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코믹! 5화
"말도 안돼..."
화면을 보고 놀란 내 입에서 나오는 소리는 당황의 소리 보다는 의문감이었다.
시스칼리의 대전 시간은 한판당 길어봤자 60초 정도다. 게임의 설정에서 최대 시간을 설정할 수 있고, 최대 300초까지 연장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인터넷 대전 같은 경우도 300초까지 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이 대회에서는 전략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인지 게임시간이 300초로 설정되있었다.
지금 화면에 보이는 남은 시간은 115초. 즉. 세나는 저 정도의 실력자 상대로 3분 이상의 장기전으로 깔끔한 승리를 거뒀다는게 된다.
"무슨일이에요 매니져?"
그런 나를 걱정하는 듯한 브리짓은 보는 쪽이 애절할 정도의 표정으로 나에게 물었다.
"아 응. 별거 아니야. 게임 내용이 궁금해서 그런거니까"
"?"
브리짓은 별거 아니라는 말에 다시 표정이 환해졌다. 정말, 나중에 아이를 가진다면 이런 딸을 낳고 싶네. 그런 생각을 하며 무대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세나가 스태프에게 무언가를 받으려고 하는 모습이 보였다.
...브리짓을 저 부녀자의 화신같은 여자와 만나게 하는거 자체가 불안하다. 어느정도 상식이 있는 세나라고 해도 BL에 관련되면 꼭지가 돌아버리고. 일단 브리짓과 카나코를 이곳에서 멀리 떨어트려 놓자.
"저 매니져!"
"응? 왜?"
내가 먼저 말을 꺼내기 전에, 꼬리를 힘차게 흔드는 듯한 강아지같은 모습의 브리짓이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그럼 적어도 매니져의 동료 소개시켜주세요!"
"아 그..."
또 다시 브리짓에게 거절의사를 표현하는게 정말 가슴이 아팠지만, 정말 어쩔 수 없다. 지금도 무대 위에서 뱃지를 흔들며 자랑하는 세나는 착실히 브리짓이 부녀자가 되는 길에 가까워 지고 있었다.
"그것도 무리! 에.. 말을 할 수는 없지만, 저 위에 있는 녀석하고 너네를 만나게 하면 곤란하니까 말이야.. 오늘은 일단 여기까지로 응? 어떻게 안될까?"
내가 말하면서도 가슴이 찢어질듯한 이 말을 얼마나의 각오로 말했는지 모를꺼야... 하지만 그 말을 한 직후 나는 완전히 패닉에 빠졌다.
...브리짓이 그 큰 눈에서 소리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입을 다물고 주룩주룩 이라기 보다 뚝뚝 눈물을 흘리는 브리짓에게 나는 엄청 당황하며 말했다.
"에!? 브리짓!? 왜 그래!?"
"......"
"너 꼬마애 울리고 말이야..."
소리도 없이 눈물을 뚝뚝 흘리는 브리짓의 얼굴을 손수건으로 닦아주며 카나코가 나를 야유했다.
"매니져는..."
눈물 때문에 눈망울이 더 촉촉한 브리짓은 꽤나 슬픈 표정으로 나에게 말했다.
"매니져는... 저.. 싫어해요..?"
"그럴리가 있냐! 너같이 좋은 녀석 얼마나 된다고!"
브리짓을 싫어하는 사람이 존재나 할거같냐! 있으면 나와봐! 내가 날려버릴테니까!
"그럼... 좋아해요..?"
"아아 물론이지! 나는 브리짓 엄청 좋아하니까 말이야. 오히려 너가 날 미워하면 곤란한다고!
아까의 내 이유를 알 수 없는 말에 상처를 받았겠지. 아무리 브리짓을 위하는 일이라고 해도 나도 충분히 인지하고는 있었고.
나는 엄청나게 필사적으로 브리짓의 울음을 멈추려고 손짓발짓까지 다해가며 패닉에 빠져 있었다.
"지금은 사정을 설명할 수 없지만, 나중에 브리짓이 좀 더 크면 이야기 해줄테니까!"
그래. 적어도 부녀자의 세계에 내성이 생길 정도의 나이가 되지 않으면 곤란하다고.. 잠시 초등학생한테 BL을 권유하는 세나의 모습이 상상됬기에 소름이 돋았다.
그러자 브리짓은 거짓말같이 울음을 멈추고 한번 훌쩍거리더니, 아까보다 더 환한 미소로 방긋 웃으며 말했다.
