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쿄우스케는 코스튬 플레이어


원작 |

모델? 1화


다음날.

좋은 꿈을 꾼것처럼, 상쾌한 느낌으로 ​일​어​났​다​. ​

평소같았으면 언제나 이불의 마력에 저항하며 일어날 때까지 시간이 걸렸겠지만 왠지 모르게 개운하다.

나와 키리노의 방은 2층에 있으므로 화장실이나 식사를 하려면 1층으로 내려가야 한다.

그리고 계단을 내려오자마자 보이는건 밖으로 나가는 현관, 그리고 옆으로는 거실로 통하는 문이 있다.

이런 구조성 자연스럽게 ​접​촉​사​고​다​발​지​역​인​건​ 당연하고, 항상 주의를 해도 서로 부딪치는 일이 가끔은 있을 수 밖에 없다.

이제는 기억도 나지 않지만, 무언가 키리노와의 사이가 악화되고 서로를 무시할때, 키리노의 취미를 알게 되어 도움을 주고 예전보다 좋은 관계가 된 시작이 여기였다.

그러고 보니 왜 키리노랑 사이가 틀어졌지? 라고 생각해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

정말로 무언가 큰 일이 있어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단순히 갑자기 슈퍼초인이 되서 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키리노를 질투해서, 먼저 멀어졌을 수도 있다.

사실 이 감정도 비교적 최근에 안 일로, 나도 모르는 감정을 쿠로네코가 핀포인트로 지적해줘서 알게됬다.

그런 옛날 생각을 하면서 내려가다가 주의가 흐트러 진걸까



"앗.."

"아, 미안"

올라오려던 키리노와 부딪쳐서, 키리노가 살짝 엉덩방아를 찧었다.

"괜찮냐?"

나는 넘어진 키리노에게 손을 ​빌​려​주​었​다​. ​

처음 사이가 안좋았을 때 키리노는 '기분나쁘니까 만지지 마' 라면서 빌려준 손을 쳐냈었지.

그때보다는 호전된 관계가 됬..다고 생각하기는 하는데 말이야. 그러자 키리노는 이렇게 반응했다.

"어? 응.. 고마워"

키리노가 빌려준 나의 손을 잡고 ​일​어​났​다​. ​

"너.. 또 유학이라도 가냐?"

이미 이런 이상기후를 한번 겪었기에 걱정이 앞섯다. 또 외국까지 날아가서 데려오는것도 여러가지로 피곤하거든.

싱긋.

키리노는 살짝 웃으며

내 무릎을 ​걷​어​찼​다​. ​

​"​우​오​오​오​오​오​오​오​오​!​?​

완전히 의외인 공격에 심각한 피해를 입어 왼쪽 무릎을 부여잡고 좌우로 데굴데굴 구르고 있으니 키리노는-

"사람이 기껏 호의를 베풀었는데도 뭐야 그 태도는!"

키리노는 뒹굴고 있는 나를 몇초간 관찰하는듯 하더니 '흥!" 하고 거실로 나갔다.

뭐 확실히 예전같이 완전히 노골적으로 적의를 드러내서 말하는 투라고 하기보단, 적어도 어느정도는 장난기가 포함된 독설이 많아진것 같다.

키리노와 이 정도로 가까운 사이가 될거라고 그때는 상상도 못했다. 누가 보면 분명 이게 무슨 가까운 사이냐고 하겠지만, 옛날에는 더 엄청났다고.

근데 키리노 녀석, 2층으로 올라가려던거 아니었나?

학교 수업이 끝나고, 쿠로네코와 같이 부활실에 가게 됬다.

나는 비교적 그렇게 얼굴을 잘 비추는 편이 아니고, 최근에 부활실에 얼굴을 비추러 왔었지만 오늘 이렇게 또 온 이유는 당연히

"안녕하세요 고코우, 코우사카 선배"

이 부녀자, 아카기 세나 때문이다.

