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 검은 고양이 시점
"하아.."
어둠의 권속이자 '기사' 이자 '여왕' 이었던 내가, 이 세계에 떨어진지 10년.
강력한 마력과 카리스마를 발하던 나의 모습도, 지금은 '여왕'이었을 때와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열화된 육체에 씌여있다.
사람과 말을 붙이지 못하고 능숙하게 대화를 하지 못하는 것도 그 때문일까, 물론 내가 인간따위랑 능숙하게 대화를 할 필요는 없지만.
어둠의 권속일때 지내던 고성ㅡ은 아니지만, 오래된 마력이 깃든다는 것만은 어느정도 비슷한 오래된 일본 집에서, 나는 한숨을 쉬고 있었다.
"언니~! 돌려줘~!"
"우히히! 잡을 수 있으면 돌려준대도~"
한숨의 의미는, 시끄럽게 떠들면서 집안에서 뛰어다니는 두 생물 때문은 아니지만, 현재진행형으로 골치아픈 일이기는 하다.
어느정도 그냥 지켜볼까, 했지만 이제는 나를 기둥처럼 사이에 두고, 뱅글뱅글 돌면서 신경전을 하는 동생들을 보니 참을수도 없었다.
"히나타, 동생을 괴롭히면 안돼"
나는 고코우 히나타라는 이름의, 큰쪽 여동생이 들고있던 인형을 빼았아, 작은쪽 여동생에게 줬다.
"고마워요 언니!"
"쳇~ 괴롭힌거 아니라구. 루리언니는 맨날 타마키만 이뻐하고.."
방긋 웃으며 대답하는 작은쪽 동생과는 달리, 입을 삐죽 내밀고 불만을 표하는 큰쪽 동생.
이 두 생물은, 이쪽 세계에 떨어져있으니 어쩔 수 없이 챙겨야 하는 못난 여동생들이다.
큰쪽 여동생은 나를 완전히 바보취급 하지만, 작은쪽 여동생은 훌륭하게 어둠의 권속이 될 자질이 충분하다.
"언니가 동생을 괴롭히면 못써."
"그러니까 괴롭힌거 아니래두"
"후후후.. 이 모든 진실을 꿰뚫어 볼 수 있는 나의 마안을 두고 거짓말을 하다니, 제법인걸"
"우왓! 나왔다 사기안!"
질린다는 표정으로 한발짝 물러나는 큰쪽 여동생. 이녀석은 대체 누굴 닮았길래, 이렇게 개구장이인건지..
처음보는 사람이라도 왠만하면 바로 친해지는 큰쪽 여동생을 보면 가끔은, 그 천진난만함이 부러웠다.
아니.. 처음의 오프라인 파티, '오타쿠 소녀 모여라' 의 다과회에서, 나에게 강렬한 열등감을 심어준 두명, '거인녀'와 '우리엘(치천사)' 를 만나기 전에는, 내 열등감의 대상은 여동생이었다.
......참으로 한심한 이야기다. 자기가 보살펴주는 여동생에게, 열등감을 느끼는 언니는...
그 일이 있은 후, 여동생에 대한 열등감을 사라졌지만.
[자아! 여러분! 소생 곁으로 모이시오!]
처음에 상상한 모습과는 완전히 반대인 우스꽝스러운 모습의 거인녀였지만, 그 한마디 만은 기분좋게 울려,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동시에, 나에게는 없는, 모두를 묶어주는 그 카리스마는, 나에게는, 어둠의 권속인 나에게는 너무나도 눈부셔서ㅡ 괴로웠다.
[바보아냐? 빨리가는게 어때?]
처음에는 딱히 접점은 없었어도, 보는 것 만으로 눈이 부셨다. 외모라던가, 그런걸 떠나서. 마치 존재 자체가 빛이 나듯, 눈이 부셨다.
'썩은인연' 으로 어울리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그녀의 본성. 타인 앞에서도 당당한 '우리엘'은, 그 넘치는 재능을, 특유의 자신감으로 제련해, 더욱 더 빛났다.
그 둘과의 인연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내 안에서는 검게, 휘몰아치는 마음이 계속해서 커졌다.
열등감.
열등감. ㅡ왜 나는, 그렇게 자신이 없는거야?
열등감. ㅡ왜 나는, 그렇게 재능이 있지 않은거야?
열등감. ㅡ왜 나는, 나를 챙겨주는, '그' 같은 사람이..
[지난 10년간 날마다 자는 시간도 줄여가며 썼던 내 소설이 재미없다고? 몇 달 전에 장난삼아 쓰기 시작한 어린애의, 문장 작법조차 엉망인 휴대폰 소설이 재미있어? 장래 유망한 신인? 히트작이 될 징조가 있어? 하ㅡ 그게 뭐야, 이런... 이런 일이 말이 돼요?! 이건 말도 안 되는 거잖아요!]
어느 사건 때문에, 나는 '그' 와 같이 다른 장소에 간적이 있었다. 우리엘의 물건을 훔쳐간 인물의 자기한탄을 들으니, 동정, 아니, 공감할 수 밖에 없었다.
재능이 없는, 워너비로서의 공감. 지금 그녀도, 나와 똑같은 생각을, 수년에 걸쳐 매일매일 생각했을게 분명하다.