"네! 저도 매니져 엄청 좋아하니까요!"
후.. 어찌되던 오해는 풀었나 보다. 눈앞에서 초등학생 여자애가 울면은 여러 의미로 위험하다고. 내 자신이 엄청나게 죄책감에 빠지는것도 그렇고, 주위에서 노려보는것도 그렇고..
나는 얼굴에 난 식은땀을 손으로 훔치면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아... 너 그거, 천성이구나..."
옆에서 지켜보던 카나코는 팔짱을 끼고 엄청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에? 또 뭐가 문젠데 그래?
나의 필사적인 설명에, 어떻게든 납득한 브리짓은 카나코와 손을 잡고 '그럼 내일 봐요 매니저!' 라며 손을 흔들며 시야에서 사라졌다. 어떻게든 세나와 대면하게 하는 상황은 회피했다.
"헷헤~ 어때요 코우사카 선배?"
브리짓이 사라지고 나서 거의 바로 내려온 세나는 환한 얼굴로 본선진출 이라고 써져있는 뱃지를 나에게 보이며 말했다.
"그렇게 말해도 경기는 못봤는데..."
"에!? 왜 못봤어요?"
"아는 사람들이랑 이야기좀 한다고. 그런데 저 스태프 상대로 꽤나 여유롭게 이겼더라? 어떻게 한거야?"
"그게 말이죠. 아"
세나는 자랑스럽게 나에게 설명을 해주려다가
"후후후.. 조금 있으면 알게 될거에요"
카나코가 씌인듯한 소악마같은 웃음을 보여줬다.
그렇게 마저 시간이 흘러 1시 30분. 본선의 시작.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이후로도 괴물같은 실력의 스태프를 쓰러트린 사람은 추가로 등장하지는 않아서 세나와 쿠로네코의 1:1 대결이 됬다. 스태프는 게임하는 내내 등을 굽히고 침울한 표정이었지만 손만큼은 빠르게 움직였다.
"흐응, 저 여자 합격했나"
"언제왔어?"
"방금"
쿠로네코는 언제 왔는지 마치 원래부터 거기 있었다는 양 내 옆에서 말했다.
"그럼 대망의 본선! 본선 진출자는 무대로 올라와 주시기 바랍니다!"
아까까지 무대위에서 진행을 하던 스태프의 말에 쿠로네코와 세나는 무대위로 걸어올라갔다.
"잘 하고 와라"
"아라 당신. 내가 누군지 잊었어?"
쿠로네코는 씨익 웃으며 그렇게 대답했다. 쿠로네코와 세나가 양쪽 컨트롤러에 자리를 잡으니, 스태프가 게임진행에 대해 설명을 해줬다. 뭐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한 말이 대부분이지만 직접적인 설명은 3판 2선승제 라는것.
회장에서의 사람들은 웅성웅성대며 꽤나 기대를 하고 있는 듯 했다. 그것도 그럴것이 그 스태프를 상대로 양쪽다 여유롭게 이겼으니까 당연한건가.
게임이 시작되고 케릭터 선택창에서 남은 시간이 표시되지만 양쪽 다 케릭터를 고르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아마 심리전인듯 하다.
10초 정도 시간이 남았을때, 2p 라고 써져있는 파란색 네모칸이 빠르게 움직이더니 케릭터를 선택했다.
'저건...'
웅성웅성. 회장안이 한층 더 술렁였다. 그도 그럴 것이, 세나가 먼저 고른 케릭터는 시스칼리 내에서도 금지케릭터라고 말할 정도로 밸런스가 나쁜 케릭터였다.
초록색의 망토에 장미 가시로 만든듯한 채찍을 들고있는 이 케릭터는 주로 강력한 원거리 공격을 하면서 바닥에 가시모양의 트랩을 깔고, 전후방으로 빠르게 도약하는 기술이 있는 등. 괴랄한 케릭터였다.
...뭐 손에서 불을 뿜는 녀석이 나오는 게임이나, 4대째 부자싸움을 하는 유명한 격투게임에서도 밸런스가 안맞는 마당에 이런 여동생 격투물이 밸런스적으로 완벽할리도 없겠지만.
그때 1p 라고 써져있는 빨간색 네모칸이 움직이더니 케릭터를 선택했다. 또다시 회장안은 술렁였다. 그도 그럴 것이 쿠로네코가 선택한 케릭터는 검은색 드레스를 입은 여동생 케릭터.
