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화 “그 멋진 ‘착각’을 다시 한 번” - 교문
교문
언젠가, 유키노시타에게 말한 게 있다.
친구들은 ‘들’이 붙어있으니까 기본적으로 여럿 있는 게 전제라고.
확실히 헛소리였다. 단순히 별 의미 없는 대화 중 한 마디.
하지만 상대가 유키노시타니, 그런 별 의미 없는 일도 제대로 기억하고 있겠지.
언젠가, 유이가하마에게 들은 게 있다.
……그, 그럼, 유이. 도, 괜찮아.
이름을 부른다는 행위. 그때는 좀 입이 미끄러졌지만, 이후 이름으로 부른 적은 없었다.
어차피 상대가 유이가하마니, 아직 이름으로 불리는 걸 포기하지 않고 있겠지.
그러니까 이건, 지금까지의 일들에 대한, 자그만 보답.
너희가 풀죽지 않을 정도론 봐 줬으니까.
지금은 고생하라고 얼간아. 크하하하.
교문 옆에 있는 두 사람을 확인한다.
마음을 진정시키고, 머릿속으로 이름을 재생한다.
……사키……사이카……사키……사이카……좋아, 괜찮아.
“여어, 기다렸지, 사키, 사이카.”
“아아, 하, 하치만…….”
크크크. 말 더듬네?
“하치만~, 수고했어. 그럼 갈까?”
우리는 걸음을 옮긴다. 친구들과의 첫 집단하교다.
“둘은 오늘 학원이었나? 그럼 내일이나 모레 셋이서 놀자.”
“오~, 좋아. 어차피 예정 없었고.”
“사키, 하치만네 집 몰랐었나? 가 보지 않을래?”
“가, 갑자기 집에 가는 거야……? 우리 집에서 그리 멀지 않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긴 한데…….”
“사이카, 그만둬. 이 녀석 분명 고양이 알레르기였고.”
“아, 그랬구나. 나는 사키네 집은 모르고…….”
“가, 갑자기 우리 집이라니…….”
뭐어, 그렇겠지. 외톨이가 가족이 아닌 사람을 자기 집에 불러들이는 건 허들이 높기 마련이니까.
“무난하게 셋이서 어딘가 나가 놀면 되지 않아?”
“아, 그러면 셋이서 스티커 사진 찍으러 가자. 예전에 하치만이랑 찍은 데서.”
“에? 사이카 너 하치만이랑 같이 찍었었니?”
오―, 내 이름 안 더듬고 말할 수 있었구나, 잘했어 잘했어.
“응, 큰일이었어. 그때는 커플이 아니면 못 들어간단 소리를 들어서.”
“너…….”
“아, 아니! 그! 몰래! 몰래 들어가서 찍었어!”
“볼래? 이건데…….”
사이카는 휴대폰을 꺼내서 뒷쪽을 사키에게 보여준다.
거기에 붙여둔 건가……으아 부끄러워. 왜 내가 부끄러운 거지.
지금 한 장 인건 다른데 붙여 둔거려나.
“흐, 흥―. 그런데 하치만, 이상한 표정 짓고 있네.”
“시꺼, 스티커 사진 같은 건 처음이었으니까 셔터 타이밍을 몰랐었다고…….”
“크하하……응? 뒤에 뭔가 찍혀있어……에? 뭐야 이거……유……령……?”
아아, 그런 일도 있었지…….
“아아, 그건 자이모……”
“유령이 아니라고, 그 녀석은 제대로 실재하고 있어. 현실의 요괴야. 돼지 요괴.”
“하? 뭔 소리 하는 건데? 너, 사이카를 원숭이 요괴 취급할 셈이야?”
“난 물귀신 확정이냐! 왜 오락실 구석에서 간다라가 설지돼 있는 건데! 있을 리 없잖아!”#9
태양권을 쓰는 건 삼장이었나.
“거기에 이번은 하치만이랑 사키가 있으니까, 쉽게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셋이서 들어가도 되는지는 안 물어보면 모르겠지만.”
“에……그, 그건 하치만이랑 커……커프……”
“괜찮잖아, 사키. 이용할 수 있는 건 이용해 버리자고.”
“흐아아?! 뭐, 뭐어……셋이서 들어가도 괜찮다면…….”
으하하―. 나도 제법 말 잘하게 됐구나.
여기서 냉정하게 대답할 수 있다니 하치만적으로 포인트 높아♪
……혹시나 코마치 적으로도 포인트 높을……지도.
우리들은 내일 놀러 갈 약속을 한 뒤에 헤어졌다.
사이카가 우리 집을 알고 있어서, 사키와 사이카가 합류해서 나를 맞으러 와 주겠다는 모양이다.
정말 코마치한테 뭐라고 말하면 좋을는지.
그런 걸 생각하면서, 나는 현관 문을 열었다.
“다녀왔어~.”
#9 “난 물귀신 확정이냐! 왜 오락실 구석에서 간다라가 설지돼 있는 건데! 있을 리 없잖아!” 일본 TV 드라마 서유기의 엔딩곡으로 간다라라는 곡이 쓰였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