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쿄우스케는 코스튬 플레이어


원작 |

Wala 3화


"하?"

영문을 알 수 없는 소리에 내가 얼빠진 낸 소리를 직후, 키리노는 그대로 자기 방으로 뛰어올라갔다.

"갑자기 무슨일이래…"

원래 감정의 기복이 좀 심해보이는 녀석이긴 했지만 이번에는 정말로 영문을 알 수 없었다. 그나마 요즘들어 꽤 친해졌다고 생각했었는데 설마 모두가 내 착각이었다 하는 전개는 아니겠지.

뭐 일단은 일시적인거 같으니까 굳이 쫓아가서 평소처럼 또 말싸움을 할 의욕은 안났다. 일단 먼저 해야될 일도 있고…

그 후 저녁을 먹기 전에 샤워를 한 뒤, 가족끼리 저녁을 먹는 동안에 키리노 녀석을 살펴봐도 확실히 어딘가 불편해 보이는 오오라를 뿜고 있었다.

키리노의 눈치를 살피는 나와 기분나빠 보이는 키리노를 보고 어머니는 '풋' 하고 웃으셨다. 어머니는 '맨날 서로를 무시하던 남매가 서로 싸울 정도로 친밀해졌다' 라며 좋아하셨었다. 뭐 맞는 말이긴 하려나. 이번엔 싸운건 아니지만.

저녁을 먹은 후. 나는 내 방으로 올라가 주머니에 있는 녀석을 꺼내 책상에 올렸다.

그것은 강철로 된 수갑… 이게 다시 아야세의 손에 돌아가면 여러모로 나중에도 골치아플것 같지만, 그렇다고 그냥 버리기에도 너무 위험도가 높은 물건이다. 진품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정말로 정교하니까.

쿠로네코가 수갑을 푼 직후, 무어라고 중얼거리는 쿠로네코에게 '그럼 이건 어떻게 할까?' 라고 상의한 결과 '그 여자에게 돌려줘버리면?' 이라는 대답이 나왔다. 뭐 정석이라면 정석이긴 하지만…

그런고로 나는 내 책상에 올린 수갑을 복잡한 기분으로 쳐다보다가, 아야세에게 전화를 하게 됬다.

찰칵

"…"

"여 아야세?"

"왜 전화하셨나요"

별 일이 없었다면 평소에 하던 성희롱이 나왔겠지만, 아무래도 오늘 일어난 상황이 상황이니까 그런 엄두는 나지 않았다.

"아니 그… 잘 들어갔나 해서…

"……"

아무리 날 뭐라고 매도한다고 해도, 여자아이가 울면서 뛰쳐나간 상황을 보고 마음이 편할리가 없었다. 아야세는 정말 문자 그대로 침묵. 10초가 넘게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기에, 설마 끊어버렸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에… 아야세? 듣고 있어?"

"…오빠"

"응?"

"오늘 있었던 일은… 잊어주세요. 실언이었어요. 아무런 의미 없는 망언이었으니까, 아무쪼록 신경쓰지 말아주세요"

"아아 그래 걱정마. 솔직히 의미도 모르겠었고. 그거보다 갑자기 수갑이라니 너무한거 아니야?"

만일 못풀었으면 어떻게 하려고 했어! 라며 웃음기 있는 소리로 말하자, 아야세는 꽤 놀란듯 대답했다.

"설마 그거 풀었어요? 장난감도 아니고 경찰이 쓰는 물건인데"

"그런걸 너가 왜 들고 있어!?"

"…알고싶어요?"

"아, 아니 됬다…"

왠지 알면 크게 다칠것 같기에 포기했다. 거기서 아야세는 왠지 한숨을 한번 쉬고, 계속해서 말했다.

"애초에, 오빠 윗옷에 열쇠 넣어놨는데요"

"잠깐 기다려봐…"

나는 벗어놨던 옷을 찾아서, 주머니를 뒤져보니 정말로 수갑의 열쇠가 나왔다.

"…너, 이거 언제?"

"수갑 채울때 부터요. 설마 제가 열쇠도 안주고 수갑을 사용할 정도로 생각이 없어 보이세요?"

정말로 한심해보인다는 아야세의 음색. 생각이 없는건 모르겠지만 그 정도로 위험해 보이니까 열쇠를 줬다는 생각은 하지도 못했네. 내가 나빴다 그래.

분명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맞는 말이긴 한데… 어딘가 찜찜한 부분도 있었다.

