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화 “자양화가 피는 곳에서” (2)
카와사키네
……──정말로 너는, 올바르지 않아도 괜찮아?
내 앞에 있는 ‘나’가 물었어.
비오는 날에는 자주 나오는, 옛날의 자신.
마음에 매일같이 비가 쏟아지던 무렵의 자신.
……──주위 애들은, 잘못된 거, 분명 깨닫고 있을 거라고?
주위에 벽을 만들고 아무도 가까이오지 못하게 한 채로 밀쳐버리던 시절의 자신.
……──그런데 너는, 왜 즐거워 보이는 거야?
그 녀석과 만나기 전의……자신.
하아…….
역시 나는 ‘성가신 여자’인 모양이야.
자신과 대치해 보고 다시금 그렇게 느꼈어.
강한체 하며, 말솜씨 없는 걸 얼버무리듯 노려보고, 주위의 일들은 신경 안 쓰는 척을 하고.
사실은 불안해하고, 무서워하고, 소심해서.
가족에게마저……진심을 말하지 못했을 무렵의 자신.
이걸 ‘성가신 여자’ 외에 뭐라 할 수 있을까.
……──대답해 줘.
대답 대긴가…….
좋아, 결판을 내자.
‘어차피 다들 금방 떨어져간다고 생각하고 있어?’
……──그렇잖아? 애초에 가까워지는 사람도 없잖아.
‘그렇겠지……그게 ‘올바른 녀석’이라면.’
……──에?
이녀석은 아직 몰라.
‘잘못된 남자’에 대한 걸.
‘네가 알바를 시작하고, 조금 지난뒤……어느 남자랑 만날 거야.’
……──어느……남자?
‘그래.
터무니없이 비뚤어진데다, 눈에 띄지 않으려 하고, 눈이 썩은, 외톨이인, 잘못된 남자.’
……──뭐야 그거. 너도 아니고.
이 녀석 실례잖아.
난 적어도 눈이 썩진 않았다고.
‘그런 주제에 완전 강행이야. 네 고민따윈 겨우 하룻밤만에 날려버려.’
……──뭐야? 그 녀석──.
‘단순한 시스콤이야. 그것도 초가 붙을 정도로 터무니없는.’
……──역시 너랑 닮았잖아.
‘……그렇네. 그래도 사실은 전혀 안 닮았어.’
이게 단순히 ‘닮은사람 끼리’였다면……서로 호감을 느끼고, 거기서 끝이야.
나와 녀석은 그런 단순한 게 아냐.
‘그 녀석과 나는 말야, 확실히 조금은 닮았어.
그래도 그건 조금이야. 그래서 서로 싸움도 하고, 반발도 해.
그 ‘자그만 부분’이 닮아있기에 더욱, 말야.’
……──동족혐오란 거야?
‘아니, 나는 녀석을 싫어하게 되진 않을 거고, 헤어지지도 않을 거아.’
……──에?
내게서……아니, ‘자신’에게서 그런 말을 들을 줄은 몰랐나.
의표를 찔린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어.
……──그 녀석은……멀어져 가지 않는 거야?
‘내가 안 놓아줘.’
……──정말……──뭐야 그 녀석.
‘내 애인이야.’
곧게 바라봐 준다.
모두에게서 눈을 돌려왔던 그 여자에게, 곧은 시선을.
……──봐 줬구나. 나를.
‘보고 있는 건 네가 아냐. 과거의 나야. 과거는 내 안에만 있어.’
……──그럼……나는 뭐야?
‘너는 카와사키 사키, 너야. 네 미래는 네 안에만 있어.
그러니까……헤매고 있는 너는……
열심히, 헤매는 걸 즐기라고.’
똑똑
“누나, 슬슬 저녁 시간이야.”
“아아, 바로 갈게.”
돌아봐.
거기에는 이미 그녀의 모습은 없었어.
마지막에 보여준 표정은…….
불안과 기대가 뒤섞인, 헤매는 표정.
그걸로 됐어. 그 미혹이 결의로 바뀌는 순간, 그녀는 분명 사랑을 할 거야.
그래도 그게 사랑이라는 걸 깨닫는 건 좀더 뒤의 일일 거야.
너는 행복해 지라고.
그게 잘못 투성이라도 괜찮아.
……………
…………
………
……
…
그 날부터 그녀는 나오지 않았어.
나는 결판을 낸 거야.
너는 어때? 하치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