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a (完)
"응"
내가 그 말에 반응하기도 전에, 쿠로네코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헤에…"
키리노는 무표정으로 그렇게 말한 후, 쿠로네코가 아닌 나를 보며 다시 말했다.
"언제부터?"
키리노의 시선을 따라 쿠로네코도 나를 쳐다봤고, 나는 '에? 내가 대답해야 하는거야?' 라는 사념파를 보냈지만, 쿠로네코는 단호한 표정으로 나를 노려볼 뿐이었다.
말을 맞춰준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나는 거짓말 잘 못하는데, 으음…필사적으로 두뇌를 회전시킨 결과, 그럴듯한 때가 생각났다.
"너가 미국에 갔을때야"
"…………"
키리노가 확인할 방도가 없는 그 때라면은 어떻게든 넘길 수 있겠지.
내가 그렇게 대답하자 키리노는 정말로 오랫동안 침묵을 유지하더니 말했다.
"………그래?"
그 후도 다시 침묵. 누가 뭐라고 말을 꺼내기도 애매한 그런 기분나쁜 침묵이 계속됬다. 사오리는 물론이고 나도 안절부절 하고 있을때, 키리노가 입을 열었다.
"근데 넌 왜 이녀석이랑 사귀는거야? 어떤 점이 좋아서?"
키리노는 밝은 목소리로 쿠로네코에게 물었다. 쿠로네코는 눈을 살짝 감고, 마치 고해성사를 하듯 낮은 톤의 음색으로 말했다. 최근에 느낀건데 쿠로네코는 연기쪽도 재능이 있는것 같아…
"…나보다 당신이 더 잘 알고 있을텐데"
"하? 그런거 모르거든. 학력도 낮아. 얼굴도 보통. 변태에 시스콘에 여동생 친구랑 사귀는데다 성격도 나쁘고 이렇게 촌놈 오라를 풍기는 이 녀석이 대체 어디에 좋은점이 있다는거야?"
평소보다 10배는 이상 짜증나는 음색으로 조롱하는 키리노의 독설에 혹시라도 내가 자제심을 잃지 않게 도와주면 좋겠어.
게다가 평소보다 10배는 독설이 심하다. 내가 키리노에게 미움받는건 알고 있었지만, 화가 나고 안나고를 떠나서 이정도면 가슴에 상처입을것 같다고 정말…
속으로 눈물을 삼키는 나를 두고 쿠로네코는 담담하게 키리노에게 맞받아쳤다.
"내 앞에서 이 사람 욕은 그만해줬으면 하는데. 아무리 당신의 오빠라고 해도"
"윽…"
어딘가에 만화에서 나올법한, 얼굴이 근질근질 해지는 낯간지러운 대사를 하고 나서도 쿠로네코는 그 차분한 태도를 바꾸지 않았다.
그에 반해 키리노는 주먹을 쥐고 어깨를 부들부들 떨며 아무말도 못하고 있었다. 이윽고 그 떨림이 멈추고 키리노는 다시 아까의 짜증나는 톤으로 말했다.
"바보커플 납셨네. 사기안 전파녀에 나르시즘 환자 조합이라니, 바보 아냐? 촌년 촌놈이 서로의 상처를 핥아주기라도 할 셈? 어디 한군데 망가진 것들끼리 아주 잘들 노네"
"키리노 너!!!!!!!!"
와장창!
뇌 혈관이 뚝 하고 끊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되는대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자 테이블 위에 있던 유리컵이 떨어져서 깨졌다.
귀를 찌르는 그 소음에도 내 분노는 갈피를 못잡고 그것이 형태가 되어 키리노를 때리고 싶다는 충동이 홍수처럼 올라왔지만, 나는 그 충동을 주먹을 꽉 쥐고 이를 세게 물면서 어떻게든 참아냈다.
순간 어금니 쪽에서 피맛이 느껴졌다. 이에서 피가 날 정도로 이를 꽉 깨물은건가. 바로 전까지 눈앞의 키리노만 보이던 시야가 약간은 넓어지고, 보인것은 사오리와 쿠로네코가 엄청 겁먹은 듯한 표정이었다.
"뭐?"
하지만 그런 나의 분노에도 키리노는 표정 하나 안바꾸고 눈 한번 깜빡 안하며, 오히려 나를 똑바로 노려봤다.
언젠가 마나미에게 보여준것같은 부모의 원수를 보는 듯한 표정. 정말 시선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을 만한 표정이었다.
나는 미움받는거에 익숙하니까 그렇다 쳐도 쿠로네코는 무슨 잘못인거야?
너희, 정말로 친한 친구 아니었어? 나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거냐?
이번에도 나쁜건 다 나라고! 내가 꾸민 일이야! 아아, 거짓말이었다고! 네 녀석 골탕먹이려고 생각해낸 거짓말이란 말이다!
마음속에서 하고 싶은 말들이 휘몰아치고, 쿠로네코가 말하기 전에는 이 가짜연인 사건을 말하지 않기로 되있었지만, 이미 분노로 뇌가 달아오른 나는 그런걸 다시 생각할 여력은 없었다.
"나쁜건 다 나라고! 이건 말이야!!!"
