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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淸風

제 7화 “강하고 덧없는 배신자들” (2)


체육제


100미터 경기를 조용히 끝마치고, 남몰래 진지로 돌아온다.
저번 달에는 예상 외로 눈에 띄어 버렸지만, 이 스킬은 아직 건재한 모양이다.
제 3자의 방해만 없으면 이런 느낌이라고!
……자랑할 요소는 전혀 없지만.


체육제 경기에는 크게 나눠 두 종류가 있다.
개인 경기와 단체 경기다.

올해의 반은 굉장히 분위기를 잘 읽는 반인 모양이라, 내게 주어진 경기는 개인 경기 뿐.
덤으로 말하자면 사키도 마찬가지.
뿐만 아니라 작년에 뒤이어 실황석도 맡는 모양이라, 경기에는 거의 나가지 않는다.
뭐어 이 실황 건도 대강 에비나가 말한 것 뿐이지만.



체육제의 통상 프로그램은 문제 없이 진행되고 있다.
서서히 다가오는 종막.

여자 ‘기마전’이 시작된다.


작년의 실적을 보면, 유키노시타가 에이스가 될 건 명확했다.
이번 작전에는 그것도 전제하고 있다.
1학년 대 3학년.
이 때, 3학년 팀은 1학년 팀을 ‘전력으로 때려눕히려’ 한다.
이게 ‘유키노시타의 역할’이다.


타협이 없는 유키노시타라면 쉽게 이 흐름을 만들 수 있겠지.
그리고 유키노시타는 그걸 실천·실행할 수 있는 녀석이다.

예행연습 단계에서 유키노시타가 중심이 되는 건 확정되어 있다.
같은 여왕기질이 있는 미우라는 이 경기서 빠졌고.
제일 경쟁할 맛이 나는 유키노시타와 갈으 틴임 되는 시점에서, 흥미를 잃은 거겠지.

거기다……이 흐름도 작전 범위 안이다.


남자 장대 넘어뜨리기, 여자 기마전에 각각 하야마 하야토·유키노시타 유키노를 할당한다.
그 때, 쓸데없는 이레귤러가 개입하지 않도록 조정한다.
이게 하야마·미우라와 갈은 반에 있는 ‘유이가하마의 역할’이다.


리더십이 강한 하야마는, 당연히 장대 넘어뜨리기에서도 중심인물.
팀 안의 진형·작전도 이 녀석 중심으로 의견이 나온다.
그런 세세한 정보를 내게 유출하는 것도 유이가하마가 적임이었다.



이런 소소한 조정이, 사키를 필두로 한 여자 셋이 낸 제안이니까 놀랍다.
여자는 무셔…….





생각 중에 기마전이 끝났다.
결과는 볼 것도 없이 3학년의 압승.
직접 싸운 여자는 물론, 그걸 보고 있던 남자 1학년도 체념한 표정을 짓는다.

이윽고 남자 차례.
여자 담당이 유키노시타라면, 남자 담당이 나.
……승부의 순간이다.



문득, 깨닫는다.
뭐야 이거……나, 떨고 있잖아.
우와아……뭐야? 뭐야 이거……손의 떨림이 잦아들지 않아.
긴장으로 심장이 쿵덕쿵덕 뛰고 있어.
무리도 아니겠지……앞으로 상대하는 건 ‘개인’이 아니다.


내가 제일 껄끄러워 하는 상대, ‘집단’인 거니까.


“하치만.”
“으오오?! 샤, 사, 사이카…….”


이건 지독하다.
말을 건 상대가 이런 반응이면, 나라면 기가 막혔겠지.

“역시 불안해?”
“그, 그런 건……네, 그렇습니다…….”

약해!
좀 더 버티라고, 나!

“하치만이 그렇게나 곤란해하는 일인 걸. 어쩔 수 없어.
 그래도, 우리를 의지해 줘서 기뻤어.”

아니……곤란해하는 건 오히려 ​1​학​년​들​일​텐​데​…​…​.​
나는 꼭 말하자면 쫄고 있는 거고.
불특정다수의 사람을 정면에서 상대하다니, 무시기무쌍의 등장인물이 아니면 힘든 일이라고.

“이거, 빌려 줄게.”
​“​엣​…​…​이​건​…​…​.​”​


​리​스​트​밴​드​…​…​낯​익​은​,​ 분홍색 라인이 자수된 리스트 밴드.


