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쿄우스케는 코스튬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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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꿈 이후 1화




뭉게뭉게 안개가 가득히 껴있는 산속 중턱.

나는 마치 동화속의 한장면 처럼, 굉장히 아름답고 신비한 분위기가 감도는 산 중턱에 서있었다.

"에… 어디야 여긴?"

그렇게 말하자마자 펑! 하는 맥빠지는 소리와 함께, 손에 평범한 도끼가 나타났다.

아무래도 나는 지금 나무꾼인듯 하다. 나무꾼 코우사카 쿄우스케.

그것이 지금 나의 역할인듯 하니, 어쩔 수 없이 따라야 될려나.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도끼를 목뒤로 맨채 마치 붓으로 그려놓은 그림의 한복판 같은 산길을 걸어나갔다.

얼마나 걸었을까, 5분 같기도 하고 5초 같기도 하고, 5년 같기도 한 이상한 시간의 흐름을 느끼면서, 땀 한방울 흘리지 않고 척척척 걸어나가다보니 옆에 있는 수풀이 움직였다.

바스락 바스락

"……?"

정말로 내 무릎 까지도 안오는 작은 수풀이기에, 맹수나 멧돼지 같은 동물이 나올리는 없겠고…

나는 호기심에 가까이 가서 그 수풀을 살짝 뒤집어 보니, 무언가 하얗고 작은 물체가 벌벌 떨고 있었다.

"어,어이?"

"꺅!?"

왠지 모르게 내가 말을 거니, 그 작은 물체는 쇳소리를 내며 뒤를 ​돌​아​봤​다​. ​

오들오들 떨면서 뒤를 돌아본 물체는, 하얀색 토끼 탈을 뒤집어 쓴 브리짓 이었다.

"에… 브리짓 너 뭐하고 있냐?"

"흐,흐에엥…"

눈물을 글썽이면서 쳐다보는 브리짓의 등뒤를 보니, 아에 대놓고 지퍼까지 달려 있었다. 뭔진 몰라도 귀엽구만.

"나,나무꾼님!"

하면서 내 바짓가랑이를 붙잡는 브리짓의 사이즈는 아무리 봐도 내 무릎 정도밖에 오지 않았다. 뭔가 이상한데 이거.

"사,사냥꾼이… 무서운 사냥꾼이 쫓아와요! 숨겨주세요!"

아니 뭐 숨겨는 주겠다만. 상황설명은 전혀 안해주는 거야?

잠시 멍하니 있던 나는, 적당한 나무 밑에 있는 수풀에 브리짓을 숨긴뒤, 그 나무를 베는 나무꾼의 정석중에 정석을 실행했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멀리서 욕짓거리를 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젠장, 그놈의 토끼는 어디로 간거야? 제길!"

나무를 하면서 얼핏보니, 주변을 살피는 사냥꾼의 뒷모습이 보였다.

호랑이 가죽옷에 너구리… 의 꼬리가 달린 모자. 그리고 어깨에는 엽총이라는 사냥꾼 하면 딱 떠오르는 이미지를 한 사냥꾼은 나무를 하는 나를 보더니 말했다.

"어이 형씨. 여기서 혹시 금발벽안의 토끼 못봤어?"

본능적으로 '금발벽안인 시점에서 사람 아닙니까' 라는 딴죽을 하기 위해 몸을 돌린 내가 본건

"……너는 뭐하고 있냐?"

엽총을 든 반대쪽 손으로 시가를 뻑뻑 피우고 있는 카나코였다.

"앙? 우리 구면이던가?"

"무지하게 구면인뎁쇼. 그것보다 너, 담배 안끊었냐? 아야세가 보면 큰일날텐데"

"이 산의 지배자님 까지 알고 있을 줄이야… 너, 뭐하는 녀석이야?"

"나무꾼인데"

것보다, 아야세가 이 산의 지배자였냐?

"뭐, 아무래도 좋기야 한데. 카나코가 말야. 지금 토끼를 찾고 있는데, 못봤어?"

"금발벽안의 토끼 같은건 못봤어"

"흐응. 이래도?"

라면서 카나코는 한쪽손에 들고있던 그 흉흉한 물건을,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나에게 겨눴다.

카나코 너임마… 그런걸 들이민다고 하면 내가 브리짓을 팔거 같냐?

"이 나무 뒤 수풀에 있습죠"

​"​나​,​나​무​꾼​씨​!​?​"​

미안하다 브리짓. 나부터 살아야지. 이러니 저러니 해도 카나코가 널 어떻게 하지는 않을거야…

순간 눈을 번뜩이며 저번 바다에 놀러갔을 때처럼, 민첩한 움직임으로 수풀로 슬라이딩 하는 카나코.

