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쿄우스케는 코스튬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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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8화


역시나 이중에 키리노의 체력을 따라올 사람은 없는지, 아직도 팔팔한 키리노와 같이 수영을 안한 쿠로네코를 빼고는 전부 힘이 빠져, 파라솔로 올라와 쉬고 있었다.

여담으로, 좀 거리가 있던 아야세쪽의 사유물도 이쪽으로 옮겼기에 우리가 차지한 범위가 꽤나 넓어졌다.

확실히 스포츠를 하면 유대감이 형성되는걸까, 나를 포함해서 해변가로 올라와 쉬고있는 여자들은, 마치 옛날부터 친했다는 친구인냥 벌써부터 떠들면서 친해져있었다.

"진짜 기운 좋네.."

반면 키리노는 쿠로네코를 데리고 착실하게 수영을 가르치고 있었다. 얼마 가르치지도 않았는데, 쿠로네코는 벌써 자세는 다 잡혀있고 숨쉬는법만 배우면 될 정도로 배움이 빨랐다. 저녀석, 원래 수영 할줄 알았던거 아니야? 뭐 사실은, 제자를 빼았긴 약간의 질투감과, 정말로 키리노가 더 잘가르치니까 배알이 약간 꼴린것 뿐이지만.

오타쿠쪽만이라면 모를까, 다같이 섞여서 착실하게 여자의 대화를 하고 있는 무리에 끼지 못해 아까 그 자리에 고대로 앉아있으니, 아야세가 다가오는게 보였다.

"뭐하고 있어요 오빠?"

"아 응 그냥.."

아야세는 그렇게 말하며, 내 옆쪽 돗자리에 앉았다. 쿠로네코와 키리노처럼, 아야세도 나혼자 외롭게 놀고 있는게 불쌍한가보다. 어떻게든 말을 걸어주려고 하는것 같았다. 나 언제 이런 케릭터가 됬지..

"..."

"......"

내 대답에도 아야세는 말없이 키리노가 쿠로네코에게 수영을 가르치는걸 (이제 거의 놀고 있지만) 나와 같이 보고 있었다.

햇살은 정말 뜨겁지만 방금까지 물에 있어서 수분이 남아있는 몸으로 그늘 아래서 여름바람을 맞고 있으니 정말로 기분이 좋았다.

"오빠"

"응?"

차분한 목소리로 바람에 살짝 머리를 휘날리면서 먼곳을 바라보며 나를 부르는 아야세는, 그 청초한 이미지 덕분에 한폭의 그림같은 느낌을 풍겼다.

"인생상담..이 있는데요."

"응? 어.. 뜬금없게 왜?"

잠시 아야세의 분위기에 넋이 나가있던 나는 바로 현실로 돌아와 대답했다. 평소같았으면 좋다고 냅다 수락했겠지만, 나도 모르게 저런 대답을 했다. 평소의 인생상담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니까.

"오빠는 키리노 좋아해요?"

"하?"

얘가 갑자기 또 무슨소리래. 또 ​근​친​강​간​시​스​콘​변​태​니​ 하면서 나를 놀리려고 하는건가, 라고 생각하면서 고개를 돌려 아야세의 얼굴을 봤지만, 아까 그대로 먼곳을 바라보고 있는 아야세는 절대 장난이라고 할 수 있는 표정은 아니었다.

"그러니까 말했잖아. 나는 시스콘 변태같은게 아니라니까."

평소에도 같은 대화를 했지만, 이번에는 아야세가 무언가 진지했기에, 나도 진지하고 차분한 음색으로 말했다.

"키리노는 오빠를 좋아해요."

"그럴리가 있냐.."

진지한 음색의 아야세였지만, 이건 확실히 걸고 넘어가야된다. 내 명예보다 키리노 녀석의 명예를 위해서 말하는 거니까. 아무리 베스트 프랜드인 아야세라도 키리노 앞에서 저런 말을 했다간, 이번엔 너가 절교 당한다고.

"1년전쯤 이었나요? 키리노와 제가 크게 싸운게."