저번에 키리노와 쿠로네코, 사오리와 놀때 했었던 왕게임- 에서 쿠로네코와 손잡고 있는 모습을 이 부녀자에게 목격당했다.

그리고 뭔가 터무니 없는 오해를 낼 것이 분명하기에, 그것에 대한 해명을 하러 온 것이다.

솔직히 나야 쿠로네코와 연인이라던가 하는 오해는 기분 나쁘지도 않고, 아니 오히려 그러면 좋겠네! 이긴 하지만, 쿠로네코가 문제다.

기껏 적응하지 못하던 학교생활에 적응해서 잘 지내는 쿠로네코가 이상한 스캔들 때문에 혹시라도 다시 힘들어 할까봐, 그것이 걱정이다.

... 그것 말고도, 세나의 뇌내망상에서 아카기와 쿵짝쿵짝 하고 있다는 오해를 풀으려고 하는 이유도 있지만.

딱히 평소의 세나와 다른점은 없어 보인다. 세나는 뭔가 제작 작업을 하는듯, 무언가를 열심히 그리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싱긋 하고 사람 좋아보이는 미소를 띄우는 이 남자는 마카베.

사람 좋지만 모자라보이는 (가끔 엄청난 대인배 기질을 보이긴 한다) 부장을 보좌해주는, 부장보다 더 부장같은 남자다.

후배라곤 하지만 굉장히 의지가 되는 사람이고, 이 부활실에서 보기 힘든 정상인이기도 하다.

하지만 마카베는 쿠로네코와 나를 보고, 뭔가 뻘쭘한 느낌으로 시선을 피했다. 뭐야 이녀석!?

"어이 마카베"

"네..?"

"...아카기한테 무슨 말 들었어?"

"네.. 아.. 그게.."

땀을 뻘뻘 흘리는 마카베를 보고 이미 세나가 선수를 쳤다는걸 깨달을 즈음

"오 코우사카! 네놈의 변태행적엔 나도 못따라가겠다고!"

부장이 과하게 나를 반기며 다가와 어깨동무를 하며 말했다.

"저.. 말하는 의미를 모르겠는데요"

"이미 세나한테 다 들었다! 설마 모른척 하기야?"

도대체 무슨 말을 했기에.. 내가 끼기긱 대며 고개를 돌려 세나를 보니 눈이 마주쳤지만, 세나는 이내 '흥!' 하더니 고개를 돌렸다. 오늘로 두번째구만 흥은.

"자기가 직접 코스프레 하는거에 만족하지 못해서 애인한테도 커플링 코스프레를 강요하다니 충분히 변태가 아닌가!"

"스케일이 너무 커!?"

이미 걱정하던 레벨을 지나쳤잖아! 내가 ​나​쁜​거​야​!​? ​

나는 한숨을 쉬고, 부장인 미우라를 정면에서 진지하게 쳐다보며 말했다.

"부장"

"왜 그러냐 형제여!"

"저 아카기의 말이라구요? 그렇게 덥썩 믿어도 되는겁니까?"

"응? 그거야 호모에 관련된 이야기가 아니니까 거짓일 이유도 없지 않아?"

완전한 부녀자 속성이라는게 이런식으로 면죄부가 되다니!?

"일단 제 변호도 들어주세요!"

"형제의 부탁을 거절할 이유는 없지"

그러면서 부장은 책상 두개를 이어서 의자에 앉더니, 마카베에게 손가락질을 해서 옆에 앉게 했다.

그리고 미우라 부장은 마치 법정인듯 무게를 잡고, 일부러 내는 굵은 목소리로

"변호를 시작한다!!"

또 재미들렸구만..

일단 어느정도 어울려 줘야지 이야기가 가능하다. 원래 이렇게 유쾌한 사람이기도 하고 말이야.

"일단 고코우랑 저는 연인 사이가 아닙니다. 저는 괜찮지만 여자애한테는 실례라구요. 이상한 소문 돌아서 이미지만 떨어질 수도 있어요"

"저는 일단 이야기 했었지만.."

