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이변 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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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생'이란 녀석들을 상대로, 플레메아를 지키기 위한 싸움을 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어떻게 된거야…)
"하마즈라"
(이 애를 죽인다고…? 어째서…?)
"하마즈라!!"
무기노의 외침이 들린다.
소녀는 하마즈라가 업은채로, 아이템은 아까의 전장에서 거리를 벌리고 있었다.
"지금 네가 불안해 해서 어쩌자는 거야!"
무기노의 일갈에, 하마즈라의 의식이 다시 각성한다.
달리는 와중에도 느껴지는, 자신의 등에 업혀 있는 소녀의 온기. 정체불명의 소녀는 두려운지 부들부들 몸을 떨고 있었다.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소녀. 플레메아 때는, 적어도 전 아이템의 멤버였던 프렌다의 동생이자, 코마바 리더가 소중히 대한 아이라는 연관점이라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은 다르다. 여기서 하마즈라가 아주 조금도 자신에게 상관이 없는 소녀 때문에 알 수 없는 일에 휘말렸다며 욕지거리를 하고, 소녀를 버린다고 해도 그 누구도 하마즈라를 욕하지 못한다.
"……"
뒤에서 꼬옥. 하고 자신의 등을 더욱 세게 쥐는 소녀를 느끼며, 하마즈라는 눈을 감은채 고개를 세게 흔든다.
그리고, 다시 한번 자신의 목숨을 걸어 이 정체불명의 소녀를 구해주리라 맹세한다.
그것은 아주 큰 변화였다. 겨우 한달 전. 아니, 한달보다 조금 더 됬을 것이다. 그때 하마즈라는 자신들의 동료인 스킬 아웃을 지킨다는 명목하에 자신의 적도 아닌, 완전히 무관계한 일반인인 미사카 미스즈를 살해하려고 했다.
아무리 대의명분이 있다고 해도, 그것은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무관계한 일반인을 죽이려고 했던 하마즈라가
아무런 이익을 요구하지 않고, 무관계한 일반인을 구해주려고 한다.
그것은, '빛'인 카미조 토우마와, '어둠'인 액셀러레이터와는 조금은 다른, 빛도 어둠도 아닌 하마즈라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마즈라는 다시한번, 자신의 두번 다시 돌이킬 수 없는 행동을 막아준, 카미조라는 이름의 소년에게 감사했다.
'우리가 마이너스라고? 웃기는군, 우리야말로 플러스야! 힘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사람을 배척하고, 힘을 갖고 있어도 아무것도 주지 않는 그런 놈들에 비하면 우리 스킬아웃이 백 배는 더 낫잖아!!'
그 때, 하마즈라는 그렇게 말했다.
'그럼 그렇게 말하는 네놈은 도움을 청하는 사람에게 손을 내밀었어? 대답할 수 없다면 네놈도 똑같아. 시시하군. 누구에게도 힘을 빌려주려 하지 않는 인간을 누가 도우려고 하겠어? 자신이 행복해지는 게 당연하다는 얼굴로, 다른 사람이 행복해지는 것은 생각도 하지 않는 인간에게 누가 신경을 쓰려고 하겠어! 결국 그것들은 전부 네놈들의 문제잖아!!'
그 때, 카미조는 그렇게 말했다.
그 때에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소년의 말이, 하마즈라의 마음속에서 깊게 울렸다.
"그런 간단한 것 조차, 지금에야 와서 깨닫게 됬다니 아무래도 나는 내가 생각하던 것보다 훨씬 멍청이인가봐"
"어라. 하마즈라가 완전 멍청이인건 이미 알고 있었는데요"
키누하타는 하마즈라를 놀리듯 말했지만, 옅은 미소를 지으며 "하지만" 이라고 덧붙인다. 그리고
"그런 멍청이인 하마즈라이기에,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거에요"
그 후, 키누하타는 왠지 쓸쓸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것이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하마즈라는 알지 못했다.
"그것보다, 이제 어떻게 할건데? 아까 그 금발의 꼬마가 말하는걸 들어보니까 저런 녀석이 하나 더 있는것 같은데. 학원도시 바깥의 능력같은건, 듣도 보도 못했다고"
무기노는 그렇게 말하고 인상을 쓰며, "조금 있다가 제대로 죽여주도록 하지 망할년!" 라며 저린 팔을 공중에 털었다.
