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쿄우스케는 코스튬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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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 3화


쿠로네코가 방에서 나가고, 싱글벙글 웃는 사오리와 대화 없이 뻘쭘하게 앉아있으니, 몇분이 지나고 쿠로네코가 돌아왔다.

"선배, 수건이랑 양동이, 어딨어?"

"아아. 내가 가져올게."

별로 생각할 필요도 없이, 키리노의 간호에 필요한 녀석이란걸 깨달았다. 나는 내려가서 적당한 양동이에 찬물을 받아서, 수건과 함께 가져왔다.

역시, 이번에는 내가 내려간게 정답이구만. 물을 받은 양동이 자체는 그렇게 무거운건 아니지만, 나와 키리노의 방은 2층에 있으니 여자아이가 옮기기엔 무리였다.

양동이를 가져오자, 쿠로네코는 그걸 받아 능숙하게 수건을 찬물에 넣은후 짜서, 키리노의 이마에 올려놨다. 그러자 여태까지 쌕쌕대며 좀 괴로운듯한 표정이었던 키리노는 거짓말같이 표정이 풀어졌다.

쿠로네코의 간호스킬과 요리스킬은, 아무래도 맞벌이 하는 부모님 때문에 동생들을 돌보면서 얻은 ​스​킬​이​겠​지​. ​

큰언니.. 인가. 동생 하나 있는 나랑은 천지차이구만. 괜시리 쿠로네코가 대단해 ​보​였​다​. ​

키리노의 이마에 젖은 수건을 올린 쿠로네코는, 손이 차가운지 양쪽손을 입으로 가져가 '하아~' 하면서 손을 ​녹​였​다​. ​

그러자, 여태까지 조용히 지켜보던 사오리가 다가와 쿠로네코의 손을 잡아 자신의 손으로 녹여줬다.

"무, 무슨 짓이야?"

약간 얼굴을 붉히면서 당황하는 쿠로네코에게, 사오리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이야~ 사실은 쿄우스케씨가 해주길 바라셨겠지만, 오늘은 참으시오~"

"!!!"

괜시리 쿠로네코의 차가운 손을 받아 내 손으로 녹여주는 장면을 상상한 나는, 무슨 말을 꺼내려다가 바로 부끄러워졌다. 으으... 사오리 녀석.

​"​.​.​.​.​.​.​바​보​같​아​.​"​

쿠로네코는 그런 내 바보같은 얼굴을 살짝 보고나서, 왠지 붉은 얼굴로 들릴듯 말듯 한 작은 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나는 다시 1층으로 내려가, 다른 양동이에 따뜻한 물을 받아와, 쿠로네코가 손을 녹일 수 있도록 해줬다.

평소의 시덥잖은 이야기를 하다가 10분쯤 지났을까, 쿠로네코가 키리노의 이마에 있던 수건을 회수해, 다시 차가운 물에서 짠 후 키리노의 이마에 올려놨다.

고스로리에 병간호라... 분명 쿠로네코의 복장은 마스케라에 나오는 ​'​퀸​오​브​나​이​트​메​어​'​ 의 복장. 어둠의 여왕 같은 복장임에도 불구하고, 메이드가 생각날 정도로 잘 어울렸다.

그러면서 언제 잠이 깼는지, 키리노는 역시나 멍한 표정으로 쿠로네코를 바라봤다.

"아라 좋은아침."

자신을 바라보는 키리노를 눈치챘는지, 쿠로네코가 평소의 놀림기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후인데도 불구하고 좋은아침. 인사를 한건 역시 평소의 신경전 시작인가.

​"​.​.​쿠​로​.​.​네​코​?​"​

하지만 열 때문에 멍한건지, 키리노의 독기가 빠져서 신경전은 시작되지 않았다.

"무슨 말을 하는지.. 너는 정말로ㅡ 핫."

무언가 말하려던 쿠로네코는, 중요한걸 깨달았다는 듯이 놀라고, 말을 바로 수정했다.

"그래 나는 쿠로네코. 칠흑의 어둠에서 돌아온, '기사'이자 '여왕', ​'​퀸​오​브​나​이​트​메​어​'​ 이기도 하다. 너는 나를 증오하고, 원망하고, 존경하고, 두려워할 필요가 있다."

"어이... 남의 동생 정신 못차릴때 세뇌하지 말라고."

"세뇌라니, 오해하지 말아줘 선배. 잘못된 가치관을 가진 여자에게, 좋은 기회니까"

"어이어이.."

쿠로네코를 보면서 우리의 대화를 듣던 키리노는, 아파서 그런지 항상 반응이 몇초정도 느린듯 했지만, 이내 대답했다.

​"​.​.​.​망​할​.​.​안​경​.​.​고​양​이​.​.​.​"​

"푸하하하하하!"

얼음이 된 쿠로네코와 나를 두고, 가장 먼저 행동한건 사오리였다.

