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쿄우스케는 코스튬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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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 5화


그렇게 아야세가 떠나간 후, 기본적으로 평범을 지향하는 나는 아주 약간의 기대감과 큰 두려움을 가지고 집에 돌아가면서, 이것저것 생각해보았다.

솔직히 말해서, 모델경험을 해본다는게 그렇게 쉽게 얻을 수 있는 기회도 ​아​니​고​, ​

내 또래, 아니, 젊은 층의 사람들이라면 전부 어느정도 동경할만한 일이다.

그렇기에 이런 기회가 있다면 '혹시 이대로 진짜 모델데뷔 하는거 아니야!?' 같은 생각을, 기대 반 농담 반으로 생각하는 것도 이상한것은 아니다.

하지만 평범을 지향하고, 그~렇게 외모에 자신이 있는 것도 아니므로 (그래도 평균이상은 한다고 생각한다. 진지하게.) 그런 허황된 생각따위는 해보지도 않았다.

뭐 아야세 같은 경우만 해도 처음 봤을때는 그냥 넋이 나가버렸고, 키리노도 객관적으로 보자면, 길거리에서 10명중 9명은 뒤돌아볼만한 미소녀다.

그런 녀석들이나 하는 독자모델을, 나같은 녀석이 과연 해도 괜찮을까. 망신만 당하는게 아닐까, 하는 걱정은 뭐 어지간히 대담한 사람이 아니라면 다 생각하겠지.

분명히 부모님이 아프셔서 일을 펑크냈다는 그 모델도, 키리노나 아야세 만큼은 아니더라도 재수없는 미남이었겠지. 그렇기에 최대한 정보가 필요하다. 조금이라도 덜 쪽팔리려면.

그렇다고 키리노 녀석에게 대놓고 약한모습을 보이기도 싫으니, 키리노에게는 살살 돌려가면서 물어야겠다.

집에 돌아와서 저녁을 먹고, 샤워를 하고, 자기 방에 들어가서 남는 시간에 공부를 했다. 한 30분 정도 했을까- 키리노 녀석이 올라온 소리가 났다.

똑똑

"어이 키리노, 물어볼게 있는데"

자신의 육체를 소중히 하는건 생물로서 당연한 일이다.

그러니까 나는 키리노 녀석이 문을 갑자기 확 열어서 부딪치는 일이 없도록, 노크를 한후 바로 옆으로 빠져있었다. 한두번 당했어야 말이지.

그러자 예상과는 다르게, 천천히 문이 열리고 키리노가 고개를 내밀었다.

"...뭘?"

약간 긴장하는 듯 하면서 말하는 키리노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물론 이야기를 살짝 돌려서

"아니, 너도 알다싶히 어쩌다보니 너희들 일하는거 도와주게 됬잖아. 그거에 대해서 너희가 평소에 어떤식으로 하나 궁금해서 말이지"

"응.. 그래 들어와"

키리노는 별다른 반응 없이 자신의 방으로 나를 안내해, 내가 이방에 올때마다 앉았던 고양이 모양의 방석을 건내줬다.

그걸 받아서 앉으니, 재촉하지 않아도 키리노 녀석이 먼저 입을 열었다.

"모델이라고 해도 그렇게 거창한건 아니야, 잡지 독자모델이니까 너가 알고있는 것 같이 전문적인 그런게 아니니까. 흠.. 뭐 평소에 하는일 이라고 해봤자, 그냥 주는 의상을 입고 컨셉에 맞춰서 촬영하는게 다야. 의상의 분위기에 맞게 장소나, 같이 찍는 사람도 달라지지."

"헤에"

좀 뭐랄까, 생각보다 너무 순순하게 설명해주는 것 반, 모델일의 흥미에 대한것 반 때문에 감탄사가 나왔다.

역시 육상이든 일이든, 자신의 순수하게 노력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프로의식을 갖고 열심히 일하는 이 모습은, 키리노의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여중생의 활동적인 의상 같은 경우에는, 아야세랑 같이 또래 여자아이와 공원같은 곳에서 걸어다니고, 서로 즐겁게 노는 그런 촬영이었고, 조금은 성숙해보이는 의상은 남자모델이랑 연인 컨셉으로 촬영하는 경우도 있었어"

​"​연​인​컨​셉​!​!​!​?​?​"​ 설마 모르는 남정네랑 (아마도 연상) 스킨쉽을 요구하고 그런 일은 아니지!?"

