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쿄우스케는 코스튬 플레이어


Original |

Wala 1화


"아 그, 안녕"

"…응"

약속시간인 1시 보다 30분 빠른 12시 30분. 나름 일찍 왔다고 생각했지만 상대는 이미 먼저 기다리고 있었다.

"어, 언제왔어?"

"방금왔으니까 걱정마"

아키하바라 근처 번화가. 그 가운데에 있는 커다란 시계 앞에 쿠로네코는 등을 기대고 서있었다.

하얀색 반팔 티 위에 검은색 캐미솔. 그리고 짧은 파란색 반바지에 검은 오버니삭스를 입고 있는 쿠로네코는 내가 평소에 봤던 고스로리, 가끔 봤던 원피스류의 청초한 옷과는 다른, 굉장히 귀여움이 강조된 옷이었다.

정말… 쿠로네코 본인의 소재가 훌륭한건 원래부터 알고 있었지만, 평소의 그런 코스프레 말고 이런 평범한 옷을 입고 돌아다니면 독자모델 제의라도 들어오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귀​여​웠​다​. ​

실제로, 주위를 지나가는 남자들이 쿠로네코쪽을 힐끔힐끔 보면서 지나가는걸 쉽게 볼 수 있을 정도였다.

"…왜 그래?"

잠시 멍한 나의 표정을 봤는지, 쿠로네코는 약간 걱정스럽다는 얼굴로 나를 올려보며 말했다.

"아니 그… 잘 어울린다 싶어서…"

거기서 쿠로네코는 얼굴을 붉힌채로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

"응… 그럼 갈까, 쿄우"

아, 그런 룰도 있었지… 마나미와는 다른 울림에 순간 두근거렸지만. 나는 부끄러움을 감추기 위해 검지로 얼굴을 긁적이며 말했다.

"알았다구, 루리"

누가 봐도 사이좋은 바보커플로 보이겠지.

우리가 왜 갑자기 이런 닭살돋는 데이트를 하는가에 대해 설명하려면, 어제 밤으로 돌아간다.

**



"데이트!?"

「소리가 커 선배」

"아 응, 미안"

쿠로네코의 작전개시 소리를 듣고나서 몇초후 키리노가 '언제까지 기다려야 되는거야!' 라고 소리를 질렀기에, 어쩔 수 없이 대화는 그곳에서 종료됬었다.

그렇게 사오리와 쿠로네코와 헤어지고, 왠지 기분이 안좋아 보이는 키리노를 달래려고 '오전에 나 없을땐 뭐했어?' 같은걸 물어봤지만 오히려 기분이 더 안좋아졌기에 포기. 그 후론 별 대화 없이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저녁을 먹고 샤워를 한 뒤 내 방에 돌아와서 쿠로네코에게 전화를 해서 자세한 내용을 물어봤는데 돌아온 대답은 '내일 데이트를 한다' 였다.

「그 여자가 옆방에 있으면 들었을 수도 있겠네」

"아… 그건 확실히…"

방의 자물쇠가 고장난것도 그렇지만, 나의 방과 바로 옆인 키리노 녀석의 방을 막는 벽의 방음상태는 거의 없다싶히 했다. 정말 나는 눈꼽만큼도 프라이버시가 없구만.

여담으로 방에 자물쇠를 달아달라고 어머니에게 말을 하니, 어머니가 묘한 웃음을 지으면서 '책 보는데 방해되니?' 라고 말하셨다. 무슨 소린가 했지만… 그거밖에 더있나… 뭐 그런게 아니라는 무언의 투쟁으로, 그 이후에는 자물쇠 이야기는 하지도 않는다.

「흥… 그런건 아무래도 좋아. 어찌됬던 내일 1시. 시간 없어도 만들어」

"어 응… 그런데 쿠로네코, 꼭 데이트 할 필요 있는거야?"

그 가짜인데… 라고 말을 꺼낼 용기는 왠지 들지 않았다. 뭐라고 해야되나 좀 복잡한 기분이네 이건

「아라, 선배는 혹시 그 메루루녀는 괜찮고 나는 안괜찮다는 걸까, 이 로리콘」

"그걸 아직도 담아두고 있냐!"