아야세는 내 말에는 반응도 하지 않고, 추억에 젖은듯 하늘을 보며 말을 계속 했다.

"아 그 전에, 오빠랑 처음 만났던 날 기억하세요?"

"응. 기억하고 있지."

이런 분위기만 아니었다면 100% 성희롱이 나갔겠지만, 왠지 농담을 해서는 안되는 분위기기에, 얌전히 흐름을 탔다.

"저 확실히, 그때는 오빠한테 호감이 있었어요."

"에 진짜!?"

아아.. 무슨짓을! 내가 그때 키리노 녀석을 아야세랑 화해시키려고 대형사고만 터트리지 않았어도 어느정도 가능성이 있었단 이야기잖아!

"둘이 이야기 할때, 가끔 오빠 이야기가 나왔거든요."

"응? 나?"

"전부 험담이었지만요. '오빠라고 부르기에도 싫은 녀석. 그런 녀석 차라리 없어졌으면 좋겠다. 아야세는 외동이라 좋겠다.' 이런식으로요."

뭐 그때만 해도 키리노가 나를 취급하는건 완전히 벌레보는거 이하였으니까 말이야. 그래도 아무것도 모르는 자기 친구한테 저렇게 까지 말할 필요가 있나? 너무하네.

"그래도... 항상 오빠 험담을 하는 키리노는, 어딘가 슬퍼보였어요."

"슬퍼보여? 잘못본거 아니야?"

"아니에요. 이래뵈도 키리노의 제일 친한 친구라구요? 남은 못알아본다고 해도 저는 확실히 알 수 있어요."

아야세는 몇초간 뜸을 들이더니, 다시 말했다.

"키리노는 착한아이에요. 학교에서도, 일을 할때도 가끔 억울하거나, 부조리한 취급을 받아도 사람을 미워해서 험담을 하는 경우는 없었어요. 그런 경우에 오히려 기폭제로 작용해서 더 열심히 하는애에요. 그래서 호기심이 생겼어요. 그런 키리노가 험담을 하는 오빠는 어떤 사람일까 하고."

"..."

갑자기 받은 인생상담이라고 하기에는, 내가 여태까지 받았던 인생상담 중에서 가장 인생상담 같은 무게가 있는 이야기였다. 평소에는 오타쿠 취미를 지켜달라던가, 심야판매회에서 에로게임을 사온다던가, 오타쿠 아이돌의 매니져일을 한다던가 ​그​런​거​뿐​이​었​으​니​까​.​

"외모는 이미지랑은 틀렸어요. 키리노의 오빠라고 하길래, 굉장히 화려할줄 알았거든요."

"하하.."

평범하게 생겨서 미안하네. 오히려 키리노 레벨에 맞는 녀석이 더 이상한거라고.

"그래도 그날 무언가 키리노를 위해서 필사적인 오빠를 보고 이미지대로구나, 라고 생각했어요."

"뭐.. 필사적이긴 했지."

"저는 지금도 오빠 좋아하긴 해요. Love가 아니라 Like지만."

"진짜!? 발전 가능성 있는거야!?"

"없어요."

그래.. 그래도 미움 받지 않는게 어디냐.

"그래서 이야기가 처음으로 돌아오는데요. 저와 키리노가 크게 싸우고, 오빠가 거짓말을 해가면서 까지 화해를 시켜줬잖아요?"

"아 응. 그랬지."

아야세가 최근에까지 나를 ​근​친​강​간​시​스​콘​변​태​로​ 생각한다고 알고 있었지만, 최근에 아야세는 처음 그날부터 내가 거짓말을 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했다.

그래도 나의 취급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적어도 내 명예는 조금 회복됬으니까 이편이 차라리 낫지. 내가 대답을 하자, 아야세는 이번에는 고개를 살짝 숙이고 말했다.

