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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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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 3화


"하암~"

제 7학구 번화가에 있는 평범한 카페. 그 카페의 야외 테이블에서 페이커는 따분한듯 하품을 하고 있었다.

한손으로 턱을 괸채, 다른 손으로 플라스틱 컵에 담겨진 아이스 커피를 빨대로 마시던 페이커는 커피를 다 마셨는지, 한입에 얼음을 다 털어놓고 아그작 아그작 씹어먹은 후, 추가의 커피를 주문했다.

평범하게 휴식을 즐기는 듯한 학생의 모습이지만, 방금도 추격자인 ​E​q​u​.​D​a​r​k​M​a​t​t​e​r​를​ 한차례 더 죽이고 온 길이었다.

혹시나 해서 실험을 해봤지만 역시나, 페이커의 생각대로 ​E​q​u​.​D​a​r​k​M​a​t​t​e​r​는​ 또다시 한차례 더 강해져서 나타났다.

충분한 수면조차 취하지 못해 눈밑에 다크서클까지 조금 생긴 페이커는, 이곳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학원도시 최강의 능력자. ​액​셀​러​레​이​터​(​일​방​통​행​)​을​.​

그렇다고 딱히 친한 친구와 만나는 것처럼 약속을 한뒤 기다리는 것도 아니다.

단순히 액셀러레이터가 러시아에서 돌아온 후부터, 매주 토요일. 일주일에 한번은 제 3위의 클론 둘과 쇼핑을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알던 1위가 아닌데 말이야"

실망하는 표정을 짓는 페이커의 말대로 옛날의 액셀러레이터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저것이 본인인지, 아니면 클론인지 확신할 수 없었을 것이다.

괴물.

그래. 괴물이라고 밖에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괴물이 아니더라고 해도 적어도 인간은 아니다.

온갖 벡터를 제어한다는 신에 필적한 능력 때문에 괴물이라고 하는것 뿐만이 아니다. 아주 중요한 무언가, 인간의 감정이 결여돼 있다… 고 페이커는 알고 있다.

알고 있다. 라고 표현한 것은, 사실 페이커는 액셀러레이터와 면식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페이커는 어째서 여태까지 단 한번도 만나보지 못한 액셀러레이터를 평가할 수 있을까?

페이커가 모은 액셀러레이터에 대한 정보나, 막연한 소문같은 단순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이미 확신의 ​범​주​였​다​. ​

아마 액셀러레이터 자기 자신을 제외한다면, 페이커는 이 세상에서 액셀러레이터를 가장 잘 알고있는 사람들중 하나다.

"……"

암흑의 5월 계획

액셀러레이터의 사고패턴, 성격, 계산법, 사상, 능력 응용법 등을 능력자의 뇌에 억지로 구겨넣는 실험.

효과는 굉장했다.

실험에 강제로 참가하게 된 피험자들은 전체적으로 능력의 질이 눈에 띄게 ​상​승​했​다​. ​

자신은 물론이고, 심지어 레벨0의 무능력자 조차 레벨4의 대능력자로 진화하는 경우도 발생하니, 학원도시의 반수가 넘는 레벨0들에게도 희망이 보이는듯 했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 한것이 아니었다.

등가교환.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존재한다.

실험이 시작된지 일주일.

피험자의 반수가 미쳐버렸다.

원인은 불명. 하지만 과학자들은 액셀러레이터의 인격을 감당하지 못했거나, 혹은 자신의 그릇보다 훨씬 큰 응용법 때문에 망가졌다…고 판단했다.

미치지 않은 피험자라고 해도 괜찮은건 아니었다.

어떠한 조건이 맞는다면, 액셀러레이터 본인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감정이 변화한다. 예를들면 말투. 예를들면 ​사​고​방​식​. ​

제정신이라면 하지 않았을 것들. 간단히 사람을 죽인다던가, 죄책감이 사라진다던가.

그야말로, 그 연산법의 주인처럼 '망가져 있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

그 조건이란건 급격한 감정의 변화. 

