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화 “자양화가 피는 곳에서” (3)
점심시간
여전히 비.
이렇게 날씨가 나쁜 날에는 옥상 직전의 층계참이 우리들의 필드.
빠르게 식사도 마친 뒤, 우리는 어째선지 계단에 한 줄로 앉아 있다. 세로로.
아래서부터 차례로 사키, 나, 사이카 순.
뭘 하고 있냐고?
머리카락을 만지고 있는 거다. 오늘은 땋은 머리에 도전하고 있다고.
나는 당연히 그렇지만 코마치도 머리는 짧은 편이라, 긴 머리를 만지는 일은 거의 없었다.
유키노시타한테 그런 걸 했다간 손에 동상을 입을 거고.
덧붙여서 내 머리카락은 사이카가 만지고 있다.
예전의 헤어핀 놀이가 재밌었는건지, 이렇게 종종 장난치게 된 거다.
이게 또 기뻐서 무심코 히죽여 버린다.
이대로 교실로 돌아가면 기이한 걸 보는 듯한 눈길을 받을 건 틀림 없겠지만, 나 자신에겐 전혀 대미지가 없다.
그도 그럴게 그 반은 나를 ‘히키타니’라는 가공의 인물로 취급하고 있으니까!
히키가야 하치만은 없는 거다. 그러니 내 마음은 평온을 지킬 수 있다……지킬 수 있는 걸!
‘것보다, 누구?’같은 간결하고도 공기나 다름없는 취급과 비교하면, 훨씬 더 인식되게 됐고,
‘에? 히키가야? 아아 작년 문화제에서 소란을 피운 녀석? 우리 반에는 없어.’
식의 파격적인 대우를 받게 되었다. 명단에서 내 이름 지우고 싶어.
덧붙여서 ‘히키타니 군’이라고 부르는 장본인인 에비나는 전혀 그 호칭을 바꾸지 않는다.
그 사람 분명 알면서 하는 거야.
“좋아―, 사키, 아 됐다고―. 거울 봐봐.”
“응……
우와……땋은 머리는 이런 느낌이 되는 구나…….
“응, 귀엽게 됐어, 사키. 하치만, 땋은 머리 잘 하는구나.”
손거울을 꺼내서 목을 돌리며 여러 각도로 바라보는 사키 땋은머리 Ver.
꽤 잘 됐다고 생각한다.
이건 그, 절대 다른 녀석이 보는 곳에선 못 한다.
쓸데없이 잘해서 꺼려지는게 눈에 빤히 보이고.
‘뭐야 그 녀석, 일상적으로 머리 땋고 있는 거야? 징그럽고, 기분 나빠.’
같은 느낌의 말이 오갈게 틀림 없고.
도전한 건 오늘이 처음이야! 연습같은 거 안 했다고!
“그럼, 내쪽은 끝난 모양이고……사이카, 둘이서 하치만 머리 만질까?”
“응, 그럼 사키한테 앞쪽 부탁할게.”
“……엣.”
사키는 수제 파우치에서 왁스를 꺼내곤 내 앗으로 돌아본다.
어이……미리 준비해 둔 거냐?! 뭐가 시작되는 겁니까?!
……………
…………
………
……
…
교실에 돌아가자 유이가하마가 에비나와 떠들고 있었다.
오늘은 이쪽에 온 건가.
유이가하마는 날 보곤,
“?!
……푸우!”
한순간 눈을 크게 뜨고 놀란 표정을 지은 뒤, 비뚤어진 입가를 손으로 누르고 눈을 돌렸다.
……웃음 무진장 참고 있네, 이 녀석. 즐거워 보여서 잘 됐습니다.
그야 그렇겠지.
알던 사람이 갑자기 뾰족머리가 돼서 눈 앞에 나타나면 눈을 의심하겠지.
여기다 내가 금발이었다면 전직 솔저라는 식으로 자칭할 것 같은 걸.
자이모쿠자도 아니고, 그러지야 않겠지만.
“풉……쿠쿠쿠……히……힛키…….”
“어이, 멈춰 유이가하마. 더는 안돼.”
작은 소리로 절대 눈을 맞추지 않고……라기보단 내가 딴 생각을 하고 있었을 뿐이지만.
“이 교실에서, 아니, 이 3학년 층에서 섯불리 ‘힛키’라고 말하면 안돼.
부탁해, 부탁이니까……부탁입니다.”
엇갈려가며 표정은 바꾸지 않은 채로 울 것 같은 목소리로 한심한 부탁을 한다.
정말로 그만둬줘 그건 생명이 걸려있다고.
“아……아하하하……그랬지…….”
역시나 분위기를 읽는 스킬은 1급품. 작은 소리로 대답한다.
점심시간도 끝이라곤 해도, 방심할 순 없으니까…….
뭐야 올해 1학년, 너무 공격적이잖아.
“붑화아아아! 부하하하하하!
하치만! 뭐냐 그 기묘괴이마하이상한 머리모양으으은!
모하하! 모하하하하! 환상이라도 박살낼거냐부햐햐햐햐!”
빠직……
분위기를 못 읽는 오크 워리어와 인카운터해 버렸다.
☞싸운다
마법
잘못한다
아이템
고민없이 무릎을 후려친다.
푸쾅!
“소게부!”
달려온 요괴에게 멋진 크리티컬 히트! 자이모쿠자를 쓰러뜨렸다!
놀랍게도 자이모쿠자는 일어나서, 왼 무릎을 누르며 비틀비틀 향해온다.
솔직히 그만둬줬음 싶다.
“하, 하치만! 오오 하치만! 이렇게나 공격적이 되어 버려선!
서, 설마 그 머리카락! 마녀와 계약해서냐?!
평온한 마음을 가지면서도 격렬한 분노로 각성한 전사인 거냐?!
기다려! 지금 당장 그 주박에서 해방해서…….”
“내가 만든 걸 멋대로 망치지 마.”
푸쾅!
오른무릎 뒤에 사키의 로우킥이 들어갔다.
“감사합니다!”
잘 모르는 비명을 지르며 자이모쿠자는 땅에 쳐박혔다.
이 녀석은 그거지, 간신히 말할 수 있는 지인과 같은 반이 되어서 들떠있는 거겠지.
4월부터 계속 이런 느낌이다. 기분은 모르진 않지만.
하지만, 하지만 말야. 교실 안에선 내 스타일이 있어. 외톨이 스타일이.
쓸데없이 붕붕 뜬 이 녀석이 쓸데없이 얽혀오는 건 물러줬으면 싶다.
그래서 내 대응도 4월부터 이런 느낌인 거라서.
새삼스럽지만 이 녀석의 멘탈은 강한건지 약한건질 모르게 되었다.
이대론 폭력 캐릭터로 보일 수 있겠지만, 아직까진 문제없는 모양이다.
스텔스 힛키의 스킬은 조금이나마 감을 되찾고 있다.
자, 이제 몇 분만 지나면 다음 수업 선생님이 오겠지. 그때까지 뭘 할까.
……좋아, 국어사전의 오자·오식 찾기라도 할까. 잘못 탐구는 특기고.
찾아내면 도서상품권 받을 수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