하아… 이런식으로 나와버리면 내가 할 말이 없어지는구만. 나는 화재를 전환하려고 헛기침을 한번 하고 말했다.

"크흠… 여튼 그럼 내일, 아까 말한 그 장소로 가면 되는거지?"

「그걸로 좋아. 다만 선배, 그때 했던 계약의 내용. 확실히 기억하고 있을까? 계약은 절대적. 혹시나 실수를 한다면 온몸의 구멍이란 구멍에서 피를 토하며 죽게 될거야」

"뭐… 기억하고 있어"

「그래…」

쿠로네코는 굉장히 온화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리고

「그럼 잘자, 쿄우」

"뭐!?"

뚜- 뚜-

그 말을 끝으로 쿠로네코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이녀석…"

나는 그 자리에서 핸드폰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번뇌하고 있었다.

**

그런 이유로 다시 현재.

"…"

"……"

필시 다른사람들이 보기에는 사귄지 얼마 안되는 풋풋한 연인으로 보일까, 나와 쿠로네코는 서로 얼굴을 붉히며 아무말 없이 걸어가고 ​있​었​다​. ​

"그… 어디 가고싶은 곳이라도 있어?"

"별로… 어디든지 좋아"

그리고 다시 침묵. 크윽… 이 어색한 분위기를 어떻게든 해야될것 같은데…

"쿄우"

"어, 응? 왜 그래 루리?"

쿠로네코는 나를 부르고 나서, 한쪽 손을 입가에 가져가고 고민하는듯 보였다. 그리고

"연인처럼 보여야 하니까, 그… 소,손이라도 잡으면…"

"오,오우!"

그렇게 말하며 나는 긴장해서 뻣뻣해진 몸을 삐걱이며 손을 내밀었다.

"…"

쿠로네코는 내가 건낸 손을 한참을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이내 그 손을 잡았다. 쿠로네코의 작은 손의 부드러움에 잠시 놀랐다. …여자의 손이라는거 이렇게 부드러운건가…

"영화라도 보러 갈까?"

"상관없어"

그렇게 손을 잡고 영화관으로 출발. 도착후 어떤 영화가 상영하나 둘러봤더니 '메루루 극장판' 이라는 녀석이 보였다. …아쉽게도, 내가 알기론 마스케라는 아직 극장판이 안만들어졌다. (어른의 사정이라나 뭐라나)

"에… 괜찮으면 저거 볼까?"

여동생이 메루루를 보면서 그쪽에도 나름 관심이 생긴 쿠로네코고, 아무래도 영화보다는 애니쪽이 우리한테는 잘 맞을것 같기에 물어봤다.

"오늘의 나는… 칠흑의 쿠로네코가 아니라 고코우 루리… 쿄우가 좋다면야 보겠지만…"

"그, 그럼"

다른 영화라고 해도 실컷 총쏘고 폭발씬이 대부분인 서양영화와 로맨스 영화밖에 보이지가 않는다.

"이, 이거 볼까…?"

한참을 고민하다 내가 고른 영화는, 국내에서 만들어진 로맨스 영화. 아마 새집으로 이사간 여자가 그 전에 살던 사람이 남겨둔 일기를 보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응"

쿠로네코의 대답에 매표소의 누나에게 표를 구매하는데 그쪽 누나가 히죽 하고 웃는걸 보고 그때서야 아직도 손을 잡고 있는걸 자각했다.

"하하…"

"……

매표소 누나의 시선에 나는 멋쩍게 웃었고, 순간 내 손을 잡고 있는 쿠로네코의 손에 힘이 더 들어간것 같았지만, 미묘한 차이므로 잘 알 수 없었다.

**

"그럼 뭔가 단거라도 먹으러 갈까?"

"응… 좋아"

영화를 보고 밖으로 나오고 다음 행선지는 그렇게 정해졌다.

