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화 “Lovely Nail” (3)
히키가야 집안
이미 속속들이 알고 있는 하치만네 집에, 한 발 먼저 사이카가 와 있었어.
오늘은 나도 사이카도 코마치에게서 여벌쇠를 맡은 상태야.
왜 두 개나 준비해 둔 거지, 그 애는.
“아, 사키 어서와……라고 내가 말하는 것도 이상하네.”
“하하, 실례할게, 라든가.”
혹시나 장래적으론 잘못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는데…….
어쩌다 그리 된 느낌은 있지만, 이러니 저러니 해도 사이카랑 코마치는 꽤 사이가 좋아 보이고.
하지만 타이시도 타이시대로 사이 좋지……친구 선언 당하긴 했지만, 솔직히 모르겠어.
정말, 남매 둘 다 같은 집의 사람에게 끌린다니……카와사키 집안은 이제 틀렸을지도 몰라.
“하치만은?”
“지금은 자고 있어.
아까 살짝 손을 대 봤는데, 열은 거의 식은 것 같아.”
거실을 곁눈질로 확인해 봐.
카마쿠라가 먹이를 먹고 있는게 멀리서 보여. 사이카가 준비한 거겠지.
나는 고양이에게 다가갈 수 없으니까 살았어.
그러고 보면 지금은 하치만도 코마치도 보통 동아리 활동 하고 들어가니까, 꽤 오랫동안 방치되거나 하지 않나? 이 고양이.
그대로 멀리서 보고 있으니, 소파 구석쯤에 몸을 말고 낮잠을 시작했어.
고양이의 생태를 볼 기회는 없었는데, 보통 이런 거려나……?
으음……이 느긋한 습성은 하치만이랑 닮았으려나.
아니, 하치만이 고양이같다는 건 말이 안 돼지.
그 녀석은 태연한 척은 해대도 쓸쓸함을 많이 타니까, 토끼 같은 걸거야.
정말, 코마치가 없었으면 지금쯤 어떻게 됐으려나.
“이따 봉사부 둘도 얼굴 내민대.”
“아, 그렇구나.
역시 하치만을 걱정해 주는 걸까?”
“어떨까? 의외로 재미있어 하는 걸지도 모르겠어.”
이건 나름 진심이야.
환자를 상대로 꽤 심하다는 생각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 둘은 ‘하치만이 있는 봉사부’를 즐기는 거라 생각한다.
“아, 맞아 맞아.
코마치에게 저녁 재료 체크를 부탁받았어.
토마토가 부족한 모양이니까, 좀 사 올게.”
“아, 알았어. 돈은 나중에 준대?”
“응. 이렇게 말해도, 코마치는 저녁을 대접할 생각이었던 모양이야.”
이미 완전히 가족이나 다름 없네.
뭐어, 하치만도 사이카도 우리 집에서 저녁을 먹을 때도 꽤 많이 있고, 우리가 여기서 먹을 때도 많아.
여름에 학원 하기강습이 있을 무렵엔 보통 그런 느낌이었어.
곧 동기강습이니까, 이 패턴도 반복되려나.
에이구야, 서투른 요리를 필사적으로 집어넣다보니 지혜열이라도 난 거 아냐? 하치만.
“그럼 잠깐 다녀올게.
뭐 바라는게 있으면 메일 줘.”
“응, 조심해서 다녀 와.”
하지만 코마치도 잘 이해가 안가네.
그 애는 오빠를 시스콤이라고 보는 것 치곤, 자기도 자기 나름대로 꽤 브라콤인 편이야.
그래서 꽤 타입이 다른 사이카를 가까이 하려는 모습을 보인 건, 나랑 하치만을 배려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어.
아니 확실히, 오빠에게 생긴 얼마 안 되는 남자 친구라고 하면, 흥미가 생기는 것도 말은 되지만…….
여기에 대해선 현재 뭐라 할 수 없겠는데.
하치만이 일어나면 화젯거리로라도 삼아 보자.
……맞아, 걔 지금 자고 있잖아.
……………
…………
………
……
…
예상대로, 조용히 자고 있어.
안색도 생각보다 좋고, 이마에 손을 대도 미열 정도 느낌이야.
만화같은데서 자주 보이는, 이마를 붙여서 열을 재는 건 당연히 안 해.
별로 의미 없다고 생각해, 그거.
애인사이라고 해도, 꼭 해야 하는 것도 아니겠지.
이마로 열을 재는 거랑 애인사이라는 것 사이에 인가관계는 없어. 없다면 없어.
그런데, 감기 걸린 이 녀석은 어떤 꼴로 자고 있으려나.
그렇게 생각하고 천천히 이불을 걷어 올려봐.
평소의 티셔츠 & 트렁크스 차림이었어.
의미 소멸, 스트로베리 아이스로 생각을 옮겼어.
잠깐, 이런 생각을 하러 온 건 아냐.
오늘은 모처럼 이런 기회니, 평소에 시켜주지 않는 걸 슬쩍 하려고 한 거야.
이불 안에 있는 하치만의 왼손을 빼냈어.
예상대로 손톱은 깔끔하게 깎여있어. 왠지 이 녀석은 소소한 부분을 쓸데없이 신경쓰니까.
그런 것 치곤 청소는 서투른 것 같지만…….
방 구석에 던져둔 티셔츠랑 트렁크스를 보고, 하아, 하고 한숨을 내쉬어.
일단 그쪽은 나중에.
가방에서 매니큐어를 꺼냈어.
이런 여자 취미는 역시나 순순히 시켜주지 않으니까.
예전엔 머리카락을 만졌지만, 요즘 잘라 버렸고.
오래 버티게 하려면 젤 네일 쪽이 괜찮겠지만, 반대로 말하면 지우기 어려우니까…….
우선은 하치만에게 어울릴 것 같은 디자인을 시행착오 하는 것 부터야. 그래서 매니큐어.
저번달 말 즈음부터 하치만으로 시험하려고 가방에 넣어뒀었어.
덧붙여서, 주얼 네일 키트도 당연히 넣어뒀어.
자, 그럼 어떤 디자인으로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