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쿄우스케는 코스튬 플레이어


원작 |

미팅에서 만난 그녀는 3화


"…………"

"…………………"

나와 카나코는 바닥에 떨어진 핸드폰을 멍하니 쳐다봤다.

아직 충분히 쌀쌀한 날씨인데도 불구하고, 기분이 나쁠 정도로 식은땀이 나는게 느껴졌다.

그것은 카나코도 마찬가지 인지, 얼마 되지도 않아 그 가지런히 정돈된 앞머리가 이마의 땀 때문에 들러붙는게 보일 정도였다.

그러면서 카나코는 마치 강간을 당한 사람의 눈처럼, 흐리멍텅하고 초점 없는 눈으로 허리를 굽혀서, 자신의 핸드폰을 들어올렸다.

"카, 카나코…?"

카나코는 뭔가 탁한 눈빛으로 나를 스윽 한번 보더니, 그대로 핸드폰으로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

"저, 저기, 경찰이죠…?"

"야,얌마!"

순간 당황한 나는 그대로 카나코의 핸드폰을 낚아챈 후 통화를 종료했다.

살기를 포기한 듯한 여자아이의 목소리 직후 "얌마!" 라고 외치는 남자의 목소리 후에 통화종료.

…충분히 오해 할만한 상황이긴 한데… 이거 때문에 문제가 되서 경찰이 온다던가 하지는 않겠지…

"갑자기 왠 경찰이냐!? 절망적인 상황인건 알겠지만, 조금은 진정해봐."

"그럼 어디다가 연락을 하라는 거야…"

카나코는 거의 울듯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확실히, 카나코의 말대로 지금 이대로 가만히 있기에는 너무나도 위험한 상황이다.

살기위한 발버둥. 마치 만화의 주인공이 압도적인 열세를 뒤집고 승리하듯, 발버둥을 쳐야한다.

그렇다면 누군가에 연락의 필요성이 있다. 카나코는 방금 경찰에 전화를 했지만, 만일 나라면…

​"​음​…​…​…​…​…​…​…​…​자​위​대​ 번호 알고 있어?"

"몰라…"

"………"

얼마 안되는 시간이었지만 진지하게 그것이 가장 유효한 판단이라고 생각할 정도니, 지금의 나는 적어도 카나코와 비슷한 정도로 맛이 가 있는게 분명하다.

카나코는 아직도 침울한 표정으로 멍하니 서 있었지만, 이렇게 길 한복판에 계속 서있을 수도 없고, 먼저 간 일행들을 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일단, 저쪽으로 가자"

나는 그렇게 말하며 카나코의 손을 잡았다.

이렇게 끌고 가기라도 하지 않으면, 카나코는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계속 이러고 이러고 있을게 뻔했다.

손을 잡는순간, 카나코의 작은 손이 움찔 하고 놀라는게 느껴졌지만, 이내 카나코는 내가 압박감을 느낄 정도로 꽈악 하고 잡은 손에 힘을 줬다.

"뭐하고 있었냐 코우사카~ 헉. 벌써 그렇고 그런 사이야!?"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나카시마는 약간 짜증을 내는 듯한 얼굴로 나에게 말을 했지만, 카나코와 잡고 있는 손을 보더니 다시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뭐 당연하게도, 그 장난을 받아줄 여유는 없기에 대충 둘러댄 후, 일행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물론 그 이후에도 "여고생 킬러 카사노바는 역시 달라!" 라던가, "무슨 말로 꼬신거야? 나도 알려줘" 라면서 살살 속을 긁고 있었다)

약간 번화가 쪽으로 진입하게 되자, 지나가는 행인들의 떠들석한 소리와 앞에 가는 일행들이 서로 장난을 치며 웃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이쪽만은 다른 공간이 있는듯 쥐죽은듯 조용했다.

"어이, 괜찮냐?"

"………"

그러고 보니, 저번에도 이런 경우가 한번 있었지…

이 녀석도 확실히 입만 다물고 있으면 귀여운 녀석이긴 하지만, 그 입을 다물고 있는 상황이라는게 아야세에 의해 겁을 먹고 있을 때만. 이라는게 참… 버려진 고양이를 주운듯한 기분이라고.