툭
"……"
내가 내 뱃속에서 꾸물거리는 말을 다 하기도 전에, 뒤에서 이질감이 느껴졌다. 부드러운 그 이질감에 잠시 멍해지자, 뒤에서 들리건 울음기 가득한 쿠로네코의 목소리였다.
"날 위해서 화내주는건 고마워 선배. 하지만…"
"…큭"
뒤에서 나의 허리를 끌어안은 쿠로네코의 팔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겁을 먹게 한건 분명 나였다. 아까의 그 폭발적인 분노는 사라졌지만, 그와 동등한 자기혐오감이 꾸물꾸물 올라오고 있었다.
키리노는 그런 나와 쿠로네코를 보며,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아아~ 방해해서 미안하네. 그럼 사이좋게 둘이서 놀지 그래? 파티같은거 할 기분도 아니니까 돌아가"
쿠로네코는 천천히 나의 허리에서 떨어진 후 키리노의 얼굴을 쳐다봤다. 키리노도 그런 쿠로네코의 얼굴을 노려보고, 몇초정도 서로의 얼굴을 노려보다가
"……"
"……"
동시에 움직였다.
말 없이 현관문으로 나가려는 쿠로네코.
말 없이 자기방 2층으로 올라가려는 키리노.
친구한테 이해 할 수 없는 행동을 해서 우리 모두에게 큰 상처를 준 키리노.
나의 이기적인 행동에 억지로 어울려주고, 가장 친한 친구에게 미움받은 쿠로네코.
쿠로네코를 잡는다면, 이 1년 사이에 호전된 남매관계가 다시 옛날로 돌아간다. 아니, 그 이상 심해질게 확실하다. 그건 죽어도 싫다.
아아 그래. 항상 부정해왔지만, 나는 조금은 시스콘일지도 모른다. 여동생이 나를 의지해주는게 미칠듯이 기쁘고, 사랑스럽다.
키리노를 잡는다면, 이대로 쿠로네코는 영영 우리와 만나지 못할거라는 확신아닌 확신이 들었다.
소심하고, 자존심은 세면서, 친구를 만드는게 서투른, 우리 남매에게 여러 도움을 준 이 작은 고양이가 가장 친한 친구를 잃고 다시 외톨이가 되는 전개따위, 나는 죽어도 인정할 수 없다.
양쪽 다 신경 쓸 시간적 여유는 없다. 키리노는 올라가자마자 방문을 굳게 잠가버릴게 확실하고, 자존심 센 쿠로네코는 나가자마자 울면서 뛰어갈게 확실하다.
삶은 항상 선택의 연속이라고 하지만, 평범한 생활을 지향하면서 최대한 무난한 인생을 살아왔던 나에게 있어 너무나 난이도 높은, 내 일생일대의 선택이 분명했다.
1. 키리노를 붙잡는다.
2. 쿠로네코를 붙잡는다.
이것이 평소에 하던 에로게임이라면, 세이브를 한 뒤 둘다 플레이 해보면 될텐데. 하는 오타쿠스러운 생각을 하면서도 시간은 착실히 흘러가고 있었다. 어느 쪽을 선택해도 후회할 것은 확실했다.
나는ㅡ
나는 대체 어느쪽을 잡아야 하는거야?
아무리 고민해도 시간은 흘르고, 여기서 선택하지 못한다면 둘 다 잃을게 확실했다. 나는 내 나름대로의 최선의, 코우사카 쿄우스케 일생일대의 선택을 했다.
"기다려!"
"…놔줘"
나는, 쿠로네코의 팔을 잡았다.
"지금 당장이라도 죽을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주제에 어떻게 놓으라는 거냐!!"
내 단호한 외침에 쿠로네코는 내 얼굴을 올려다보고
"흐,흑…"
내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소리를 죽여 울었다.
나는 쿠로네코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계단을 다 올라가서 자기 방에 들어가는 키리노의 인기척을 느꼈다.
"…"
어느정도 사건이 정리된듯 하자, 여태까지 기도하듯 손을 마주잡고 아무말 없이 앉아있던 사오리가, 현관앞까지 나왔다.
"사오리"
"…네 쿄우스케씨"
"내 목숨을 걸어서라도, 이 상황 타개할테니까 걱정마라"
나는 목에 힘을 줘서, 최대한 믿음이 갈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표정도 지으시네요. 쿄우스케 오라버니"
"어? 너 안경이…"
평소의 빙글빙글 안경을 장착한 상태인데도, 지금의 사오리는 사오리 버지나가 아닌 마키시마 사오리, 원래의 그녀였다.
"안경은 단지 소품일 뿐이에요."
"그러냐? 난 그 안경이 본체인줄 알았는데"
"후훗. 아무렇지도 않게 독설도 잘 하시네요"
약간의 침묵 후, 사오리는 계속해서 말했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당장 졸도할것 같기에, 오늘은 이만 돌아가겠습니다"
"그, 그 정도냐"
"믿고 있어요. 쿄우스케 오라버니"
"오우. 맡겨둬라"
내 대답을 들은 사오리는 고개를 꾸벅 숙이더니, 현관밖으로 나가기 전, 한번 고개를 돌려 나에게 말했다.
