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화 “알고싶음 신드롬” (1)
5월
“자, 자이모쿠자. 이번 걸 첨삭해 뒀다고.”
“으, 음……
므호와아?! 거의 절반이 빨간색이잖아?! 주술같은 거냐, 하치만?!
우리 봉사부에서, 이번 달 첫 의뢰는 평소대로……자이……자이모자이군이었었나?
그는 얼마 전까지 메일을 통한 의뢰가 중심이었지만, 히키가야와 같은 반이 된 뒤로는 자주 봉사부에 얼굴을 내밀어.
그리고 대화 내용은 평소대로 원고를 읽어달라는 거야.
문득 떠올랐는데, 이 사람도 전혀 바뀌지 않는 사람 중 하나네.
뭐 그 탓도 있겠지만, 이 일은 거의 히키가야 혼자서 금방 끝내버리지만.
저번달이 끝날 즈음 원고를 내밀었을 때, 이런 제안이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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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이 녀석의 문장도 교정 안 해 주면 안 되겠어.”
“그건 중2인 성격째로 안 바꾸면 안되는 거 아니야?”
지금까지 잔뜩 의뢰에 응해왔는데 눈꼽만치도 나을 기미가 없었는데.
“그건 무리네.”
“그렇네. 성격째로 교정해 버리면 의미가 없는 걸.
어디까지나 우리는 ‘자립을 재촉’하는게 목적이야. 유이가하마 양.”
“성격의 교정은 자립으로 안 이어지는구나…….”
우리가 교정하는게 아니라, 의뢰자 스스로가 자신을 교정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걸.
그 사람이 바뀌든, 바뀌지 않든 말야.
“너희도 이 녀석의 문장 슬쩍은 봤잖아?
솔직히 말해줘. 뒷내용을 읽고 싶어?”
“생각할 리 없잖니.
문법조차 제대로 안 지키는데, 의미불명한 루비까지 써대고……”
“나, 나는 그―…처음은 좀 읽는데……
뭐라고 할까, 세계관? 같은걸 따라갈 수 없어서…….”
마음이 안 내키지만 의뢰는 의뢰.
읽고 감상을 전해야 하는 거지.
“그래서야. 이번 원고는 내가 첨삭할게.
너희는 분명 감성이 안 맞을 거고…….”
“정말! 힛키는 또 그렇게!
일단 의뢰니까, 우리도 제대로 읽을 거야!
……아마.”
“아―, 그게 아니라.
너희는 너희끼리 해 줬으면 싶은 일이 있어.”
“어머……네가 우리에게 부탁이라니, 드문 일이네.”
“역할분담이야. 모두가 같은 일을 할 필요도 없잖아.”
……뭐, 괜찮아.
한 번은 ‘네게 맡길게’라고 말한 입장이니, 이번엔 제대로 맡겨야지.
“그것도 그런가……
그래서 힛키. 우리는 뭘 하면 괜찮아?”
“너희는 기본적으로 이 문장에 좋은 인상이 없잖아?
대략적으로도 괜찮으니 어디가 나쁜 부분인지를 철저하게 찾아내서 나한테 가르쳐 줘.”
헤에……그렇구나. 일종의 쇼크요법일까.
그러면 우리도……맡았어.
“안 봐줘도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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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위크 중까지 네 원고를 보고 있을 순 없다고.
쉬기 전에 후다닥 끝마쳐 준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해.”
“으윽! 이번은 그 골든위크를 통째로 날려버릴 정도의 쾌심작이라고?!
내 추천은 주인공이 학교의 괴이를 ‘이능을 먹는 뱀’이라고 불리는 왼팔로 무쌍하는 장면인데…….”
“그 부분이 최악이었어. 그리고 그거 무슨 짝퉁?”
“꽤애애애애액!”
의뢰의 대응 시간이 시작됐어.
자, 우리가 전한 걸 어떻게 정리해 줄지가 볼거리겠네.
“알겠어? 자이모쿠자.
문제점으로 유키노시타가 처음에도 말했다고 생각하지만, 문법이 완전 엉망진창이야.
이래선 아무리 열광해야 할 장면이라도 독자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어.
그러니까 유이가하마같은 녀석이 상대면 중간에 읽을 마음이 사라진다고.
빈말로라도 ‘라이트노블’을 노린다면 여기는 치명적이라고.”
“으갹?!”
그의 첫 의뢰가 떠올라.
철저히 혼냈다고 생각한 그 때를.
생각해 보면 그 때는 의뢰 내용이 ‘읽고 감상을 전하는’ 것 뿐이었으니까, 어쩔 수 없겠지.
하지만 작년부터 시작된 메일로의 의뢰서 부터, 명확하게 ‘뭐가 나쁜지’를 알고싶다는 의견이 보이기 시작한……것 같아.
그로부터의 의뢰는 거의 히키가야에게 떠맡겨 버렸으니까……잘 모르겠지만.
“다음으로, 세계관에 통일성이 없어.
학원물·이능배틀·연애, 확실히 이걸 엵은 내용의 라이트노블은 제법 있어.
하지만 학원을 배경으로 모든 걸 뭉뚱그리는건 네 역량으론 무리야.
안된다곤 안 할게. 우선 능력을 이해해.”
“그엑?!”
우리는 봉사부. 굶주린 사람에게 물고기를 잡아 주는 게 아니라 잡는 방법을 가르치는게 목적.
그러니까……
“다음 원고를 위해서 네게 과제를 내 줄게.
1. 문과 성적을 올릴 것. 특히 현대국어, 가급적 고문도.
2. 중이병 요소를 넣어도 상관 없으니까 배틀 요소 없이 한 번 써 볼 것.
이 두 가지야.
정말 쓰고 싶은 건 일단 뒤로 돌려둬.”
“으, 으윽……검호장군인 내가 싸움을 봉인당해 버리다니……
이래선 내 캐릭터가 무너져 버리지 않나!”
“그러니까 과제랬잖아.
이번 이야기에서 배틀을 빼면 주역 전부가 단순한 일반인이잖아?
그 상황에서 이야기를 쌓아 올리는 훈련이야. 그리고 문장력을 키우고.”
그러니까 처음부터 원하는 걸 쓰게 하는게 아니라, 일부러 한 번 빗나간 길을 추천한다.
거기서 원래 길로 되돌려주는 방법.
“맞아, 중2. 나두 지금은 쿠키를 잘 구울 수 있게 됐지만,
처음엔 유키농한테 요리도구 사용법이나 밑준비부터 배웠어.”
“후, 후히! 뭐, 뭐어, 아, 알았다고 하치만!
다음은 기말고사 뒤……여름방학 전에 가지고 와 주겠네!”
“하아……여전히 히키가야에게만 반응하는구나…….”
그건 그렇고……언제부털까?
원 맨 플레이가 많았던 봉사부가 제대로 제휴를 취하며 의뢰를 받게 된 건.
간신히 나도, 우리도, 그도, 서로를 인정하게 된 걸지도 몰라.
나는 예전보다 그를, 그들을 ‘알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