“이건 사키가 만들어 준 쪽. 하치만한테 빌려 줄게.”
“…….”
“다음에 제대로 돌려줘.”
“아, 아아…….”


오른손에 낀다.
아아, 사키 녀석, 역시 능숙해…….
어긋난 부분이 전혀 눈에 안 띄잖아.

​신​기​하​게​도​…​…​침​착​해​지​기​ 시작한다.
심장 고동이 느긋해진다.
겨우 한두마디, 사이카랑 이야기 한 것뿐인데…….
사키가 만든 리스트밴드를 낀 것만으로…….
이렇게 금방 침착해지다니.

사키도, 사이카도, 역시나 대단한 녀석들이다.


“그럼 하치만, ‘이쪽’ 일은 내게 맡겨줘. ‘그쪽’은 맡길게.”
“……아아, 맡았어.”


리스트밴드를 낀 내 오른손과 사이카의 왼손.
그 양손을 콱 부딪쳐.
기합 충분. 역시 천사야, 사이카 레알 천사!



그리고, 서로의 포지션에 들어가.
팀에 나와 사이카가 짜여있는 것도 작전 범위 안이야.

작년 빨간팀 리더를 맡은 사이카.
작년 반칙을 저지르더라도 하야마를 따돌렸던 나.

유이가하마는 이 둘을 팀에 넣도록 힘쓴 거다.



『뒤를 이어서, 남자 학년대항종목, 장대 넘어뜨리깁니다!
 붙었다 떨어지며, 서로의 장대를 노리는 모습으을! 즐겨 주세요오!
 ​구​후​(​愚​腐​)​…​구​후​구​후​…​…​』​

여전히 머리가 이상한 아나운스가 흘러나온다.
저기……일단 여기저기 듣는 사람 많은데…….
일반 분들도 계신데…….


『그럼! 우선은 선배인 3학년 팀부터 마이크 퍼포먼스를 부디!』


마이크를 잡은 하야마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이 마이크 퍼포먼스는 체육제 직전에 짜낸 연출이다.
즉……이 작전을 위해서 짜낸 거다.
그렇기에 그리 대단한 내용을 생각지도 않았겠지. 무난한 말로 후딱 경기를 시작할 거다.


“하하하……이런 퍼포먼스를 하게 될 거라곤 생각을 못해서. 일단, 좋은 시합으로 합시다.”


3학년 팀 대부분이 긴장이 풀려 있다.
아까 여자 기마전의 압승으로, 1학년이 위축되어 있는 게 눈에 보였으니까.
‘이거야 적당히 해도 이기겠다고.’같은 식으로 생각하는 것처럼도 보인다.

우리는 이 상황을 만들어 낸 거다.


『그럼 1학년 팀, 코멘트를!』


대표자로 보이는 꼬맹이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선다.
원래 소부고는 진학을 노리는 성실한 녀석들이 모이는 곳이다.
윗사람에게 시원시원하게 이야기하는 소년매거진스런 캐릭터는 보란 듯이 없다.
이 대표자도 예외는 아니라, 중압감에 눌린 모양이다.


나는 행동을 일으킨다.
윗도리를 벗고, 소매를 묶어 허리에 맨다. 사키가 언제나 교복으로 하고 있는 스타일이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앞으로.

나 답게 비겁하게,
유키노시타처럼 당당히,
유이가하마처럼 곧게,
사이카처럼 상냥하게,
그리고 사키처럼 대담하게,

‘우리’의 방식으로 나아간다.







작년의 문화제 때, 유키노시타는 말했다.
집단을 제일 결속시키는 존재는 ‘명확한 적의 존재’라고.
결과, 그건 올바르게 기능했다.

하지만 역효과가 나올 때가 한 순간 있다.


“아, 자, 잘 부탁드립……”

말을 하려던 녀석의 어깨에, ‘뒤에서’ 손을 얹는다.

“엣?”

그대로 마이크를 뺏는다.





“‘좋은 시합’ 이라고오……?”

역효과가 나오는 그 순간…….
집단 전체를 단 한 순간에 혼란에 ​빠​트​리​는​…​…​그​건​─​─​


“할 수 있을리 없잖아.”



그 적이 ‘배신자’였을 때.
아군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배신한, 그 순간이다.

역자의 말:
 운동회로 번역했어야 했나 싶은 고민이 드는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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