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ぶらしす


원작 |

역자 | 淸風

제 10화 “√3” (1)


1월


겨울방학도 끝나, 수험의 계절.
이번 달 중반에는 본고사가 기다리고 있다.
3월 초에는 졸업식이 있으니, 우리 3학년의 동아리 활동은 얼마 남지 않았다.

기다리는 시련에 대한 긴장과, 끝난 뒤의 해방감을 기다리는 바람.
두 가지가 맞붙어서, 불안정해지는 계절이기도 하다.


여기는 진학교인 만큼 교사진도 학력에 대해 명확한 어드바이스를 해 준다.
그렇기에 봉사부에 대한 학력 판단적인 의뢰는 전혀라고 해도 괜찮을 정도로 없다.
이 시기에 그런 걸 가져와도 곤란하니까, 그건 고맙다.

하지만 가급적 센터 시험이 끝날 때 까지 의뢰는 빼 줬으면 싶다.
우리도 수험생이고, 시간을 뺏길 수는 없으니까.


애초에 봉사부는 지금 3학년밖에 없는게 문제인데.
확실히 여기는 문제아의 격리공간으로서의 기능도 있지만, 1·2학년엔 문제아가 없었던 건가?
원래라면 봉사부는, 3학년은 진작 은퇴했어야 할텐데.
후계자가 없는 이상 내년에는 폐부려나…….

아예 귀가부인 타이시를 쳐넣는 방법도 ​있​지​만​…​…​무​리​겠​지​.​
대학에 들어가면 사키에게도 시간이 생긴다……라고 할 수도 없고.
거기다, 그렇게까지 해서 연명해야 할 분가……?
재녀, 유키노시타가 있어서 성립할 수 있는 곳이잖아? 여기.
게다가 의뢰가 없을 때는 그냥 느긋하게 보내기만 하는 공간……대체 누가 입부를 희망한다는 거야.
스스로 바라고 들어온 건 유이가하마 뿐인데.

아, 사키는 아직 ‘가입부’ 취급이니까 제외고.



그렇다곤 해도, 약 2년간 몸을 둔 봉사부가 여기서 사라지는 건 아쉽다.
잘 생각하면 정식 부원이 늘지 어떨지는 히라사카 선생님께 달렸고.
선생님이 1·2학년 중에서 적합한 사람을 뽑아오지 않으면, 애초에 늘 일이 없겠지.
사키가 가입부에 그친 건, 어디까지나 부장이 판단할 영역이니까.

상급생과의 인연으로 입부같은 것도 자주 있는 이야기지만, 내게는 당연히 아는 2학년이 없다.
1학년은 코마치와 타이시 뿐. 물론 이 둘은 제외다.
곤란한데 이거…….


“저기, 유키노시타. 우리가 이대로 졸업하면 이 동아리는…….”
“아아……네가 생각하는 대로라고 생각해.”
“우리밖에 없으니까……왠지 유감스러워…….”
​“​뭐​어​…​…​그​렇​네​…​…​.​”​

“그렇게 유감스럽니? 이 부가 사라지는 게.”


유키노시타가 조금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내게 봉사부가 소중한 것 중 하나가 되어 버렸다는 사실이 기쁜 거려나?
“에헤헤, 그렇구나, 힛키도 유감이라고 생각해 주는 거구나.”

이야기에 올라타듯 유이가하마도 창 끝을 내게 향한다.

……이제 인정할 수 밖에 없지만, 나는 이 봉사부라는 존재를 좋아하는 거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이 부는 말하자면 ‘우리들을 위해’ 준비된 무대.
우리가 졸업하면 이대로 잔물결처럼 희미해져 사라져가는게 도리겠지.


​“​쳇​…​…​시​끄​러​―​…​…​.​”​


나는 간신히 자신에 대한 기만에서 해방되었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이 봉사부에 대해선.

내가 나로 있는 이상, 이 뒤로도 자신의 마음에 거짓말을 할 때는 잔뜩 있겠지.
내가 생각해도 성가신 녀석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게 히키가야 하치만이라는 남자다.
이제와서 자신을 바꾸라고 해도 대답은 NO다. 절대로 노.

나는 다시 자신이 좋아졌다.
싸구려 메로드라마처럼 자신을 바꾸지 않았던 자신을.
아마 이 기회를 놓치면, 바뀔 기회는 더이상 없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더는 되돌아 갈 수 없어도 괜찮다.


녀석과 만난 기적은, 이 봉사부에서 시작된 거니까.


히라사카 선생님에게 이끌려서 입부한 덕에, 사키의 문제에 끼게 되었다.
유키노시타가 있었던 덕분에, 나는 자신의 약함을 인정할 수 있었다.
유이가하마의 마음을 받아, 연애에 대한 공포와 마주볼 수 있었다.

기적은 봉사부만이 아니다.

코마치가 타이시와 알게 되었기에, 나와 사키는 부딪쳤다.
사가미가 문제를 일으켜, 나와 사키의 잘못된 관계가 시작됐다.
자이모쿠자가 어느 때 도와 줬으니까, 사키가 있는 곳에 도달할 수 있었다.
하야마가 바뀌지 않기를 바랐기에, 나는 자신에 대한 기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사이카가 강했으니까, 나는 웃을 수 있었다.


하나 하나는 사소한 일이지만, 그 중 하나만 없었어도 지금의 우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들 전부가 맞물려서, 우리 봉사부 셋의 루트.
그리고……나와 사키와 사이카, 셋의 루트 선택으로 이어졌다.

세상은 바뀌지 않지만, 사고방식이 바뀌면 바뀐 기분이 든다. 단순한 거다.
그래서 나는 부정적인,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자신으로 계속 있는 걸 잊지 않는다.
아마 지금도 잘못된 루트 선택이겠지.


“그런데 히키가야 군.
 큰 진로변경으로 국립을 노리게 된 히키가야 군은, 이 대 승부에 이길 수 있으려나?”
“핫, 걱정 감샤.”
“힛키 작년까진 이과 하위권 레벨이었잖아! 그러니 조금은 걱정도 된다고!”
“설마 너한테까지 그런 말을 들을 줄이야…….
 이긴다 진다가 아니잖아, 이런 건.
 확실히 여기서 졌다간 재수를 해서라도 이길 때 까지 ​부​딪​치​겠​지​만​…​…​.​”​


이건 내가, 우리가 고른 선택.
온갖 일들을 체념하고 있던 내가,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다고 결정한 선택이다.
자신이랑 잘 안맞는다는 건 내가 제일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그게 아니다. 그게 아닌 거다.

이 결과는 뭐가 어찌됐든 미래로 이어져야만 한다.
내가 국립대학 수험을 친다니, 작년의 내가 봤으면 비웃었겠지만…….


지금 여기서, 나는 이겨야만 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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