나는 최대한, 그나마 현실적으로 상황을 개선시킬 수 있는게 무엇이 있을까 생각을 하다가. 카나코에게 말했다.

"그냥, 아야세에게 연락이 오면 "뻥이거든~ 아야세 속았지?" 하면서 둘러대면… 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아야세가 거짓말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알잖아…"

"그렇네…"

거기서 카나코는 아주 크게 한숨을 쉬더니 말했다.

"그래도, 그렇게 하는게 그나마 나을것 같아"

"그렇지? 너도 그렇지만, 일단 나도 살아야 되니까"

어느정도 조언이 된건지, 카나코는 아까보다는 편해진 ​얼​굴​이​었​다​. ​

그리고 약간 안심하기도 전에, 마치 신이 있다면 반드시 노렸다고 밖에 할 수 없는 타이밍에

부르르-

주머니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꿀꺽…'

거리에서 멈춰선 후,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낸 후 액정을 확인. 그리고 옆에 있는 카나코에게 ​보​여​줬​다​. ​

순간 카나코는 얼굴을 찡그렸다. 아차… 그러고 보니 아야세를 ​'​마​이​러​블​리​엔​젤​'​로​ ​저​장​했​었​지​. ​

말은 안하겠지만, 피차일반이다? 적어도 ​'​마​이​러​블​리​엔​젤​'​보​다​ ​'​검​은​악​마​(​보​스​)​'​가​ 훨씬 더 곤란할테니까.

"후우…"

나는 심호흡을 크게 한뒤, 카나코 쪽을 한번 본후 전화를 받았다.

순간, 나의 손을 잡고 있는 카나코가 다시한번 나의 손을 꽈악 하고 잡은것 같았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오빠. 지금 뭐하고 있어요?」

아야세의 목소리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평온한 목소리 였다. 

듣고 있는 쪽이 마음이 편해질 정도로, 무심코 "어 지금 카나코랑 데이트 하는데?" 라고 대답해 버릴 정도로.

하지만 나는 세이렌의 노랫소리 같은 그 달콤한 목소리를 어떻게든 정신력으로 무시한채, 자연스럽게 말했다.

"아 지금 수업 다 끝나고 집에 돌아가는 중이야"

「헤에… 그래요? 누구랑 같이 있는건 아니구요?」

오, 올것이 왔다.

만일 이것이 게임이라면, 반드시 세이브 ​포​인​트​다​. ​

"응? 누구? 뭐, 마나미라면 반이 다르다고. 혼자 돌아가고 있어"

「으음… 그래요? 이상하네…」

긴장을 하면 반드시 실수를 하는 코우사카 남매지만, 죽음이 코앞에 있는 인간은 역시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이 분명하다.

내 자신이 들어도 완벽한 음정과 속도로, 아주 자연스럽게 반응하는 나를 보고 아야세는 완전히 믿는 눈치였다. 이대로라면 자연스럽게 넘길 수 있을것 같다! 신의 한수라고!

직후, 내가 밝은 얼굴로 카나코에게 소리 없이 엄지 손가락을 피자, 카나코도 화악- 하고 물을 준 꽃처럼 미소가 번졌다.

그리고 그 순간

​♪​~​~​~​~​~​~​~​~​~​~​~​~​~​~​~​~​~​

풀 사운드로 경쾌하게 울려퍼지는 노랫소리.

아마, 내 기억이 맞다면 몇년전에 크게 유행한 아이돌 그룹의 노래다.

물론 그 때는 너도나도 모두 핸드폰 벨소리로 지정한 녀석이지만, 요즘 들어서는 현재 유행하고 있는 아이돌 그룹의 노래를 많이 벨소리로 사용하기에, 지금은 꽤나 듣기 힘든 ​곡​이​었​다​. ​

유행 이라는건 금방 쇠퇴하니깐 말이야. 아, 나도 저 노래 꽤 좋아했다고.

