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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lator | 淸風

제 6화 “도시의 양들” (2)


문화제 첫째날


어째서 이리 된 거지.

그 한마디 밖에 나오지 않는다. 내가 왜 여기 있어야 하는 거야?
당일이 되어 버렸지만 아직 납득이 안된다.

호스트라고?
확실히 나는 얼굴 부분은 괜찮은 편이다……눈 문제는 일단 제쳐두면.
키도 나름 되는 편이고, 수트도 어울리는 편이라고 자부하고 있다.
상대를 구슬려 공짜로 마시면 된다고 하는 쓰레기 사고도, 1급 쓰레기 예방선 건축사인 내게는 어울린다.

문제는 내 커뮤력.
내가 평범하게 대화할 수 있는 상대는 얼마 없다고?!
하필 접객업이라니, 거기선 정말 연이 먼 스테이터슨데요 저는!
게다가 메인 타깃은 1학년이라고오?
뻥이겠지……이런 형태로 각오를 굳혀야 하다니…….


평소 사키와 떠들어대는 꼴을 본 사람들이 보기엔 문제 없어 보일지도 몰라.
하지만 그거랑 이건 달라. 옆자리 사람과도 제대로 대화 한 적 없다고!
정말로 아무것도 안 바뀌었구나 나는!


아니 뭐어, 침착하게 생각하면 나한테 손님이 붙는 게 비현실적이다.
이대로 아무것도 안 하고 공실에서 느긋이 보내면 무난하게 문화제가 끝나고 만만세가 아닌가.
작년과 비교하면 별로 성가실 것도 없다.


“어이, 한심한 표정 짓지 마.”

이런, 바로 사키에게 들켰다.
사키는 손에 왁스를 바르고, 내 뒤쪽으로 돌아 머리를 만지기 시작한다.
사이카를 돌보는 건 이미 끝난 모양이다.

“이렇게 수트 차림으로 머리를 올려 ​보​면​…​…​떠​오​르​네​.​”​
“응? ​아​아​…​…​그​건​가​…​…​.​”​

봉사부로서 사키의 문제를 해결한 그 때.
되새겨 보면 그때도 이런 꼴이었나?
아니, 오늘만큼 멋진 수트는 아니었고, 화려한 넥타이도 없었지만…….

“그 모습, 또 볼 수 있을 줄이야……쿠쿡.”
“아아 그렇다고, 슈퍼 레어 장면이야. 좀 더 기뻐해.”
“시꺼……머리, 무지 길었네.”

그러고 보면 그렇지…….
여름방학 중에는 수험공부를 하다 짬이 날 땐 보통 이 녀석들과 놀았었지이.
문화제가 끝나면 이발소 가야지.

묘하게 온화한 분위기가 거꾸로 신기한 건지, 여전히 나를 몰랐던 급우들이 당황스런 눈길을 향해온다.
눈에 띄기 싫어……라고 말하고 있을 수도 없나. 체념은 중요하다.

………
……


“자, 다 됐어.”
“땡큐― 사키. 그래도 내 차례는 그리 없겠지.”


보통은 하야마를 노릴 거니까. 소스는 작년 연극.

그렇게 생각하는 중에, 우리 호스트 클럽(풉)이 오픈했다.
하야마녀석, 오늘 내일은 바쁠 거라고……잔뜩 일 쳐 해.


“히키타니 군―, 손님 1호님의 지명은 너야―!”


무자비하게 울려퍼지는 에비나의 목소리.

​…​…​뭐​…​…​라​고​…​…​?​
뭐라고오?!

주위가 술렁인다. 경악하고 있는 거겠지.
시꺼! 내가 제일 깜짝 놀랐다고!
조심조심 걸음을 옮기자…….

“드디어 찾았다! 얏호오오오!”
“교내서 1학년 중엔 우리가 처음! 힛키 선배와 만나는 거야―!”
“미, 미안해 오빠……코마치도 더는 막을 수 없었어…….”


