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및 문화 콘텐츠 사이트 삼천세계

쿄우스케는 코스튬 플레이어


원작 |

키리노 Side 3화


그래도 점심시간이 되고 15분 정도 시간이 지났으니까, 다들 약속이나 한듯 도시락을 꺼내서 먹을 준비를 하고 있었어.

아야세는 항상 자신이 직접 도시락을 싸는듯 하고, 카나코는 음… 잘 모르겠네, 나처럼 어머니가 싸주시지 않을까?

"그러고 보니 카나코는 도시락 어머니가 싸주셔?"

"하?"

그러자 카나코는 카나코 특유의 사람을 바보취급하는 표정으로 얼굴을 찡그리며 반응했어.

"고등학생이나 되서 자기 도시락도 못만들리가 없잖아? 카나코,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직접 만든다구"

"…………………"

카나코는 '뭐 주메뉴는 보통 어제먹은 저녁반찬이지만' 이라고 덧붙였지만 카,카나코 너 그런 케릭터 ​아​니​잖​아​!​? ​

무,물론 나도 요리를 해보려고 한적이 없는건 아니지만… 나한테 안맞는다고 할까… 애초에 해본적이 얼마 없으니까 당연한거 아니야? 내가 노력하면 요리같은건 낙승이라고 낙승!

…………진지하게 나도 내 도시락 정도는 직접 만들어 볼까…

그런 이야기를 듣던 쿄우스케는 가지고 온 검은 비닐봉지에서, 매점표 빵과 우유를 꺼내면서 말했어.

"카나코가 도시락이라니… 안믿겨지는데, 어머니표 도시락을 자기가 만든거라고 하는건 아니야?"

그리고 야키소바빵을 입으로 가져가 한입 턱 하고 우물우물 거리는 쿄우스케.

정말… 저런 매점빵 같은걸로 영양이라던지 괜찮은거야? 그냥 평범하게 밖에서 제대로 된 밥이라도 사먹지 왜 여기서 빵이나 먹고 있는지 모르겠다니까! 정말로 여고생이 좋아서 그런거야?

"뭐래는거야 둔탱이가! 카나코, 이래뵈도 꽤 노력파라고? 요조숙녀라고?"

"노력파인건 알겠는데 요조숙녀는 좀… 하하"

"크,큭… 이자식! 확실히 우리엄마 보다야 못하지만 그래도 요리는 꽤나 자신있다고!"

"네네 알겠다구"

피식 웃으며 건성으로 대답하는 쿄우스케 녀석의 행동에 카나코는 '으캬악! 짱나!' 라면서 기성을 질렀어. 그러더니 팍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자 그럼 먹어보라구! 내 필살의 돼지감자조림!"

"!?"

카나코는 그렇게 말하며 몸을 앞으로 쭉 내민체 씩씩대며 방금까지 자기가 먹던 젓가락으로 집은 반찬을 앞으로 내밀고 있었어.

"저, 저기…"

"그 러 니 까! 먹어보면 알거 아니야!"

"읍!?"

당황해하면서 안절부절하는 쿄우스케가 말하는 도중 카나코는 그렇게 말하며 강제로 쿄우스케의 입에 젓가락을 ​쳐​넣​었​어​. ​

가… 간접키스 아니야…? 카나코, 설마 노리고 한건 아니지? 응? 

"오, 이거 맛있는데?"

얼떨결에 카나코가 마는 돼지감자조림을 먹은 쿄우스케는 밝은 얼굴로 말했어.

"그치이? 자신작이라니까!"

"너한테 이런 재주가 있을줄은…"

"카나코가 못하는건 공부밖에 없~네요!"

"그러심까…"

솔직하게 음.음. 하면서 감탄하고 있는 쿄우스케를 보고 카나코는 만족했는지 해맑게 웃으면서 자기자리에 앉았어.

그리고 다시 자신의 도시락을 먹으러 젓가락을 가져간 카나코는

"…!?"

아주 잠깐 멈칫한 카나코는 약간 빨개진 얼굴로 아무렇지도 않은듯 도시락을 먹기 시작했어. ………… 카나코 너……

그러자 쿄우스케 옆자리에서 불편한 표정으로 카나코를 지켜보던 아야세가 눈을 크게 뜨더니

"자 오빠 아앙~ 하세요"

라면서 자신의 도시락에 있던 계란말이를, 쿄우스케에게 내밀었어. 다른 한손으론 밑에 받치기 까지 하면서.

