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및 문화 콘텐츠 사이트 삼천세계

쿄우스케는 코스튬 플레이어


Original |

단편




"우,웅…"

정말로 오랜만인 평일에 있는 휴일. 나는 아무런 고민 없이 늘어지게 자고 있었다.

몸이 꺼질것 같이 푹신푹신한 침대가 무척이나 기분이 좋다. 

짹짹. 이른 아침 새가 지저귀는 소리 보다도, 정해진 시각에 일어나는 습관 때문에 자동적으로 눈이 떠졌지만, 무거운 몸을 일으킬 의지력은 남아있지 ​않​았​다​. ​

"…스케"

그대로 달콤한 잠에 다시 빠져 어느정도의 시간이 지났다고 느꼈을 쯔음, 옆에서 누군가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아직도 반쯤 잠에 취해 있기에 잘 들리지는 않았지만, 이제는 부부가 되어 같은 침대에서 생활하는 나의 사랑스러운 아내. 코우사카 루리겠지. 새삼스럽지만 말이야, 고코우 루리라는 이름도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코우사카 루리가 훨씬 마음에 든다고.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한시간만… 더 잘게…"

나는 그렇게 말하며 침대에서 몸을 뒤척혀, 옆으로 누웠다.

가구의 위치도 짬짬히 시간을 내면서 열심히 옮겼으니까. 오늘은 할일이 없다고.

하지만 쿠로네코는 나 혼자서 자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약하게 나의 몸을 흔들었다.

"쿄우스케"

"우웅…"

이거, 단단히 토라지셨나 보다.

계속해서 나의 몸을 흔드는 쿠로네코를 계속해서 무시한채 있을수도 없는 노릇이니 어쩔 수 없나. 나는 눈을 부비적대며 말했다.

"잘잤어…?"

남들은 여우같은 마누라와 토끼같은 자식들. 이라고 하지만, 내 가족은 분명 검은 고양이 같은 마누라와 고양이 같은 자식들. 일것이다. 뭐, 그렇게 말을 해도 아직 아이를 낳지는 않았지만 말이야.

결국 천근만근 무거운 눈꺼풀을 열어, 무척이나 매력적인 아내의 노란색의 아름다운 머리카락의 모습을 안구에 새겼다.

엥?……… 아니 잠깐.

노란색?

한번에 잠이 달아난 내가 번쩍! 하고 눈을 뜨자 그곳엔

"잘 잤어? 쿄우스케"

이제는 모델업계에서도 이름을 날리는 전문 모델인 나의 동생. 

코우사카 키리노가, 옆으로 누워있는 나와 얼굴이 마주칠 정도로 가까운 위치에 누워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 여담으로, 절대 내 동생이라고 그러는건 아닌데, 아이돌 나부랭이들 보다는 훨씬 이쁘다고. 딱히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게 아니라 넷상에서도 다들 그렇게 말하는 객관적인 정보라고. 진짜야.

​"​@​#​$​@​%​#​^​$​^​#​$​%​#​$​%​#​$​%​#&​#​^​%​%​^​*​%​^​(&​%​^​$​%​@​%​@​^​@​$​@​^​$​%&​$​#​$​%​@​$​!​!​?​"​

"무, 무슨 일이야!?"

거의 동물의 울음소리에 가까운 괴성을 내며 침대에서 버둥거리는 나의 소리를 듣고 왔는지, 거실로 가는 문이 열리더니 진짜 나의 아내. 쿠로네코가 하얀 앞치마를 한채 들어오며 말했다.

당황한 표정으로 문을 박차고 들어온 쿠로네코는 나와 키리노를 번갈아 쳐다보더니, 질린다는 표정으로 돌아갔다.

"오랜만에 놀러왔길래 쿄우스케좀 깨워달라고 했더니, 당신. 뭘하고 있는걸까"

"보면 몰라? 쿄우스케 깨우고 있잖아"

"……아침부터 발정이야?"

"하? 무슨 소리하는거야 넌?"

질린다는 표정 그대로, 기분 나쁘다기 보다 재미있는 장난을 치듯 이야기 하는 쿠로네코와, 그 하얀 이를 보이며 씨익. 하고 웃으면서 반가운 표정으로 이야기 하는 키리노.

아니 친한 친구들끼리 오랜만네 만나서 노는건 좋지만 말이야, 나한테 아무 설명 없이 괜찮은거냐!?

"키리노!? 너 엄청 바쁘다면서 이 시간에 무슨 일이냐!?"