마카베가 좋은 타이밍에 끼어들었다. 분명 마카베도 전에는 그런 오해를 했었지 아마. 

세나가 말을 엄청나게 잘한건지, 아니면 미우라 부장이 단지 자기가 재밌어 할만한 상황을 믿는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러자 팔짱끼고 가만히 듣고있던 부장이 박차고 일어나 몸을 옆쪽으로 돌리고 정면을 검지손가락으로 가르키며 말했다.

"이의있소!!"

주변 사람들의 표정을 보니, 무슨 애니나 게임에 나오는 장면이구만 이거.

"애인사이도 아닌데 남자들만 있는 부활동에 혼자 들어가는게 걱정되서 자기도 들어와서 정기시찰! 콘테스트 때는 필사적으로 고코우편! 세나가 도망갔을 때는 둘이 게임제작! 어딜 봐서 애인사이가 아니라는 거냐!?"

"아 저.. 그게;;"

진짜로 주위에서는 그렇게 보이는 건가? 마카베에 이어서, 미우라 부장도 원래부터 알고 있었다는 느낌으로 말을 하고..

무언가 설명을 해야되는데, 왠지 모르게 말문이 막힌 나는 여태까지 이상하게 조용히 있는 쿠로네코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어..어이! 너도 뭐라고 말좀 해봐!"

"..."

쿠로네코는, 몇초정도 뜸을 들이고

"난 딱히 그런 오해 생겨도 상관 없는데? 남들이 자기 좋을때로 생각하는건, 아무 의미 없어"

휘이이익~!

미우라 부장은 놀리듯이 양손의 검지와 중지를 입에 넣고 휘파람을 불었다.

이 나이만 먹은 인간이! 완전 애잖아!

"어..어이 아카기!!"

왜 내가 세나를 불렀는지는 모르겠다. 아카기에게 설명을 해달라는 것도 이상하고, 그렇다고 책임전가를 하기도 이상하고. 뭔가 답답한 마음에 시선을 돌렸던것 같다.

그렇게 세나쪽을 보니, 세나가 여태까지 작업하고 있었던 그림을 보게 됬는데, 이거 설마..

내가 불렀던 시점에서 그림이 완성이 됬는지, 만족스러운 웃음을 띈 세나는 나에게 말했다.

"우리 오빠의 고딕 코스프레 의상을 고안해봤어요. 선배가 고스로리취향이라면 힘들어도 만들어야죠"

"뭘 어떻게 하면 그렇게 이해가 되는데!?!?"

결정났어! 이 녀석의 망상을, 오해를 취소시킬 사실이나 말은 존재하지 않아!

오히려 오해를 풀려고 하면 할수록 머리만 아파오니 그냥 그쪽관련으로 이야기를 하지 말아야겠다.

그러고 보니 아카기 녀석도 그렇고 이녀석도 그렇고 굉장히 괴짜구만.

괴로워 하는 나에게, 부장은 다시 다가와 내 어깨를 잡고, 부드럽게 말했다.

"어이 코우사카"

"흑..네?"

반쯤 울먹거리는 나에게, 미우라 선배는 안타깝다는 듯이

"너 주위에서 둔감하다는 말 많이 듣지 않냐"

"네... 어떻게 알았어요?"

그러자 미우라 부장은 한참을 폭소하면서 마카베에게 "마카베! 이 상황 걸작인데!! 다음 게임은 이런 스토리로 어때?" 라고 했다.

마카베는 마카베 나름대로 하고싶은 말을 못한다는 표정으로 "하하;;" 하면서 수긍하는 분위기고. 부장이 괴짜인건 알았지만 오늘은 더 이상하다..

하아.. 진이 다 빠져서 자리에 앉아 있으니, 한참을 웃던 부장은 쿠로네코에게 다가가 다시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하아.. 너도 고생이 참 많다"

"......."

뭔가 얼굴이 빨간듯한 쿠로네코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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