"하,하하하; 그냥 주,주면 내가 먹을테니까"

"에에? 카나코꺼는 먹었으면서 제가 주는건 못먹겠다는 거에요?"

"………"

그 말에 쿄우스케는 얼굴을 붉힌채 마지못해 계란말이를 받아먹었어.

"어때요?"

"으,응… 맛있는데…"

"그쵸? 헤헤"

얼굴표정으로 보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도 모르는것 같지만…

"자, 그럼 내것도 줄게"

딱히 이녀석을 챙겨준다거나 하는건 아니니까? 그 간,간접키스 같은거 의식하고 있지도 않아. 내 친구들은 반찬을 하나씩 줬는데 나만 안주면 속좁아보이잖아? 그치?

그렇게 나는 내 도시락에 있는 큼지막한 닭가슴살 구이를 하나 쿄우스케에게 내밀었어.

"어이… 평범하게 어머니 손맛이 느껴질거 같은데? 그건 안먹어봐도 안다고"

"………"

정말, 이 멍청이는…! 대체 어디까지 멍청한건지…!! 멍청이, 멍청이 멍청이 멍청이 멍청이!!!!

"키리노?"

"아아 직접만든 반찬이 아니라 미안하게 됬네!!"

"…키리노?"

"……됬어"

"어이, 또 뭐 때문에 기분이 나쁜건데?"

"됬다니까!!!"

"………"

나는 조금 눈물이 나올려고 하는걸 숨기기 위해 억지로 소리질렀어.

쿄우스케도 그 이상은 추궁을 하지 않았고, 조금 숙연해진 분위기로 식사는 계속됬어.

그래도 남자라 그런지 제일 빨리 먹은 쿄우스케를 두고, 입맛이 없어진 나는 절반정도 남겼어.

아야세가 걱정해줬지만, 그냥 입맛이 없을뿐이야. 라고 말하고 나는 그대로 양치를 하러 갔어.

"……"

양치를 하면서 후회와 자기혐오감이 올라왔어…

그 멍청이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자책감이 느껴진다니까.

그녀석이 멍청하고 둔감하고 멍청하고 멍청하고 멍청한건 이미 알고 있었는데, 또 내가 먼저 거리를 벌리려는 행동을 한거니까.

날 위해 점심까지 굶어가면서 도시락을 가져와준 오빤데… 너무 ​심​했​을​까​? ​

"한심하네, 나…"

조금 울적한 기분이지만, 이런 기분으로 다시 그녀석 얼굴을 보기에도 찜찜하니까.

나는 양치를 끝내고, 차가운 물로 세수를 하면서 다시 의식을 다잡았어.

그래. 괜찮아. 그녀석이 그러는것도 하루이틀이 아니고, 내가 이러는 것도 하루이틀이 아니잖아? 이정도는, 아직 괜찮아.

"코우사카양"

눈에 힘을 주고 다시 교실로 돌아가려는데, 이번에도 모르는 여학생이 말을 걸었어.

"3반의 타카마츠가 찾는데, 조금 시간 있어?"

"타카마츠…?"

누구였지? 그런녀석, 기억 안나는데

"뒷교정에서 기다린대"

"……응. 고마워"

이 이야기는 나름 짜증나기도 하는 소재니까 빨리 끝낼게.

나는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녀석이 불러내서 고백하는건 진~짜 짜증나. 나에 대해 알지도 못하면서, 외모만 봤다는거잖아?

나도 상대에 대해 모르고, 상대도 나에 대해 모르는데 어떻게 연인사이가 될 수 있다는 거야? 그렇지 않아? 게다가, 이런 경우엔 묘하게 자기 얼굴에 자신이 있는것 같은 녀석들이 고백하니까 더 짜증나.

중학생 때도 그랬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동갑은 동네 꼬맹이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적어도 세살 연상. 그 생각은 평생 바뀌지 않을것 같아.

이 경우도 마찬가지였어. '경우도' 라고 한거는, 이 학교에 들어와서도 벌써 10번 정도 고백을 받아서 그런거야.

"미안해요. 좋아하는 사람이 있거든요"

그래도 최대한 상대가 기분나쁘지 않게, 약간 미소를 지으면서 그렇게 이야기를 했어. 납득하지 못하는 것 같은 얼굴을 하더라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데 자기가 어떻게 할거야?

"친구들이 기다려서, 이만…"

딱히 나를 붙잡으려고도 하지 않은 한심한 남자를 두고, 나는 그대로 다시 교실로 돌아가려고 했어.