"바-보, 그런건 내가 싫어. 해봤자 같이 손잡는 정도. 감독님도 친절하고 여러가지 잘 배려해줘서, 그런일은 없어 그리고-."

키리노는 침대에 앉은 채로 검지손가락을 들며 무언가 말을 하려다가-

"뭐야 너, 설마 질투하는거야? 헤 기분나빠~ 이제 슬슬 시스콘인걸 인정하는게 어때?"

다시 평소의 나를 놀리는 장난모드로 들어갔다.

뭐랄까, 오늘은 나도 키리노 녀석을 놀려보고 싶은데 말이지!

"리아가 왔을때 말했었잖아? 나는 로리콘이 아니라, 시스콘이라고"

뭐 물론 로리콘이니 시스콘이니 둘다 나에게는 아득히 먼, 나랑은 상관 없는 이야기라고. 굳이 말하자면 로리콘을 할빠에 시스콘이 낫다는 거지.

"......."

그러자 키리노는 나의 행동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는지, 얼굴앞에서 손까지 파닥거리며 입을 뻐금뻐금 대다가, 내가 능글능글 웃으며 지켜보는걸 보자 속았다는걸 깨달았는지

"아 진짜..! 평범남 주제에!!"

침대옆에 있는 베게와 쿠션, 인형같은 걸 마구 던져댔다.

​"​푸​하​하​하​하​하​하​~​"​

뭔가 던지려고 할때는 놀랐는데, 근처에 손에 집히는게 그런거밖에 없어서 다행이다. 그나마 딱딱한 물건은 없다!

나는 키리노 녀석을 놀려줬다는 기쁨에, 푹신한 인형에 처맞으며 폭소했다.

뭐 이정도일까, 그 이후 모델 일이 대해 더 이상 물어보지 못하고 쫓겨났다는건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

다음날. 뭐 마음에 준비가 됬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래도 마음의 준비를 어느정도 했다.

그리고 수업이 끝나고 교실에서 나가려니, 주머니 속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지금 운동장에서 차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최대한 빨리 나와주세요.]

  ​                                                    ​-​마​이​러​블​리​엔​젤​

아야세에게 문자다. 뭐랄까, 차가 마중나온 다는게 짓궃은 장난이었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하긴 했었는데...

뭐 교실에서 나가면서 문자를 보고, 지금 끝나고 나가고 있다고 문자를 보내고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을 때는 이미 운동장이 보였다.

"에.. 뭐야?"

운동장이 소란스럽다. 뭔가 구경거리가 난건지, 하교하는 학생들도 시선은 한쪽으로 돌아가 있고, 빨리 돌아갈 생각이 없는 학생들은 이미 시선의 끝 쪽으로 모여서 웅성대고 있다.

설마.. 순간, 아야세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OO엔터테이먼트 라고 써진 차를 보내드릴까요?' 순간 오한이 확 들면서- 아야세라면 그런 악질적인 장난은 안칠텐데, 라고 희망을 품으며 달려가보니

"아, 오빠! 어서오세요!"

선팅된 검은 밴에서 아야세가 문을 열고 내리면서 말했다.

당연히, 아야세가 보는 시선의 끝은 ​나​였​고​- ​

당연히, 무슨 구경거리가 있나 웅성대던 학생들의 시선의 끝도 나였다.

OO엔터테이먼트 같은게 안써져 ​있​어​도​.​. ​

이런 선팅된 검은 밴은.. 똑같은 의미잖아 아야세..

게다가 차만 오는게 아니라 아야세 본인도 왔단 말이야!? 평소에도 노래를 부르지만, 아야세는 굉장한 미소녀다.

청순한 이미지의 검은 생머리로, 내 취향에 스트레이트로 꼽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키리노랑 같은 수준의 미소녀다. (안경까지 썻다면 완벽한데)

그냥 길거리에 있어도 눈에 띄는데, 중학생이 고등학교 운동장에서 선팅된 검은 밴에서 미소녀가 내리고 말을 건게 나니까, 당연히-

웅성웅성

수근수근

'저거 코우사카 아니야?'