그리고, 혹시나 이 글을 보는 사람들은 여자랑 같이 로맨스 영화를 보는건 왠만하면 포기해줬으면 한다. 영화 내용도 너무 달달해서 나랑 맞지 않는것도 있지만, 주변에는 온통 연인이나 여자들 뿐이어서 엄청 불편했다. 쿠로네코는 나름 재밌게 본거 같으니 다행이지만.

그렇게 도착한 곳은 처음에 카나코가 끌고갔던 유명한 파르페 가게. 어찌됬던 이 가게에는 여러모로 신세를 자주 지는것 같다. 나도 가끔 먹기에는 나쁘지 않고.

"어떤거 먹을래?"

나는 메뉴판을 보며 쿠로네코에게 물었다. 나는 솔직히 이거나 저거나 그게 그거같아서 뭘 먹어도 상관 없지만, 여자들은 단거에는 예민하다고 하니까

"그럼… 이거로…"

그러면서 쿠로네코가 손가락으로 가르킨건

"에… 진심?"

뭔가 다른것보다 사이즈가 큰듯한, 숟가락이 2개가 꽂혀있고, 그 옆으로 빨대가 2개 꽂혀있는 음료가 있었다. 흔히말하는, 커플용 파르페.

내 걱정스러운 물음에 쿠로네코는 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무리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지만"

그저 연기일 뿐인데, 왜 이렇게 까지 고난이도의 코스를 요구하는지 모르겠기에, 그렇게 묻자 쿠로네코는 그렇게 대답하며 손가락으로 나의 뒤쪽을 가르켰다.

"응?"

나는 종업원이 건내준 물을 마시며 뒤를 돌아보니

"그래도 땀내 쩌는 놈들이 악수라도 해달라고 하면 걷어차고 싶어진다니까"

"우우… 팬들한테 그런말 하면 안돼…"

"아앙? 너는 악수가 아니라 포옹이라도 해줄 수 있을것 같다?"

"히잉…"

내 두칸 뒤 대각선 방향에, 카나코와 브리짓이 재잘거리며 파르페를 먹고 있었다.  

"콜록 콜록!"

마시던 물을 차마 쿠로네코에게 뿜을순 없기에 어떻게든 삼키려고 하니 성대하게 사레가 걸려버렸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 소리에 뒤돌아본 카나코와 브리짓과 눈이 마주쳤다.

"매니져!?"

"너,너 여기서 뭐하는 거야…?"

파르페 가게에서 파르페 먹지 뭘 하겠냐. 뭔가 카나코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여길 보고 있고 브리짓은 싸움이 나기 직전 말리려고 하는 친구처럼 안절부절 하고 있었다.

"(히죽)"

"에?"

순간 뒤통수에서 찌릿하며 들려오는 희미한 웃음소리에, 다시 고개를 돌려 정면을 보니 쿠로네코가 여태까지 본 표정중 가장 악마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머 쿄우♡ 저 여자 누구~? 우리 데이트 방해하는걸까? 아, 혹시 옛여자? 자기 못됬다♡"

"무척이나 데자뷰가 느껴지는뎁쇼!?"

거기서 쿠로네코는 테이블에 양 팔꿈치를 데고, 양 손등으로 자신의 턱을 받치는 요염한 자세로, 요염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이 '커플용 파르페' 로 부탁할게 쿄우"

"나를 죽일 작정이냐!"

아까 그 부끄러워하면서 풋풋한 쿠로네코는 어디 간거야! 어떻게 된게 아는 사람을 만났을때 더 당당해 지다니!

"흐,흐으으응~"

카나코는 그런 콧소리를 내며 (왠지 목소리가 떨렸다) 벌떡 일어나더니, 자기쪽 계산서를 들고 이쪽으로 성큼성큼 걸어오더니 우리쪽 계산서 꽂이에 계산서를 강하게 쳐박으면서 말했다.

"그럼 우리것도 부탁해 '매 니 져'"

뒤에 매니져를 한 글자씩 끊어 말한후, 카나코는 다시 뒤로 홱 돌아 앉아있는 브리짓의 손을 잡아채 나가려고 했다.

"어,어이!"

내가 그렇게 부르자, 카나코는 고개를 휙 돌리며

"아앙!?"

