전에, 초인종이 울렸다.

설마 쿠로네코의 부모님이 돌아오신건가!? 행여라도 맞다면 엄청난 오해를 살게 분명하다.

그런 생각을 하며 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있으니, 쿠로네코가 가서 현관문을 열으면서 말했다.

"어서와"

현관문에서 들어온 사람은, 나도 잘 아는 사람. 나의 동생, 코우사카 키리노였다.

"키리노!?"

어째서 키리노가.. 뭐 조금만 생각해도 답은 나온다. 남매싸움을 걱정한 (동생들의 정조를 걱정한) 쿠로네코가 키리노에게 연락을 했을 것이다.

쿠로네코의 배려에 씁쓸한 고마움을 느끼며, 안정을 되찾았다. 아아. 키리노에게 사과부터 해야겠지. 하지만 그 전에, 키리노의 행동이 더 빨랐다.

"나가라고 진짜 나가는게 어디있어!!"

그러면서 평소처럼의 하이킥-은 아니고, 내 가슴팍을 그렇게 강하지 않은 힘으로 내려쳤다.

키리노도 아마, 자신도 잘못한걸 알고 있고, 그렇다고 정말 나가버린 나에게 죄책감 비슷한걸 느낄것이다.

"미안하다 키리노"

나는 키리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솔직하게 사과했다. 응? 이녀석 눈이 빨간데,

"너.. 혹시 울었냐?"

"큭.."

이때쯤 다시 '정신 나간거 아니야?' 콤보가 들어올 때라고 생각했는데,

키리노는 생각보다 온순하게 잠시 나를 노려보며 분노하더니

"늦었으니까 빨리 돌아가기나 해!!"

너도 같이 돌아가는 거잖냐, 그렇게 말하고 키리노는 투덜대며 먼저 밖으로 나갔다.

그 모습을 뒤에서 보며 여러가지 오묘한 느낌을 받으며, 나는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쿠로네코를 돌아봤다.

"드라마는 다 찍었어?"

평소처럼 놀림기 가득한 얼굴로 의기양양하게 말하는 쿠로네코에게 말했다.

"여러가지로 고맙다. 고코우"

"당신들 남매를 내가 언제까지 챙겨줘야 될까"

"음.. 아마 평생이 아닐까?"

아무 생각없이 한 말에, 쿠로네코는 기습이라도 당했다는 얼굴로 과도하게 놀라더니 이내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 나도 그렇게 되기를 바랄게"

정말 알 수 없는 ​녀​석​이​라​니​까​. ​

고코우가에서 나오고, 키리노와 걸어가면서 이것저것 놀리기도 하고, 사과하기도 하고, 키리노를 달래기도 하면서 꽤 훈훈한 기분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나와 키리노도, 지금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사이 좋았을 때도 있었지. 그때처럼 되면 좋을텐데 말이야.

달콤쌉싸름한 기분으로, 상쾌한 밤바람을 쐬면서, 탈 많은 하루가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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