"……"

2층으로 올라가, 제일 먼저 보이는 창문에 몸을 기댄후 지갑에서 꺼낸 사진 한장.

그 사진엔, 아직 사이가 좋아보이는 어린 남매가 찍혀있었어. 검은머리의 여동생이, 오빠의 볼에 뽀뽀를 하고 있는 사진.

'어렸을때의' 사진은 전부 내가 가지고 있거든. 내 소중한 보물상자. 그 앨범에 말이야.

그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사진이야 이게. 코팅까지 해서, 부적처럼 항상 가지고 다니거든.

응? 아, 그, 단지 이 사진의 내가 최고로 귀엽게 나온거니까 그런거라구? 이상한 착각하지마!

사진속의 오빠, 쿄우스케도, 장난스럽게 이를 보이게 웃으며 한팔로 나의 어깨를 잡고 있었어. 이게 아마, 아버지가 찍어주셨던 거로 기억하는데 후후.

모델일이든, 육상일이든, 무언가 능력적으로 힘든일이 있으면 나는 항상, 예전에 발이 느렸을때 체육대회에서 받은 상장을 꺼내서 보곤 해.

응. 전에 쿄우스케에게 보여준 그거야. ​5​등​,​4​등​,​3​등​,​2​등​,​1​등​.​ 계속해서 올라가는 순위의 메달을 보면서, 나는 다시한번 노력을 할 수 있는 용기를 얻어.

하지만 그런게 없이, 그냥 아무 이유없이 막연히 우울해질때는 이렇게 어렸을때의 사진을 보곤 해. 그럼, 왠지 모르게 그냥 기분이 좋아지거든. 용기가 생겨. 

"솔직하게 사과할까…"

사실 저녀석에게 '사과하고 싶다' 라는 생각은 엄청 옛날부터 가지고 있었지만, 막상 이야기를 하다보면 그런 말이 안나온다니까, 주먹이나 발이 먼저 나가거나, 더 심한 말을 하기도 하니까. 이번에는, 사과할 수 있을까?

휘이이잉

"앗!"

순간, 눈을 질끈 감아야 할 정도의 강풍이 불었어. 2초정도 불었을까? 정말! 머리카락 망가지잖아! 그런 생각을 하면서 눈을 떠보니

"에-?"

내가 방금까지 들고 있었던 소중한 사진이, 창밖으로 ​날​아​갔​어​. ​

그나마 다행인건 창문 바로 앞에 있던 나뭇가지에 걸려있다는 것 정도. 그대로 멀리멀리 날아가지 않았으니 다행이려나.

나는 약간 투덜거리면서 다시 밖으로 내려가, 아무렇지도 않게 나무를 타서 올라갔어. 그래도 나 운동신경 발군이니까.

아무렇지도 않게 사진이 걸려있는 나뭇가지에 가까이 가려고 몸을 앞으로 옮기자 갑자기 드는 생각.

'에. 나, 나무 탈 수 있었던가?'

그런 생각을 해서 그런지, 무의식적으로 바닥을 보자 2층이 다 되가는 높이의 나무 위에서 보는 바닥은 아찔하게 먼것 같았어.

순간 가벼운 현기증이 돌더니, 이내 몸이 굳어버려서… 사진을 찾기는 커녕 내려가지도 못하겠는거야.

'조, 조금 위험할지도…'

그러고보니, 어렸을때 이렇게 나무위에 올라갔다가 못내려갔었던 기억이 있는것 같은데… 그럼 나, 대체 왜 올라온거지? 그 정도로 멍하니 있었던 거야?

'다, 다리가 괜찮아지면 내려가자. 어렸을때도 아니고, 괜찮을 거야'

하지만 내 생각과는 다르게 5분이 넘게 나무위에 있는데도 다리의 떨림은 멈출생각을 안했어.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하면서, 진짜로 위험한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을때

"키리노… 뭐하냐?"

"!?"

소리가 나는 방향. 그러니까 아래로 다시 시선을 돌리자 쿄우스케가 한심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어. 또 바닥을 봐서 핑-하고 현기증이 온것도 다 이녀석 때문이야!

"무, 무슨 상관이야?"

솔직히 말하자면 우연인지, 아니면 5분이 넘도록 안오는 여동생이 걱정되서 찾으러 다닌건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상황에 쿄우스케가 와줬다는 사실에 기쁜데도, 말은 그렇게 나왔어.