"러시아에서 처음 본거니까, 나도 마술이란 것에 대해서는 자세히 몰라. 그래도 나보다 마술에 대해 더 잘 알고 있는 녀석을 아니까, 그 녀석에게 도움을 청해야겠어. 다들, 먼저 안전한 곳으로 가 있어. 나는 그 녀석들을 불러야 하니까"
"하? 레벨 0(무능력자) 주제에 무슨 헛소리야? 네가 무슨 영웅인줄 알아?"
완전히 머리 꼭대기 까지 화가 난 무기노는, 지금 당장이라도 '역시 아까 그 망할년을 쳐죽이러 가야겠어' 라며 뛰어갈것 같았다.
"그런게 아니야. 적재적소(適材適所)라는 거지. 오히려, '마술'에 관한 지식이 없는 우리들이 있으면 그 녀석들이 불편할거야. 무기노도, 레벨 0(무능력자)인 나를 지키면서 싸우면 불편하잖아. 그러니까, 이번엔 그 녀석들에게 맡기자"
"칫… 말은 잘하네"
병약한 몸인 주제에 뛰는 중에도 숨 한번 흐트러지지 않는 타키츠보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묻는다.
"…하마즈라는 어떻게 할거야?"
"아지트로 일단 돌아가서, 그 드래곤 라이더를 입고 그 녀석들을 데리러 갈거야. 분명 그게 가장 빠른 길일테니까"
"엑. 설마 하마즈라가 탔던 건가요 그거?"
'드래곤 라이더'란, 그 '신입생' 사건 때 여차저차 해서 하마즈라가 얻은 학원도시 최신예 파워드 슈트다.
처음에는 '반드시 돌려주겠다' 라며, 당당히 강탈한 물건이지만, 학원도시의 '어둠'이 운용하는 파워드 슈트와는 다른 정통파 파워드 슈트라 그런지, 시큐리티 부분도 빈틈이 없었다.
'신입생' 때의 사건이 해결된 후, 다시 드래곤 라이더를 입은채로 연결되는 사람에게 "아저씨, 덕분에 여자아이는 구출했어. 고마워. 오토바이는 못쓰게 됬지만… 이건 돌려줄게" 라고 했더니, 그 아저씨는 "응? 아 그거. 그냥 가져" 라고 했다.
뭐, 이야기를 들어보니. 처음 입은 사람의 뇌파가 저장되어 다른 사람은 입을 수 없게 되는 보안이 걸려있어, 사실상 처음부터 돌려받을 생각이 없던 것이었다.
게다가, 실버클로스와의 접전으로 고장이 나서 운동량의 증폭도 사용할 수 없는 드래곤 라이더를 '슈트 그 자체만 무사하면 고치는건 간단하다' 라는 적당하다면 너무나 적당한 이유로, 하루만에 수리까지 해서 돌려줬다. 하마즈라는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친절한 아저씨라고 생각했지만, 뭐. 이름도 모르는 누군가에게 넘어가 알 수도 없는 임무에 사용될바에, 그것을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는, 하마즈라 같은 사람에게 넘어가 올바르게 사용되는 것이 아저씨의 바램이었기에, 딱히 하마즈라만이 이득을 본것은 아니었다.
이제 평범한 레벨 0(무능력자)라고 발뺌할 수 없다.
하마즈라에게는 그만큼의 힘이 생겼으니까.
"파워드 슈트만으로도, 왠만한 자동차보다는 빠르게 달릴 수 있으니까. 그 쪽이 더 효율적이겠지"
하마즈라는 그렇게 말하며,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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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액셀러레이터 일행과 페이커, 쿠로요루가 떠난 카미조씨네 기숙사에서는
(이, 이거 어떻게 해야하지…)
아직도 카미조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은채 지만, 드디어 제 정신으로 돌아온 미코토가 식은땀을 흘리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지금도 미코토를 꼬옥 안아주고 있는 카미조는, 그저 미코토가 진정되길 기다리는듯 했지만. 오히려 진정되긴 커녕 계속해서 불안해 하고 있는 미코토 때문에 떨어지지도 못하고 있었다.
"이 방에 나도 있다는걸 잊지 말았으면 할지도…"
"!!?"
갑자기 카미조의 뒤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미코토는 기겁을 하며 카미조에게서 떨어졌다.
"괜찮아?"
"아, 으, 응… 고마워"
"안좋아 보이는데…"
"아, 아무것도 아니니까!"
미코토는 걱정스럽다는 얼굴로, 자신의 이마에 팔을 뻗는 카미조를 피해 사사삭- 하고 뒤로 움직였다.
"…근데 토우마랑 단발은 언제 그렇고 그런 사이가 된거야?"
"무,무무무무무무무무슨소리를 하는거야!?"