"응? 아. 휴가냈어"

"에… 휴가?

멍청하게 앵무새 처럼 키리노의 말을 따라하는 나의 모습을 보며 쿠로네코는 훗. 하고 웃더니

"이 여자. 당신이 휴가인 날에 맞춰서 휴가냈어. 정말 소름 끼치는 브라콘이야"

"여동생의 특권이니까 괜찮거든?"

"…난 이 사람 아내야"

"부부사이도 따지고 보면 남남이잖아"

"…………"

"………………"

뭔가, 말싸움을 한건 똑같은건 같은데, 아까와는 다르게 급격하게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어떤 점이 다른거냐 이거? 내가 보기엔 아까의 말싸움과 조금도 다르게 보이지 않는데.

"에… 저기, 루리? 키리노?"

침대에 앉아있는 상태로 쿠로네코와 키리노의 사이에서 어떻게든 그 험악한 분위기를 잠재우려고 하고 있으니,

"우오오오오오! 소인만 빼놓고 다들 뭐하고 계신겁니까!"

다시 한번 기세 좋게 문이 열리더니, 이번엔 사오리가 들어왔다.

뱅글뱅글 안경은 그대로지만, 머리를 풀고 세련된 여성용 정장을 입고 있는 사오리는 예전보다는 훨씬 활발한 성격이 됐다. 이제는 저런 안경 없이도 사회생활을 잘 하고 있으니까 다행이지. 그래도 우리와 만날때는 '소인의 아이덴티티요!' 하면서 착용하고 온다. 개인적으로는 벗어줬으면 좋겠지만.

"…어이, 넌?"

"응? 오오 쿄우스케씨. 소인도 오늘은 휴가이외다!"

"똑같은 날 전부 휴가인게 말이 되냐!?"

"후훗. 걱정마십시오 쿄우스케씨. CEO는 아무때나 휴가를 내도 괜찮습니다"

"이 사회의 승리자가!? 매일 챗바퀴처럼 출근해야 하는 공무원을 놀리는 거냐!?"

"오야, 무슨 말을 하시는 겁니까 쿄우스케씨. 쿄우스케씨야 말로 요즘 중, 고등학생들이 노리는 최고의 인기직업인 학교 ​선​생​님​이​잖​습​니​까​?​"​

사오리의 갑작스러운 난입으로 인해 방안에 있던 무거운 공기도 말끔히 사라졌다.

이곳에 남아있는 분위기는, 옛날부터 우리 넷이 모여 바보처럼 놀때의 정겨운 분위기였다.

뭐랄까, 조금, 그리운걸.

뭔가 꽤나 오랜만에 만났어도, 조금도 어색하지 않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

그만큼, 우리는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겠지.

설마 하지만 문 밖에서도 방 안의 분위기를 읽어, 당황해 하는 나를 구해주기 위해 일부러 이렇게 화재를 돌리는것은 아닐거다. 아니, 사오리라면 충분히 ​가​능​하​려​나​? ​

"흐, 흠"

쿠로네코는 살짝 옆으로 고개를 돌린채로, 소리를 내 모두를 자신에게 집중시킨 후

"…일단. 뭐라도 입는게 어떨까 당신"

"응?"

나를 쳐다보는 쿠로네코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숙였다.

……나, 알몸에 팬티한장 차림이구나

"뭐야, 보이고 싶어서 그러고 있던거 아니었어?"

"핫핫. 소인은 전혀 신경쓰지 않습니다"

"내가 신경쓰이거든!! 이 변태들! 나가!"

뭔가 옛날이랑은 상황이 반대인것 같은데 기분탓이겠지?

그러자 사오리는 '핫핫핫. 일단 거실로 가지요 키리린씨' 라면서 키리노의 등을 밀면서 억지로 바깥으로 나갔고, 키리노는 뭔가 쳇. 하고 혀를 차면서 사오리에게 밀려나갔다.

"…정말, 오랜만에 봐도 조금도 기가 죽지 않는 여자라니까"

훗. 하고 옅은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한 쿠로네코의 표정도 어딘가 그리운 듯한 얼굴이었다.

잠시 뒤 쿠로네코는 내가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 무언가를 말하려고 하다가

"뭐, 뭘 그렇게 당당히 벗은채로 돌아다니는거야?"

"응? 아니 옷 입으려는데?"

조용히 옷을 꺼낸 뒤 입으려고 하는 나에게 말했다.