그리고 카나코는, 바둥거리며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는 브리짓의 귀(토끼귀 말이다) 를 한손으로 잡은채, 얼굴에 나뭇잎을 묻힌채로 씨익 웃으며 일어났다.

"너 계산이 빠른데! 마음에 들어!"

"잡아먹지만 말아라"

아무리 이상한 상황이라고 해도 등에 있는 지퍼만 보면 알잖냐.

그러자 귀를 잡힌 상태로 바둥바둥 거리던 브리짓은, 순간 '힉!' 하는 쇳소리를 내더니, 카나코에게 고개를 돌려 말했다.

"자, 잡아 먹을거에요 사냥꾼님…?

"앙? 토끼가 말을 하네. 뭐 아무래도 상관없나"

"후에에에엥~ 나무꾼씨~"

쿨하게 말하는 토끼 (브리짓) 을 무시한 카나코는 다시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엽총을 등에 매면서 말했다.

"나무꾼씨 말이야. 답례로 내가 좋은걸 알려주지"

"너가 하는 이야기면 쓸데없는게 뻔하겠지만"

"아앙? (철컥)"

"소인. 경청하겠습니다."

이래서 꼬맹이한테 무기를 들려주면 안되는 거야…

"여기서 저 앞으로, 고개를 두개 더 넘어가서 왼쪽 샛길로 가면 맑은 샘이 하나 있거든. 거기에 조금 있다가, 선녀들이 와서 목욕을 할거야"

"어디서 많이 들은 스토리 같은데 기분탓이냐"

"그럼 마음에 드는 선녀의 옷을 훔치면, 그 녀석이랑 결혼할 수 있다고! 어때? 좋은 조건이지 둔감남?"

"그러냐…"

아직도 시가를 문채로 씨익 웃는 카나코에게 뭐라고 답해야 할지 열심히 머리를 굴리고 있으니 (총든 꼬맹이는 무섭다…)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 지더니, 우리가 이야기 하고 있는 길. 그러니까 내가 온 방향에서 검은 실루엣만 보이는 누군가가 나타났다.

"카나코오…!"

"이런, 산의 지배자가 나타났어"

산의 지배자? 에, 아야세씨… 입니까?

그러자 아야세(추정)가 서있는 하늘의 뒤에, 구멍이 하나 생기더니 빛의 기둥이 내려왔다.

검은 실루엣이 만화처럼 걷히고 그 곳에서 보이는건, 이번엔 뭔가 호랑이 탈을 쓰고있는 아야세 였다…

"사냥꾼은 그렇다 치고, 거기있는 나무꾼은 누구에게 허락을 받고 제 산에서 나무를 캐는 건가요?"

"아직 안캤는데…"

"어디서 말대답 이에요!?"

"에…"

뭐지 이거, 토끼 다음엔 사냥꾼. 그 다음엔 호랑이? 산의 지배자라고 했으니 산적 두목 같은 건줄 알았더니만, 왠 호랑이? 아… 뭐 산의 영물… 같은 건가?

그래도 영물에게 대들면 안되기에 (산의 지배자 라고도 했고) 나는 대충 말을 꾸며냈다.

"여기있는 사냥꾼에게 허락 받았는데요"

"카나코오…!"

"앗, 제길 너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아니, 무심코"

그러자 갑자기 챙! 하는 소리와 함께, 아야세가 쓰고있는 인형탈의 손 부분에서 날이 시퍼런 손톱이 나왔다. 뭔가 무셔!?

"카나코는 언제나 내 속을 썩… 잠깐 카나코. 입에 물고 있는거 뭐야?"

"아. 깜빡했다"

카나코는 입에 물고있는 시가를 바닥에 버린 후, 발로 몇번 밟더니

"헤헷♡"

"……"

그거 아마, 아야세 한테는 안통할거야.

잠깐 고개를 숙인채 분노에 부들부들 떨고 있던 아야세는, 카나코에게 총알같은 스피드로 네발로 (어떻게!?) 뛰기 ​시​작​했​다​. ​

"으앗! 이럴 때가 아니네! 너 나무꾼. 나중에 두고 보자고!"

그런 소리를 하면서 처음 등장한 방향으로 뛰어가는 사냥꾼.

나는 그 뒷모습을 보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사냥꾼이랑 호랑이면 보통 반대 아냐?"

아무래도, 여긴 꿈속인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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