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화 “Lovely Nail” (4)
몇분 뒤
으……아아……지금 몇시야……?
간신히 잠이 들어서 상쾌해 진 건지, 깨어나는 느낌은 나쁘지 않다.
점심이랑 비교하면 꽤 컨디션도 좋아진 것 같다.
“아, 하치만 안녕.”
“어라……사키?
아아……그렇단 건 벌써 학교 끝났을 시간인가…….”
예상보다 더 오래 잔 모양이다.
이걸로 밤에 잠을 못자게 되면 본말전도인 기분도 드는데.
“내가 오기 전엔 사이카가 간병했었어.”
“뭐라고?! 왜 그때 못 깬거야, 나! 젠장! 젠자앙!”
이마로 열을 재는 찬스가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바보! 하치만 바보!
“일어나자 마자 무슨 얼빠진 소릴 하는 거야.
그래도 뭐어, 지금 모습을 보면 충분히 회복된 모양이네.”
“아 맞아……너 또 내 스마트폰 착신음 멋대로 쿠로유메로 바꿨지?!
왜 네가 비밀번호 알고 있는 거야!”
“나는 코마치의 생일을 넣은 것 뿐이야, 시스콤아.”
으, 으으으…….
핫?! 이런?! 내 프라이빗하고 델리케이트한 파일은 어떻게 된 거야?!
“그리고……이상한 그림이나 만화라면 전부 지워뒀어. 이 짐승.”
다, 당했다아아아아!!
내 비장의 폴더어어어어!!
“너, 너무해……무슨 짓을…….”
“의외로 여동생물은 적었더라.
그보다……포니테일 애가 나오는 만화가 꽤 많았던 것 같은데?”
으, 으아아아아아! 그만둬! 이제 그만둬어어!!
뭘 히죽히죽 거리고 있어! 젠장하알…….
어떻게 보복해 줄까…….
다행히도 이 사키라는 여자는, 내가 상대하기 쉬운 타입이다.
평소의 나는 상상도 하기 힘든 행동도, 이 녀석이 상대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지금도 공격가야 군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한다.
확실히 이 녀석에겐 생각을 읽히기 쉽지만, 그 상상을 넘어설 기세로 덤비면……충분해!
“어쩔 수 없네……이렇게 된 이상 지워져버린 만큼은 사키에게 보충 받아야…….”
“에? 무슨 소릴…….”
나는 머리맡에 놓아뒀던 스마트폰을 왼손으로 잡았다.
오른손은 그대로 사키의 옷을 붙잡는다.
“지워진 만큼 네 사진을 보충할 수 밖에 없잖아!”
“뭐야, 잠깐, 바보! 무슨 생각이야!”
찰칵! 허벅지! 이상 없습니다!
티셔츠에 트렁크스 한 장으로, 교복 여자에게 달려드는 남자.
유키노시타 같은 애한테 보였다간 신고당할 것 같다.
하지만 괜찮다.
스마트폰에 표시된 시간은 아직 아슬아슬하게 동아리 활동중인 시간……
스마트폰에……스마트폰……을 잡은 왼손…….
의, 엄지…….
응?
에?
어라?
“뭐, 뭐야 이거어어어어언?!”
시간을 확인한 그 순간.
내 눈에 비친 건, 왼손 엄지에 그려진 네일아트였다.
“아, 눈치챘어? 좀 더 말리고 싶으니까 만지지 말아줘.”
“눈치챘어? 가 아니잖아……아, 우와아…….”
병석에서 일어나고 얼마 되지도 않아 갑자기 벌떡 일어나 소리를 친 거니까, 현기증이…….
철푸덕, 하고 사키의 가슴에 얼굴을 묻는다.
아아, 미안해 화내지 말아줘……고의가 아냐…….
그대로 체중을 맡긴다.
“어이, 사이카가 쇼핑에서 돌아오기 전에 일어나라고.”
“아, 사이카 지금 나간 건가……위험하네…….”
역시 이런 꼴사나운 모습을 사이카에게 보여줄 수는 없다.
어떻게든 침대에 돌아가 앉는다.
그리고 번질번질 칠해진 왼손 엄지를 본다.
손톱은 별로 길지도 않다.
네일아트에 자주 보이는, 공격력 높아 보이는 날카로움은 역시 만들기 어렵다.
그래설까? 좀 더 면적이 넓은 엄지를 쓴 건.
파란색과 흰색을 쓴 마블같은 모양이 그려져 있다.
에? 이거 사키가 그린 거야? 대단하네 이 녀석……이 아니라!
“왜 내 손톱이 칼라풀해졌는데, 네 손톱은 투명한 그대론거야…….”
“내 건 주얼 네일, 그쪽은 매니큐어.
모양같은거 그리는 거, 해 보고 싶었으니까.”
솔직히 차이를 모르겠어…….
“일단 깬 것 같은데, 뭐 바라는 거 있어?
지금이라면 사이카에게 연락 해서 같이 사와달라고 할 수 있는데.”
“아세톤.”
“알았어, 아이스크림이구나.”
……………
“나는 딸기 부탁할건데, 너는?”
“……초코민트로 부탁합니다.”
이제 이걸로 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