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이변 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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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콰콰콰! 굉음이 장렬했다.
아주 간단한 몸동작. 손가락을 퉁기거나, 공중에 손을 휘저은다던가, 아니면 발로 바닥을 차는 그런 간단한 몸동작만으로 엄청난 파괴력의 전격이 몰아친다.
"정말로, 치사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라이엘이 그 오른발을 들어 무성의하게 바닥을 찼다.
탁! 하는 구두소리가 들리더니, 다시 한번 내려친 벼락이 콘크리트 바닥에 강타했다.
마치 화산활동이 시작되어 용암이 넘치듯, 이미 거리의 중간중간마다 지면 자체가 통째로 녹아버려, 붉은색 액체의 웅덩이가 생겨있었다.
"아무리 오래 배웠다고 하더라도 7년. 겨우 그 정도 마술을 익힌 녀석이, 전 세계를 통틀어 손가락 내에 들어가는 천재 마술사라니. 재능이란 진짜로 치사한거야"
"핫. 네녀석의 논리대로라면 십자교의 그 늙은이들은 엄청나게 강하겠네. 애초에 단순한 우연으로 성인이 된 녀석이 할 수 있는 말은 아닐텐데?"
"우연이라니 듣기 기분나쁘네. 하나님에게 선택받았다고 해주지 않을래?"
잠시 불쾌하다는 얼굴을 한 버드웨이는 오른손에 들고 있던 붉은색의 지팡이를 휘둘렀다.
직후, 도깨비불 같은 커다란 화염이 버드웨이를 감쌋다. 하지만 그 화염속의 버드웨이가 고통스러워 하는 일은 없었다.
동시에, 쿠쾅! 하는 간결한 굉음과 함께 버드웨이의 머리위에서 낙뢰가 떨어졌다. 그리고 그 도깨비불이 그 낙뢰의 데미지를 흡수하듯, 급격히 작아지기 시작했다.
"속성은 불. 색채는 적색. 배치는 오른쪽. 불러내 다루는 '텔레즈마'는 '신을 닮은 자(미카엘)를 상징하지. 확실히 '황금계'의 심볼릭 웨폰(상징무기)은 효율적이지만, 그만큼 유명해서야 약점도 많이 노출되지 않아?"
"그렇다 하더라도 네녀석이 땅 속성의 술식을 사용할 수 있던가? 이 전기바보가"
"하긴, 우린 서로를 너무 잘 알고 있으니깐 말이야"
다시 번쩍! 하고 라이엘의 몸에서 직선으로 전격이 나왔지만, 버드웨이는 옆으로 굴러 그 전격을 피했다.
눈으로 보고 피할 수 있을리가 없다. 딱히 라이엘처럼 강대한 마력을 바탕으로 사용하는 전격이 아니더라도, 문자 그대로 빛의 속도의 공격이다. 단지 라이엘과의 교전 경험이 많기에, 그녀가 사용하는 술식의 패턴을 파악하고 있을 뿐이다.
손가락을 퉁기면 직접적인 전격. 손을 휘저으면 지정 위치에서 방전. 바닥을 차면 대규모의 벼락. 그런식이었다. 그리고 그 타이밍에 맞춰 술식이 발동하기 전 전력으로 몸을 던지는 것이다.
"RPG 게임에서 마법사를 선택하면, 보통 속성이라는게 있잖아? 불은 전기에 강하고, 전기는 물에 강하고, 물은 흙에 강하고, 흙은 불에 강한 뭐 그런거. 보통은 효율을 따진다거나 밸런스를 맞춘다며 여러 속성의 스킬을 올리는 녀석들이 대부분인것 같지만"
그렇게 말하는 라이엘은 마치 버릇이라는양 바닥을 찼다.
다시 내려치는 벼락을, 자신을 감싸고 있는 도깨비불로 흡수하며 버드웨이가 다시 지팡이를 휘둘렀다. 그러자, 감싸고 있는 도깨비불의 크기가 다시 커졌다.
"나는 어떤 상황에서든 단 한가지 속성만 올려. 나의 전기가 불 속성을 가지고 있는 녀석에게 50%의 효율밖에 나오지 않아도 뭐 어때? 나의 전기가 거기서 2배 더 강하다면 문제 없잖아?"
