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코믹! 6화
"어? 뭐야 세나가 이겼냐?"
쿠로네코가 세나에게 찝찝한 표정으로 싸인을 한장 해준후 우리의 부스로 돌아오자 가장 먼저 부장이 반응했다.
"아뇨~ 제가 졌어요~♪"
"으... 패배한 개는 이 여자인데 왜 내가 이런 기분이.."
"하하.. 그래도 이긴건 너니까"
그거야 뭐, 자기가 존경하던 사람한테 싸인을 받았으니 기분이 당연히 좋겠지.
뭔가 굉장히 기분이 언짢아 보이는 쿠로네코를 달래고 있으니 뚱보들이 부스를 정리하는 r것이 보였다.
"...설마 다 팔렸어요? 그거.."
"응? 아니아니 설마 그럴리가 있겠냐"
내가 굉장히 불안한 음색으로 묻자, 다행히도 그건 아닌듯, 부장은 얼굴앞에서 손바닥을 흔들면서 부정하더니, 이내 한쪽 구석을 가르켰다.
"응? 에... 마, 마카베!? 어이! 너 괜찮냐!?"
그 한쪽 구석에는 안색이 창백한 마카베가 실이 끊어진 마리오네트 인형처럼 앉아있었다.
"저녀석이 중간에 뻗어버려서 말이지. 이것으로 우리 게임 연구부의 써클참가는 종료다"
"그럼 당신이 팔면 되잖아!?"
마카베..! 너의 희생을, 무의미하게 만들지 않겠어..!
"그럼 코우사카가 파는걸로"
"네 빨리 집에 가죠"
나도 이것저것 짐을 챙기는 것을 도와주며 말했다. 미안하다 마카베...
"그런데 쿠로네코"
"...왜?"
"그 피규어는 어떻게 할거냐?"
그거 되게 비싸다고 하던데.
"...여동생 줄거야"
"응. 그래"
나는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뭐 쿠로네코라면 그렇게 말할 줄 알고 있었다고.
"뭐야? 그 기분나쁜 웃음은"
"아니 뭐랄까~ 너같은 언니가 있으니 참 부럽다 싶어서"
"흥.. 동생이란건, 정말 귀찮을 뿐이야"
솔직하지 못하긴, 저번에 어쩌다가 쿠로네코의 집에 갔을때만 해도 여동생들의 쿠로네코 신뢰도는 거의 부모자식 레벨이었다. 우리 남매랑은 비교도 안될정도라고
"...나는, 그 여자가 부럽지만, 어떻게 보면 지금이 다행일지도 몰라"
그러면서 쿠로네코는 자신감 없다는 듯 조그마한 목소리로 말했다.
뭐 평소처럼 의미를 알 수 없기에, 나는 뚱보들을 도와 부스를 정리한후 마카베의 뺨을 치며 깨웠다.
"어이 마카베"
"........중얼중얼"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는 마카베에게 옷이 젖지 않을 정도의 물을 끼얹으니
"히,히익!"
벌떡 일어나면서 이상한 소리를 냈다. 게임 연구부의 유일한 정상인이자 쿨가이인 마카베는 이미 존재하지 않았다.
"...수고했다."
"코우사카 선배..."
방금 의식이 각성해서 멍한 마카베에게 나는 최대한의 존경을 담은 눈빛으로 말했다.
... 뭐 적어도 반은 내 탓이었겠지만
그렇게 게임 연구부는 세나를 제외한 다른 부원들은 코미케 2일차의 BL 작품에는 관심이 없기에 오늘은 이만 해산. 여담이지만 꽤 흑자가 나왔다고 한다.
집이 같은 방향인 쿠로네코와 전철을 타고 이동해서 코우사카가와 엇갈리는 갈랫길까지 도착하니 문뜩 생각나는게 있었다.
"그런데, 그... 키리노 녀석 속이는건 언제 시작할거냐?"
"글쎄."
쿠로네코는 그런건 아무런 상관 없다는듯. 즉답했다.