"어제 말한 책임은, 아직 유효하니까요"
탕
"후우…"
문이 닫히고, 나는 한숨을 쉬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이제 어떻게 한담.
내가 고민하면서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자, 울고있는 쿠로네코도 진정이 된듯 했다.
"…미안해 선배. 못 볼 모습을 보였네"
훌쩍이며 소매로 눈물을 훔치는 쿠로네코를 쳐다보자, 쿠로네코는 나를 올려보며 말했다.
"어떻게 할 작정이야?"
쿠로네코의 물음에, 나는 최대한 자신있는 표정으로 말했다.
"잘나신 여동생 도움을 적극적으로 받을 작정이다"
**
"키리노, 문좀 열어봐"
"…"
나는 쿠로네코의 손을 잡고 2층으로 올라가, 키리노의 방문을 열어봤지만 예상대로 문은 잠겨 있었다.
못들은척 하는건지, 아니면 에로게임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키리노는 대답이 없었다.
"안열면 부수고 들어갈꺼다"
"미, 미쳤어?"
어이가 없다는 쿠로네코의 반응과는 다르게, 키리노는 아직도 묵묵부답.
"잠깐 나와있어"
나는 쿠로네코를 옆으로 비키게 한뒤
쾅!
뒤에서 앞으로 달려가며 문을 걷어찼다. 아아 부모님 오늘 안계셔서 정말 다행이네.
하지만 영화처럼 한번 발로 찬다고 문짝이 떨어져 나갈리도 없고, 나는 다시한번 뒤로가서
쾅!
문을 발로 걷어찼다. 한 열번쯤 걷어찼을까, 오른발 뒷꿈치에 멍이 든것 같더니 이제는 감각도 없다.
쿠로네코는 손으로 입을 가린채 소리도 못 내고 있었다. 그래도 내 노력이 헛된건 아닌지, 나무로 된 문이 콰직 하며 겉부분이 파여지고 있었다.
"어이 키리노. 난 지금 예전의 너한테 감사한다구"
쾅!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하는 상황에서 말이야"
쾅!
"끈질기게, 추하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쾅!
"네 근성을 보고 배워서 말이지!"
쾅!
"윽…"
순간 자세를 잡을 수 없어서 휘청거리고, 그 자리에 앉아서 보니 오른발이 재미있을 정도로 부어있었다.
그래도 다시 일어나서 자세를 잡으려고 하자
찰칵
"…뭐야"
조용히, 키리노가 문을 열고 나왔다.
"들어간다"
나는 자리에서 재빠르게 일어나, 쿠로네코의 손목을 붙잡고 키리노의 방에 들어갔다.
"…"
"……"
키리노와 쿠로네코의 어색한 침묵. 서로 눈도 못마주치고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그 자리에 나란히 정좌해라"
"하? 무슨 바보같은 소릴 하는…"
딱
나는 꽤 강하게 키리노의 머리에 꿀밤을 날렸다.
"뭐, 뭐하는 짓이야!"
머리를 부여잡고 눈물을 글썽이는 키리노를 무시한채 나는 문을 닫고, 서있는 둘 앞에 양반다리로 앉으며 말했다.
"나는 지금 내 인생에서 최고로 화가 난 상태다. 다음엔 그거로 끝나지 않아"
"윽…"
눈을 최대한 부릅뜨며 말한게 어느정도 효과가 있었는지, 키리노는 입을 삐죽 내민채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키리노가 앉자, 그 옆에 쿠로네코도 말없이 앉았다.
"…계획이 틀어졌어"
라고 중얼거리는 쿠로네코를 아까 부릅뜬 눈으로 쳐다보니 쿠로네코는 잠시 움찔했다.
"너희들, 서로 할 말 없냐?"
"…"
"……"
서로 알아서 화해해주는게 가장 좋기에 그렇게 유도를 해도 서로의 얼굴도 보지 않고 조용했다. 그리고 내가 무슨 말을 또 꺼내려고 하니, 쿠로네코가 먼저 입을 열었다.
"…나에게도 책임이 있으니까. 정말로 위기는 기회일까. 그렇다면…"
쿠로네코는 크게 숨을 쉬더니 말했다.
"키리노"
"에,엣!?"
"!"
소리내며 놀라는 키리노와, 숨죽여서 놀라는 나.
서로를 절대 이름으로 부르지 않았던 둘이지만, 쿠로네코가 키리노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아무리 확실한 것이라도 표현하지 않으면 모르는 것도 존재해"
"무,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나는 당신이 좋아"
"무,뭐?"
쿠로네코의 폭탄발언에 키리노는 엄청 당황해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재수없는 스윗트녀라고 생각했어. '아키하바라에 저런 복장으로 오다니 TPO도 분간 못하는게 분명해. 오프모임에 남자친구를 데려오다니 정신나간거 아니야?' 라고 말이야"
"……"
쿠로네코의 차분한 말투에, 키리노도 방금까지 있었던 독기를 지우고 멍하니 쿠로네코를 바라봤다.
"후훗, 하지만 착각하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당신은 지금도 충분히 재수없는 스윗트녀니까"
"너…!"