"이, 일단 내가 나가고…"

쿠로네코는 그런말을 하면서 양손으로 자신의 눈을 가렸지만, 그 정도로 손가락 사이가 벌어져 있으면 의미따윈 없다고.

…음. 설마 부끄러워 하는건가.

"엉? 뭐야. 이제와서 뭘 부끄러워 하는거야 루리?"

내가 입고 있는 유일한 의복을 다시 벗는듯한 제스쳐를 취하면서 능글거리는 미소로 쿠로네코를 놀리자, 쿠로네코는 순식간에 얼굴이 빨개지더니

"이, 이 바보!"

라며, 아무렇게나 손에 잡히는 베게를 던지고 문 밖으로 나갔다.

훗. 귀엽다니까.

우선 내 얼굴을 타격한후 바닥에 떨어진 베게를 원래 위치로 돌려둔 후, 나도 옷을 입고 거실로 나갔다.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거실의 식탁에서 모두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사각형의 4인용 식탁. 비워진 한 자리는 마치 나를 위해 준비해준듯, 방의 정면에 있었다.

나는 그 자리에 앉아 앞에 있는 커피를 한모금 후룩. 하고 마신후 말했다.

"다들 요즘은 어떻게 지내?"

"소인은 말입니다!!"

나의 말에 조용히 있던 사오리는 그 손을 번쩍! 들더니 말했다.

"소인은 나름대로 소인의 소신대로 회사를 키우려고 하는데! 미우라씨는 매일 회사에서 애니메이션만 보질않나 대놓고 에로게임을 하지 않나! 진짜 이 골칫덩어리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너무 힘듭니다! 아니 그렇지만! 그러다가 가끔 회의에 참가해서 한마디씩 툭툭. 하고 뱉는게 엄청나게 획기적이고, 대박을 터트리니까 CEO의 입장에서 뭐라고 할 수도 없는 이 심정! 쿄우스케씨는 모를것이오!!"

"아… 부장 그러고 있었냐"

크으ㅡ! 인생의 쓴맛! 이라며 뜨거운 커피를 홀짝홀짝 마시는 사오리.

입고있는 여성용 정장도 그렇고, 아마 내 생각엔 출근하다가 연락을 받고 그냥 냅다 뛰어온것 같다. CEO가 이래도 되는건가.

"미우라씨의 아이디어로 탄생한 게임들은 이상하리라 만큼 퀄리티가 높소이다! 오타쿠들의 하트를 직격하는 그 느낌… 소인조차 매료될뻔했소이다. 특히 ​'​시​스​터​+​러​브​+​하​트​=​시​스​터​♡​'​도​ 그렇고, '무한! 시스터즈!'는 명작이라 단언할 수 있소!"

"무, 무한 시스터즈!? 사, 사오리 그 미우라라는 사람 어떤 사람이야!?"

나는 눈을 번쩍이며 흥미를 가지고 있는 키리노에게 진실을 고한다.

"변태다. 그것도 굉장한 변태다"

"그런 굉장한 게임을 만든 사람이 변태일리가 없잖아!"

"변태니까 그런 게임을 만들었겠지"

만에 하나라도 미우라 선배가 매제가 되는 스토리는 나는 절대 용납할 수 없으니까. 보는 독자들이 책을 찢어버릴지도 몰라.

나는 어떻게든 화제를 돌리기 위해, 키리노에게 말했다.

"키리노. 너는 요즘 어떻게 지내는데?

그러자, 나의 말에 키리노는 '하?' 라며 눈을 가늘게 뜨더니

"저번주에 프랑스까지 따라와놓곤 무슨 소리야?"

"키리노!? 그거 비밀이라고 말했잖냐!?"

이 녀석이 진짜! 그렇게 신신당부를 했것만 무슨 짓이야!?

"…호오"

물론, 그 말에 쿠로네코는 싸늘한 음색으로 말했다.

"저번주면, 친구의 아버님이 상을 당하셨다고 했던 그때였을까"

"저, 저기 쿠로ㅡ 아니, 루,루리씨?"

손에 들고 있는 커피잔을 딸그락 딸그락 대며 부들부들 떠는 쿠로네코.

………어, 어떻게든 이유를 설명하지 않으면…

"키, 키리노 녀석이 해외에서 일하는건 처음이라고 계속 징징대서 어쩔 수 없었다고! 진짜야!"

그렇잖냐 키리노! 라면서, 키리노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키리노는 머리 위에 물음표를 뛰우면서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들고 있는 커피를 한모금 후룩. 하고 마셨다. 그리고는.

