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쿄우스케는 코스튬 플레이어


원작 |

모델? 모델! 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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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의미없는 잡담이나 장난을 치면서 어느샌가 시간은 흘러흘러 9시 30분.

키리노가 말하길, 이 시간쯤에 집앞으로 저번에 타고 갔었던 소속사의 검은 밴이 온다고 한다.

평소에는 키리노도 시내까지는 걸어가거나 아에 전철을 타고 이동을 했지만, 아무래도 쿠로네코를 꼬시면서 소속사에 이야기를 했나 보다. 저렇게 뒤에서 말없이 챙겨주는게 키리노 답다면 키리노 답다.

타이밍 좋게 키리노의 핸드폰이 울리고, 키리노는 핸드폰의 액정을 잠시 바라보더니 전화를 받았다.

"네. 코우사카 키리노 입니다. 네, 네 알겠어요"

몇마디 뿐인 짧은 통화를 마치고, 키리노는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말했다.

"차가 이 근처까지 다 왔다고 하니까, 이제 나갈준비 하자"

뭐, 준비라고 해도 외투를 입는 정도 밖에 더있냐. 전혀 예정에 없었던 일이지만, 쿠로네코 보고 돌아가라고 하기에도 뭐하고, 그렇다고 혼자 보내기도 뭐하니 어쩔 수 없이 나도 따라가게 됐다.

그런 생각을 하며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잠시 눈치를 살피던 쿠로네코도 일어났다.

소지품을 확인하고, 겉옷을 걸친뒤 셋이서 어머니에게 인사를 한후 밖에 나가니 타이밍 좋게도 골목 끝에서 오고있는 검은 밴이 하나 보였다.

흔들림 없이 매끄럽게 다가온 검은 밴은 정확히 우리 앞에 딱 멈췄다. 제일 먼저 키리노가 문을 열고 들어가서 쿠로네코에게 손을 내미니, 쿠로네코는 멋쩍게 그 손을 잡아서 올라탔다.

뭐, 당연히도 나에게는 손을 내밀어 주지 않았기에 나는 내 힘으로 알아서 차에 올라타서 앉으니, 운전석 쪽에 앉아있던 사람이 말을 걸었다.

"안녕하십니까 코우사카군. 오랜만이네요. 혹시 기억하고 있습니까?"

"아, 네 안녕하세요. 분명 성함이…"

뒤통수를 긁으며 멋쩍게 대답하면서 머리를 굴려봤지만, 아무리 해도 이름은 기억이 안난다. 실례일려나? 그래도 어쩔수 없는게, 딱 한번본 사이라고. 이 차분한 목소리와 얼굴은 기억하지만 말이야.

그러자 옆에서 키리노가 나의 허벅지를 쿡쿡 찌르면서, '야부키씨 야부키씨' 라고 귓속말을 ​해​왔​다​. ​

"야부키씨… 였나요?"

"하하 기억하고 계시는군요. 사실 전 코우사카군보다 쿄우스케군이 더 친근하지만요"

"예?"

"그거야, 키리노양이 심심하면 오빠분 자랑을 하고 있으니, 귀에 딱지가 질 지경입니다"

"엥? 꽥! "

그러자 옆에 있던 키리노는 나의 얼굴을 양손으로 누르며 (뭔짓이냐 대체!?) 말했다.

"자,잠깐 야부키씨!"

"어, 어라… 말하면 안되는 거였나요? 하하… 못들은 걸로 해주세요"

​"​…​…​…​…​…​두​고​봐​요​ 야부키씨이…"

"하하하…… 그, 그건 그렇고 말씀하시던 고코우양인가요? 이야기는 키리노양에게 많이 들었습니다. 야부키라고 합니다. 어쩌다보니 임시로 기사직을 하고 있네요…"

이글이글 대는 분노를 비추는 키리노의 시선을 피해 (라곤 해도 운전하고 있으므로 등밖에 안보이지만) 야부키씨는 대놓고 화재를 바꿨다.

그 말에 쿠로네코는 잠깐 흠칫 하나 싶더니, 금새 아무렇지도 않은듯, 평소의 도도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머, 이야기라니, 이 여자가 무슨 이야기를 했나요?"

"키리노양이 친구중에 고양이귀가 잘 어울리는 녀석이 있다던가, 일본인형 같아서 언제한번 이것저것 입혀보고 싶다던가, 그런 이야기도 자주 했습니… 에, 혹시 이것도 말하면 안되는 거였나요?"

"……"

야부키씨는 창백해진 얼굴로 입을 ~ 모양으로 굳게 닫은채, 부들부들 떨고 있는 키리노를 보더니, 덩달아 자기도 얼굴이 시퍼래졌다. 재미있네 이 두사람…

"어라, 키리노양? 이것저것 입히고 싶다니, 어떻게 된 일일까, 설명해주지 않을래?"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그 장난스러운 성격으로 키리노를 놀리는 쿠로네코에게, 키리노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어보였다.

"……"

거의 울 지경이 다된 키리노에게, 쿠로네코는 완전히 승자의 기분을 맛보고 있는지 얼굴에서 윤기가 나는듯한 착각도 들었다. 그래 비유하자면 뭐랄까, 흡혈행위를 한 직후의 흡혈귀 같다고 할까? …뭔가 가면 갈수록 비유가 매니아틱 해지는것 같아서 불안하다.

"키리노양이 그렇~게 원한다면, 내가 소꿉인형 역할을 해줄수도 있지만 말이야?"

"에, 정말!?"