ㅡ왜 그 녀석만
그런 말을 들어도, 자기 여동생의 욕이라고 분노하는 그를 보자니, 나도 분노했다.
이 위선자가...
그래서, 흥분하지 않았으면 절대 하지 않았을 말을, 입에 담고 말았다.
[흥, 너도 남 말 할 처지는 아닐 텐데? 왜 동생만, 그렇게 생각 한 적 없다고는 말 못 할 거야.]
아.
흥분한 상태에서도 실수라는 것을 깨닫고, 평정을 가장했다.
......이걸로, 미움받아도 어쩔 수 없어. 그런 생각을 하다가 그의 얼굴을 보니
[!!]
표정이 충분히 일그러져 있었다. 마치, 반전영화의 충격적인 마지막을 보고, 잠시나마 정신을 못차리고 있는것과 같이.
설마, 자신도 눈치채지 못했던 걸까, 자신의 여동생에게 열등감을, 질투하고 있다는 자각조차 없었던 걸까?
그리고 그것은 바로, 사실로 드러났다.
[그렇게 엄청난 동생이 옆에 있는데 친하게 지내지도 않고, 본받으려고도 못 했어! 그거랑 비교하면 너흰 엄청 노력하고 있잖아!]
......이 얼마나 둔한 남자일까. 자신의 마음조차, 눈채채지 못했다고?
동시에, 안도감이 왔다. 적어도, 미움 받을 일은 없다. 그리고,
ㅡ그는, 나와 동류의 인간이다.
그 후로도 여러가지 있었지만, 아마 나는 그 때부터 그를ㅡ
"하아.."
언제부터인지, 한심한 그 남자처럼, 나도 한숨이 많아졌다.
또 다시 시끄럽게 놀고있던 여동생들중, 작은쪽 동생이 나의 한숨소리를 들은건지, 가까이 와서 걱정된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언니.. 어디 아파요?"
같이 놀던 상대가 없어져서 그런지, 큰쪽 여동생도 작은쪽 여동생을 따라 나에게 와서 말했다.
"그러고 보니 요즘 루리언니 한숨이 많아졌네"
그래도 가족이라고 걱정하는 걸까, 나쁜 기분은 아니다.
"아무것도 아니야"
최대한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말했지만, 큰쪽 여동생은 눈을 번쩍이더니 말했다.
"헤에, 코우사카군 때문이야?"
!!!
"무, 무슨 말을 하는걸까 히나타"
"루리언니가 나한테 처음이 아니라 마지막에 이름을 붙일땐, 거짓말을 하는거야"
"뭐..!"
나에게 그런 버릇이.. 고치지 않으면..
"거짓말인데~ 그래도 그 반응을 보자니 맞는거 같네. 요즘따라 그 설정놀음도 적어졌고, 서로서로 좋은거 아니야?"
"......교육이 필요한듯 하네"
"히.. 힉!"
내가 큰쪽 여동생을 끌고가는 동안, 작은쪽 여동생은 방긋 웃으며 '바이바이~' 라고 말할뿐이었다.
내 이야기의 끝은, 시작과 비교하면 정말 허무하게 끝난다.
처음에는 그렇게 완벽해 보이는 두명과의 인연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나의 열등감도 커지면서, 동시에 둘의 철벽의 가면이 벗겨졌다.
'거인녀'의 경우엔, 사람들과의 관계를 너무나도 소중히, 필요로 해서, 나만큼 소심한데, 아니, 나보다 더 소심한 겁쟁이 주제에, 누구보다 큰 '용기'를 내어, 자기가 만든 케릭터를 연기했다.
그 리더쉽과 카리스마가, 자기가 만든 케릭터로서의 성격이고, 자신은 전혀 다른 성격인데. 맨얼굴을 보이는 것조차 코스프레 라는 명목이 없으면 하지 못하는, 겁쟁이가, 얼마만큼의 '용기'를 냈을까.
'우리엘'의 경우엔, 재능이랄것도 없는 평범한 여자아이였다. 그리고 노력. 자신에게까지 룰을 만들어, 눈물을 흘릴정도로 괴로워도 자신의 '사슬'을 끊지 않는다.
그 당당함과, 자신감, 그리고 재능같이 보이는 것의 뒤로는, 나로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기나긴 노력이 있었다. 노력의 양을 비교하면, 내가 겉만 보고 얼마나 열등감에 쌓여있었는지, 지금생각하면 바보같다.
'진실'을 알고나서는 간단했다. 열등감은 어느정도 향상심으로 바뀌었다. 예전의 나와 비교하면, 성장했다. 아마 예전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보면, 눈부셔 하지 않을까.
"그리고 나도"
잠자리에 누워, 아무도 듣지 않는데도 말이 나왔다.
"나도, 할 수 있어."
이것은 자신에게 외우는 주문. 열등감에 빠진 비극의 히로인이 아닌, 화려한 주인공이 되기 위해.
어이가 없을 정도로 자신에게는 이기적인 그 여자처럼, 일찍이 오타쿠 취미냐, 현실의 친구냐, 둘을 저울질 하여 하나만을 선택해야 할때, 양쪽을 다 취한 그 이기적인 여자처럼.
나도, 포기하지 않을 테니까.
"양 쪽 모두, 포기하지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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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