언젠가 사오리의 자작모듈을 써서 쿠로네코 모습으로 만들었던 베이스가 되는 케릭터다. 흑마법으로 자신을 강화하는 근접위주의 케릭터. 성능은 그리 좋은 편은 아니라는게 일반적인 평이다. 분명 쿠로네코는 약한 케릭터로 이기는게 기분좋다. 라고 했었던것 같았는데.
"셋.. 둘... 하나.. 스타트!"
로리한 나레이션의 목소리에 게임이 시작됬다.
시작하자마자 근접하려는 쿠로네코의 케릭터와 그 자리에 가시로 만든 트랩을 깔자마자 뒤로 크게 후퇴도약하는 세나의 케릭터.
그리고 그것을 예상했다는 듯 속도가 증가하는 강화기술을 걸고 끈질기게 쫓아가는 쿠로네코와, 그것을 뿌리치듯 끈질기게 도망가면서도 쫓아오는 적에게 기습을 하는 세나였다.
그런 공방전이 벌써 120초째. 고속이동 스킬의 부재로 쫓아가는게 힘든 쿠로네코는 세나의 노련한 유인플레이와 케릭터의 성능 차이로 서서히 체력게이지를 갉아먹히고 있었다.
어떻게든 세나를 화면의 끝 벽까지 몰아넣은 쿠로네코는 세나에게 빠르게 대쉬를 하는듯 하더니-
뒤로 매우 크게 도약했다.
그 순간 세나의 케릭터는 벽에서 몰려있는 상황에서 탈출하려고 앞으로 고속이동 기술을 사용했고,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그 뒤에 착지한 쿠로네코의 풀콤보가 작렬.
"우오오오오오! 말도 안돼!"
"만약 저기서 로즈댄싱이 나왔으면 완전 말렸던 거잖아!"
"저 고스로리 여자 누구야!?"
풀콤보가 작렬하는 동안 회장은 엄청나게 시끄러워 졌다.
여태까지 쿠로네코에게 쫓기면서 어느정도 체력게이지가 떨어져 있었던 세나였기에, 마치 계산이나 한듯이 딱 맞게 체력이 떨어지는 풀콤보를 맞은 세나의 케릭터는 행동불능. 첫번째 판은 아슬아슬하게 쿠로네코가 승리했다.
"셋.. 둘... 하나.. 스타트!"
다시 로리한 나레이션의 목소리에 게임이 시작. 아까와 같이 속도가 증가하는 강화기술을 걸고 쫓아가는 쿠로네코와 그것을 떨쳐내려는 세나의 공방전.
세나의 전술에 어느정도 익숙해졌는지, 쿠로네코는 필요 최저한의 움직임을 보이면서도 도망가는 세나의 기습에 의연히 대처하는등. 정말 반응속도 하나만은 대단하다.
멀리서 표정을 보니, 어느정도 여유있는 쿠로네코와는 달리 세나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초조한 모습이었다.
아까판과는 반대로 세나의 케릭터가 말려죽을것 같을때, 어느정도 거리를 벌린 세나가 여태까지 모아둔 필살기 게이지를 '로즈댄싱'이라는 이름의 후 딜레이가 거의 없는 채찍질의 필살기로 난사했고, 아슬아슬하게 승리했다.
"우와.. 치사해!"
"근데 확실히 잘하기는 한다"
약간의 웅성거림과 함께 마지막 라운드가 시작. 양쪽다 1승을 했으므로 마지막 판이지만, 아까의 필살기 난사로 게이지가 0개인 세나와 다르게 쿠로네코는 5개 모두 꽉 차있었다.
게이지가 드는 강력한 강화기술을 자신에게 걸고 밀착하는 쿠로네코. 그리고 그것을 떨쳐내도록 도망가는 세나. 어떻게 보면 세나의 플레이는 보는 사람도 재미가 없고, 치사하다고 볼 수 있었지만 쿠로네코와 달리 화려하지는 않지만 분명 효과적인 전술이었다.
게다가 필요에 따라 근접공격을 하는 세나는 그 실력 때문에 그런 치사한 플레이라고 보기도 힘들었다.
서로 비슷한 체력게이지를 가지고 시간이 꽤 흘러 누가 이길지 모르는 상황에, 드디어 쿠로네코가 크나큰 미스를 범했다.
"!!!"