특히 목숨을 건 전투시의 고양감으로 인한 성격변화가 가장 자주 일어난 패턴이었다.

뭐 결국, 상부가 그 실험 자체를 '없었던' 것으로 만들려고 했기에 그 계획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몇 안되지만.

피험자라고 해도, 딱히 지원자의 동의를 받고 행해진 실험은 아니었다.

학원도시에는 차일드 에러(버려진 아이) 라는 것이 있다.

아이를 키울수 없는 처지에 있거나, 아니면 아이를 기르기 싫은 부모들이 돈을 지불하여 학원도시의 기숙사에 편입시킨다. 그리고, 그 이후로 연락을 끊어버린다.

혹은, 학원도시 내에서 태어났지만 부모를 찾을 수 없는 경우. 

이런 저런 이유로 학원도시에서 방치된 아이들은, 학원도시의 여러 기관에서 부족함 없이 돌봐준다… 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그런 경우는 적고, 이런 비인도적인 실험에 이용당해서 묘지도 없이 죽는다.

높은 분들이 보기엔, 보호자도 없고 책임져줄 사람도 없는 차일드 에러야는 그저 버리는 말로 보이는 것이다.

페이커도 그 차일드 에러중의 하나였다.

그 몇 안되는 생존자들중 하나이자, 다른 피험자들과 다르게 별다른 거부반응도 일어나지 않은 페이커는 누구보다도 액셀러레이터를 잘 알고 있다고 자부했다.

아무리 싫다고 해도, 감정적인 면을 배제하고 합리적인 판단만을 고집하는 페이커는 다른 피험자들보다 더 깊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

녀석의 사고방식. 행동패턴. 연산법. 응용법. 그 것들을 거부반응 없이 뇌에 구겨넣어진 페이커는 액셀러레이터의 행동이나 사상을 어느정도는 예측할 수 있으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당연하다.

뭐, 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액셀러레이터의 사고패턴이나 성격, 사상 등이 바뀌었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말이다.

그런 페이커가 보기에, 지금처럼 마누라와 딸아이를 데리고 쇼핑하는 듯한 액셀러레이터의 모습은 조금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어디까지나, 페이커가 알고 있는건 옛날의 액셀러레이터였다.

"슬슬 일려나?"

페이커는 가게에 달려있는 시계를 보며 앞으로의 전투의 시뮬레이션을 했다.

승부를 내는것과 전투는 다르다. '지금의 ​액​셀​러​레​이​터​'​라​면​,​ 죽이는 것이 불가능 하지는 않다. 

그것이 정말로 가능한 일인가? 하는 의문은 둘째 치더라도, 적어도 페이커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단순히 적을 제압하는 승부가 된다면 페이커의 승률은 아무리 좋게 쳐줘도 1% 이하.

그렇기에, 페이커는 단순히 액셀러레이터의 능력만 훔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모종의 사건으로 액셀러레이터가 연산능력을 잃어버린 후, 액셀러레이터는 그 말도 안되는 벡터변환 능력은 그리 쉽게 사용할 수 없다.

시스터즈에 연결해서 그 막대한 연산능력을 얻기 전. 스위치를 열기 전 그 한순간을 노린다면 어느정도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했다.

"미사카는 미사카는 오늘 어른의 계단을 올라가겠다고 다짐해보고~"

"…매운맛 카레가 어른의 계단이냐"

"푸핫. 설마 상위개체는 순한맛만 먹었던 건가? 걸작인데~"

그렇게 두번째 컵의 내용물을 다 비웠을 쯤, 저 멀리서 3위의 클론과 액셀러레이터가 나타났다.

페이커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액셀러레이터가 방금 지나간 쓰레기통에 컵을 넣고, 인파에 섞여 액셀러레이터를 미행하기 시작했다.

"…"

이 소년이 페이커라고 불리는 이유.

페이커는 다른 사람의 퍼스널 리얼리티(자신만의 현실) 그 자체를 훔쳐내어, 그 능력을 따라할 수 있는 능력자다.

보통의 중학교에서도 배우는 내용.