"지금이 아니면 두번 다시 안할거니까 들어줘"
쿠로네코는 키리노의 불만을 시원하게 무시하고 말했다.
"인정할게. 나는 여태까지 한번도 친구다운 친구를 사귄적이 없었어. 하지만 그 날, '오타쿠 소녀 모여라'에서 '다과회' 라는 울림의 오프모임을 보고, 당신과 사오리를 만났어"
"…"
"당신을 질투했어. 워너비라고 놀리는 당신을. 나에게는 없는 상냥한 오빠를 가진 당신을. 현실과 오타쿠 취미를 저울질하는 '천칭' 그 자체를 손에 넣은 당신을. 생각했어. 당신은 신에게 사랑받는 존재가 아닐까"
쿠로네코는 정말로 속상하다는 듯, 왼쪽 오른쪽으로 자신의 양 손바닥을 보이는 제스쳐를 취하며 말했다.
"나는 그 댓가로 얼마만큼의 현실을 포기했는지 알아? 당신은 치사해. 치사하고, 치사해서, 정말 이기적인 여자야"
거기서 쿠로네코는 다시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말했다.
"하지만 그 이기적인 당신이 좋아. 나도 그 점은 배웠어. 당신도, 당신 오빠도, 사오리도 내게 소중한 존재야. 지금 세상도, 내세에도, 그 다음 내세에도 난 당신들을 절대 포기하지 않아. 나는 당신을, 정말 소중한 친구로 생각하고 있는데. 당신은 어떨까?"
"읏… 너, 진짜 치사해"
거의 울먹이는 키리노는 그 지기 싫어하는 성격으로, 잘도 말했다.
"너같은거… 너같은거! 나도 좋아하는게 당연하잖아!"
"응, 고마워"
인자하게 미소짓는 쿠로네코와, 코를 훌쩍이며 부끄러워 하는 키리노를 보고, 나도 자연스럽게 미소가 지어졌다.
어떻게든 최악의 상황은 피했나. 미션 컴플리트다. 나는 이제는 웃음밖에 안나오는 내 오른발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기다려 선배"
"응?"
쿠로네코의 목소리에, 다시 고개를 드니 쿠로네코는 나를 정면으로 응시하고 말했다.
"이제부터 시작이야"
"어,에?"
끝난게 아니라 시작이라고? 영문을 알 수 없는 소리에 내가 의아해하자, 쿠로네코는 다시 키리노를 보며 말했다.
"나는 수치심으로 세번은 충분히 죽을 수 있는 말을 했어"
"그래서…?"
"당신 차례야. 당신의 오빠에게, 당신이 생각하는걸 정면으로 말해"
"…"
"아라 설마, 여기서 꽁무니를 빼진 않겠지?"
"너 진짜 못됬다"
쿠로네코가 훗 하고 웃자, 키리노는 '하아…' 라며 큰 한숨을 쉬고나서, 나를 흘겨보며 말했다.
"너는 말이야. 정말 한심한 녀석이야. 운동도, 학력도, 얼굴도, 성격도, 잘났다고 할 수 있는건 하나도 없어"
"그러냐"
아까 나를 매도 할때와 같은 말이었지만, 아까와는 달리 키리노의 음색은 매우 상냥했다.
"하지만 그런 너도 장점이라고 부를 수 있을만한게 딱 하나 있잖아?"
"어떤거?"
"여동생에게 상냥한 오빠라는 거…"
"어,어?"
키리노는 얼굴이 익어버리지는 않을까, 할 정도로 얼굴을 붉게 하면서 계속해서 말했다.
"여, 여자친구가 생기면 나한테 그만큼 소홀해질거잖아! 대체 뭐야, 기껏 적응했더니. 다시 상냥하게 해주지를 말던가! 다 너 탓이니까!"
"무슨 소리를 하는겨…"
내가 알아듣지 못하고 있자, 옆에서 지켜보던 쿠로네코가 끼어들었다.
"애초에 당신들. 남매사이가 왜 틀어졌는지는 기억해?"
쿠로네코의 질문에, 키리노와 나는 동시에 대답했다.
"응 / 전혀"
…에?
"뭐, 뭐야 너 설마 기억 안난다고 하지는 않겠지!?"
"아, 안나는뎁쇼?"
"죽어! 죽어서 다시 살아나서 한번 더 죽어!"
고양이과 육식동물처럼 나에게 몸을 날려서 나를 구타하는 키리노를 두고 쿠로네코는 다시 담담하게 말했다.
"그 벽창호 같은 남자한테는 확실히 말로 하는 수밖에 없어"
"큭…"
어느정도 나를 구타한 키리노는 다시 자세를 가다듬고 바닥에 앉은후 말했다.
"…옛날에 너랑 나랑 촌년이랑 셋이서 자주 놀았던건 기억나?"
"아, 응…"
그때의 키리노는 마나미를 '마나언니' 라며 엄청나게 잘 따랐었다. 그때는 정말 귀여웠는데 지금은 왜 이렇게 됬을꼬…
"그런데 7년정도 전에 말이야, 그 촌년이… 큭, 하여튼! 너랑 그 촌년이랑 매일 끈적거리길래 내가 그 촌년 머리에 껌을 묻혔어!"
