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화 “뻔뻔함 자격증” (3)
사이제리야
음……, 오늘은 타이시가 없으니까 메뉴 제패는 좀 벅찰지도.
어차피 오빠는 하루만에 끝낼 마음따윈 없겠지만.
애초에 오빠는 지금까지 사이제 메뉴 제패할 땐 보통 코마치랑 왔었고.
이렇게 속속들이 아는 사람들과 올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큰 진보야.
게다가 오늘은 커플 한정 메뉴에까지 손을 댄다고 하니까!
우후후후후~ 눈 호강이구나~.
아, 그래도 종류 꽤 되는구나~.
어쩌지? 코마치랑 사이카 오빠가 한 종류 더 시키면 될까.
남자랑 여자가 페어로 주문하면 통하겠지, 분명.
““보! 보! 보!””
오빠랑 언니는 가위바위보를 하고 있어.
아무래도 오빠는 초콜릿 파르페 파, 언니는 딸기 파르페 파인 것 같아.
“그오오…….”
“후후……아, 실례합니다. 커플 한정 더블 스트로베리 파르페 하나.”
“예, 주문 받았습니다.”
아, 오빠가 졌다. 역시나.
그런데 둘은 실제로 사귀기 시작했다곤 하는데, 전혀 사귀는 사이같지 않아.
꽤 달라붙어 있긴 한데, 끈적거리는 느낌도 아니고.
나름 서로 이야기도 하지만, 는실난실 하는 것도 아냐.
신뢰는 있는 것 같지만, 뭐라고 할까…….
문득 그런 걸 생각하면서 눈길을 옮기는 중에, 낯익은 얼굴이 보였어.
아, 유이 언니다.
말을 걸려고 했는데, 앞에 있는 안경낀 여자가 검지를 입에 대면서
‘쉿―! 비밀로 해줘!’
라며 히죽이는 얼굴로 제스처를 보냈어.
저 사람은 분명히 작년에 임간학원에서 본 적 있는데……에비나 언니였나.
유이 언니 옆에 있는 건 분명 미우라 언니였을 거야. 왠지 기막혀하는 표정이야.
흠……과연, 그런 건가요……음훗후…….
‘괜찮아요! 여기는 코마치에게 맡겨 줘요!’
라고 신호를 보냈어.
응 응, 아무래도 전해진 것 같아.
음후후후후―, 자아 봐 주세요☆
“기다리셨습니다―. 커플 한정 더블 스트로베리 파르페를 주문하신 분―.”
둘은 슥 가볍게 손을 들었어.
오오, 꽤 박력있는 사이즈야.
슬쩍 유이 언니네 쪽을 바라봐.
유이 언니와 미우라 언니는 조금 놀란듯이 눈을 크게 떴어.
에비나 언니는 아무래도 예상대로란 표정이야.
으음……저 사람 제법……하잖아!
하·지·마안~? 여기서부턴 코마치의 턴이라구요~.
“이야―, 역시 커플 한정이네요―.
분홍빛 오라가 넘쳐 흘러요 후후후―”
파르페에는 분홍색 가루가 뿌려져 있어서, 굉장히 러브러브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어.
“아―, 너무 뚫어지게 보지 마. 지금부터 먹을 거니까.”
오빠가 눈길을 조금 이쪽으로 돌렸어.
기다렸어! 지금이 찬습니다!
“좋겠다―맛있을 것 같아―, 코마치도 먹어보고 싶은데―……
아, 사이카 오빠, 사이카 오빠. 저희도 저거, 시켜 볼래요?”
“응? 나랑 코마치가?”
“맞아요― 맞아요―! 괜찮다니까요, 옆에서 보면 남녀 두 커플이고!”
“아……잠…….”
걸렸다!
“어, 어이 코마치? 너한텐 좀 그……아직 이른 거 아니려나? 려나?”
오빠의 소리가 약간 뒤집혔어…….
그건 좀 기분 나쁠지도―, 코마치적으로 포인트 낮아.
그래도 반응은 최고야. 오빠도 상대가 사이카 오빠니 세게 나오질 못해.
후후후……오빠, 이쪽만 봐도 괜찮으려나―?
“하치만, 파르페는 괜찮아?”
“에?”
“…….”
“……에, 어이 사키?! 왠지 파르페에서 딸기가 사라졌는데?!”
언니는……사키 언니라는 사람은 여기서 아무것도 안 할만한 사람이 아니라고요?
적어도, 오빠가 상대라면☆
“괜찮잖아? 딸기는 원래 내 주문이었고.”
“아니 안 좋아! 이거 이제 딸기 파르페가 아니잖아!
딸기 소스 파르페잖아?!”
과연 언니.
‘오빠에 대한 것들엔’ 모든 면에서 부족함 없음!
“모처럼 주문했는데 엉뚱한 짓 해서잖아”
“젠장……안에 있는 딸기 아이스는 안 줄거니까.”
그렇게 말하곤 오빠도 먹기 시작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