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화 “전장이 메리 크리스마스” - 노래방 (2)
“““메리 크리스마스!”””
챙! 하고 건배 소리가 울린다.
각자가 음료수를 대강 마신 뒤에 드디어 자리에 앉았다.
정말, 왜 건배까지 서서 하는 거야.
앗차, 그 전에 코트 벗어야지.
좀 큼직한 파티 룸에는 수납공간이 배치되어 있을 때가 있다.
많은 사람의 웃옷이나 짐 같은 걸 놓아둘 공간이다
사키도 사이카도 벗을만한 웃옷은 안 입고 있었다.
사이카는 약간 헐렁헐렁한 느낌이 드는 파카. 응, 그거 하치만 적으로 포인트 높아.
사키는 묘하게 멋진 짧은 재킷. 스타일이 좋은 게 눈에 띈다.
코마치와 타이시는 방에 들어갔을 때 바로 넣어둔 모양이다.
자이모쿠자는 저거 벗으면 캐릭터가 꺾일 테니 냅두자. THE 목재같은 게 되어 버린다.
그럼 남은 녀석은……아.
“유키노시타, 유이까하마. 코트 넣을게, 자.”
“응, 부탁할게.”
“에헤헤~, 힛키 고마워! ……어라?”
코트를 벗어서 옷걸이에 걸고 있는 나를 유이가하마가 관찰하고 있다.
“응응? 힛키, 좀 옷 느낌 바뀌었어?”
으으……역시나 상위 카스트에 들러붙어 있는 값은 하는데.
변화에, 특히 옷의 변화에 깨닫는게 빠르다.
“어머, 그래고 보면……당신, 옷 쪽은 무관심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야~, 뭐, 확실히 그런데 말야…….
슬쩍 사키를 바라본다.
사키는 태연한 척하고 있지만, 입가가 약간 풀어져 있는 게 보인다.
멋지게 걸쳐입고 와 놓고선 컵을 양손으로 들고 머뭇거리고 있고…….
크크크……그런 게 보고 싶었다고.
“응후후후후후~ 그 옷은 말이죠~……후후후후.”
“어머, 코마치, 네가 골랐니?”
난입자 등장!
뭐어, 눈치채였다면 어쩔 수 없지. 나도 자백하자.
“아뇨아뇨, 아니에요. 사실은 말이죠…….”
“사키가 만들어 줬어. 낡은 옷에 손을 대서.”
“……뭐?!”
“에에에에에에?! 정말로?!”
“으……그……응…….”
“헤에~ 사키 역시 능숙하네~.”
“하하하하하하하치만의가가가갑주가, 커스터마이즈 성의라고오오오?!”
뭐야 갑주는. 명계에 가란 거냐.
“아니 그……나도 그……사복에 손을 대는 건 처음이었다고 할까……그…….”
“어이, 너희 그쯤 해둬. 사키가 한계다.”
지금의 사키에겐 이쯤이 한계겠지.
정말, 집에서 이야기했던 때랑 전혀 태도가 다르잖아.
그 자신만만한 태도는 어디 간거야.
“으~……음~, 그래도 역시 사키답네.
디자인 그 자체는 별로 바뀌지 않은 것 같은데, 여기저기 강조되어 있구.”
“그렇네……원래는 낡았었다고 하지만, 그것 자체도 히키가야 군의 생활태도랑 잘 맞네……
이것도 카와사키가 고른 거려나.”
지긋이 응시당하는 나, 마치 동물원의 판다.
아, 아니 어느쪽인가 하면 나무늘본가. 아아……퍼지고 싶어…….
“그렇구나~, 누나 드디어 사복도 손대게 된 거구나~.”
“에헤헤헤헤~, 코마치도~ 수험이 끝나면 언니한테 재봉 배우기로 약속했어요~.”
코마치가 사키에게 안겨붙는다.
어이 사키, 거긴 내 자리야! 내 위치야!
“에에~! 좋겠다 좋겠다~! 나한테도 가르쳐줘 사키~.”
“너는 요리를 배우는게 먼저잖아?”
“으…….”
“하아, 그렇게 안달하지 마, 코마치. 제대로 가르쳐 줄테니까.”
“워우?! 헤, 헤헤헤헤~.”
사키가 코마치를 약간 끌어당기며 머리에 손을 얹는다.
앙~ 코마치도 참, 이미 헤븐 상태!
“어이, 너도 그쯤 해둬 사키. 내 여동생한테 그이상 이상한 길 가르치지 마.”
“이상한 길이란게 뭐야. 그러면 너도 타이시한테 같은 거 하라고.”
“할 수 있겠냐!”
내 가슴에 날아와도 좋은 남자는 사이카 뿐이다.
“누나……아무리 나라도 형님한테 그건 조금…….”
“당연하지! 거기선 더 쎄게 부정해!”
안 그래도 우리 반에선, 그런 경솔한 행동은 죽는 사람이 나올 정도라고.
“뭐, 하면 하는 대로, 손목이 반대로 돌아가는 정도는 각오해 두라고.”
“자기가 말해놓고 걸국 그렇게 가는거냐……됐으니까 슬슬 떨어져.”
코마치의 이마를 꾹 밀어서 떨궈준다.
“너, 진짜 과보호네……딱히 참견하거나 한 것도 아니잖아.”
“과보호긴 너도 마찬가지잖아……네 쪽은 너무 알기 쉽다고.”
코마치를 밀었던 손을 잡힌다.
“아……이 흐름은…….”
“? 유이가하마, 무슨 일 있니?”