"힉!"

사, 살기! 지금의 저 박력, 분명 적어도 아야세의 동급...

"흥. 두고봐."

카나코는 그렇게 소리치고 다시 브리짓의 손을 붙잡고 가게 밖으로 성큼성큼 나갔다.

**

파르페 가게에서의 소동도 끝나고, 인근의 오락실로 이동. 쿠로네코가 그나마 좋아할만한 장소가 어딜지 곰곰히 생각해본 결과 이곳이 괜찮을것 같았다.

여담으로, 이유였던 카나코가 사라졌기에 커플용 파르페를 먹는 상황은 어떻게든 피했다.

거의 모든 오락실에도 있는지, 이곳에서도 대전용 시스칼리의 오락기도 있었다.

"어때? 이거 할꺼야?"

내가 시스칼리를 가르키며 말하자, 쿠로네코는 가소롭다는 듯이 '핫' 하고 웃으며 말했다.

"이 내가 수준도 안맞는 우민들과 대결해줄 필요는 없어"

…아까 분명 오늘은 쿠로네코가 아니라 고코우 루리라고 하지 않았냐.

나름 쿠로네코가 좋아할만한 장소라고 생각해서 온건데, 이거 제대로 꽝을 골라버렸나…

"으음… 곤란하네. 뭔가 하고싶은거라도 있어?"

"그럼 이걸로"

언제 그정도 이동했는지, 쿠로네코는 벌써 동전 바꾸는 기계 옆쪽에 있었다.

"응?"

정확히는 기계 옆에 있는 또 다른 기계. 스티커사진을 찍을 수 있는 그 기계다.

"물적 증거까지 남기는 거냐…"

"어때서? 혹시 부끄럼 타는거야 쿄우?"

"큭…

능글능글한 웃음으로 나를 올려보며 말하는 쿠로네코. 이렇게 나오겠다 이거지…

"그럼 들어가자"

나는 아무렇지도 않다는듯 당당히 커튼을 치며 말했다. 그 후 쿠로네코도 같이 들어오고, 동전을 넣고 프레임을 고를 차례. 해외의 관광명소 배경같은 프레임도 있고 별도 있고, 나름 재밌을만한게 많았다.

"프레임은 당신에게 맡길게, 쿄우"

"그래?"

나는 장난기가 들어서, 방금의 복수도 할겸 당당히 하트프레임을 골랐다.

"엣…"

"왜? 무슨 문제라도 있어? 루리"

"상관없지만…"

크큭, 당황하고 있다 당황하고 있어!

나는 이대로 패널을 조작해 당당하게 '루리♡쿄우' 라는 단어를 완성시켜 하트 가운데에 옮겼다.

"후흐하하하하! 어때, 지금이라도 사과하는건?"

내가 다 민망할 정도로 닭살이 돋는 프레임과 글이었지만, 이제와서 물릴수도 없지!

"훗, 이 애송이가. 감히 나를 상대로 협박을 하다니"

쿠로네코는 그렇게 말하며, 갑자기 팔짱을 끼고 매우 가깝게 밀착하자마자 촬영 버튼을 눌렀다.

"엣!?"

찰칵ㅡ

기계에서 '촬영이 완료되었습니다' 란 멘트가 나오고, 배출구에서 사진이 나오는걸 보면서 몇초간 굳어있었다.

​"​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

"훗… 백만년은 일러"

묘하게 뿌듯해보이는 쿠로네코를 내버려 둔채, 배출된 사진을 꺼내서 보니

"우와아아아.."

하트프레임에 묘하게 기뻐보이는 쿠로네코가 팔짱을 낀채로 웃고있고, 순간적으로 팔이 끌려갔기에 꽤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진 가운데에 '루리♡쿄우' 글자까지 박혀있는 사진을 보니 참 기분이 묘했다.

쿠로네코도 사진을 보고 꽤 덤덤하게 "…심했나" 같은 소리를 했지만 이미 늦었고… 그렇게 사진을 반씩 나누고, 스티커사진을 찍는 기계에서 커튼을 치고 나오니

"꽤나 즐거워 보이네요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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