"그 날 이후로.. 키리노랑 더 친해질 수 있었어요. 그때는 아직 자세히 몰라서, 피규어를 보고 '왜 똑같은게 여러개 있어?' 같은 말을 했다가 약간씩 틀어지기도 했지만.. 오빠랑 고른 선물, 키리노가 굉장히 좋아했으니까요. 다시한번 말하지만 그.. 화해시켜준것도 그렇고 선물을 골라준것도 그렇고, 정말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아..응.."

뭐라고 해야되나 이 분위기. 굉장히 갑갑하다. 매일 나를 변태취급하면서 하이킥을 날리고, 방범부저로 때리던 여자애가 솔직하게 감정을 부딪쳐 오는데, 뭐라고 할까.. 나도 기분이 고조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또 하나 달라진게."

아야세는 거기서 잠깐 숨을 크게 쉬더니 다시 말했다.

"키리노가 오빠 이야기를 굉장히 자주 하게 됬어요. '그녀석 내가 소파에 누워있으면 치마속을 보려고 한다. 나한테 너무 집착해서 기분나빠. 진짜 진성 시스콘이라니까. 나 언젠가 덥쳐질거 같아서 무서워.' 뭐 이것도 험담이긴 하지만요."

"하나 확실히 해두겠는데 난 절대로 안그랬다."

아야세는 내 대답에 조그맣게 웃었다.

"그래도, 굉장히 즐거워 보였어요."

"으음... 그냥 욕하는게 즐거울지도."

"정말 그렇게 생각하세요?"

여태까지 먼곳을 보던 아야세는 이번엔 정면으로 나의 눈을 응시해왔다.

​"​모​르​겠​는​데​.​.​.​"​

"하아.."

나의 대답에 아야세는 살짝 한숨을 쉬더니 말했다.

"그럼 만약, 키리노에게 남자친구가 있으면 어떻게 할거에요?"

"엥? 있냐? 남자친구?"

"만약에 있다고 하면 말이에요."

​"​으​음​.​.​.​.​.​.​.​.​.​.​.​.​.​.​.​.​.​.​.​.​.​.​.​.​.​.​.​.​.​.​.​.​.​.​.​.​.​.​.​.​.​.​.​.​.​.​.​.​.​.​.​.​.​.​.​.​.​.​.​.​.​.​.​.​.​팬​다​?​"​

저녀석한테 남자친구라니. 상상이 잘 안되는걸..

"당연하겠지만 키리노 남자한테 인기 엄청 많아요."

"뭐 그거야.. 그렇겠지.."

성격은 개판이어도 외모하나는 뛰어나니까. 아. 그 성격도 나한테만 그러던거였나.

"그런 키리노가 아직까지 남자친구가 없다는거,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으세요?"

"아 저녀석. 어린애는 싫은가봐. 적어도 자기보다 3살 연상이여야 한다던데."

그거때문에 그런거 아니야? 여자애들은 동갑의 남자는 어린애로 생각한다고 한다. 내 반 친구들도 그렇게 생각했다고 생각하니까 소름끼치는데.

"......딱히 학교 친구가 아니더라도, 회사에서 성인들이 대쉬하기도 해요."

"그거 원조교제라고."

"그럼 키리노보다 3살 연상. 원조교제는 아닌 나이가, 몇살인지 아세요?"

"음.. 그거야 고3 이겠지?"

"...이렇게 말해도 모르는 건가요."

'하아.' 하고 아야세는 한숨을 쉬었다. 무슨 이야기야 대체?

"그럼 아까 팬다고 하셨는데, 그건 왜 그런거에요??"

"으음.."

왜 팬다고 했을까. 그 의문을 따라 속에서 여러 생각을 해봐서 가장 맞다고 생각하는 대답을 했다.

"평소에 내가 챙겨주던 아이같은 여동생이, 갑자기 애인이 생겼다니. 오빠한테 허락을 받아야지."

에.. 이거 딸바보 아빠같은 느낌인데.

뭔가 억지성이 강한 이상한 대답이라고 나도 느껴지긴 한다.

아야세는 내 이상한 대답에 웃지도 않고, 나를 다시한번 힘있게 응시하며 말했다.

"그럼 반대로. 오빠한테 애인이 생기면 키리노가 어떻게 할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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