"껌?"
"그래서 그 촌년이 길었던 머리를 싹둑 잘랐어"
"음… 마나미가 원래 머리가 길었었나?"
"넌 아메바야? 어떻게 그런것도 기억못해?"
10년전 일을 기억하는 너가 더 대단하다 이녀석아.
"근데 아버지가 너가 했다고 생각해서… 아버지가 너랑 자기 머리를 빡빡 밀어서 그 촌년 집에 사과하러 갔잖아"
"아 그건 확실히"
그것만은 기억난다. 저번에 분명 내가 우리 아버지의 고지식함에 대해 설명할때 말했었지? 근데 그게 타무라가였나, 의왼데…
"그때 내가 했다고 말 하지도 않고 멍청하게 아무말없이 혼나더니, 나한테 말도 안하고 쌀쌀맞아졌잖아!"
"그, 그랬나?"
"그래서, 그래서… 흑… 나도 화나서… 너한테 말 안했는데… 흐,흐에에엥!"
키리노는 옛날 기억이 그렇게 억울한지, 지금에 와서 울기 시작했다.
"…그대로 그 남매관계가 유지됬다?"
나의 말에도, 키리노는 쿠로네코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울고 있었다. 쿠로네코는 그런 키리노를 마치 자신의 친동생인양, 머리를 쓰다듬으며 상냥하게 말했다.
"잘했어. 키리노"
그 말에, 키리노는 계속 울면서 이야기 했다.
"이제 싫어! 다시 그때처럼 말없이 서로를 무시한채로 돌아가는건 싫단 말이야!"
"후우…"
무의식적으로 한숨을 쉬었다. 그런거였나.
나는 기억도 못하고 있는, 싸움의 이유를 혼자서 기억한채로 계속 싸우고 있던거냐.
내가 어느정도 애정결핍을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이 녀석은 나보다 애정이 필요한 욕심쟁이 였던거다.
키리노는 한참을 울다가, 어느정도 진정되고 쿠로네코에게 '고마워' 라고 말하며 일어났다.
"화장, 다시 하고 올게"
키리노는 나에게 등만 보인 상태로 그렇게 말하며 방에서 나갔다.
"애초에 저녀석, 왜 항상 집에서도 화장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니까"
나의 말에, 쿠로네코는 피식 웃으며
"엄~청 좋아하는 오빠에게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그런거야"
"…그, 그러냐"
5분정도 지나고, 키리노가 화장을 고치고 돌아왔다.
"…이제 선배 차례야"
"아아. 그래"
쿠로네코의 말대로, 이번엔 나의 차례다.
"키리노"
"…응"
"나는 너에게 꽤 솔직했다고 생각해. 저번에 모델촬영할 때도 그랬지만, 꽤 이야기 했었지"
"응…"
"처음에 너가 나한테 인생상담이라고 했을때는 솔직히 귀찮았어. 빨리 끝내버리고 연관되고 싶지 않았어"
"…"
"하지만 말이야, 너가 계속 인생상담을 청해오면서 너에 대해 많이 알게 되고, 그렇게 대단한 여동생이 나한테 의지하는걸 보고 굉장히 기분 좋았어. 넌 나를 굉장히 싫어한다고 생각했었지만"
키리노는 그런말을 하는 나를 정면으로 마주 보고 있었다.
"그치만, 이것만은 확실히 말할 수 있어. 넌 나에게 있어 소중한 여동생이야. 나한테 연인이 생기든, 결혼을 하든, 자식이 생기든, 나에게 있어 너는 항상 첫번째야"
내 말에, 키리노는 놀란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내 얼굴을 응시했다.
"왜냐면, 난 어쩔 수 없는 시스콘이니까 말이야"
"…바보"
고개를 떨구고 부끄러워 하는 키리노. 그런 키리노를 흐뭇하게 쳐다보는 쿠로네코.
서로 말도 안되는 오해를 가지고 비틀릴대로 비틀린 남매사이가 오늘 이 사건으로 인해 완전히 치유됬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다른 일반적인 남매사이 정도는 됬겠지.
"고마워. 쿠로네코"
우리 남매는, 또다시 이 고양이에 의해 구원받았다. 설마 계획이라는게, 이걸 말했던 건가. 우리 남매사이를 회복시켜주기 위해서…
"훗, 뭘 착각하는거야? 난 그저 나에게 이득이 될 행동을 했던거 뿐이야"
정말, 거짓말이 서투른 녀석이다.
"아 맞아"
쿠로네코는 마치 화장실 불을 안끄고 나왔다는 듯이
"우리 사귀고 있다는거, 거짓말이야"
간단히 말했다.
"……………………………………………………………………………………………………뭐?"
"정확히 말하면 당신 오빠가 당신 골탕먹이려고 나에게 제안했어"
"호,호,호오오오…"
뭔가 지금 당장이라도 폴터가이스트 현상이 일어나 베게나 시계같은게 막 날아오를것 같은, 고고고고고고고- 하는 효과음을 내며 키리노가 분노하고 있었다. (머리카락이 공중으로 뜨는거 같은데 기분탓이겠지?)
