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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시스

ぶらしす


원작 |

역자 | 淸風

제 1화 “위험한 1+1사람” - 목요일


목요일


귀가길.
친구와 수다하거나 애인과 손을 잡거나 하며 귀로에 오르는 고등학생은 얼마든지 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남과 이야기를 나누지도 않으며 홀로 애수만을 짊어지고 귀로에 오르는 고등학생도 당연히 있다.
마치 잔업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샐러리맨 처럼.

아―, 슬슬 다들 죽어주지 않으려나―.

하지만 오늘 나는 제대로 목적을 가지고 걷고 있다.
내 사랑스런 여동생님을 위해, 백전연마의 아줌마들이 배회하는 사지를 향하지 않으면 안되는 거다.


각오를 굳히고 자동문을 지난다.
저녁때, 즉 슈퍼의 타임세일 시간.
부활동이 끝난 타이밍에 여기에 들렀더니 저스트 타이밍이심까.


 응, 오늘 우리집은 내가 요리담당이다.




수학여행도 끝나, 가을도 슬슬 끝나려 하고 있다.
내 마음에는 한발 먼저 겨울이 찾아왔다.

어쩔―섮지―, 차였는걸―, 아니, 가짜 고백이었지만.

그 건 이래로 나는 동아리방에 있기도 거북했다.

유키노시타는 예전과 비교하면 거의 독설을 토하지 않게 되었다. 이미 얼음여왕은 얼음빙상(氷像) 상태.
유이가하마는 열심히 나한테 말을 걸려는 태도를 보이지만, 무리하고 있는 게 빤히 보였다.

춥다구…그 방, 냉동 피자 보존할 수 있는 거 아니려나.

거기에 반해 지금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어떤가.
젊은 부인부터 이매망량까지 온갖 열기가 흘러넘치지 않는가.
아, 오늘은 닭고기가 싸구나.

오케.
핫에 쿨로 렛츠 파티라구.
오늘은 오야코돈으로 결정이네.
절충해서 남매덮밥같은 거나 탄생시켜 버리라고.#1

““아.””

닭고기에 손을 뻗어서 닿을락 말락 한 상황에 다른 뭔가가 닿았다. 남의 손이었다.
손끝이 쪼끔 닿은 것뿐이지만, 상대는 무시무시한 기세로 확 손을 잡아당겼다.

카와사키 사키
2학년 F반 굴지의 브라콤이 거기에 있었다.


“히, 히키타닌가…….”
“아아, 너도 저녁밥 장보러?”

위험해 초 겁먹고 있어.
생각해 보면 문화제가 끝났을 즈음부터 이 녀석은 나한테 묘하게 서먹서먹하다.

이 녀석의 집과 우리 집은 역으로 쳐 보면 가깝다.
귀가 타이밍에 타임세일을 하는 슈퍼에서 우연히 만날 확률을 부정할 순 없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이 녀석만이 아니라 아무랑도 만나고 싶지 않았었는데…….
요즘 스텔스 기능 상태 나쁘지 않나?

“으, 응……오늘은 내가 요리 담당이어서…….”

 진짜냐, 히키가야 집안이랑 겹치는데요―따라 하지 말라고.

“그런가 그런가……그래서, 너도 닭고기?”
“에? 너도 닭고기?”
“닭고기.”
“닭고기.”

의미를 알 수 없는 밉살스런 토크 뒤에, 숨을 돌리고.#2
만난 순간은 의도치 않은 상대와 만난 탓인지 거동이 수상했지만, 곧 침착을 되찾은 듯하다.
그 한순간, 문득 슬픈 듯한 눈빛을 이쪽으로 향한 기분이 든다.

……기분이 든 것뿐인가? 만난 게 나라는 게 그렇게 슬픈 일인가? 짚이는 부분은……너무 많은데.

“이야―, 오늘은 오야코동으로 할까 해서―. 코마치도 고길 정말 좋아하는 육식계여서 말야―.”
“응……타이시가 카라아게 좋아하니까. 오늘은 도 없어서, 타임세일 노리고 조금 시간 떼웠었어.”

그렇게 말하며 둘 다 같은 상품에 손을 뻗으려 한다.

““…….””

어라……? 이거 벌써 한 팩밖에 없잖아?

그 순간, 둘 사이에 전기가 달린다.


“헤, 헤에……그래도오, 타이시도 중3이잖아? 사춘기 한창때잖아.
기름진 것만 먹이면 여드름 늘어버리는 거 아냐? 이게 낫다니까.”
그렇게 말하고 나는 옆에 자리 잡고 있던 두부를 건네준다.

클래스메이트 남동생의 얼굴사정을 자연스레 배려해 주는 나 멋쪄―.

“어, 어이어이……그건 네 여동생도 마찬가지겠지? 고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고기만 먹이면 체중 신경 쓰게 되지 않아?
나라면 신경 쓸 텐데. 그러니까 이쪽으로 해 두라고.”

산뜻하게 무시하며 나한테 아스파라거스를 쳐 내밀고는. 게다가 이쪽에서 눈길 돌리지도 않고 잡았다.
뭐야 그거 초 대강대강. 뭐든 괜찮은거냐.


이짜식……양보 안 할 셈이냐…….


“얕보지 말아줘, 내가 여동생한테 체중을 불게 할만한 그런 조잡한 요리를 해줄 리 없잖아?
건강관리는 제대로 신경쓰고 있으니까 이 고기는 히키가야 집 거야.”

