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화 “여름색 걸” (1)
7월
“요즘 거기, 뭔가 의뢰 있었어?”
“요즘 기말고사였잖아?
그전에 어째선지 1학년 시험문제 만드는 걸 돕게 됐었다고.
……왜 우리가…….”
“복습이 됐으니 좋잖아.”
조리실습중, 히키타니 군과 사키사키는 그런 잡담을 나누며 요리를 하고 있어.
……둘 다 혼자서.
둘은 딱히 같은 그룹인게 아냐.
히키타니 군은 내추럴하게 혼자 조가 되었고, 사키사키는 원래 우리 조였을 텐데.
토츠카 군을 포함한 이 셋과 나 외에는 작년에 F반이 아니었기에, 반 내의 사정은 전혀 몰라.
그녀의 취미나 내면은 굉장히 여자애답지만, 약간 불량스런 외모는 전혀 바꾸려 안 해.
내가 부녀자인걸 오픈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남들이 말을 걸어오는 걸 피하고 싶은 이유라곤 생각해.
어디까지나 예상이지만.
삼학년이라고 하면 수험생이기도 해. 그리고 소부고는 진학교야.
지금 우리는 섬세한 시기인 거야. 주위 입장에서도 쓸데없는 트러블은 피하고 싶겠지.
실제로 문제를 일으킬 일이야 없겠지만.
그런 상황에선 여자중에서도 사키사키에게 말을 거는 건 나 정도야.
남자라면 토츠카 군 정도. 히키타니 군은 반 안에선 말 안하고.
그런 사키사키가 자연스레 말을 걸고, 히키타니 군이 자연스레 대답을 돌려주는 장면은 이 반에선 굉장히 기이한 모습이야.
그러고 보면 요즘 들었지만, 아무래도 정말로 그는 ‘히키타니’ 군으로 존재하고 있는 모양이야.
무슨 일이지. 이 반에 문제아는 없었는데. 십중팔구 내 탓이겠지만.
그러니 당연하게도 주위 사람들이 그를 보는 눈이 2학년 F반의 초기때 같은 느낌이 되었던 거야.
인식을 고쳐야겠는데. ‘천사 토츠카 군과 불량배 카와사키 양과 어째선지 함께 있는 일반학생’조합이었던 거야.
이야ー, 그도 작년 요맘때랑 비교하면 꽤 훌륭해 지긴 했지만.
성실하게 공부하는 모습이 자주 보이고.
단독행동이 지나친 만큼 쓸데없이 눈에 띄는 부분도 있는 거야.
생각이 엉뚱한데로 튀어 버렸네…….
어쨌든지 그는 지금, 조원으로서의 요리는 전혀 하지 않고 있어.
그쪽은 남은 멤버들이 끝마쳐 버렸어.
그럼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
“좋아, 됐다고.”
“나도 끝났어.”
스윽 서로의 접시를 내밀어.
아무래도 히키타니 군은 고로케를, 사키사키는 두부튀김을 만든 모양이야.
덧붙여서 오늘 조리실습 내용과는 전혀 상관 없는 것들이야.
““…….””
짧은 침묵 뒤에, 서로의 결과물을 교환해서 먹기 시작해.
“호오…….”
헤에…….”
한입 두입 먹어 나간 뒤…….
““제법이잖아.””
아, 데자뷰.
언젠가 둘이 싸우기 시작할 때의 도시락 전쟁이 떠올랐어.
과연, 그 때의 재전이었던 건가……그립네…….
그 때와 마찬가지로 노려보고, 대담히 웃고, 주위 사람들은 겁먹어.
……아니, 거기까지 똑같냐!
봐봐! 히키타니 군네 조 남자들이 무서워하고 있어!
‘왜 갑자기 히키타니 녀석, 카와사키랑 험악 무드인 거야?!’
같은 표정으로 이쪽 보고 있어!
봐봐! 우리 조 여자들도 무서워하고 있어!
‘왜 카와사키는 이 사람이랑 험악 무드인 거야?! 누구야?!’
같은 표정으로 그쪽을 보고 있어! 누군지 모르는 건가ー…….
“하하, 사키, 하치만, 또 하는 거야?”
다른 조에서 토츠카 군 등장.
그쪽은 문제 없이 끝마친 모양이야.
“여어, 사이카.”
“마침 잘됐어. 사이카……랑, 에비나.”
“에?! 나, 나?”
“좀 먹어 봐. 심판 부탁해.”
시작의 세사람에 더해져 버렸어!
……뭐, 나쁜 기분은 아니려나……후후.
“응, 그럼 사키사키것부터.”
“그럼 나는 하치만 것부터 먹을게.”
주위의 겁먹은 눈길은 토츠카 군이 끼어든 덕에 꽤나 잦아들었어.
역시나, 훌륭한 완화제구나.
자 자, 맛 쪽은……오, 오오?!
이, 이건……단순한 두부 튀김이 아냐. 고기가 들었다고?!
부드러운 두부를 멋지게 도려내서, 다진 고기를 채워넣었어……이 무슨 주시함!
“제, 제법이네 사키사키……우물우물.”
여전히 ‘사키사키’에는 불만인 모양이지만, 그래도 칭찬에 빙긋 웃었어.
두부 모양을 망가뜨리지 않고 해내다니……훌륭해!
“아……이 맛은…….”
으……? 토츠카 군 쪽도 반응이…….
그렇다는 건 저쪽에도 세공이 있는 걸까…….
토츠카 군은 히키타니 군 쪽을 보고 미소짓고 있어.
히키타니 군도 그걸 보고 빙긋 다부진 미소를 지어보여.
쿠, 쿠하아아아아아아! 잘 먹었습니다!
“어이 에비나, 코피 나오고 있어.”
안되지 안되지.
으ー……유미코처럼 ‘칭’ 안해주면 쓸쓸한데에.
아차, 맞아. 아직 히키타니 군게 남아 있어. 잘 먹었습니다가 아니었어.
“이쪽은 고로켄가……흠ー.”
냠, 하고 한입.
흠……? 겉보기엔 양배추가 든 평범한 고로케 같았는데……응? 으응?!
“아, 이건…….”
오, 오코노미야키의 맛이다?!
소스가 무진장 어울려! 이러면 계속 먹을 수 있어!
“유키노시타만큼 완벽한 건 못 만들지만, 가정의 맛이라고 하면 제법 한다고.
폼으로 전 전업주부 지망생이 아니라니까.”
“초6 레벨이었던 주제에 잘도 말하네.
그 때는 벼락치기로 잘도 승부 했었어.”
다시 서로를 노려봐.
왜 얘들은 사귀기 시작한 뒤에도 이 상태인 거지.
“나는 사키사키 쪽이야ー.
꽤나 취향에 맞는 일품이었어.”
“음ー, 나는 하치만의 고로케려나.
남자는 역시 이런 걸 좋아하니까.”
음ー, 판결이 갈려 버렸어.
“뭐어……짝수고.”
“쩔섮나, 심판을 늘릴까…….
어이, 자이모쿠자. 너 아직 먹을 수 있잖아, 자.”
“피이이! 보, 본인을 말려들게 하지 마아아아!”
……………
…………
………
……
…
“이런 일이 있어서ー.”
“너희들……좀 더 제대로 수업 받으라고.”
요리가 서툰 유미코는, 기분탓인지 조금 분한 것 같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