"저, 키리노씨? 지금 굉장히 훈훈하게 끝났던거 같은데"
"죽어!!!!!!!!!!!!!!!!!!!!!!!!!!!!!!!!!!!!!!!!!!!!!!!!!!!!!!!!"
사타구니를 걷어차였다.
"여, 여기만은, 바,반칙…"
"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
사타구니를 감싸고 앞으로 고꾸라져 있는 오빠를 귀신의 형상으로 계속 발로 밟는 여동생이 있었다.
**
사태가 어느정도 진정되고 (주로 내 사타구니가 진정되고) 키리노는 분노와 수치심에 몸을 떨면서도 확실히 쿠로네코에게 말했다.
"그, 고마워 쿠로네코…"
키리노 녀석도 쿠로네코를 제대로 이름으로 (진짜 이름은 아니지만) 불렀다.
"감사의 의미로 보여줄게 있는데"
라며 자신의 비밀벽장을 여는 키리노.
분명 쿠로네코가 키리노 방에 처음 왔을때, 나는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서 보여줬었던 깊숙한 지옥의 물건을(스,스캇토르 같은거) 쿠로네코에게는 바로 공개했었지.
그러면서 키리노는 가장 밑에 있었던, 저번에 나한테 보여주려고 했었던 보물상자에서 아이팟을 꺼내왔다. 능숙하게 아이팟을 조종해, 같이 있던 미니 스피커에 연결한후 무언가를 재생시켰다.
「……키리노의 취미는, 우리들 남매 사이를, 끊어진 인연을 연결해 주었어. 그 때 그것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우리들의 관계는 계속 식은 상태 그대로 였어. 가장 곁에 있었던 여동생의 일을 지켜줄수도 없었을 거야.」
"응?"
아이팟에서 나오는 목소리는, 어디선가 들어본듯한 목소리였다.
「관계 없다고 딴청을 피우며, 여동생이 울고 있는 것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어……! 그러니 나는 마음속 깊이 감사하고 있다고! 니가 추잡스럽다고 말한 오타쿠 취미 전부에 말야! 이 녀석이 있었기에, 우리들은 처음으로 진정한 남매가 될 수 있었어! 울고 있는 여동생을 봤을 때, 관계 없다는 빌어먹을 변명이 않아도 좋게 되었어!」
"하하 누구야 이 진성 시스콘은? 이 아니라 이거 설마…"
내가 등골이 시원해지는걸 느끼며 키리노를 쳐다보자, 키리노는 그저 씨익 웃었다.
「……이 마음을, 누구에게라도 부정 당하고 참을 것 같아. 거짓말이 아니라고, 이것은 우리들의 '사랑의 증거' 야! 알았어, 잘 들으라고, 나는 말야──」
"너, 너임마 그거 이리 내놔!"
이 다음 대사는 안된다고!!
「여동생이, 엄처엉……좋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
"……"
"(히죽히죽)"
「여동생이, 엄처엉……좋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게다가 끝부분은 반복재생
「여동생이, 엄처엉……좋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제발, 그만해주지 않을래
딸깍
내 바램이 닿았는지, 키리노는 거기서 아이팟을 조종해 멈추고, 쿠로네코에게 말했다.
"이녀석 엄청난 시스콘이니까, 사귄다고 해도 분명 고생할거라고?"
"화, 확실히 이건 좀 힘들지도…"
쿠로네코는 얼굴을 경련하며 대답했다.
"아, 아니야 쿠로네코 여기에는 깊은 사정이…"
"알고는 있지만 실제로 들으니까 임팩트가 장난이 아니네"
그거냐!?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가슴으론 이해 안되는 그거!?
"애초에 너! 이걸 어떻게 녹음해서 가지고 있는거야!?"
"아야세가 줬는데?"
"아야세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
그 날, 내가 불렀을때 녹음하고 있었다고? 이 무슨 무서운 여자!
"그러니까 이 녀석은 포기하는게 좋을거야. 너가 훨씬 아깝다고"
키리노의 말에, 쿠로네코는 흥, 하고 콧소리를 내고 말했다.
"그 한심한 점을 포함해서, 좋아하니까"
"에?"
"응?"
"앗, 그, 그게 아니라…"
쿠로네코는 얼굴을 빨갛게 하고 허둥거리더니
"그, 그럼 이만 가볼게!"
라며 빠르게 현관으로 뛰어내려가 사라졌다.
**
다음날.
"무슨일이야… 선배"
나는 오늘 쿠로네코가, 내가 키리노를 미국에서 데려올 용기를 줬었던 그 장소에 쿠로네코를 불렀다. 방학인데도 학교라는 장소는 언제 와도 꽤 신선했다.
"쿠로네코, 저번에 나한테 냈었던 문제 기억해?"
어젯 밤, 쿠로네코 덕분에 남매사이가 회복되고 잠자리에 누워서, 여러가지 많은 생각을 해봤다.
