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타인 2화
"그럼 쿄우 잘가~"
"아아 너도 수업 잘 받고"
"쿄우야말로 열심히 해~"
"오우"
어느새 학교 정문까지 도착하고, 과가 달라 위치가 정반대인 마나미와 헤어졌다.
그렇게 갈길을 가다가 호기심에 다시 뒤돌아보자 타이밍 좋게도 뒤돌아본 마나미와 눈이 마주쳤다.
이미 소리를 질러도 잘 안들릴 정도의 거리인데도 마나미는 다시 이쪽으로 몸을 돌려 손을 흔들었다.
그 바보같지만 마음이 따뜻해지는 행동에, 나도 수초간 마나미에게 손을 흔들다가 몸을 돌렸다.
그 후로 강의실을 들락거리며 시간표를 따라서 움직였다.
친구도 여럿 생겼지만, 아카기 녀석처럼 완전히 마음을 터놓을 만한 녀석은 없다고 할까, 강의마다 아는 사람이 다르니 고등학생 때랑은 또 느낌이 달랐다.
오전수업이 끝나고, 학교식당에서 꽤 죽이 잘맞는 녀석 둘과 함께 밥을 먹고 있고 있으니, 별로 친하지는 않지만 서로 얼굴이나 이름은 알고있는 녀석이 다가왔다.
"어이 코우사카! 에, 또 우동이냐?"
"내버려둬. 너야말로 또 마파두부냐?"
이 녀석의 이름은 나카시마 키요히코.
노란색으로 물든 머리카락 색깔이나, 바지에 있는 체인이나, 입 옆에과 눈썹, 그리고 귀에 주렁주렁 달려있는 피어스를 보면 누구나 불량학생으로 생각하겠지만 나와 같은 교육과에 선생님을 목표로 하는 녀석이다. 이 학교에 온것으로 다 알겠지만 학력도 상당하고.
키요히코 라는 이름 때문에 어렸을 적부터 여자아이 취급을 받기에, 컴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해 일부러 이런 모습을 하다보니 아에 적응이 됬다고 한 녀석이다.
모습때문에 그런지, 피하는 녀석들도 있는것 같지만 조금 이야기를 해봤는데 그리 나쁜 녀석은 아닌것 같다.
"그것보다 코~우~사~카~ 언제쯤 같이 그룹미팅 나가줄거야!"
"여자친구 있다고 몇번이나 말했잖냐"
하지만 그런 외모가 폼은 아닌듯, 여자들에게 꽤나 인기도 있고 자유분방한 녀석이다.
이 녀석은 항상 나를 볼때마다 같이 그룹미팅에 나가자며 꼬시는데, 그때마다 여자친구가 있으니 안한다고 거절해도 끈질기게 권유해온다.
"야 누가 미팅해서 끝까지 가래냐? 적어도 수준이 맞는 애들을 데려가야지 될거 아니야. 그러니까 너밖에 없다니까!"
"………"
나는 그 녀석의 말을 듣는둥 마는둥, 후루룩 소리를 내며 우동을 먹었다.
"애초에 난 미팅같은거 해본적도 없고, 관심도 없어"
"캇! 고등학생이랑 사귀는 범죄자 같은놈이!"
다른 사람이면 쳇. 이거나 흥. 하며 혀를 차는 소리를 캇! 하며 이상한 소리를 내는게 특징이라면 특징인 녀석이다.
마지막 남은 국물까지 다 먹은 후, 나는 그릇을 내려고 일어나면서 말했다.
"그냥 머릿수만 채워주는거면, 나중에 시간 날때 같이 갈게. 오늘은 일이 있으니까"
그러자 허겁지겁 마파두부를 입에 퍼넣던 (정말로 이것 이외에 묘사할 방법이 없는것 같다) 녀석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얼마 씹지도 않고 삼키고 나서, 숟가락을 나에게 향하며 말했다.
"분명히 니 입으로 말했다. 남자가 한입으로 두말하지는 않겠지! 다음에는 상대도 너가 좋아하는 고등학생으로 맞춰올테니까!"
"얌마 머릿수만 채워준다니까…"
"캇! 뭐 어떠냐? 중간에 마음이 바뀔지도 모르잖냐"
"마음대로 생각해라. 그럼 난 이만 가본다"
"오우, 다음에 보자!"
호전적인 웃음을 띄우며 싱글벙글 웃는 녀석을 내버려 두고, 나는 같이 밥을 먹던 녀석들에게(이 녀석들은 나카시마가 나타나자마자 조용해졌다) 인사를 하고 다시 교실로 돌아갔다.
오후수업도 평소 하듯이 무난히 끝나고, 나는 같이 노래방에 가자고 하는 여자애들의 권유를 사양하고, 그대로 집에 돌아왔다. 아 여담으로, 초콜렛은 못받았다. 제길.
"다녀왔습니다"
집에 제일 먼저 돌아온 내가 본능적으로, 제일 먼저 확인한 것은 현관에 있는 신발.