오, Oh…….


이, ​이​녀​석​들​이​냐​아​아​아​!​
젠장! 깜빡 잊었었다! 학교 밖에서 나와 면식이 있는 사람이 있었구나아아!
“이야―……
 코마치는 안내 때문에 오긴 했지만, 아무래도 자기 오빠를 지명하는 것도 그러니……
 미안 오빠! 코마치는 사이카 오빠를 지명합니다!”

에에에에에에에?!
잠깐 기다려 줘 도와줘!
“알았습니다.
 토츠카 군, 마찬가지로 지명이야―.”
“에, 에에?! 으, 응…….”


큭……여기까지 와 버렸어…….
사이카의 앞에서 추태를 보일 순 ​없​어​…​…​뭣​보​다​…​…​뭣​보​다​!​
사키가 있는 이 공간에서 약점을 보일 수는 없다고오오!

“윽, 지명 감사합니다. 부디 여기로.”


아……아……
위험해애애애애!! 조금 더 있다간 개막하자마자 실수할 뻔 했다아아!!
침착해, 작년의 잡무를 떠올려라…….
사축이 된 히키가야 하치만.
얼굴에 떠오르는 건 영업 스마일, 입에서 나오는 건 상투구.
평정을 지키려면 이 수 밖에 없어!
뭐어 조금, 조금은 말야?
초 고등학생급 얼짱 하야마 하야토보다도 먼저, 뿐만 아니라 제일 처음 지명받았다는 부분은 기뻤다고.
지금까지 느낀 적 없는 우월감, 그건 확실히 내 쓰레기 뇌에 침투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나한텐 갑자기 ‘즐겁게 토크’같은 기예를 보일 능력은 없다.
그러니, ​웨​이​트​리​스​…​…​아​니​,​ 웨이터로서 선 사키에게 아이콘택트를 보냈다.


───음료수, 조금 빨리.


───앗써.


이걸로 됐어…….
음료수가 나올 때 까지의 시간이 길면 진짜 그 사이 못 버텨.
이대로 자리에 앉았다.

좋아, 남은 건 수동적으로 쿨하게 무난한 대답을 하고 있으면 돼.
‘뭐야, 의외로 평범한 사람이잖아’라는 인상을 심으면 내 최후는 평온하다.
쓸데없는 트러블의 싹은 빨리 꺾어야지…….


​“​기​다​리​셨​습​니​다​.​”​


왔다?! 빠, 빨라…….
역시나 사키다……이런 솜씨는 훌륭해…….


“으흠!
 이몸이 전장에서 애용하고 있는 ‘초신수’를 가지고 찾아왔소!
 좋아하는 색을 고르게나!”


왜 이 상황에 하필 제일 까다로운 녀석을 고른 거야 녀석으으으으은?!

“…….”
“…….”


봐봐! 1학년들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단 표정인데 이 녀석은!
무진장 기뻐보이는 표정 짓고 있어서 열받아!
아니, 조금 무리는 있다고?
당연하지만 자이모쿠자는 호스트로 일하는 게 아냐.
공실에선 있을 곳이 없는거나 마찬가지일 거다. 저도 모르게 앱으로 놀아버릴 정도로.
거기다 이 반에서 제대로 이야기 할 수 있는 상대는 나 정도.
사이카와도 이야기 하지 못할 건 없지만, 먼저 말을 걸진 않는 녀석이다.

그런 상황에 갑자기 내 쪽으로 올 기회가 있었던 거다. 무심코 기뻐진 거겠지.
무진장 역겨워.

말없이 음료를 받아들고, 둘 앞에 놓았다.

“아…….”
“가, 감사해요…….”

그리고 내 것도 받아들고…….


“흥!”

푸칵!!
혼신의 촙을 목덜미에 먹여 줬다.

“어째서!!”


‘평범한 사람’으로 밀고가는 작전은 개막 1분만에 임계점에 이르렀다.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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