아직도 얼굴을 붉힌채, 양손을 파닥거리는 미코토의 뇌리에 번뜩! 하고 무언가가 지나갔다.
"…근데 너는 왜 여기 있는거야?"
"여기서 사는데?"
"……이 녀석 기숙사에?"
"응"
"으,아앗!?"
고고고고고- 대기가 울리는듯한 살기. 아니, 단순한 기분탓은 아니다. 감정이 격해진 미코토가 자신도 모르게 파직파직 뇌격의 창을 쏘고 있으니까.
"흐흥. 정확히 7월 20일 부터니까, 토우마와의 인연은 단발보다 훨씬 깊을지도?"
"저, 저기 인덱스씨…? 자세한건 모르겠지만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건…"
부들부들. 미코토는 인덱스의 말을 듣고, 고개를 푹 숙인채로 한참을 떨더니
"이게에에에에에에에에 무슨 말이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미코토는 그렇게 외치더니, 모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초사이언처럼 완전히 번쩍번쩍 빛나고 있었다. 마치, 레벨 6 시프트 실험(절대능력자 진화 실험)을 막기 위해, 미코토 대신 싸우려고 하는 카미조를 막아설때와 같은 '진심'이 느껴지는 그 빛에, 자신보다 집안에 있는 가전 제품들이 모두 운명할것이 두려운 카미조는 울먹였다.
"너, 너도 알잖아! 내가 기억상실증이라는거!"
"아"
순간 뚝-하고 전원을 내려버린 것처럼, 미코토의 몸에서 번쩍이던 전기가 없어졌다.
"그러니까 사실 나도 잘 모른다구…"
"그, 그렇네… 그럼 시스터도 그 사실 알고 있어?"
"인덱스도 알고 있어. 안그러면 말 자체를 안꺼냈겠지…"
"그, 그렇네…"
미코토는 흠흠. 하고 목소리를 정돈하는듯 하더니
"그럼 시스터씨. 너는 이 녀석의 기억상실을 안게 언제?"
"응? 그거 상관 있는거야?"
인덱스는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듯 했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정확히 10월 30일이야"
"난 10월 초야"
"………"
"그럼 하나 더. 이 녀석하고 처음 만난게 언제?"
"……7월 20일"
"난 6월 말이야. 게다가, 이 녀석이 멋대로 날 구해줬으니까"
"………"
"그렇네. 그럼 이 녀석과의 인연은 내가 더 깊은 셈이네"
"토우마아아아…"
"응? 엥? 인덱스씨?"
뭐 때문에 인덱스가 화가 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인덱스는 아까의 미코토 만큼 화를 내는듯 하더니
"역시 토우마는 믿을수 없을지도!!"
"그아아아악!? 뭔가 오랜만이야 이거!?"
민첩하게 점프하여, 카미조의 머리를 아그작 아그작 씹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미코토는 엣헴! 하며 자랑하듯이 가슴을 폈다. 그러고, 뭔가 손가락을 꼼지락 거리더니
"그, 그럼 나도 토,토우마… 라고 불러도 돼?"
"으,응? 상관없는데?"
카미조의 대답에, 미코토는 왠지 깜짝 놀란것 같은 표정이었다.
"토우마"
"왜, 왜 그래 미사카?"
다시한번, 자신의 입에서 나오는 그 다정한 울림을 느끼며. 미코토는 마음을 추스리고 말한다.
"저 1위는… 어떻게 된거야?"
"아, 그거ㅡ"
카미조는 어딘가 먼곳을 보는 것처럼, 그리운 목소리로 말했다.
기숙사 바닥에 엎드린채로, 뒤에서 와구와구 자신의 머리를 씹는 시스터만 없다면 좀 멋있는 그림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나도 자세한건 모르겠지만, 녀석도 '어둠'에서 빠져나오려고 필사적이야. 그것에 대해 내가 뭐라고 할 입장은 아니긴 하지만… 나름대로의 속죄인것 같아. 뭐, 녀석도 자신이 지켜야할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이니까. 지금은 우호관계. 라고 할까, 그런 느낌이야"
"……"
카미조는, 미코토가 생각한것보다 훨씬 많고 무거운 일들을 겪었을 것이다. 미코토는 다시 한번 그렇게 느꼈다.
그러자, 부우우웅- 하는 진동음이 들리더니, 바닥에 엎드린채 머리위에 수녀를 달고 있는 카미조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 무슨 일이지?"
멋대로 자신을 구원해준 소년이 무언가의 사건에 연관될것이라는 막연한 느낌을 받으며, 미코토는 다시 한번, 이번에야 말로 소년의 힘이 되어주리라 맹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