요즘 쿠로네코가 퀸오브나이트메어의 코스프레를 하는 횟수가 적어짐에 따라 검은 구두를 신는 빈도도 적어졌지만, 딱 보면 쿠로네코가 좋아할법한 단화나 구두종류를 신으므로 쿠로네코가 왔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보이는건, 검은 구두와 갈색 구두.
"…?"
검은 구두는 자주 본 쿠로네코의 것이지만, 이 갈색 구두는 누구거지? 뭐, 아무래도 상관없나.
그대로 내 신발을 신발장에 넣고, 거실로 들어가면서-
"루리 왔어?"
해맑은 음색으로 말한 나의 목소리와는 다르게, 거실엔 차가운 분위기의 정적만이 맴돌았다.
"……"
"………"
"…………"
거실 가운데 있는 탁자를 중심으로, 아야세와 쿠로네코가 마주보며 눈싸움을 하듯 심각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고, 키리노는 그 둘을 말리려고 했는지 안절부절 하고 있었다. 아까의 구두는 아야세꺼 였구만.
"에… 뭐하고 있냐 너희들"
"어머, 당신 왔어?"
쿠로네코는 묘하게 듣는 사람이 간지러운 콧소리로 싱긋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옛날부터 나나 키리노의 이름을 잘 안부르고 '당신, 그 여자' 정도로 부르던 쿠로네코였지만, 괜시리 연인이 된 후로는 저 '당신'이란 말을 들을때마다 두근두근 해서 큰일이라고..
"자, 옷 이리줘"
"응? 어, 오우"
그러면서 쿠로네코는 나에게 다가와 내가 걸치고 있는 가디건을 벗겨줬다.
쿠로네코는 옷을 그대로 접은다음, 그대로 들고 2층으로 올라가려고 했다.
"내가 가져가도 되는데"
"괜찮아"
그대로 내 방에 옷을 두러 쿠로네코가 올라가고도, 뭔가 싸ㅡ한 분위기는 계속됬다. 더럽게 불편하네 이 공기…
"아, 아야세 안녕?"
"네 안녕하세요 오빠."
"……"
"……………"
"그, 키리노 만나러 온거야?"
"네 뭐, 그런셈이죠…"
"……"
"……………"
"……………………"
"………………………………"
계속 불편한 공기에 나도 그냥 2층으로 뛰쳐올라갈까, 하며 생각을 하고 있으니 소리도 없이 쿠로네코가 나타났다.
아직 앉지도 못하고 서있는 나를 내버려 두고, 쿠로네코는 그대로 자기가 앉아있던 소파에 앉더니
"훗."
하며 다 들릴만한 웃음을 지으며 아야세를 노려봤다. 뭔일이야 대체?
"크,크으으…"
뭔가 개운해 보이는 쿠로네코와는 달리 아야세는 이를 뿌득이며 괴로워 하고 있었다. 알수가 없네…
"…"
"……"
"………"
"…………"
다, 다같이 시스칼리라도 할까~ 라고 정신나간 소리를 하기 일보직전, 나보다 먼저 정적을 깬건 쿠로네코였다.
"자 쿄우. 선물이야"
가지고 온 종이백에서 부스럭거리며 쿠로네코가 꺼낼때, 날이 날이니 당연히 초콜렛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마치 몰랐다는 양 받는게 제맛이지!
쿠로네코가 꺼낸것은 하트모양의 내 주먹만한 초콜렛이었다. 검은색 포장지에 보라색 리본으로 쌓여있는게 쿠로네코 답다면 쿠로네코 다웠다.
"어 응, 잘먹을게. 고마워 루리"
"나름 어레인지 해봤어. 먹어봐"
"지, 지금?"
"응. 먹어줬으면 해"
나는 그러면서 키리노와 아야세 쪽을 힐끗 쳐다봤다. 이거 남들앞에서 좀 쑥쓰러운데. 세간에서 말하는 바보커플 아니야?
그래도 나를 올려다보는 쿠로네코의 눈빛에 패배. 조심히 리본을 풀어 포장지를 살살 벗긴다음, 모서리 부분을 깨물어 먹었다.
"오, 이거…"
초콜렛이라는게 이렇게 맛있는 거였나? 단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내 입에도, 신기할 정도로 맛있었다. 아주 약간 쓰면서도 깊은 달콤함. 그리고 이건…
"평범한 초콜릿을 녹인거에 카카오를 약간. 그리고 레몬을 첨가해봤어. 어때?"
"이 약간 상큼한게 레몬이었구나… 굉장히 맛있어. 고마워"
"다행이야"
안도의 한숨을 쉬며 수줍은듯 웃는 쿠로네코 너머로, 키리노가 못먹은걸 먹은듯 혀를 내밀고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다. 미안하네 바보커플이라!
탕!
그 순간, 왠지 모르게 눈을 빛내는것 같은 아야세가 탁자를 치며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