그런데 문제는, '현재 들어서는 꽤 듣기 힘든 몇년전 유행한 아이돌의 노랫소리'가 들려온 것은ㅡ

카나코의 손가방 속이었다.

"!?"

카나코는 갑자기 울린 자신의 벨소리에 놀라며, 허둥지둥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내 그 액정을 쳐다보더니,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그 벨소리… 역시 거기 있구나. 카나코」

"히, 히익!"



"아."

공포영화의 한장면 같은 전개에 나는 무심코 통화종료 버튼을 눌러버렸다.

"큰일났다…"

아야세를 상대로 거짓말을 한다는 리스크를 짊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속이지 못했다…

하지만, 카나코에게 걸려온 전화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 절대로 우연이라고 할 수는 없을 정도로 완벽한 ​타​이​밍​. ​

"…키리노야"

"뭐?"

마치 나의 생각을 읽은듯, 카나코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말했다.

"키리노… 지금 아야세랑 같이 있을거야. 아까 내가 보낸 문자가 진짜인지 확인하기 위해서 전화를 한거야. 아니라면, 너가 전화를 끊자마자 같이 끊겼을 리가 없어"

바보 카나코 주제에 이게 무슨 놀라운 추리력!?

아니, 지금 카나코의 추리에 놀라고 있을 시간은 없다.

지금 카나코의 말이 맞다면… 아니, 분명히 카나코의 말은 맞겠지. 그 근거가 완벽하다! 원래 그 둘은 자주 같이 다니기도 하고 말이야.

그러니까, 아야세라는 데드 플래그 위로 키리노라는 데드 플래그가 겹쳐 씌였다.

내가 그 것에 대해 무언가 고민을 하기도 전,

"어, 어떡해…"

누군가가 나의 옷을 잡는 듯한 느낌을 받는것과 동시에 카나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 손으로는 나의 손을 잡고 있고, 나머지 손으로 나의 옷을 붙잡은 카나코는 소리없이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카, 카나코가 괜히 바보 같은짓을 해서, 흑, 흐으윽…

"카나코!?"

당연히 지나가는 사람들은 울고있는 여자아이 앞에서 안절부절 하고 있는 나를 보고 '어휴…' 하는 미묘한 표정으로 지나갔다.

"어이 코우사카~~~~"

어느새 거리가 벌려져서 꽤나 멀리 있는 나카시마는, 사람들의 시선은 아무래도 좋은듯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나를 불렀다.

"카나코. 만에 하나라도 너가 걱정하는 상황이 안나오도록, 내가 어떻게든 할테니까. 우선 이동하자. 응?"

갑자기 눈앞에서 우는 카나코 때문에, 손짓발짓을 다해가며 필사적으로 말했지만 카나코는 울음을 기칠 기미가 안보였다.

"난 너의 매니져잖아. 그렇지? 너를 위험에서 지키는 것도 나의 일이었다고. 그렇게 믿음이 안가는 거야?"

"매니져…"

나와 카나코를 가장 깊게 이어주는 단어. 매니져라는 그 울림이 마음에 들은걸까, 카나코는 거기서 울음을 뚝 그쳤다.

"…응. 알았어"

"오우. 나만 믿어라"

이거, 단단히 정신 차리고 해야겠구만.

**

카나코의 손을 잡은 채로 일행들에게 뛰어가, 다시 나카시마와 다른 일행들에게 사과하고 이동한 곳은 노래방.

대충 예상은 하겠지만, 나는 노래를 잘 부르는 편은 아니다. 아니 못부르는 편에 더 ​가​깝​겠​지​. ​

애초에 노래방 자체를 잘 오지 않기도 했지만, 노래는 듣는 것을 좋아하지 부르는 쪽은 내 성격엔 맞지 않는다.

나서기 좋아하는 나카시마 녀석이 제일 먼저 노래를 부르고 (분하게도, 꽤나 잘부른다) 그대로 한바퀴 돌아 나의 차례.

"난 패스. 카나코는 뭐 부르고 싶은거 없어?"