바닥을 치며 뒹굴뒹굴 하며 폭소하는 사오리는 이따금 ​'​무​의​식​중​인​데​도​!​'​,​ ​'​망​할​안​경​이​라​니​!​'​ 라는 알수없는 소리를 내며 폭소했다.

"스윗트여자... 당신.. 지금 정신 똑바로 있는거.. 맞지?"

쿠로네코는 분노때문인지 수치때문인지, 얼굴을 빨갛게 하고 부들부들 어깨를 떨고 있었다.

"아마 무의식이겠지만."

오늘 키리노 녀석의 상태를 보건데 정상은 아니다. 되받아치려면 되받아쳤지, 키리노는 일부러 쿠로네코를 놀리려고 고도의 연기를 할정도의 위인은 아니다.

"힉!"

순간 원수를 보는듯이 나를 노려보는 쿠로네코의 박력은, 아야세에 못지 않게 위협적이었다. 그 박력에 한심한 소리를 내고 한발짝 물러났다.

그리고 이런 바보짓을 멍하니 바라보던 키리노는, 역시 나의 예상대로 무의식인지. 이 소동에 쐐기를 박아줬다.

​"​.​.​.​.​.​오​빠​.​.​"​

"!!!"

"!!!!!!"

​"​!​!​!​!​!​!​!​!​!​!​!​!​"​

나와 쿠로네코는 물론 폭소하던 사오리까지 굳어버렸다. 그리고 쿠로네코는 고개를 끼기긱 돌리면서 나를 봐, 얼굴에 경련까지 일으키면서 물어왔다.

"펴,평소의 '오래비' 도 아, 아니고.. 오..오빠라고? 선,선배 정말로 ​무​,​무​슨​짓​을​.​.​.​세​,​세​뇌​.​.​?​"​

분위기를 못읽는건지, 일부러 그러는 건지, 사오리 녀석까지 합세했다.

"조,조교 한것이오!? 여동생이 아픈 타이밍에!?"

"그럴리가 있냐!!"

뭔가 필사적으로 오해를 풀려고 사정을 설명하려고 ​했​는​데​.​. ​

마땅히 설명할게 없다!?

"아 그.. 에... 그러니까.. 나도 모른다고!"

나도 거의 울먹이면서 이야기를 했더니, 쿠로네코는 벌떡 일어나더니 말했다.

"...오늘은 이만 가볼게."

"어이, 잠깐!"

오해는 풀고 가야할거 아니야! 하지만 쿠로네코는, 나에게는 시선도 주지 않고 누워있는 키리노를 곁눈질로 쳐다보고, 바로 나갔다.

사오리 녀석은 뭐가 재밌는 건지, 그 특유의 입모양을 한 상태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러면 소인도 오늘은 이만! 그리고 걱정하지 마시오 쿄우스케씨. 쿠로네코씨는 쿄우스케씨한테 화가 난게 아니라오."

"... 그럼 누구한테 화가 난건데.."

"자~ 과연 누구일지~"

사오리는 얼굴을 부여잡고 앉아있는 나에게 장난스럽게 대답하고, 손을 흔들며 사라졌다.

다음날. 키리노는 그 고열이 거짓말같이 씻은듯이 나아서, 제 시간에 학교에 갔다. 그리고 나는-

"그래서.. 이런 결말이냐..."

내 방 침대에 얌전히 누워있다. '감기는 다른 사람한테 옮기면 낫는다' 는 아무래도 진짠가보다. 덕분에, 키리노 처럼 심하지는 않지만 고열로 고생하고 있다.

물론 키리노 녀석이 나를 병간호 해준다던가- 그런 이야기는 없다. 어머니 가라사대

[키리노가 다시 옮으면 말짱도루묵이니 심하지도 않은데 그냥 버티세요.]

정말 눈물이 날 정도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긴 한데... 아들 입장에서도 생각해주라고 어머니..

학교에서 돌아온 키리노 녀석이, 잠깐잠깐 들어와서 미안해하는 기색으로 이것저것 도와주긴 한건 고마웠다.

그리고 오후에 화장실에 가려다가, 화장실 세면대 앞에서 키리노가 거울을 붙잡고 이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게 아닌데.."

"뭐하냐 너?"

"꺅!"

키리노 녀석은, 숙이고 있던 몸을 순식간에 일자로 펼 정도로 ​놀​랐​다​. ​

"갑자기 놀라게 뭐야!"

"뭐긴.. 화장실 쓸꺼니까 나와"

"에? 아, 응."

내가 잠시 콜록대면서, 키리노와 교차되도록 들어가려는데 키리노가 물었다.

"저기 너, 이상한 꿈을 꾼거 같아서 그러는데 말이야."

"응?"

키리노는 잠시 고민하는듯한 표정을 짓더니,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으응. 아무것도 아니야."

그리고 문밖으로 나가는 키리노는, 묘하게 기분이 좋아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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