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a 6화
"실례하겠소!"
"실례할게"
평소와 같은 대사를 하면서 들어오는 둘. 혹시나 하고 그 둘의 표정을 읽어보려고 해도, 평소와 같다고 느낄 뿐이었다. 뭐 나로서는 무린가… 그게 되면 둔감하다는 소리를 듣지도 않았을 테고.
"어서와"
"잘왔어"
키리노와 나도 평소처럼 친구들을 맞이하고, 준비된 음료수를 따른 후 기념파티를 시작했다.
"제 1회~ 신성흑묘기사단의 성공적인 승리를 기념하여! 이 자리에 모인 모든분들에게 감사를 드리며! 제 2회, 3회에도 성공적인 승리를 기원하며! 파티를 시작하겠소!"
사오리에 짧은 연설에 다같이 박수. 2회, 3회를 강조하는 것을 보아하니 겉으로 티를 안내려고 해도 내심 불안하긴 한것 같다. 그렇게 파티에 분위기는 무르익었다. 저번에 키리노가 기분이 나빠서 대답해주지 않은 질문을, 지금 해보면 좋을것 같은데
"그래서 오전에 나 없을때는 셋이서 뭐하고 있었어?"
"뭐하긴… 책 팔고 있었는데?"
"…아무일도"
"진짜로 별 일 없었소이다~"
쾌활하게 대답하는 셋. 적어도 내가 걱정하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나 보다.
"써클까지 만들어놓고 그날 부스에서 너희들끼리 싸움이라도 할까봐 걱정했었는데 다행이네. 사오리도 요즘은 서로 놀기만 하고"
"후후 딱히 중재자 역할로 들어온건 아닙니다요?"
"…"
"……"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하는 사오리와는 달리, 조용히 시선을 회피하는 쿠로네코와 키리노. 이녀석들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없었던거야?
둘의 침묵으로 갑자기 분위기가 싸- 해졌기에, 나는 어떻게든 화제를 바꿔보려고 했다.
"아 맞아. 그때 우리가 판 것들 인터넷에 무슨 말 안올라왔을까?"
"100부 팔린거로 인터넷에 올라오지는 않아… 라고 말을 해 주고 싶지만, 의외로 몇개 글이 올라왔어"
"오오 진짜?"
"어, 어떤거?"
쿠로네코의 말에 흥미가 있는지, 방금 침묵하고 있던 키리노까지 합세하여 물었다.
그러자 쿠로네코는 고개를 약간 돌려 시선을 대각선 아래로 흘기며, 난감하다는 듯 말했다.
"일단 그 날 봤었던 글 두개…"
"아"
내가 멍한 소리를 내고, 바로 쿠로네코와 키리노의 따가운 시선이 꽃혔다. 음… 그 퀸오브나이트메어 누님이랑 찍었던 그건가.
"그, 그리고 다음은?"
또 다시 무리하게 화제를 바꾸려고 하자, 쿠로네코는 그걸 못마땅한듯 눈을 가늘게 하고 나를 노려보다가, '흥' 하고 콧바람을 낸뒤 계속 말했다.
"일러스트의 평가가 굉장히 좋아. '무시무시한 신인이 왔다', '그림 하나당 걸린 시간이 대체 몇일이야?' 라던가"
"오오, 굉장하잖아 사오리"
"헤헤 별거 아닙니다"
뭐 하긴… 솔직히 그건 일러스트 라고 하기 보다는 정통 미술을 조금 다르게 그려놓은듯한 이미지였다.
"내 소설은? 내 소설은 어떤데?"
"…"
"뭐야? 갑자기 입 다물고"
"듣고싶어?"
"읏… 뭐야 말해봐"
그러자 쿠로네코는 눈을 살짝 감고, 담담히 책을 읽듯이 말했다.
"'오리주 케릭 짜증', '이거 쓴놈은 마스케라 안본게 틀림없다. 분위기 개판', '2차 창작이 아니라 그냥 창조했네', '키리린은 귀엽지만'"
"아오!!!!!!!!"
키리노는 벌떡 일어난 후 그 자리에서 방방대며 불만을 토했다.
"작품의 작 자도 모르는 것들이! 그런 암울한 전개의 내용을 누가 좋아한다는 거야!? 내 나름대로 분위기를 꽤 유지시키면서 밝은 내용으로 썻더니 그런것도 모르는 거야!? 전직 진짜 작가한테 그런 악플을 달다니 진짜 어이가 없네!"