학원도시의 능력자들은, 어떻게 초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일까?

교과서에 기입되있는 내용을 서술하자면 초능력이란, 뇌속에서 또다른 법칙을 만들어 낸다. (사실 이것 자체도 학생들이 알기 쉽게 풀이한 것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것을, 현실에 적용시킨다. 하는 심플한 내용이다.

그것이 초능력. 이 세상에 얽매이지 않은 자신만의 현실을, 현실세계에 ​구​현​한​다​. ​

퍼스널 리얼리티의 강함과 약함은 그것이다. 그것 자체를 얼마나 의심하지 않는가, 얼마나 자신만의 현실을 모순없이 체계적으로 생각하는가.

요령이 있다고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능력자는 전부 망상병 환자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동시에, 그런 퍼스널 리얼리티는 한사람당 한가지씩. 이것은 절대적.

모든 사람에게 개성이 있듯이. 자신만의 퍼스널 리얼리티가 존재하고 그에 따라 능력이 ​정​해​진​다​. ​

그런 자신의 중요한 '축'이 2개가 된다는 것은 즉 간접적으로는 내면의 붕괴, 직접적으로는 뇌가 녹아버리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것은 인간이라면, 생물이라면 누구에게든지 공통된 문제다.

하지만 이 소년의 퍼스널 리얼리티가 '남의 능력을 흉내낸다' 일 경우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페이커가 타인의 퍼스널 리얼리티를 훔친다고 해도, 그 조건은 까다롭다.

첫째. 10m 이내의 거리에서 적어도 10분동안 타겟의 퍼스널 리얼리티의 정보를 느끼며 해석해야 한다. 

둘째. 충분한 해석이 완료됐다면, 그 능력자의 신체에 직접 접촉해야 한다.

최대한 시간을 벌 목적으로 액셀러레이터를 미행하던 페이커는, 액셀러레이터가 인적이 드문 골목으로 들어가는 것을 본다.

(벌써 들킨건가)

그 많은 인파에 섞여서 조심히 미행했는데도 5분. 정도가 ​한​계​인​건​가​. ​

그런 생각을 하며. 긴장한채 골목으로 따라 들어가자 역시나ㅡ

"뭐냐? 넌"

노골적으로 적의를 뿜고 있는 액셀러레이터가 보였다.

바로 전투가 시작될 상황이지만, 첫째 조건도 완성하지 못한 시점에서는 전투를 해도 의미가 없다.

"아뇨~ 저기 혹시, 토키다와이의 미사카씨 아닌가요?"

"하?"

"아, 아니면 미사카씨의 친척이라던가? 제가 미사카씨 팬이라서요!"

헤헤 웃으면서, 자신의 뒷통수를 긁으며 이야기 하는 페이커를 보고 액셀러레이터는 얼굴을 찡그리더니

"무슨 수작질이냐?"

"네?"

"집요하게 내 퍼스널 리얼리티에 개입해 해석하고 있는 주제에, 무슨 수작질이냐고 물었다"

"……"

액셀러레이터의 말에, 페이커는 아까의 바보같은 표정을 거두고, 눈을 가느다랗게 만들어 액셀러레이터를 흘겨본다.

"……이거, 설마 이런것까지 감지가 가능한거야? 너무한데"

"간섭이 아니라 개입, 조작이 아니라 해석인가"

"거기까지 들켰으면 솔직히 할말이 없네"

"그래서, 네놈은 뭔데. 자칭 새로운 어둠인 신입생이냐?"

페이커는 이상한 소리를 한다는듯 어깨를 으쓱이며 입을 열었다.

"별로. 그런 장난스러운 것에 관계될 마음은 없어. 새로운 어둠이니 뭐니 해도, 진짜 어둠한테 상대가 될리도 없겠고"

페이커는 그런데, 라고 말을 덧붙이며

"왜 그 '진짜 어둠'인 당신이, 쿠로요루를 죽이지 않은거지?"

