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화 “그 멋진 ‘착각’을 다시 한 번” - 방과후 (4)
옛날. 코마치가 중학교에 올라갔을 무렵.
코마치가 집에서 울었던 적이 있었다.
원인은 나……에 대한 소문.
나 자신은 그 무렵 슬슬 남들의 비난쯤엔 익숙해져 있었지만, 코마치는 그렇지도 못했던 모양이다.
코마치 자신한테 나쁜 소리를 하는 것도 아닌데.
우리 집에서 코마치가 울고 있는 풍경은 굉장히 껄끄러웠고, 이런 모습을 부모님이 봤다간 틀림없이 내가 혼난다.
그 때 나는 아마 그런 걸 생각하고 있었겠지.
나는 코마치에게 이렇게 가르쳤다.
‘눈물을 흘려 버리면 괴로운 일도 함께 흘러내려 가.’
‘하지만, 다 흘려보내기 전에 또 괴로운 일을 겪으면 악순환이 일어나서 눈가에 괴로움이 쌓여 버려.’
‘그 결과, 눈이 썩어.’
하지만 그 녀석은 볼을 부풀리며 ‘그럼, 코마치도 오빠랑 같이 썩을래’같은 소리를 꺼냈었다.
그렇게 돼 봐라, 난 집에서 쫓겨난다고.
‘나는 딱히 이 눈이 싫은 게 아니야, 오히려 마음에 들 정도라고.’
‘눈동자가 썩어버렸으니까 썩게 하면 안 되는 것 정도는 바로 안다고.’
‘너는 썩으면 안 되는 녀석이니까, 괴로운 일이 있으면 거꾸로 웃어줘.’
“‘안 그러면 오빠는 이 집에서 쫓겨난다고’였나?”
“으갸아아아아악! 너희드으으을 히키가야 집안에서 톱 클래스로 부끄러운 에피소드를!”
내가 집에서 사라지는 게 싫었던 건지……어땠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뒤로 코마치는 항상 웃게 되었다.
내가 떨어질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애가 되었다.
“그러니까 우리가 잘못되면 하치만이 멈춰 줘.”
“으으으…….”
나는 신음했다. 이래선 정말 개 같잖아. HACHI다.
“저, 저기……토츠카. 아까부터 신경 쓰였었는데……우리‘들’이라니……나는 딱히 그…….”
아까까지의 여유 있는 행세는 어디에 갔는지, 카와사키가 부끄러운 듯이 말한다.
“으으응, 하치만은 이미 카와사키를 떼놓지 못할거야.”
듣고 있는 이쪽이 부끄러운 일을 시원스레 말하는 사이카.
“아, 혹시나 우리가 서로 이름으로 부르고 있으니까? 그럼 둘이서도 이름으로 부르면 좋겠네.”
““에에?!””
웃는 얼굴로 뭔 소리 하는거야 귀엽다 얼굴.
“나도 앞으로 사키라고 부를 테니까, 응?”
“으…….”
“그럼 나부터. 사키.”
사이카 진짜 대단하네. 망설임이 없어.
“에……사……사……………………사이카.”
꺼져드는 듯한 소리로 나직이 말한다.
“그럼, 다음이네. 자, 하치만도.”
탈출구에 셔터가 내려왔다. 이건 거절할 수 없는 무드다.
벼벼벼벼벼별 거 아니라고? 사이카도 부를 수 있었으니까, 이이이이이이녀석 상대라도 여, 여유고?
‘사키사키’를 두 글자 줄이면 되는 것 뿐이고?
“사……사……”
팬더냐……. #5
“하……하……”
엄마냐고……. #6
가렵……맛있……이 아니라고. #7
사이카는 왜 이런 때만 남자다운 거야. 반해버리겠잖아.
에에이! 결심해라 하치만! 녀석의 골네트에 캐논 스타다! #8
“……사키.”
“……하치만.”
……………
…………
………
……
…
“……풋!”
“……푸하핫.”
“아하하하.”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
얼마만이었을까.
혹시나 처음이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온 힘을 다해 큰 소리로 웃은 건.
#5 팬더냐…… 일본어로 조릿대를 笹(사사)라고 하는 걸 이용한 말장난.
#6 엄마냐고…… 일본어로 엄마를 母(하하)라고도 하는 걸 이용한 말장난.
#7 가렵……맛있……이 아니라고. 바이오해저드 1의 연구원의 일기에서. 연구원이 점점 글을 제대로 쓰지 못하다, 일기장에 마지막으로 남긴 문구.
#8 에에이! 결심해라 하치만! 녀석의 골네트에 캐논 스타다! 캐논 스타는 미래영웅 아이언리거에 등장하는 마구의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