"그러냐?"
뭐 거의 전적으로 쿠로네코에게 휘둘릴 작전이기 때문에, 쿠로네코의 생각대로 따라 가야겠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왼쪽 귀에 따뜻한 바람이 불어왔다.
"힉!?"
"그럼"
갑자기 귀에 낯간지러운 바람이 불었기에 이상한 소리를 내며 고개를 돌리니. 쿠로네코가 빨개진 얼굴로 말했다. 설마 불은거야 지금!?
"그럼 지금부터. 라는걸로..."
"에?"
"앗 그.. 자,잘가 선배!"
그렇게 말하며 뛰어가는 쿠로네코를 보며 나는 간질간질한 왼쪽귀를 손으로 감싼 상태로 서있었다. 무지하게 부끄러운데 이거...
그런 느낌으로 다음날 코미케 3일째
"더워어어어..."
"벌써부터 기운 빠져서 어쩌겠다는 거야?"
"난 어제도 왔었다고..."
"하핫! 확실히 무지하게 덥긴 합니다"
쿠로네코와 사오리, 그리고 키리노와 함께 빅사이트에 도착했다.
써클참가용의 줄로 들어갈때 키리노 녀석은 일반참가에 서 있는 사람들을 바보취급 하는 말을 했지만 뭐 나도 비슷한 느낌이었으니까 어쩔 수 없나.
"이게 우리의 부스인가..."
어제도 '우리의 부스' 였었지만, 직접 참가했다는 의미가 있어서 그럴까 왠지 감회가 새로웠다.
"엄청 좋은 자리네..."
"흐응, 그래?"
"소인, 벽 써클도 노려봤습니다만 확실히 거기까지는 무리였습니다"
키리노와 나는 자세히는 모르지만, 쿠로네코의 말대로 그렇게 엄청 구석진 자리라던가 그런 자리는 아니었다. 그런 대화를 하며 부스 세팅이 완성될쯔음
"9시 30분이 되면 혼잡해지니 그 전에 관심있는 팀에게 인사를 하러 가는게 좋소이다. 키리린씨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일러스트레이터라던가 있습니까?"
"응? 그거야 물론 있지!"
"그럼 여기는 나랑 선배한테 맡겨두고 갔다오지 그래?"
"아아 그래. 가서 싸인이라도 받고 오라고"
뭐 쿠로네코 말대로 그쪽 방면에 연줄이 있는 사오리가 같이 가는게 좋겠지. 키리노 녀석은 당연히 좋구나 하고 수락할줄 알았지만
"...됬어"
왠지 조금 기분이 나빠보였다.
...그날인가?
뭐, 키리노가 거절했기에 사오리는 아는 지인들과, 주변 마스케라 부스를 돌며 인사를 하고 있었다.
"에.. 나는 그럼 옷 갈아입고 올테니까"
뭐 저번 쿠로네코의 작전대로 나는 홍보담당. 그냥 오전내내 코스프레 광장을 돌아다니기만 하면 되는, 비교적 쉬운 임무였다.
그렇게 말하며 자리를 뜬후 지정된 장소에서 옷을 갈아입었다. 화장실 같은데서 갈아입을까 생각도 했지만 똑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아서, 지정된 장소 이외에는 탈의가 불가능 하다고 한다.
싯코쿠 의상으로 옷을 갈아입고 나와서 거울을 보는데, 음.. 확실히 화장하는게 훨씬 낫다... 그렇게 우리의 부스로 돌아오니, 사오리는 인사를 다 끝마치고 돌아와 있었다.
"자~ 그럼 화장은 소인들에게 맡겨 주시고!"
그런말을 하며 키리노와 사오리가 챙겨온 화장도구로 메이크업을 받았다. 기본적으로 화장에 조예가 있는 키리노와, 정체를 알 수 없는 아가씨인지 화장기술이 뛰어난 사오리에게 메이크업을 받으니 전문가에게 받은듯, 저번과 비슷한 이미지로 완성됬다. 빨간 써클렌즈까지 끼고 싯코쿠 코스프레 완성.
