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화 “자양화가 피는 곳에서” (1)
6월
“안녕, 사이카, 코마치, 동아리 끝났어?”
“오, 오빠―.”
“수고했어, 하치만. 그쪽도 끝난 모양이네.”
이 시기, 테니스부를 포함한 스포츠 동아리들은 실내 연습을 할 때가 많다.
장마. 그렇다. 비가 많이 오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중간고사가 끝나, 6월도 반쯤 지나서 유이가하마의 생일도 끝났을 무렵.
요즘은 매일같이 비가 내리고 있다.
뭐어, 작년까진 내 마음에 항상 비가 내렸었지만.
비가 오는 날에 할인해 주는 가게가 있었다간, 매일 할인 가격으로 칠 레벨이다.
“언니는?”
“녀석은 오늘은 진작 돌아갔어. 타이시는 몰라.”
“근가, 그럼 우리도 쏟아지기 전에 빨리 돌아가자.”
우리는 항상 함께 있는게 아니다. 함께 떠들 때가 눈에 띌 뿐이다.
오늘은 우연히 사이카랑 같이 가게 되었지만, 각자 솔로로 집에 들어갈 때도 자주 있다.
딱히 그런 사정은 이 녀석들한테 설명 안 해도 알아 준다.
나도 사키도 원래는 외톨이인 거다.
확실히 원하지 않고 외톨이가 된 부분이 있는 건 인정하지. 단지, 그것만은 아니다.
익숙해지기도 했지만, 홀로 있는게 딱히 싫지 않은 거다.
휴일에는 함께 있을 때가 많지만, 교실 안에선 기본적으로 혼자.
함께 등교할 때도 자주 있지만, 애초에 나는 자전거 통학이 메인이라 미리 이야기가 없으면 각자 등교다.
그리고 하교. 이것도 그렇다.
오늘의 사키처럼 훌쩍 돌아갈 때도 둘 다 많이 있다.
홀로 옥상에서 멍하니 있고싶을 때.
홀로 휴일에 데굴데굴을 만끽하고 싶을 때.
홀로 저녁에 MAX커피를 우아하게 마시고 싶을 때.
이런 건 고통이 아니라 지복의 시간이다.
외톨이라는 생물은 남들보다 그 지복의 감각을 배는 더 느끼는 거다.
‘고독환경’은 개선되어도, ‘고독체질’은 변함 없다.
그런 부분의 조절을 우리는 서로 이해하고 있다.
이건 다른 녀석들이 상대였다면 아마……아니 절대로 못했겠지.
서로가 자유로운 자연체로 있을 수 있는 것도 우리들이기 때문이겠지.
자랑해도 괜찮으려나?
“나도 조금은 알아.
가끔은 훌쩍 찻집같은데 들러서 혼자 앉아서 마시거나 할 때가 즐겁기도 하니까.”
과연 사이카, 그런 사이카도 그림이 되겠는데……
‘천사의 티타임’같은 타이틀은 어떨까? 나라면 그 그림, 5장은 살거야.
여기서 ‘찻집’이라는 선택이 또한 멋지다.
히라사카 선생님이라면 아마 라면집을 골랐겠지.
아, 그래도 나도 그런 외톨이 활동 꽤 좋아해…….
……………
…………
………
……
…
사이카와 헤어진 뒤 집을 향한다.
덧붙여서 코마치는 입학 직전에 아버지께 자전거를 받았다.
투어링은 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뭐, 날씨가 개이면 이야기지만.
자전거 통학 메인이라고 해도, 이렇게 비가 계속 쏟아지면 그러지도 못한다.
사키랑 함께 갈 때도 있고, 전철을 타는 비율도 높아졌다.
그리고 지금은 이렇게 코마치와 함께 떠들며 천천히 걷고 있다.
옆에 핀 자양화를 바라보며, 우산을 두드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느긋히.
타이시 녀석도 동아리를 안 하니, 녀석들도 둘이서 돌아간 거려나.
남들같은 올바른 청춘은 더이상 바라지 않는다.
내 잘못된 고교생활은, 잘못되었기에 지금에 이른 거다.
……──로?
사람 누구나 ‘그 때는 그렇게 했었으면’같은 후회는 수없이 체험한다.
지금 있는 현실은 ‘그 때 그러지 않았으니까’ 존재한다.
잘못을 계속해, 고립되고, 착각을 꺼리고, 미움받고, 끝에는 자신 본연의 자세조차 거짓이라 느꼈다.
그 중 하나라도 올바른 모습이었다면, 나는 내가 아니게 되었을 거다.
……──말로?
“다녀왔어―.”
“아아……
코마치―, 오늘은 네가 저녁 당번이었나?”
“응, 바로 준비할게.”
“알았어, 그럼 될때쯤 나올게.”
내 성인 자기 방으로.
코마치가 만드는 밥이 예전보다 기대되게 된 것도, 그 잘못된 도시락 승부부터.
내가 밥을 만드는 게 즐거워 진 것도, 사이카가 잘못째로 뛰어넘어 왔으니까.
이렇게 걸어 돌아오는게 즐거워 진 것도……잘못 투성이인 여자가 내 옆에 서게 되었으니까.
방 문을 연다.
……──정말로?
아아……나왔다…….
요즘 자주 튀어나오잖아…….
내 방에는 아무래도 선객이 있었던 모양이다.
……──정말로, 잘못되어서 괜찮았던 거야?
‘이러쿵저러쿵 시끄러―……또 만났구나……나.’
이 녀석은……잿빛으로 물든, 색이 없는, 마치 만화의 엑스트라같은 이 녀석의 이름은……
‘히키가야 하치만.’
옛날의 내 모습이 거기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