"………"

"아니, 딱히 죽이지 않았다고 시비 거는건 아니야. 오히려 감사하지. 적어도 오래된 지인이라, 그렇게 허무하게 죽는건 좀 가슴이 아프기도 하거든. 다만, 내가 알고 있는 당신이라면 그런 불합리한 행동을 취할 리가 없었을 텐데"

"칫"

한심하다는듯 혀를 찬 액셀러레이터는 그 현대식 디자인의 목발로 바닥을 쿵 찍으면서 말한다.

"어디서 굴러온 말뼈다귀인지는 모르겠지만, 자꾸 까불면 죽인다. 네놈이 나에 대해 뭘 알고 있다는 거냐?"

"그거야, 쿠로요루랑 나는 암흑의 5월 계획의 생존자거든"

"……"

액셀러레이터의 표정이 굳는다.

지금 그의 표정은, 마치 번외개체와 처음 만났을때의 표정과 비슷했다.

필사적으로 어둠에서 기어나왔다고 생각할때마다 조우하는 자신의 과거.

마치, 너는 영원히 어둠에서 벗어나지 못해. 라고 운명이라는 녀석이 말하는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고 당신을 원망하거나 하는건 아니야. 확실히 그 덕분에 강해졌으니까, 뭐, 원하지도 않는데 억지로 남의 인격을 뇌에 쳐박는건 좀 너무했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쓸데없는 말을 하려고 날 미행한거냐? 고맙습니다 1위씨. 이럴려고?"

액셀러레이터는 목에 있는 전극 쵸커의 전원을 가볍게 키면서 말했다.

싸울 생각 만빵인 1위를 보며 페이커는 양손을 흔들며 말한다.

"아니아니아니, 딱히 싸우러 온건 아니라고? 그저 아주 잠깐만, 0.1초라도 좋으니까 잠시만 몸을 허락해줬으면 좋겠는데"

​"​풉​…​…​…​…​…​…​…​"​

"엥?"

그러자, 여태까지 액셀러레이터의 뒤에서 조그마한 클론과 같이 있던, 여태까지 한마디도 안한채 재밌다는 듯이 이곳을 지켜보던 아오자이를 입은 큰 클론이 소리를 냈다.

방금 말한 부분이 뭐가 웃긴건지 모르는 페이커는, 얼빠진 소리를 내며 큰 클론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풉, ​푸​캬​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핫​!​ 드, 들었어? 잠시만 몸을 허락해줬으면 좋겠다는데!? 푸캬캬카카카캇! 미치겠는데 이거! 그래서, 누가 공이고 누가 수? 역시 1위가 수인가? 이곳부터는 일방통행이다! 이러면서? ​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핫​!​"​

"공? 수? 일방통행? 미사카는 미사카는 이해하지 못하는 단어에 고개를 갸웃거려 보고"

"???"

머리위에 물음표를 잔뜩 띄우고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하는 페이커와는 달리, 액셀러레이터는 고개를 숙인채,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죽인다 너"

"어째서!?"

단순히 앞으로 뛰는듯한 발돋움만으로, 총알같은 스피드로 액셀러레이터가 날아온다.

능력을 발동시킨 액셀러레이터의 공격은 일발일발이 치명상. 게다가, 이쪽은 액셀러레이터에게 공격할 수 있는 수단이 적다.

그래. 적다. 없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것은 두번째 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 사용해야할 중요한 수단.

액셀러레이터의 퍼스널 리얼리티의 해석도 거의 다 끝나간다. 아주 조금, 아주 조금만 더 시간을 끌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렇게 판단한 페이커는 골목길의 더 깊숙한 곳으로 텔레포트 했다. 10M의 거리를 유지하면서, 저 괴물을 상대로 시간을 끈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텔레포트를 한 직후 페이커는, 속도를 조금도 죽이지 않은채 방향을 바꿔 자신을 쫓아오는 액셀러레이터에게 바로 골목길에 널부러져 있는 벽돌을 텔레포트로 쑤셔박는다.

하지만 액셀러레이터의 복부에 벽돌이 박히는 일은 없었다. 단지, 벽돌은 처음 있었던 그 자리에서 눕혀져 있는 방향이 바뀌었다.