"하아… 그렇게 울면서도 뒤를 생각하고 열쇠를 넣어준다던가, 키리노를 봤다는 거짓말로 정신팔게 해서 수갑을 채우지를 않나… 어느정도로 계획적인거야? 그 여자의 눈물이라는거? 아 맞다, 이거 돌려줄테니까"

나는 재미있는 추리영화를 본뒤의 감상을 말하는 것처럼, 모든 진상을 파악한 탐정처럼 말했다.

​"​무​슨​말​씀​이​세​요​?​"​

"어? 뭐가?"

"저, 거짓말 안했는데요?"

"뭐…?"

"제가 거짓말을 어느정도로 싫어하는지 뻔히 알면서… 일부러 그러시는 건가요"

"아니 잠깐만…"

아니 잠깐 잠깐 잠깐! 그럼… 정말로…?

순간, 갑자기 머리속에서 차례대로 떠오르는 말들.

'소리가 커 선배'

'그 여자가 옆방에 있으면 들었을 수도 있겠네'

'어…? 키리노…?'

'이제 와서… 친한척 하지마, 네 도움 같은거… 필요없으니까…'

조각조각 모인 정보들이 가르키는 정답은 하나였다. 키리노가 미행을 했다? 설마… 그럴리는 없겠지…

그리고 그런 나의 바램을 한번에 잘라내듯이 아야세는 말했다.

"오빠라면… 어떠한 경우에도 키리노를 슬프게 하지 않을거라 믿어요"

"아아. 걱정마라. 뭐라해도, 그 녀석은 내 여동생이니까 말이지"

말하고 내가 깜짝 놀랄 정도로 자연스럽게 나온 말이었다. 그래. 나는 오빠니까.

"후훗, 정말 시스콘이네요 오빠는"

"내버려둬"

"그래도 혹시 키리노를 슬프게 한다면 죽일테니깐요"

"훈훈한 목소리로 그런 흉흉한말 하지마!"

"…그럼, 잘 부탁해요 오빠"

아야세는 무언가를 단념한듯. 뭔가 아쉬운것 같은 목소리였다.

"오우, 맡겨둬"

이거, 내가 살해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힘내야겠는걸.

나는 아야세를 추궁하면서 재미있는 추리영화를 봤다고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추리영화가 아니라 반전영화 인가 보다.

어찌됬든 확실한건 지금 키리노가 나에게 화났다는 점. 물어본다면 분명 '어떻게 여동생의 친구랑 사귈수가 있어? 정말 최악!' 같은 말을 하지 않을까…

요번 1년의 인연동안, 키리노는 아야세에 못지 않게 쿠로네코와도 친해졌다. 얼핏 보면 사이가 안좋은 것처럼, 걸핏하면 싸우지만 아무리 봐도 정말 사이가 좋은 녀석들이다.

그런 친구가, 자신의 오빠랑 사귄다는게 못마땅한 거겠지. (가짜지만…) 친구를 빼앗겼다고 생각하는게 틀림없다. 자기 친구가 나랑 노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자기랑 노는 시간이 줄어들테니까.

이러니 저러니 해도 자기 친구를 끔찍하게 소중히 여기는 녀석이란건 아야세와 싸울 때도 알았지만 말이야.

세상에 어느 여중생이 '에로게임만큼 너도 소중해!' 라고 말하겠냐. 그리고 그게 얼마만큼의 진심이 담긴 이야긴지 누가 눈치챌 수 있겠냐.

하지만, 나는 물론 쿠로네코와 사오리, 지금에 와서는 아야세까지. 그것이 얼마만큼의 진심이 담긴 고백인지 알 수 있다. 그만큼, 키리노는 자신의 친구를 소중히 여긴다.

…뭐 내가 키리노 녀석에게 한방 먹이려고 생각했던게 모든 뻘짓의 시작이었겠지만, 일단 내가 일을 벌린 이상 해결하는 수밖에.

일단 키리노 녀석을 어떻게 달래볼까, 생각하는 찰나 핸드폰에서 문자메세지가 왔다.

[약속했던 신성흑묘기사단 흥행기념파티 늦어서 죄송합니다. 여러모로 집안 사정이 ​있​어​서​… ​

  ​          내일 모레는 시간이 날것 같으니 그날로 괜찮겠습니까?]

  ​                                                     -사오리 버지나

채팅이나 문자로는 계속 아가씨 모드인 사오리였다. 안경이 안보여서 그런가… 하여튼, 그런게 문제가 아니라

"타이밍 한번 최악이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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