"내가 언제?"

"야 임마!?"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네~ 분명 내가 해외에서 일하는건 처음이라 불안하다고 말은 했는데, 문답무용으로 '그럼 내가 따라가줄게' 라면서 멋대로 약속잡은건 어디 사는 누구셨더라~?"

"이 악마! 말좀 맞춰주면 덧나냐!"

히죽 히죽 웃으며 나와 쿠로네코를 번갈아 보며 '응? 어디 사는 누구시더라~ 응응?' 라며 놀리는 키리노의 모습에 쿠로네코가 어떻게 반응할지 겁에 질려 부들부들 떨고 있자, 의외로 쿠로네코의 분노한듯한 움직임이 딱. 하고 멈췄다.

"뭐야, 그런거였어?"

쿠로네코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커피를 한모금 후룩. 하고 마시더니

"나는 또… 흥. 하여튼, 그런 일이 있으면 미리 나한테 말해둬 당신. 내가 이해해주지 못할리가 없잖아. 그래도 이번에는 넘어간다고 해도 다음은 용서하지 않을테니까"

"네,넵"

"칫…"

왠지 이번에도, 키리노는 뭔가 마음에 안든다는 표정이었다. 알수가 없네 진짜! 나를 놀려먹고도 만족하지 못한거냐!

옆에서 그런 이야기를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구경하고 있는 사오리도 후룩, 하고 커피를 한모금 마시더니 말했다.

"이야~ 역시나 '오타쿠 소녀 모여라'는 이렇게 네명이어야지 완성. 이란 느낌이구료!"

그런 사오리의 말에, 키리노와 쿠로네코는 거의 동시에 대답했다.

"당연한 소릴 왜 입아프게 하는거야?"

"지금에서야 눈치채다니 당신도 의외로 둔감하네"

음. 그래. 어느정도는 예전이 그립다고는 생각하고는 있었지만, 지금이나 그때나 그다지 달라진것도 없는것 같다. 키리노를 따라가서 만난 이 녀석들과는 아직도 바보짓을 하며 즐겁게 놀고 있으니깐 말이야.

내가 괜히 혼자서 나이를 먹은듯한 착각을 하고 있었던것 같다.

모두들 바쁘게 사는 도중이라 사이가 서먹해질 것이 걱정한게 아니었을까.

…크흠. 사실 정직하게 고하자면, 정확히 나한테 서먹할까봐 조금 걱정했던 거라고. 그래. 나 애정결핍이야 애정결핍. 됬냐?

키리노는 홀짝 홀짝. 커피를 다 비우고 나서 말했다.

"그럼, 오늘은 뭐하고 놀까?"

"글쎄, 예전처럼 게임이나 하고 노는게 어떨까"

"아니면 오랜만에 렌탈룸은 어떻소?"

'오타쿠 소녀 모여라'의 정예멤버 네명이 전부 같은 날 휴가라는 기적과도 같은 하루를 (키리노는 내 휴가에 맞췄고 사오리는 멋대로 휴가를 낸것 같지만) 조금이라도 값지게 쓸 생각에, 다들 그렇게 고민을 하고 있었다.

음, 글쎄, 이런건 어떨까?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 메이드 카페. 가보지 않을래?"

"오오, 쿄우스케씨! 나이스 아이디어!"

"당신 치고는 좋은 생각이야"

"그럼, 지금 당장 출발하자!"

라며, 키리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후다닥 짐을 챙기고 현관문 앞에서 '왜 이렇게 꾸물꾸물 대는거야!?' 라며 모두를 재촉했다. 그 재촉에 못이겨 '키리린씨는 너무 빠릅니다!' 라며 허겁지겁 그 뒤를 따라가는 사오리.

그리고, 쿠로네코는 그런 모습을 보며 '기운도 좋아' 라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나도 그런 키리노의 재촉에 못이겨 자리에 일어나 최소한의 준비를 한 뒤, 나를 기다리고 있던 쿠로네코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그럼. 갈까. 루리"

그러자, 쿠로네코는 순간 놀란듯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응. 가자. 쿄우스케"

이거 이거, 오늘 하루. 생각보다도 훨씬 값진 하루가 될것 같다.



잊을만하면 튀어나오는 단편. (는 훼이크고)

라고는 해도 사실 어쩌다가 끄적거린게 아까워서 올려봅니다.

슬슬 내여귀 10권 소식이 들려올때가 됬네요.



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