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화 “그 멋진 ‘착각’을 다시 한 번” - 봉사부
봉사부
“늦네…….”
힛키는 아직 안왔어.
“…….”
유키농은 입을 다물고 있어.
예전에는 이런 때도 이것저것 불평을 늘어놨었는데.
동아리 시간은 곧 끝날 것 같아.
똑똑.
“여어~.”
노크 뒤에 문이 드르륵 열렸어.
“힛키 늦었어! 슬슬 동아리 끝날 거라고?”
“정말……동아리 활동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건지.”
유키농이 드디어 입을 열었어.
역시……유키농도 조금 쓸쓸했던 거려나.
그런 의심을 해 버려.
“미안 미안……잠깐, 벌써 이런 시간이었어?”
“몰랐던 거니?!”
“기막힐 정도로 신경이 부족하네…….”
“그러니까 미안했다니까. 하교 시간까진 제대로 있을 테니까.”
깜짝 놀랐어.
힛키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말은, 굉장히 부드러웠어.
유키농도 같은 걸 느꼈는지, 놀란 듯한 눈빛이야.
의자에 앉은 힛키는 평소대로 책을 펼쳤어. 그건 이제 요리랑 관계 있는 책이 아니었어.
“그, 그러고 보면 힛키, 결국 승부는 어떻게 됐어?”
“그렇네, 그걸 위해서 지각한 거잖니? 제대로 지고 온 거지?”
자, 지는 게 전제구나……
“아아, 졌어. 진짜 완패야.”
두근거렸어.
여전히 눈은 썩어있는데……그런데 그런 표정을 짓는구나.
“그, 그래……그런 것치고는 이상한 표정을 짓고 있네.”
“응? 아아, 그야. 그렇게 웃은 건 처음이었을지도 모르겠으니, 좀 이상한 일도 한둘쯤 생긴다고.”
“에에―?! 힛키가 크게 웃었었어?!”
뭐, 뭐가 있었던 거지…….
나는……우리는 할 수 없는 일이 있었을까……?
“뭐, 무리는 아니겠는데. 나 스스로도 믿기 힘들 만큼, 배 터지게 웃었으니까.”
“그런 것 치곤 눈은 여전히 썩어 있는데. 신님은 잔혹하구나, 네게 산뜻함은 주지 않으셨던 모양이네.”
“마, 맞아! 역시 진 거 신경 쓰고 있지!”
힛키의 눈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어.
만났을 때 부터 전혀 변함없는……상냥한 눈.
“어쩔 수 없잖아. 나는 이러니 저러니 해도, 너희가 말하는 썩은 눈동자를 꽤 마음에 들어 한다고.”
“에……?”
“무슨 소리를 하는 걸까. 정상적인 감성을 가지고 있으면 그 눈이 마음에 들거나 할 수 없을텐데.”
“그럼 정상이 아닌 거겠지? 그것 뿐이야.”
“이유! 이유는 뭐니―?!”
나는 물어봤어.
알고 싶어. 그 이유를.
“어이어이, 내가 그 이유를 알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녀석은 친구들 뿐이야.”
“그러면 아무도 모른단 소리네.”
“힛키 친구 없잖아!”
“핫핫하, 그러고 보니 너희에겐 아직 안 가르쳐 줬었나.”
우리들의 공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힛키는 쓱 일어났어.
‘아직’
이라는 건 곧 가르쳐 준다는 거려나.
그러면 좋겠네.
“슬슬 시간 됐네―. 그럼 이쯤에서 돌아갈게.”
“그렇네, 힛키는 10분 정도밖에 여기에 안 있었지만서두.”
“어쩔 수 없어. 오늘은 의뢰인도 안 왔고.”
“유키농―. 같이 가자―.”
이 느낌.
드디어 봉사부에 평소대로의 분위기가 돌아왔어.
힛키가 조금 기운난 것 뿐인데.
역시 봉사부의 중심은 힛키인 걸까…….
그런 걸 생각하며 힛키를 보고 있으니, 문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췄어.
“아 맞아, 이유였나……그걸 알고 있는 건…….”
빙글 이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장난꾸러기같은 미소를 지으며
“이 교내에서, ‘사키’랑 ‘사이카’ 뿐이야.”
탁
문이 닫힌다.
“……뭐?!”
“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