내 말에도 쿄우스케는 대답하지 않고 팔짱을 낀채 으음.. 하는 신음소리를 내며 나를 올려다 보더니

"그 나뭇가지에 걸린거 때문에 올라간거야?"

"………"

"그럼 평범하게 밑에서 발로 차면 떨어지지 않냐?"

"!?"

그, 그런 방법이…

"도와줄까? 아니 애초에, 너 높은곳 약하잖냐"

"높은곳이… 약해?"

나도 기억 못하는걸,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거야?

"기억 안나? 꼬맹이때, 고양이 구경하겠다고 나무위에 올라갔다가 못내려와서 징징댔잖냐"

"내, 내가 언제 징징댔다고 그래!"

"징징댔거든!?"

그, 그랬던거 같기도 하고… 아닌것 같기도 하고…

"참나. 또 못내려오고 있는거지? 올라갈테니까 기다려"

"자,잠깐!"

쿄우스케는 아무렇지도 않게 나무위를 올라오려고 했어.

나, 나는 지금 꼼짝도 못하는 상황인데 저, 저, 저저저저저 사진을 쿄,쿄우스케가 보,보보보보보면…

​"​오​,​올​라​오​지​마​!​!​"​

"하?"

"올라오면 ​죽​어​버​릴​테​니​까​!​!​"​

"갑자기 왠 협박이여!?"

​아​,​안​돼​,​안​된​다​구​…​!​ 죽어버릴거야. 저녀석이 저 사진을 보고 날 놀려댈 상상만 해도 머리가 터질것 같은데, 보,보면 진짜로 ​주​,​주​,​죽​어​버​릴​거​야​…​

"그러니까 오,올라오지ㅡ 꺄악!"

슬금슬금 나무위를 올라오는 쿄우스케보다 빨리, 사진을 잡기 위해 앞으로 움직이려고 했지만 후들거리는 다리로 꽤 오래 매달려 있어서 그런지 쥐까지 났나봐. 나는 한심한 단말마를 외치면서 추하게 낙하했어.

​"​키​리​노​!​!​!​!​!​"​

내가 떨어지면서 나무가 조금 흔들려서 그런지, 그 떨어지는 찰나 보이는건 사진이 팔랑팔랑 떨어지는 거였어. 다치는건 어쩔수 없지만, 저 사진이라고 회수해야되는데…!

쿵!

"아,아야…"

엉덩이가 조금 아프지만, 꽤 높은곳에서 떨어진거 치고는 별로 아프지 않았어. 뭔가 바닥에 푹신한게 있는거 같기도 한데…

"오,오빠!?"

"…………이,일단 나와줄래"

쿄우스케는 내가 떨어지는 순간 몸을 날려서 쿠션역할을 해준것 같아. 조,조금은 멋지잖아…

그래도 중간까지 나무에 올라갔었을 텐데, 그대로 바닥에 몸을 던진거야? 그러면서 중간에 있는 나뭇가지들에게 피해를 입었는지, 옷에 구멍이 나있는게 보였어. 저 옷, 쿄우스케가 꽤 마음에 들어하던 옷인데…

"어, 어떻게 해… 옷이…"

"옷은 아무래도 좋은데, 키리노. 어디 다친덴 없냐?"

"으,응…"

안절부절하는 나를 두고, 쿄우스케는 그렇게 물었었어. 몸을 다시 둘러봐도, 찰과상이라고 부를만한것도 없어서 괜찮다고 대답했어.

"그래? 다행이다"

얼굴에 흙을 잔뜩 묻히고, 옷에 구멍이 뚤린채로 환하게 웃으면서 그렇게 말하는 쿄우스케의 미소는, 여태까지 본 미소중에 가장 멋있었어.

"오빠… 나… "

그 순간, 하늘에서 팔랑이며 네모난 종이같은거 하나가 쿄우스케의 머리위로 떨어졌어.

"응? 이건…"

​"​보​지​마​!​!​!​!​!​!​!​!​!​!​!​!​!​!​!​!​!​!​!​"​

"으거어억!?"

그게 아까 그 문제의 사진이라는 것을 파악하자 마자, 나는 반사적으로 쿄우스케의 얼굴을 걷어찼어. 미안해 오빠…

나무에서 떨어진것보다 타격이 큰지, 大자로 뻗어있는 쿄우스케에게 나는 마음속으로 사과하면서 사진을 무사히 회수. 지갑에 다시 넣었어.