"뭐어, 그런 악플들은 신경쓰지 않으시는게 좋습니다. 키리린씨의 소설은 확실히 재미있었어요. 악플을 다는 사람들은 그런 작품을 보는 눈이 없는게 틀림없소이다"
"그렇지이~? 정말! 대체 뭐냐고 그 악플은! 마스케라도 제대로 다 봤는데!"
"세계관을 제대로 이해 못한가보네"
"아 그래서 너는 세계관을 잘 이해했고? 이 사기안 전파녀야. 그럼 너가 그린 만화는 평가가 어떤데 그래?"
"………'판타지가 다크 시리어스가 됬어', '엔딩이 너무 암울'"
"꺄하하 그렇지~?"
"훗, 내 악플은 2개, 그리고 당신 악플은 4개니까"
"4개가 아니라 3개거든요오? 하나는 칭찬글이니까 플러스 마이너스로 2개. 그러니까 너나 나나 피장파장이야"
그렇게 방방 뛰다가도 쿠로네코가 그린 만화의 평가가 좋지 않다는 것을 알자마자 그것을 물어뜯으면서 기분이 좋아지는 키리노였다. 여러의미로 대단하네 너…
사오리에게 너무 무거운 짐을 들게 했던걸까, 벌써부터 위가 아파온다. 나는 또다시 화제를 전환하려고 노력했다.
"그것보다 사오리. 저번에 문자로 보낸 집안사정 이라는게 어떤 거냐?"
내 질문에, 키리노와 쿠로네코도 관심이 있는지 또 끼어들었다.
"사오리 너 아가씨니까 뭐 또 맞선이라도 본 거야?"
"외국에 있는 고성으로 마력을 채우러 갔다던가?"
"너네 사오리한테 무슨 케릭터를 바라는 거냐…"
그러자 사오리는 멋적게 뒷통수를 긁으며 말했다.
"아 네… 그, 맞선을 또 보게되서 말입니다"
"상대는? 상대는 어떤 남자야?"
눈을 반짝이며 물어보는 키리노와. 그 사오리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쿠로네코. 아무래도 여자들이 그런데 관심이 있기고 하고, 리얼 아가씨의 생활이 궁금하기도 할거다.
"저번에 그… 맞선 자리에 이 복장으로 갔더니 상대가 졸도했다는 말은 했죠?"
"엄청난 트라우마를 가지고 살아갈 그 남자가 불쌍할 따름이다 야…"
"그 남성분하고 다시 맞선을 본것이오"
"진짜?!"
충분히 과도한 리액션이었지만, 솔직히 이걸로는 부족하다고. 키리노와 쿠로네코도 입을 쩍 벌리고 당황해 하고 있었다. 이야… 그 남자 대단하네 진짜.
"어떻게 다시 본건데? 응? 응?"
"…조종이라도 당한거 아니야?"
굉장히 실례되는 말을 하는 둘을 내비두고 사오리는 계속 말을 이었다.
"저번에 그 일 다음에 연락이 와서… 혹시 자기가 마음에 안드냐고, 자기가 무슨 잘못을 했느냐고 진지하게 묻는것이오. 분명 매력적인 남성분이시지만 저는 아직 결혼할 생각이 없다고 전해드렸소이다"
"그래서 다시 맞선신청을 한건가… 대단한 녀석이네"
나의 말 직후, 키리노는 드라마에서 딸의 남편을 평가하는 시어머니처럼 말했다.
"그녀석 외모나 직업이나 나이나 그런건 어때??"
"그 나이에 벌써부터 남성에게 조건을 따지다니 훌륭한 된장녀네"
"시끄러워"
평소 하는 키리노와 쿠로네코의 꽁트를 듣고 웃으면서, 사오리는 다시 말했다.
"20대 후반에 사회적 지위도 있는 사람입니다. 젠틀맨에 외모도 분명 멋지긴 합니다"
"아까 했던 말 취소. 재수없다"
말은 안했지만 사오리와의 맞선이라고 하니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20대 후반에 사회적 지위 라고 부를만한게 있다고!?
"어머, 당신 오빠 특유의 독점욕이 또 발동했는데, 어떻게 좀 해주지 않을래?"