나는 '에에~ 쟤 뭐야~' 하는 듯한 표정을 한 여자애들의 시선을 외면한체, 마지막 차례인 카나코에게 권유했다. 뭐, 처음부터 머릿수만 채워줄 용도로 왔으니 이정도는 봐주라고 진짜.

"88461"

"오우. 내가 입력해주마"

간결하게 번호를 부른 카나코를 대신해서, 나는 노래방 기계까지 가서 번호를 입력하고 재생을 눌렀다.

리모콘을 쓰면 더 편하겠지만, 아쉽게도 나는 그거 사용법은 잘 모르거든.

그리고 재생 버튼을 누르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방금까지 다른 가수들의 뮤직 비디오가 나오던 화면이 반전해 아기자기한 2D 그림이 나오기 시작했다.

에…… 게다가 뭔가 멜로디가 무척이나 익숙하다?

"마이크"

"오,오우…"

나는 왠지 기분이 다운돼 있는 듯한 카나코에게 허겁지겁 마이크를 넘기고 다시 화면을 봤다. 그 곳에 당당히 써져있는 곡명은ㅡ

'메테오☆임팩트' 였다.

"에?"

뭐라고 반응 하기도 전, 화면에 3,2,1 하는 카운트 다운이 지난 후 빠른 비트의 곡이 시작됬다.

"메~루메루메루 메~루메루메, 메~루메루메루 메루메루메♪"

​어​이​!​!​!​!​!​?​?​?​?​?​?​ 뭐하는 짓거리야!?

이녀석, 지금 메루루 오프닝을 부르고 있어!?

그리고 메테오☆임팩트의 도입부 부분이 지난 후, 약간 있는 전주 시간에 카나코는 맛이 간 눈으로 마이크에 대고 외쳤다.

"그래 제길, 빌어먹을! 나 이 노래 좋아한다 왜. 불만있냐 앙!?"

카나코는 찌잉- 하면서 마이크에서 쇳소리가 나도 아무렇지도 않은듯, 바로 노래를 시작했다.

"우주에서 반짝이는 별똥별~ 매지컬 제트로 적을 쏜다♪ 투쾅! 투쾅이다 임마!"

"카나코씨!!?"

이제는 완전히 물이 올랐는지, 카나코는 저번 메루루 회장에서 노래를 부를때 했었던 춤까지 춰가면서 불렀다.

"당신의 가슴에 뛰어들어 갈꺼에요. 운석보다도~ 반짝! 거대한 파워로~ 반짝! 당신의 하트를 향해 쏠거에요. 그 러 니 까♬ 나의 전력♬ 전개마법♬ 도망치지 말고 제대로 받아줘~♪"

왜 갑자기 거기서는 내쪽으로 방향을 바꾸는데!?

쿠로네코가 말하길 분명히 이 노래는 '너 임마. 내가 제로 거리에서 전력으로 후려갈겨 줄테니 거기 꼼짝말고 있어'라는 곡이라고 했는데!?

"메~루메루메루 메~루메루메, 메~루메루메루 메루메루메♪ 젠장. 오타쿠 아이돌이 뭐가 어때서! 자기는 모델이면 다냐! 앙!? 안그래 매니져!?"

"으,응…"

나카시마 녀석은 배를 잡고 폭소하고 있고, 카나코와 같이 온 여자애들은 굉장한 것을 봤다는 듯 입을 벌린채 멍하니 ​있​었​다​. ​

그리고 하야마 녀석은 왠지 얼굴을 붉힌채 핸드폰을… 아니 잠깐, 너 이런 케릭터였냐? 매니져로서 말하는데, 개인적인 사진촬영은 금지다. 소속사에서 고소들어온다 너.

카나코는 아직도 씩씩 대면서 마이크를 붙잡은 채, 차례같은건 아무래도 좋은지 이번엔 엔딩까지 불렀다.

…뭔가 기운을 차린거 같으니 다행이긴 하네. 

뭐, 어쩌다 보니 무대가 아닌 곳에서 매니져 일을 수행하게 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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