약간 소리가 뒤집혔다구.

“네가 만드는 거야? 일부러 배려해 주는데 미안하지만 나도 여자면서 누나여서,
남동생 피부 손질 정도는 손에 익었으니까 이건 우리 식탁의 카라아게가 될 거야.”

너도 조금 소리 뒤집히냐.

“적당히 하라고?! 왜 닌 남동생 일이 되면 그렇게 열 받아 하는데
슬슬 떨어지는 것도 사랑이잖아 이 외톨이 브라콤!”

“너한테 듣고 싶지 않아
나이도 먹어놓고 여동생 중심 식생활이라니 부끄럽지도 않냐 외톨이 시스콤자식!”


일촉즉발의 눈싸움.


그런데, 이 녀석 은근 미는데 약하다고 생각했었는데…….
브라콤 무셔! 가까이 가지 마……라니 지금 무신장 가깝장.

하항……그러고 보니 내 여동생에 대한 사랑을 눈으로 보고 브라콤 혼이 타오르기 시작한 쪽인가?
괜찮겠지, 여기는 누가 윈지 확실히 해두고───

““아앗?!””

닭고기의 ​영​압​이​…​…​사​라​졌​다​…​…​?​

돌아본다.
거기에 닭고기가 있었다.
‘아, ​아​줌​마​―​―​―​―​―​―​?​!​’​
이름도 모르는 아줌마의 손 안에.

그리고 우리가 쓸데없는 말싸움을 하는 원인이 된 ‘그거’는 마지막 한 팩이었다.
닭고기 한 팩에서 시작된 싸움은 아줌마의 부전승으로 막을 내렸다.





“뭐야 너, 그렇게나 우리 찬거리 방해하고 싶어? 네 건 내 거라는 이론이야? 퉁퉁이야?
……하아…….”
“그럴 리 없잖아 결국 못 집었으니까!
……하아…….”

서로 노리던 세일 품목들은 전부 사지 못했던 모양이다.
슈퍼 앞에서 고개를 숙이는 나와 브라콤녀.

“애초에 너 전업주부 지망이라든가 말했는데, 진짜 요리 할 수 있어?”
“당연하지. 뭣하면 코마치의 도시락을 아침마다 만들 수 있어. 늦잠이 흔한 너한테야 무릴지도 모르겠지만.”
“남 이야기야? 너도 지각 제법 하잖아.”


아……아픈 부분 찌르는 거 아냐…….

하지만 난 히키가야 하치만이다. 천하제일 시스콤대회가 개최되면 치바에서 2위 정도론 파고들 자신이 있다.
이런 브라콤한테 밀려서 쓰겠냐. 잠깐 1위 누구야!


“평소 어디서 먹고있는진 모르겠지만, 매점에서 빵 사는 것쯤은 본 적 있어.
그런 네가 도시락이라니.”
“왜 본 적 있는 건데. 그거, 너도 빵 사러 왔었단 소리잖아.”


“뭐? 그렇게 내가 만든 도시락 보고 싶은 거야? 의심하고 있어?”
“너야말로 내 도시락 스킬 의심하고 있잖아.”

얕보지마. 요즘 취미는 매주 월요일의 소마라구.





““………….””

잠시간의 침묵.





“브라콤녀석.”
“시스콤자식.”





““내일이 기대되는데?””





이렇게 목요일이 끝났다.
침묵의 주방장 두 마리가, 주방이라는 이름의 우리에서 풀려났다.#3


#1 절충해서 남매덮밥같은 거나 탄생시켜 버리라고. 오야코돈은 닭과 달걀을 넣어 만드는 덮밥으로, 부모와 자식이 함께 있다고 해서 親子丼이라고 쓰는 것을 이용한 말장난.
#2 의미를 알 수 없는 밉살스런 토크 뒤에, 숨을 돌리고. ​밉​살​스​럽​다​(​憎​憎​し​い​)​의​ 증(憎) 자와 고기 육(肉) 자의 발음이 같은 것을 이용한 말장난. 둘 다 「니쿠(にく)」로 발음함.
#3 침묵의 주방장 두 마리가, 주방이라는 이름의 우리에서 풀려났다. ​언​더​시​즈​(​U​n​d​e​r​ Siege)의 일본 발매명이 침묵의 ​전​함​(​沈​黙​の​戦​艦​)​이​다​.​


역자의 말:
 안녕하세요. 淸風입니다.
 일각여삼추님께서 몰고오신 역내청 붐에 올라타지 않을 수 없어서, 번역을 건드리게 됐습니다.
 ​…​…​잠​깐​거​기​너​번​역​작​품​더​늘​려​서​어​떻​게​살​아​남​으​려​고​안​그​래​도​기​력​포​인​트​제​로​잖​아​ 하는 마음속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기분도 들지만 아마 환청이리라고 믿고 있습니다.

 이 팬픽, 분량이 800글 이상에 A4용지로 치면 255쪽 분량인데……뭐, 어떻게든 되겠죠!


 그럼, 다음 화에서 뵙겠습니다.


 덧. 2권 정발본에서 시스콘이라는 표현을 쓴 걸 보고 약간 애매하긴 해도 시스콘/브라콘으로 옮겼었는데, 5권에서 하치만이 사키사키를 브라콤이라고 불러서……그냥 시스콤/브라콤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역자분 역문이 이표현 저표현을 왔다갔다 하는 것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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