"에.. 그럼 나는 코스프레 광장에서 대충 돌아다니다가 올테니까"
"선배 잠깐"
"응?"
그렇게 말하며 쿠로네코는, 내가 요번에 촬영을 하기 위해 산 디지털 카메라를 꺼냈다. 뭐 촬영 후에 여러가지 작업에 대해 용이하게 쿠로네코에게 맡겼던 거지만... 그리고 사오리에게 넘기며
"기념으로 한장 찍을게"
그렇게 말하며 내 옆에 밀착했다. 쿠로네코는 오늘도 고스로리 복장으로, 어제의 고스로리복과는 미묘하게 달랐다. 아.. 어제거가 사복이고 오늘 입은게 퀸오브나이트메어의 코스프렌가 으음..
"아 네 그러면 찍습니다~ 하나 둘~"
"뭐야뭐야 사진찍어? 그럼 나도"
찰칵
기막힌 타이밍에 나를 가운데 두는 형식으로 키리노가 끼어들었다.
"칫.. 이 스위트녀가.."
"왜? 무슨 문제라도 있어어어~?"
뭔가 어미가 늘어지는 키리노를 두고 신경이 불편해보이는 쿠로네코를 두고 "너희들 오늘만은 싸우지 마" 같은 말을 하고 (물론 쓸모 없겠지만) 코스프레 광장으로 이동했다.
'뭐 적당히 관광한다고 생각할까...'
다른 사람들 코스프레나 구경하면서 놀면 되겠지. 하지만 아직 의욕이 없기에 그늘이 있는 밴치에 앉아있었다.
"저.. 사진 한장 찍어도 괜찮을까요?"
"아 네"
왠지 카메라를 들고 쭈삣쭈삣 서있는 평범한 (내 눈이 올라갔는지 뭔지는 잘 모르겠다) 여학생이 그렇게 부탁했기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일, 1기 엔딩 포즈 부탁해요!"
그런 주문에 내가 되게 진지한 표정으로 (이미 이건 옛날 키리노 앞에서 했으므로 면역이 생겼다) 자세를 잡으니, 여학생은 사진을 찍고나서
"감사합니다!"
하고 갔다.
뭐 이런 느낌이면 나쁠지 않을지도 모르겠네.
그렇게 몇사람에게 더 포즈를 잡아주고, 시간이 어느정도 흐르니 광장에 엄청 사람이 많아졌다. 뭐 중간중간에 멀리서 도촬하는듯한게 보였지만 아무래도 상관은 없어.
"사진 한장 괜찮을까요?"
"아 네"
그런 음색에 고개를 돌리니, 마스케라의 퀸오브나이트메어의 코스프레를 한 여성이 서있었다. 나이는 한 20대 중반쯤 될까, 원래 퀸오브나이트메어란 케릭터가 성숙한 케릭터므로, 쿠로네코의 코스프레보다 어울리다면 어울렸다. 미인의 소재로서는 확실히 쿠로네코보다야 떨어지지만.
여성은 그런말을 하며 자신의 동료인듯한 남자에게 카메라를 넘기고 (남자는 싯코쿠의 코스프레를 하고 있었다) 내 옆으로 와서 당당히 팔짱을 끼었다.
순간 엄청 놀랐었지만, 코스프레 의상 때문에 담력이 올랐다고 할까, 의연하게 대처하고 평범하게 사진을 찍었다.
찰칵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이거 괜찮으면 드세요!"
여자는 그렇게 말하며 남자가 가지고 있는 가방에서 차가운 포카리를 꺼내서 나에게 줬다.
"아 네.. 잘먹을게요 감사합니다"
목마르고 더웠기에 럭키! 좋은 사람이네.
자신의 동료와 같이 가면서 이쪽에 팔을 흔들며 웃고 있는 여성 옆에, 남자는 관자놀이를 움찔움찔대며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애인사이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