회장은 순간 쥐죽은듯 조용해졌다. 그것도 그럴 것이, 여태까지 쿠로네코가 자신의 기술로 상쇄하거나, 지속시간이 끝났을때야 움직이며 최우선적으로 피하던 가시트랩을 밟았다.
아무리 스틱을 흔들면서 난타해도 최소 2~3초는 기절하면서 무방비가 되는 저 트랩이야 말로 세나가 고른 케릭터가 밸런스를 붕괴하는 원인이었다.
여태까지 감질나게 공격하던 세나는 마치 먹이의 목을 물어뜯은 맹수의 표정이 되더니, 거의 바로 조건한정 필살기인 '로즈드랍'을 사용했다. 대상의 머리 위에서 엄청난 크기의 가시지옥이 떨어지는 이 기술은 아까의 로즈댄싱과는 다르게 발동속도도 엄청나게 느리고, 후 딜레이도 엄청나게 크지만 트랩을 밟아 기절하고 있는 쿠로네코는 피하는것도 반격하는것도 불가능하다.
그 찰나의 순간 쿠로네코의 표정을 보니 아직도 여유 있는 얼굴로,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무언가 말을 하듯 입이 움직였다. 저 입모양은..
'...물러?'
세나의 필살기가 완성되기 전, 트랩을 밟고 1초도 안되는 시간에 쿠로네코의 케릭터가 번쩍이더니 가시트랩에서 해방됬다.
"와아!!!!!!!!!!!!!!!!!!!!!!!!!!!!!!!!!!!!!!!"
순간 귀청이 터질듯이 회장안이 시끄러워지고, 모션이 큰 필살기를 시전중인, 무방비한 세나의 뒤로 돌아가서 다시 필살기의 풀콤보가 작렬. 세나의 케릭터는 깨끗히 절명했다.
쿠로네코의 케릭터가 검은 드레스를 팔락거리며 오만한 웃음을 지으는 승리모션이 끝날쯔음. 세나가 스틱을 팡! 치며 일어나더니 쿠로네코의 컨트롤러 앞까지 성큼성큼 걸어가더니 소리질렀다.
"대체 뭐에요 그 기술은!!?"
"당신의 케릭터가 썻던것과 같은 조건한정 필살기. 게이지를 3개나 잡아먹긴 하지만 자신에게 걸린 상태이상을 전부 무효화 하는 기술이야"
자신도 일어나며 자기가 골랐던 검은드레스의 케릭터와도 같이 당당한 쿠로네코였다.
그도 그럴것이, 저 기술은 기절이나 감전, 중독을 푸는 급한 스킬인 주제에 게이지를 3개나 먹고, 커맨드도 무척이나 난해하고 어려워서 실전에서 쓰는 사람은 거의 없다한 기술이었다.
세나는 납득을 했는지 안했는지, 그냥 무대아래로 내려와버렸고 당황한 스태프는 급하게 쿠로네코가 승리했다는 멘트와 함께 상품을 수여. 쿠로네코도 무대위에서 내려왔다.
"고코우 당신. 대체 정체가 뭐에요?"
먼저 내려와서 기다리고 있던 세나가 그렇게 묻자, 쿠로네코의 대신이라고 할까 나는 들었던 대로 말해줬다.
"무척이나 유명한 게이머라고 하던데, 혹시 알아? 마츠도 블랙켓인가. 세계대회에도 몇번 나갔다고 하던데."
"...마츠도? 에? 에에에에에에에!???"
거기서 세나는 쿠로네코의 양 어깨를 콱 하고 붙잡더니
"당신이 마츠도 블랙켓이라고요!!?"
"그, 그래. 뭔가 문제라도?"
쿠로네코의 양 어깨를 잡고 부들부들 떨며 말하는 세나의 압력에 쿠로네코는 약간 겁을 먹은듯 보였다.
세나는 쿠로네코의 어깨를 붙잡은 상태에서 고개를 푹 숙이고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거야.. 세계대회급의 유저가 자신을 농락한거니까 화가 난걸까..
"고코우!!!"
그렇게 소리지르며 고개를 팍! 하고 올린 세나의 표정을 보고 쿠로네코는 힉! 하는 소리를 냈고
"...싸인 한장만 해주세요..."
"하?"
쿠로네코의 얼빠진 표정은 처음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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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죽얼 공저 산죽얼 철수 만반 공저 철수 산죽얼 조사 침사 비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