“어이, 내 어디가 알기 쉽단 거야?
너한테 질려가면서도 맞춰준 것뿐이잖아?!”
“뭔 소리 하는 거야?
사춘기인 남자한테 이것저것 참견하거나 강요하거나 하는 거 아냐!”
잡힌 팔을 풀고, 세계에서 제일 안 기쁜 깍지끼기 상태로 돌입.
“유, 유이가하마가 말한 건……이거 이야기?”
“아, 아와와와, 아와와와와와…….”
이대로 양손 다 맞잡는다.
“슬슬 얌전해 지라고 시스콤 자식!”
“물러나야할 건 그 쪽이잖아 브라콤 녀석!”
“건배!”
사이카가 우리의 잔을 잡고, 우리의 눈앞에서 쨍 맞대고……
““?!””
반동으로 잔은 우리의 입으로.
그 상태서 약간 기울인다.
얼음에 식은 음료수가 우리의 머리를 급속히 식혀간다.
“…….”
“…….”
잔이 떨어진다.
“……푸아! 미, 미안 사이카!”
“……푸아! 또 해 버렸다고! 땡큐 사이카!”
“아하하, 둘 다 변함 없네~.”
최강의 미소로, 평소대로 미소지어 주었다.
“오오……사이 대단해…….”
“훌륭하네…….”
“뭐~, 이 셋 중에서 누가 제일 정점에 있는가 하면 사이카 오빠니까요~.”
“그렇슴다. 그 상태가 된 둘을 한 순간에 멈출 수 있는 건 사이카 형밖에 없슴다.”
후우……위험해 위험해…….
사이카가 없을 때는 어느 정도 자제하든지, 멈출 타이밍을 서로 느끼든지 하는데…….
있으면 있으니까 안심해버려서 마음이 풀어진다니까…….
“흐음……그 마녀와의 격투를 계속하는 것도 전사의 피가 쑤셔서 나쁘지 않았었네만…….”
자이모쿠자가 작은 소리로 말을 걸어온다. 시꺼.
이동의자에 앉힌 건 실수였을지도 모르겠다……이동력이 있는 돼지는 민폐다.
운동성이 있는 주제에 갑주까지 있으니까 벅차.
파일럿 기능이 낮은 게 다행인가.
“어이, 마녀라고 하지 마, 녀석은 물리 어태커라고.
평소에는 수도사고, 스위치가 들어가면 광전사라고.”
이런 거 들리는 소리론 절대로 말 못하지.
노래방이라는 건 어쨌든 BGM이 언제나 흐른다는 게 역으로 도움됐다.
“그런데 형님?
성의를 새로 만드신 모양입니다만, 여동생분 쪽은 평소 어떤 옷을 입고 계십니까?”
“……하얀 특공복이다 이새꺄. 널 다진 고기로 하려고 말야.”
내 눈은 다시금 다크사이드에 물들었다.
……………
…………
………
……
…
“아, 맛있어…….”
우리들은 유키노시타가 가져온 케이크를 먹고 있다.
여전히 마시쩌. 난 아무래도 과자 만드는 건 그리 레퍼토리 안 많고.
“유키노시타는 이런 것도 만들 수 있구나.”
사키가 감탄한 듯이 말한다.
“어머, 요리 실력은, 너도 훌륭하다고 들었는데?”
“아, 그래도 나 평소 요리는 만들지만, 과자같은 건 별로 안 만들어…….”
뭐, 과자는 과자고.
요리 스킬에 필수란 것도 아니다.
“후후……카와사키, 너랑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으리라곤 생각도 못했어.
조금 바뀐 거려나?”
“으에?! 그, 그런 게…….”
“어이어이, 사키는 첫 의뢰 무렵과 별로 안 변했다고. 원래 이런 녀석이야.”
그래, 단순히 남과 어울리는데 익숙하지 않은 것뿐이고, 이 녀석은 원래 이런 녀석이야.
마음 안쪽이 그리 쉽게 바뀌는게 아니라고.
원래 가정적인 녀석이야. 그렇게 안 보이지만.
“흐응……힛키 잘 알고 있네.”
“당연하지, 외톨이는 남한테 참견 안 하는 게 외톨이인 거지만, 신경 안 쓰는 거랑은 말이 달라.”
외톨이는 외톨이대로 각각에 대한 분류가 있는 거다.
그리고 외톨이는 그걸 남보다 배는 민감하게 느끼는 거다.
외톨이인 원인, 외톨이로 지내는 의미, 외톨이를 졸업할 수 없는 이유…….
외톨이는 남의 그런 부분에 대해 민감한 거다.
“그래도 힛키~……지금은 이미 외톨이 아니잖아…….”
“……전, 외톨이야.”
하지만 여전히 아무도 노래하려곤 안 한다.
아니, 나야 별 상관없지만, 잘도 이런 걸로 시간 보낸다 싶다.
이미 몇 시간이나 지났지만 이야기가 끊길 기색은 아직 없다.
뿐만 아니라, 상태를 보기에 보너스시간 끝까지 이야기로 끝낼 기세다.
수험 이야기,
고등학교 생활 이야기,
중학교에 다닐 땐 어땠는지,
케이크 만드는 법이 이러쿵 저러쿵,
도시락 만드는 법이 이러쿵 저러쿵……
마이크 삐쳤다고?
……………
…………
………
……
…
#5 자이모쿠자는 저거 벗으면 캐릭터가 꺾일 테니 냅두자. THE 목재같은 게 되어 버린다. THE 목재가 일본어로 '자 모쿠자이'라고 읽히는 걸 이용한 말장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