(역시 11차원에서의 이동도 벡터를 남긴다는 건가)

페이커의 텔레포트가 실패한것이 아니다.

텔레포트의 정확한 매커니즘은, 3차원의 물체를 11차원이라는 가상의 차원으로 보낸뒤, 3차원과 같은 좌표에서 다시 불러들이는것.

차원을 이동한 물체는 그 곳에 있는 원래의 물체를 '밀어내는' 형태로 나타난다. 그렇기에, 단순한 종이만으로도 사람을 두동강 낼 수 있는 능력이다.

하지만, 그 11차원에서의 이동 자체의 벡터를 '반사' 한다면, 텔레포터가 아닌 사람의 눈에는 그저 원래의 자리에서 물체가 조금 움직인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게 된다.

페이커는 액셀러레이터의 맹공을 피해 계속해서 텔레포트로 도망치기만 한다.

"언제까지 도망만칠거냐 겁쟁아!"

"그야 승산이 없으니까!"

만일 이곳이 번화가에 가까운 뒷골목이 아니었다면, 액셀러레이터는 문자 그대로 페이커를 눌러 죽였을 것이다.

이것도 페이커가 노린것중 하나. 아무리 액셀러레이터가 무자비한 괴물이라고 하더라도, 아무 상관도 없는 민간인까지 피해를 주면 골치가 아파진다는 것쯤은 알고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평범한 반응속도로는 반응하지도 못할 정도로 빠른 액셀러레이터에게 계속해서 도망칠 수 있는건, 그의 행동패턴이 예측이 가능한 이유가 더 컸다.

(해석이 끝났다)

아슬아슬하게 액셀러레이터의 공격을 피하던 페이커의 머릿속에서, 퍼스널 리얼리티를 훔치기 위한 사전작업의 첫번째 단계가 완료됐다는 정보가 들어왔다.

이제 어떻게 해서든, 액셀러레이터의 육체에 직접 닿으면 된다. 뭐, 일격에 죽는다는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사실 안죽을 가능성이 더 낮다) 그는 보험을 들었다.

"하나 말해두겠는데, 난 그 망할 아레이스타의 계획이라던지 일부를 알고 있다고? 정보를 얻으려면 내가 죽어서는 곤란하겠지?"

"!?"

계속해서 빠른 속도로 자신에게 접근하는 액셀러레이터지만, 페이커는 액셀러레이터의 눈썹이 크게 움직이는것을 보았다.

그 후, 페이커는 정말 평범하다. 라는 생각밖에 안드는 펀치를 액셀러레이터에게 휘둘렀다.

페이커의 그런 행동을 본 액셀러레이터는 조금 의아하다는 눈빛을 보였지만, 아무래도 좋은지 페이커의 주먹에 자신의 주먹을 휘둘렀다.

그러자, 무언가가 망치에 맞은듯한 쾅! 하는 둔한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이 동시에 날아갔다.

"카,학!"

"쿠훅…!"

페이커와 액셀러레이터는 둘다 골목길에 있는 건물의 벽에 부딪혔다. 그 충격에 피를 토한것은 역시나 페이커였다.

건물에 벽에 부딪힌 충격은 반사 때문에 없지만, 액셀러레이터는 얼얼하게 아픈 자신의 주먹을 보고 의아해 했다.

느낌이, 다르다.

키하라 녀석의 그 묘한 기술과도 ​달​랐​다​. ​

그 녀석의 말대로, 그 기술은 평생동안 자신을 연구한 키하라만이 사용할 수 있는 기술.

그 기술을 따라한 스기타니 녀석도 완벽하게 구사하지는 못했지만, 확실히 그 둘과 비교하면 확실히 느낌이 다르다.

"단순한 척력이야. 2레벨 정도의 쓰잘데기 없는 능력"

퉷. 하며 입에서 나온 피를 뱉은 페이커가 말했다.