'에 거짓말'

'코우사카가 왜?'

'설마 애인이야?'

'에이, 동생이겠지'

'저 여자애, 잡지에서 본거 같은데..

'그래도 검은 밴이라고?'

무지막지하게 시끄러워졌다.

내가 그 소란에 당황해하자, 아야세는

"오빠 시간 없어요!"

"오,오우"

어쩔 수 없이 수많은 시선을 받으며 밴에 탑승했다. 차에 시동이 걸리고, 움직일 준비를 하니 학생들도 당연히 길을 틔어줬고, 차는 이 이상 깔끔할 수 없을 정도로 스무스하게 전진했다.

"저기.. 아야세.."

"네? 왜 그러세요 오빠?"

싱글벙글 웃는 아야세에게, 추궁을 해도 의미는 없을것 같고, 그냥 같이 딸려온 의문을 물었다.

"차가 오는건 알았는데, 어째서 아야세까지 온거야?"

"그거야.. 제가 부탁드리기도 했고, 검은 밴에 아는 사람 없이 탄다는 것도 좀 무섭지 않아요?"

아 하긴 그러네. 어떤 번호의 무슨 차가 어떤 사람을 싣고 온다는 그런 이야기도 못들었으니까. 헤에, 나름 아야세 식으로 배려해준건가

"걱정해준거야? 고마워"

"제가 이 시간에 데려간다고 말을 했는데, 혹시나 무슨 일이 생겨서 용의자가 되는건 싫으니까요"

"행여나 무슨 일이 생기면 제 1 용의자는 물론 너다."

"너무해요"

서로 하하호호 웃으며 (사실 엄청난 신경전이 펼쳐지는) 그러고 있으니, 우리의 앞자리, 운전석 옆 자리에서

"언제 그렇게 친해진거야?"

"정말로 그렇게 생각한다면 너는 나 이상의 둔감녀다."

키리노 녀석이 말했다. 뭐 당연히 아야세와 키리노는 같은 학교고, 같은 회사에서 모델을 하니 타고있었겠지.

"안녕하십니까 코우사카군"

"아, 네 안녕하세요"

운전을 하고 있는, 30대 중반정도로, 사람 좋아보이는 남자가 인사를 해오며, 속도를 늦추지도 않았는데 요령좋게 명함을 건내줬다.

OO엔터테이먼트 매니져, 담당모델의 이름도 써져있는데, 키리노와 아야세가 아닌 다른 사람의 이름이 써져있다.

그럼 왜 이 사람이 키리노랑 아야세를 태워주는거지? 그렇게 생각하며 갸웃 하고 있으니 그거에 눈치를 챘는지

"키리노양과 아야세양의 매니져는 여성분입니다. 어쩌다보니 오늘은 제가 운전하게 됬어요"

"아, 네 그렇군요"

그리고 사람좋게 하하 하고 웃더니

"키리노양과 아야세양이 이야기 하는걸 어느정도 들었는데, 예상대로 좋은 분이시군요. 명함을 보고 그렇게 걱정스럽다는 표정을 지으시니까요. 걱정마세요 아야세양과 키리노양의 매니져분은 존경할만한 여성분입니다. 일하는 곳에서도 벌레는 안꼬여요"

솔직히, 그것에 대해서도 물어볼려고 했었는데, 꽤나 눈썰미가 좋은 사람이다. 내가 그냥 하하 웃으며 맞장구를 치고 있으니 바로 키리노가 입을 열었다

"그냥 엄청난 시스콘이라 그런거에요 야부키씨"

"오야? 키리노양도 싫지는 않아보이는데요~"

"야부키씨도 참~"

나는 완전 처음보는 타인한테도 시스콘이라고 주장하는거냐..

하아.. 벌써부터 살짝 피곤해지는걸 느끼며, 도착할때까지 잠시, 눈이나 붙이는게 좋겠다.

눈을 감은채로 느껴지는 차는, 과속방지턱에도 안걸리고 편안하게, 목적지로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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