"전부 다는 아니지만, 몇가지는 알아냈어, 그래도 분명 기한은 무한이었지? 아직 남아있으니까"
키리노 녀석이 미국으로 가버렸을 때, 나는 왜 그렇게 쿠로네코에게 집착을 한걸까-
"혹시 알고 있어? 저주라는거, 너무 강하거나 실패하면 주술자한테 돌아온다고 하더라고"
그리고 어제는, 왜 키리노가 아닌 쿠로네코를 붙잡은 걸까. 그것은, 둔감한 내가 겨우 도달한 결과였다.
"뭐 이번 경우에는 저주가 너무 강해서 너한테 돌아가는 거야"
분명, 내가 의식하지 못한 곳에서 부터. 언제부터인지도 모르겠지만,
"그래서 그런건데"
지금에는 확실히 말할 수 있다. 나는, 언제나 우리 남매를 걱정해주고, 도와줬던, 이 녀석을ㅡ
"나랑, 사귀어주지 않을래?"
**
「에에~ 여기서 끝나는 거야?」
"무슨 문제라도?"
「하지만 말야~ 뭔가 그 이후의 알콩달콩한 분위기가 궁금한거 아니야? 보통」
"…시끄러워"
「난 중간에 '크크큭… 나의 오른손이 저주를 내뿜는다!' 같은 전개를 기대했다구. 중2병 넘치는 소설만 쓰던 녀석이, 이런 달달한 소설을 쓸 줄 누가 알았겠어. 역시 여자는 사랑을 하면 바뀌는 걸까?」
"그런 당신은 왜 해가 지날수록 중2병으로 회귀하는 걸까. 중2병 졸업했다고 하지 않았어? 아니면 나이를 거꾸로 먹니?"
「시끄러! '하고 싶은걸 할거야' 라며 날 흔든게 누군데! 하아… 나도 사랑을 하면 뭔가 바뀌는 걸까」
"슬슬 위험하지 않아? 나이라던가…"
「좋은 남자가 없는데 어떻게 해!」
"후훗… 딱하네"
「승리자의 시선으로 내려다 보지 마!」
전화 너머의 여자는 불만인듯 중얼거렸다. 분명 나이에 맞지도 않게 입을 빼죽히 내밀고 있을게 분명하네.
"지금에서야 말하는 건데… 당신의 책 홍보법, 뭔가 뉘앙스가 위험하지 않아? '현역 주부' 가 집필한 책이라니…"
「이번에만 그런것도 아니고 뭐 어때. '현역 여중생', '현역 주부' 이런 약간 위험한 뉘앙스가 딱 좋다고. 실제로도 많이 팔렸잖아?」
"그렇긴 하지만… 현역 여중생이면 모를까 현역 주부라니, 누가 봐도 40이 넘어가는 아줌마 같은 느낌이잖아. 난 아직 20대 초반이라구."
「네네 - 3- 이 아줌마는 30대 중반에 가까워 지고 있답니다. 자랑하는거냐 이녀석아!」
노처녀는 다시한번 전화너머로 괴성을 질렀다. 딱하네 정말.
「그럼 나도 지금에서야 말하는 건데, 이 소설, 왜 당신이 아니라 쿄우스케군의 시점인거야?」
"안해본 것도 아닌데… 어째서인지 이 편이 더 자연스럽게 쓸 수 있었어"
「러브러브입니까~ 현역의 러브러브입니까~」
"…바보취급 하지 말아줘"
할망구는 한참을 놀리다가, 이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 여동생이 이렇게 귀여울 리가 없어'의 마지막권은 보내준 원고대로 올릴게, 마지막으로 확인해보는거야. 딱히 바꿀건 없지?」
"응. 잘 부탁해 페이트씨"
「다음 작품도 기대하고 있을테니까, '작가' 쿠로네코씨」
드디어 마지막 권이라는 달성감과, 약간의 상실감 때문인지 나와 페이트씨는 서로 전화도 끊지 않은채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몇초정도 지났을까, 페이트씨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럼 마지막으로, 그 소설에 몇프로 정도가 진짜야?」
"후훗, 비밀이야"
그 장난스러운 질문에, 나는 대답하고 나서 전화를 끊었다.
"어? 페이트씨랑 통화한거야?"
어느새 샤워를 끝마치고 나온건지, 남편이 젖은 머리에 수건을 올려놓은 채로 거실에 나왔다.
"응. 일 때문에"
"그래? 그럼 나도 바꿔주지"
"노처녀의 원한은 무서우니까…"
"그, 그래?"
남편은 난감한듯 한번 웃고나서 계속 말했다.
"그건 그렇고 세상 참 좁네~ 담당 편집자가 페이트씨라니"
"썩은 인연일 뿐이야"
"거짓말. 처음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으면서"
"읏…"
히죽히죽 웃으며 나를 놀리는 남편 때문에, 얼굴에 열이 오르는걸 느꼈다.
그러면서 살짝 옆으로 고개를 돌리자, 남편이 왼손에 들고 있는 잡지가 눈에 들어왔다.
"하아… 언제쯤 시스콘 졸업하려고 생각하는 걸까"
"응? 죽기전엔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무책임하네…"
보리차를 마시며, 자신의 여동생이 나오는 모델잡지를 정기구독 하여 보고 있는 이 시스콘은 정말 한심한 남자다.