"하아… 너 미카가미 때도 그러더니 그 쩌는 패배자 근성좀 어떻게 해봐"
"내버려둬! 그런 소설이나 영화에 나올법한 엄친아 스펙을 가진 사람들이 왜이렇게 많은거야! 나처럼 평범한 고등학생이 무슨 죄냐고!"
그러자 키리노와 쿠로네코, 심지어는 사오리까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땀을 흘리며 말했다.
"평범한 고등학생이 잡지모델도 해본다?"
"평범한 고등학생이 코스프레 대회에서 3위까지 한다고?"
"이야~ 쿄우스케씨. 진짜로 평범한 고등학생에게 말한다면 몰매맞소이다? 자신을 평범하다고 당당히 말하는 자는 대부분 이미 평범하지 않소. 어느 도시의 뾰족머리라던가"
"죄송함다…"
뭔가 묘한 박력에 밀렸다…
"말이 나와서 하는 이야긴데, 선배의 글이 제일 많았어"
"어, 어떤거?"
"'리얼의 싯코쿠 강림' 같은 글들…"
"훗… 미안, 난 안평범하구나"
그런 나를 키리노는 얼굴에 오만상을 쓰면서
"우와, 완전 기분나빠… 재수없어…"
"말이 심해!"
"그리고 이 게시판 베스트글은 이래. '싯코쿠랑 카나카나,브리짓의 관계'"
"아 저번에 봤던 그 글에서 파생된건가?"
"응. 치바현에 사는 쿄우라는 이름의 고등학교 3학년생이라는 것까지는 밝혀냈다고 해"
"무서워! 신원정보가 어느새 그렇게 줄줄 털린거야?"
"덧붙여서, 그 글에서 가장 유력한 설은 '싯코쿠 귀축강간범' 설이야. 그 메루루 꼬맹이랑 금발여자애를 싯코쿠가 강간조교 했다는 설이 많은 지지를 받고 있어"
"그건 또 뭐시여!!!??"
완전 심해! 누구야 그런 말을 퍼트린건!
"무명 이라는 닉네임의 사람이 '저 사람은 여동생에게도 성추행하고 여동생의 친구에게도 성추행 하는 귀축중의 귀축' 이라고 한게 시초야"
"어떤 녀석이야 그건!!"
"…글쎄"
키리노는 투덜거리는 나를 두고 사오리에게 계속해서 물었다.
"그래서 이번 맞선은 어떻게 했는데?"
그러자 사오리는 멋쩍게 웃으며
"거절했소이다. 제 취미라던가 원래부터 알고 있었고, 그것에 대해 꼭 이해하겠다고 노력한다고도 하셨지만… 아직 결혼할 마음은 없소이다"
"켁. 자기보다 10살은 어린 여고생에게 프로포즈라니"
"시끄러워. 능력이 있으면 저런것도 용서되는거야"
"그렇슴까…"
쿠로네코의 말대로 키리노는 어느정도 된장끼가 있는것 같다!
그런 이야기를 키리노는 로맨스 영화를 보는듯한, 닭살돋는 표정으로 보며 말했다.
"부럽다~ 취미까지 이해해 주면 좋은거 아니야? 결혼해도 우리랑도 만날 수 있을테고, 놓치지 말고 잘 해봐"
"하핫, 그래도 일단 학교는 졸업 해야지요"
"그건 그렇네"
진지하게 친구를 걱정해주는 키리노를 훈훈하게 지켜보다가, 문뜩 코미케 2일차도 생각이 나서 쿠로네코에게 물어봤다.
"그럼 게임연구부에서 만든건 어때? 강욕의 미궁 있잖냐…"
"………부녀자들은 신게임으로 추앙하고 일반인은 쿠소게임으로 까면서 아직도 싸우고 있어"
"그,그러냐…"
역시 고레벨의 현직 부녀자가 만든 BL 게임은 그 질이 대단한건가… 새삼스럽지만 수요도 있으니 세나는 그 쪽으로 진출하면 꽤 대단할것 같다. 프로그래밍 실력도 대단하고
"부장의 슈팅게임은?"
"글도 없어"
"뭐 그건 당연한건가"
딱 한장 팔린 그 악마의 쿠소게임에 대한 글이 올라오는게 더 이상한거겠지.
키리노는 그런 우리의 대화를 옆에서 조용히 지켜보다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자연스럽게 말했다.
"근데, 너희 사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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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씨는 누굴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