"자신의 몸에 닿는 것들을 살짝 밀어내는, 정말로 쓰잘데기 없는 능력이지. 뭐, 기본적으로 벡터를 반사하는 당신에게는 인력으로 작용하겠지만. 딱 1회 한정이라면 너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거야. 비슷한거, 알고 있겠지?"

"흥. 그래서, 지금부터는 어떻게 할건데? 다시 한번 그 쓰잘데기 없는 능력이 터지길 신에게 빌기라도 할거냐?"

그렇게 말하긴 했지만 액셀러레이터는 페이커가 텔레포트를 쓰는 모습을 충분히 봤다. 

단순한 텔레포터인줄 알았더니, 갑자기 척력? 아까 자신의 퍼스널 리얼리티를 해석하던 것과 무슨 연관이 있는건가?

아레이스타의 계획을 알고 있다고 하는것도 그렇고, 정말로 이 녀석은 자신이 모르는 무언가를 알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목적은 완수. 도망가야지"

페이커는 액셀러레이터에게 혓바닥을 길게 내밀며, 조롱하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액셀러레이터가 자신의 몸에 묻은 먼지를 털며 일어나는 동안 페이커가 도망치는 일은 없었다.

"자, 잠깐, 이거 뭐야. 텔레포트가 안돼!?"

페이커는 경악에 일그러진 표정으로 당황해했다.

텔레포트가 불가능 하다면, 페이커는 액셀러레이터에게 도망칠 수 ​없​게​된​다​. ​

벌려진 거리는 5m 정도, 액셀러레이터라면, 한걸음에 날아올 수 있는 거리였다.

하지만, 액셀러레이터는 당황해 하고 있는 페이커를 마치 동물원에 있는 원숭이를 보듯이 구경하고 있었다.

뚝- 뚝- 하며 액체가 떨어지는 소리.

자신의 발밑에서 나는 소리에, 고개를 내리니 바닥이 흥건해질 정도로 피가 고여있었다.

삐걱거리는 몸을 어떻게든 움직여,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만지니, 눈과 코, 그리고 귀에서 엄청난 양의 피가 흐르고 있다.

(도, 독? 독에 중독된건가? 그렇다면 언제? 아까 먹은 커피가? 아니야, 거기엔 확실히 독 같은건 없었어)

순간 핑! 하며 페이커의 시야가 일그러진다.

세상에 존재하는 색깔은 회색과 녹색뿐. 방향감각이 사라져서, 어디서 바닥인지, 어디가 하늘인지, 어디가 벽인지 알 수가 없다.

그리고 동시에 뇌속으로 들어오는 엄청난 양의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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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빛azb 공기sdnhj 사람ernrt 사람kwqd 사람snsn ​사​람​s​e​r​n​w​e​r​n​ 사람dszfnw 능력자ntyh ​y​능​력​자​g​d​n​e​x​j​ 천kjhlle 물xmprf 나sbwe무. 가게serb에 있dsfb는 ​여​엉​어​r​t​g​h​섯​명​으​x​d​f​g​으​니​ ​추​t​격​q​격​겨​r​a​r​w​겨​겨​격​t​격​a​e​r​t​자​u​e​r​t​자​t​아​)​

주위에 있는 모든 정보가 뇌속으로 들어온다.

필요한 정보와, 필요없는 정보를 걸르려고 하는 기행은 의미가 없었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정보량. 인간의 머리로는- 아니, 적어도 페이커의 두뇌로서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정보가 억지로 머리속으로 들어온다.

(액셀러레이터의 퍼스널 리얼리티를 감당하지 못해…? 내가…!?)

뇌 속에서 조그마한 난쟁이가 창을 들고 이곳저곳 마음대로 뛰어 다니는것 같은 고통.

뇌의 어느 부분이 아에 녹아버리지는 않았을까, 하는 열기도 함께였다.

기본적으로 통각이 없는 뇌인데도, 그야말로 죽는게 편할 정도의 고통이 계속됐다.

"제, 길…"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넘어진 채로 아직도 피를 흘리면서 움찔움찔 움직이던 페이커는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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