"아니 그래도 말이야, 결국은 키리노 녀석 때문에 너랑 만나게 된거니까. 그거로 좋지 않아?"
"…이 발정난 수컷은 요즘들어 왜 이렇게 능글능글 해졌는지… 풋풋했던 당신이 그리워져"
"'저주'가 옅어진 걸까~ 그것 때문에 그러는거 같은데"
"머, 멍청이… 하지만 저주 때문이라면 어쩔 수 없네"
나는 얼굴을 붉히며 그에게 다가가, 언젠가 했었던 그 '저주'를 덧씌웠다.
덧씌우는 저주는 전에 건 저주보다 강력해야 되니까, 볼이 아니라 입술이지만.
"헤헤"
"…뭘 바보같이 웃는거야"
그리고 서로를 수줍게 마주보고 있자,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앞으로도 잘 부탁해. 루리"
"응. 나도 잘 부탁해. 쿄우"
나는 지금, 최고로 행복해.
--------------------------------------------------------------------
3달이 넘는 시간동안 읽어 주신분들 감사합니다.
충분히 오글거리는 내용입니다!
정크소울님의 결연, 절연을 보다가 팬픽에 관심이 생겨서 처음으로 쓴 글인데 어떻게 읽으셨는지 모르겠네요.
그 이후로도 여러 팬픽들을 찾아 읽었지만, 우리나라 같은 경우엔 주인공이 환생하거나, 2회차, 혹은 오리주 케릭터가 나오는 경우가 많은것에 대해 불만이 있어서 써보게 됬습니다.
본편에서 쿠로네코가 말하잖아요?
자기만족 100%의 자위작품이 불만이라면 쩌는 자위를 보여주면 된다!
뭐 처음엔 그런 생각 없이 배설했지만 쓰는 도중에 제가 더 재밌더라구요. 내용도 나름 만족하구요.
일단 중반 이후부터 생각해놨던 엔딩이 꽤 여러가지가 있는데, 그 중에서 나름 가장 느낌이 좋다고 생각하는 엔딩으로 끝났습니다.
뭐 그림이나 닉네임을 보셔서 눈치채신분들이 많겠지만 저는 쿠로네코빠입니다 ^^;;
저번에도 말했지만 철저하게 쿄우스케 1인칭 시점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다른 인물들의 심리상태나, 혹은 쿄우스케가 보지 못한 일에 대해서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매우 둔감해서 다른 인물들의 의도를 눈치채지 못하는 쿄우스케. 이 두가지에 많이 신경을 썻습니다. 그런 부분 많이 찾아 읽으셨는지는 모르겠네요 ^^
중간에 자르면 2~3화는 나올 정도의 분량인데, 아무래도 위기 다음 절정과 결말 부분이라 내용이 끊기면 보는 쪽이 답답할것 같기에, 몰입도를 위해 한편을 비교적 꽤 길게 끝냈습니다.
너무 장편으로 쓰려고 하다보면 처음의 마음가짐에서 벗어나 내용이 산으로 가버리는 경우를 많이 봐서, 이 때쯤 끝내는게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혹시나 다시 재탕하시면 아시겠지만 여러 애니의 패러디가 많습니다. 잘 찾아보세요.
그리고 이런식으로 엔딩이 나는 다른 일본의 팬픽같은 경우만 해도, 현재 원작 소설에서 키리노의 가장 큰 복선인 아이팟,앨범, 왜 남매사이가 틀어졌는가? 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있습니다만
예를 들자면 아이팟은 초등학교 체육대회때 키리노를 응원하는 쿄우스케의 목소리가 녹음된 것이라던가, 앨범은 쿄우스케의 사진을 다 몰래 가져가서 넣어놨다는 것인가, 주로 그런것들이에요.
그런 내용이랑 겹치지 않고 어떻게 남매가 싸운 이유를 서술할까, 에 대해 고민한게
아마 3권이었나요? 몇권인지는 기억이 안나네요.
쿄우스케가 자신의 아버지에 대해 설명할때, 어렸을때 여자에 머리에 껌을 붙여서 그 여자애가 머리를 자르게 됬는데, 고지식한 아버지가 자신과 아버지 머리를 빡빡 밀고 그 집에 찾아가 사과를 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만 이것을 마나미랑 연결시키면 어떨까- 해서 이렇게 됬습니다.
쿄우스케의 시점이 아니라 다른 시점으로 보자면, 만년 중2병의 쿠로네코가 키리노와 만나고 정신적으로 성장한 것에 대해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본편에서도 언급되지만 쿠로네코는 정말 많이 성장했어요.
게다가 소설가나 시나리오라이터를 노리는 쿠로네코가, 그런 인생을 겪으면서 자신이 겪었던 그 일들을 소설로 내게 된게 '내 여동생이 이렇게 귀여울리가 없어' 라는 그런 엔딩입니다. 페이트씨의 말대로 어디까지가 사실인가? 에 대해서는 그저 여운을 남기는 용도겠죠 ^^
여튼, 제가 생각하기에 첫번째로 쓰게된 소설이 나름 만족스러운 결과를 낸것 같은데 읽으신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실까 궁금합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고, 나중에 혹시라도 다시 볼 일 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