**

그대로, 다시 쿄우스케와 교실로 돌아왔어.

점심시간은 10분정도 남았으니까, 슬슬 쿄우스케는 돌아가고 우리는 다음 수업을 준비해야 할 시간이니까

"……"

"………"

"……………"

"…………………"

밖으로 나갔다가 난데없이 얼굴에 실내화 밑창모양이 찍혀돌아온 쿄우스케가 웃긴것도 있지만, 아무래도 나 때문인지 분위기는 조금 무거웠어.

여담으로, 쿄우스케도 나가서 돌아오지 않자 찾으러 나온 아야세와 카나코가 처음으로 본게 나한테 깔려있는 쿄우스케였대.

"그… 미안…"

"그렇게 보여주기 싫은거면 잘 간수하지 그랬냐…"

"응…"

내 사과를 받아준건지, 그렇게 대답하는 쿄우스케는 그렇게 기분이 나빠보이지 않았어.

에?

나, 지금 사과한건가?

머릿속이 혼잡한 나를 두고, 이제 조금있으면 쿄우스케가 가서 그런지 아까의 그 여자애들이 다가와서 직접 쿄우스케에게 말을 거는게 들렸어.

"코우사카씨! 코우사카양 구하다가 다친거에요?"

"아? 응… 뭐 그런셈이지"

"자상한 오빠라니, 멋지다!"

"하하 뭐…"

뻘쭘하게 얼굴을 굵는 쿄우스케를 두고, 이번엔 옆에있는 다른 여자애가 물었어.

"코우사카씨, 혹시 애인 있어요?"

"응. 있는데?"

"오오오. 어떤사람이에요?"

"응, 잠시만"

그러더니 쿄우스케는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서, 그 핸드폰 뒷면에 붙여있는 스티커사진을 보여줬어.

사진에는 하얀 원피스를 입은 까만거가 쿄우스케의 팔짱을 낀채로 장난스럽게 웃고 있었고, 아무래도 까만거가 자기쪽으로 쿄우스케를 당겼는지 쿄우스케는 까만거 쪽으로 당겨지는 느낌으로 당황해 하고 있는 표정이었어. 언제 찍은거야 이거!?

"우와~ 미인이네요!"

"그렇지?"

자기 여자친구 자랑을 하면서 히죽거리는 남자는 재수없네 정말…

그렇게 5분정도 이것저것 서로 즐겁게 떠드는가 싶더니,

"슬슬 가봐야겠네. 공부 열심히 해"

라면서 쿄우스케가 손을 흔들면서 밖으로 나가려고 했어.

"잘가요 오빠"

"잘가라구 둔탱이!"

"누가 둔탱이냐!"

퇴장할때도 딴죽을 잊지 않는게 또 쿄우스케 답지만 말이야.

창문으로, 운동장을 가로질러 걸어가는 쿄우스케의 뒷모습을 보면서 나는 아까 그 여자애들에게 말했어.

"근데, 너희 내 오빠한테 관심있는듯 하더니 왜 번호같은건 안물어봤어?"

아깐 당장이라도 대쉬할것 같더만…

그러자, 약간 침울한 얼굴로 여자애들이 말했어.

"에? 그치만~"

"여자친구… 레벨 높았지…"

"응… 코우사카양이나 아라가키양 만큼만 아니면 뺏어보겠다고 생각했지만"

"그런 미인이 상대라면 무리야~"

"………"

그냥… 처음부터 쿠로네코 사진을 보여주면 되는거였어!?

"코우사카양?"

고개를 갸웃 거리면서 걱정해주는 여자애들에게- 나는-

​"​으​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짜​증​나​아​아​아​아​아​아​아​아​아​!​!​!​!​"​

​"​!​?​!​?​!​?​!​?​"​

폭발했어.

뭐, 그 평범남 치고는 꽤 자신의 존재를 어필하게 된 이야기라고 생각해. 그 이후로도 우리반 여자애들 사이에서 '코우사카네 오빠'의 이야기가 꽤 돌았지만, 아까 그 여자애들의 '골키퍼… 레벨 높아…' 하는 발언에 다들 시무룩해졌다니까…

다시한번 지갑에서 아까 그 사진을 꺼내서 보니, 바지에 나뭇잎을 잔뜩 묻히고 흙투성이가 된 얼굴로 웃고있는 쿄우스케의 얼굴이, 굉장히 멋지게 보였어.



키리노 시점으로 쓰다보니 자신이 키리노가 된것같은 기분...

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