"!?"

완전히 놀려먹을 작정 300% 였던 쿠로네코가 무심코 뱉은 말에, 갑자기 키리노가 쿠로네코의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나는 순간 쿠로네코의 입모양이 '아차' 라고 움직이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고!

"에, 에?"

"부,분명히 너 입으로 말했다? 약속이니까!"

코에서 김을 훅훅 내면서 말하는 키리노는… 그냥 변태 아저씨였다. 뭐랄까, 저 장면을 사진으로 찍은 다음에 말풍선에 '어이 아가씨, 팬티좀 보여주지 않을래?' 라고 넣으면 딱 될것 같은데.

"…………"

순식간에 판정이 뒤바뀌는걸 보면, 정말 이 둘은 서로에게 천적이다.

계속 쿠로네코가 당황해 하고 있는것도 불쌍하고, 나도 이쯤에서 화제를 바꿔볼까

"저기, 야부키씨"

"네. 무슨일인가요?"

"모델들이 아프다는데, 무슨일 이라도 있었나요?"

그러자 야부키씨는 "그게 말이죠…" 라면서 약간 말을 흐리더니

"뭐 때문인진 모르겠지만 식중독이 돌은것 같아서요. 다들 복통을 호소해서…"

"……………"

에, 설마…

살짝 쿠로네코에게 시선을 돌리니, 쿠로네코는 어깨를 살짝 으쓱하며 자신도 잘 모른다는 눈빛을 보내왔다.

"키리노… 혹시 사오리에게도 권유했어?"

"응. 사오리 한테도 부탁하려고 전화했었는데, 어머니가 받으시더라고. 그쪽도 식중독이래나?"

"…………"

꿀꺽… 나는 무의식적으로 침을 삼켰다.

"아, 아야세랑 카나코는? 그쪽도 물론 연락했겠지?"

"그 둘도 식중독. 정말, 식중독이 유행이라고는 해도 평소에 관리를 잘 안하니까 식중독균에 당하는거 아냐?"

"그건 아닐거다. 분명."

이, 이녀석… 그 암흑물질을 소속사 한테도 선물로 뿌렸나… 이게 무슨 대량학살… 아니, 너가 장티푸스 여사 메리 말론이냐!?

아니 잠깐만… 카나코 녀석은 바보니까 좋다고 먹었다고 쳐도, 아야세는 키리노 초콜렛의 위력을 알고 있을 텐데, 무슨 일이지?

나는 정말로 그 사실이 궁금했기에, 바로 핸드폰을 꺼내 아야세에게 전화를 걸었다.

"………"

10초 정도 신호음이 간 후

「네, 아라가키 입니다……」

전화너머에서 들리는건 지금 당장이라도 죽을 것 같은 사람의 목소리 였다.

잠시동안, 정말로 아야세 본인이 맞는지 확신이 안섰지만… 아마 맞겠지…

"…괘, 괜찮냐…"

「아, 오빠인가요… 무슨일이세요…? 되도록이면 짧게좀…」

"별건 아닌데… 너, 그… 머,먹었냐?"

「………………」

"…………………"

머,먹었냐? 라는 추상적인 대화임에도 불구하고 전화너머의 아야세는 다시 그 암흑물질의 맛이 생각났는지, 윽, 하는 소리를 냈다.

「눈앞에서 키리노가… 해맑은 얼굴로 저에게 선물이라면서 기대한 얼굴로 쳐다보면… 어쩔 수 없어요……」

"장하다 아야세…"

「네……」

"그럼 몸조리 잘하고…"

「네……」

크윽, 완전히 할복하는 무사의 마음이잖아. 대단하다 아야세!

나는 미간을 손가락으로 잡으면서, 눈물이 나오려고 하는걸 억지로 참으려 하고 있었다.

그런 나를 키리노는 못마땅한듯한 표정으로 쳐다보면서 말했다.

"헤에… 여동생 친구가 아픈것도 걱정하는구나"

"단순한 여동생 친구가 아니야! 동료다! 같은 전장을 헤쳐나온 동료라고!"

눈물이 나올것 같네 정말! 전우여! 부디 편한 곳으로 가길!

"………"

"나만 살아서 미안하다 아야세…"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정말로 무슨 말인지 못알아 듣고 걱정스레 말하는 키리노를 두고, 참 이녀석도 둔감하다 싶었다.

그런 바보같은 대화를 하면서 떠들은 것 만으로 그렇게 시간이 지났는지, 끽 하는 소리도 없이 매끄럽게 차가 정차한후 야부키씨가 말했다.

"자, 도착했습니다"

적당히 감사의 인사를 표하고, 다같이 밴에서 내려서 올려다보니, 꽤나 깔끔한 건물. 예전에 딱 한번 왔었던 그곳이 보였다.

정말, 그때 이후로 다시는 이곳에 올일은 없을것 같았는데… 운명이라고 해야할지, 조금은 미묘한 기분이다.

옆에 있는 쿠로네코는 건물을 보더니 꿀꺽 하고 침을 삼켰다. 얼굴은 누가봐도 긴장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아마 내가 처음 왔을때 저런 표정이지 않았을까. 그래도 두번째라 그런지, 그때 만큼의 긴장감이나 불안감 보다는 막연하게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생각이 더 앞섰다.

마지막으로 건물에 들어가기 전에 나는,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단 하나의 불안감을 무의식적으로 중얼거렸다.

"…게이 감독도 식중독이면 좋을텐데"



아는분들에게 소개좀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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