"내 동생이 들으면 졸도할 정도의 발언이군"
버드웨이는 쳇. 하고 혀를 차며 아래서 위로, 그 위에서 왼쪽 대각선 아래로 지팡이를 휘둘렀다.
그러자 버드웨이의 등 뒤. 정확히는 대각선 위쪽 방향에서 수십개의 빛의 구슬이 생겼다. 아무런 준비없이 즉흥적으로 사용해도 보통의 마술사에게는 상대도 되지 않는, 그야말로 압도적인 파괴의 빛. 그것을 진심인 버드웨이가 그녀의 심볼릭 웨폰(상징무기)를 휘둘러 한차례 더 강화시켰다.
직격할 경우, 그것은 하나하나가 왠만한 크기의 축구장 정도의 면적을 흔적도 없이 지워버리는 위력의 포격이었다. 그 포격이 수십발. 아무리 잘난 성인이라도, 단 세 발만 맞아도 확실하게 목숨이 끊기리라.
순간적인 빛의 꼬리를 만들며, 수십개의 포격이 순차적으로 발사되었다. 회피의 가능성을 주지 않는 순차포격. 그 육체가 걸레짝이 되지 않는한, 그 공격을 단순한 움직임으로 피하는것은 불가능하다.
"소용 없다는거, 알고 있잖아?"
빛의 구슬이 라이엘의 몸에 닿을때마다 파지직- 하고 라이엘의 몸이 빛난다. 그리고, 단순한 에너지 덩어리일터인 빛의 구슬 위로 떨어진 벼락에 빛의 구슬은 잘게 찢은 종이처럼 으스러진다.
쉴틈없이 계속해서 포격되는 빛의 구슬 덕분에 마치 계속해서 라이엘의 몸이 빛나는듯 했다. 문방구에서 파는 가장 기본적인 분수 모양의 폭죽처럼, 한참을 빛을 발하던 라이엘이 그 빛을 멈췄을땐 수십개의 빛의 구슬은 라이엘의 육체를 스치지도 못한채 사라져있었다.
(적어도 저 빌어먹을 방어술식의 정체라도 알면, 어떻게든 해보겠는데…!)
상황은 좋지 않았다.
라이엘의 공격은 정말로 단순한 것이었다.
빛의 속도로 발사되는 일격필살의 전격을 적에게 계속해서 쏟아붇는다.
단순한 실수로 그 공격을 방어하지 못하여 한발이라도 맞는다면 사망. 상대의 전략이나 전력. 그리고 속성. 그 모든 것을 조금도 생각하지 않는 단순무식한 전술.
계속해서 방어한다 하더라도, 저만한 규모의 공격을 방어하다보면 금새 마력이 고갈된다. 게다가 상대는 '성인'. 방대한 마력을 가지고 있는 성인을 상대로 소모전을 한다면 패배하는 것은 당연하다.
게다가 본인은 어떠한 술식에도 반응하는 정체불명의 방어술식을 가지고 있다. 그야말로 최강의 창과 최강의 방패. 그 양쪽을 다 가지고 있는 셈이었다.
(녀석의 공격술식이나 방어술식. 그 둘중 하나라도 해결하지 않으면 승산은 전혀 없어)
자신의 이점을 최대한 살린 그 어이없고도 가장 효과적인 전술에 버드웨이는 조금이라도 돌파구를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뭐, 사실 라이엘은 그런 복잡한 생각은 하지 않고 단순히 계속해서 전격을 쏘는 바보였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런 이유는 둘째 치더라도, 금서목록의 증원으로 적의 정확한 술식을 알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시간을 버는 것이 급선무였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왜 이렇게 열심히 싸워? 항상 대충 하다 도망갔잖아"
계속되는 반복작업. 똑같은 방식으로 단순한 전격과 피할 수 없는 규모의 벼락을 기분내키는 대로 사용하는 라이엘이 조롱하듯이 물었다.
"'흡혈귀'의 냄새를 맡고 이 극동의 땅까지 온 주제에 뭐라고 하는거야? 역시 아이큐가 두자리인 인간은 멍청해서 상황판단도 안되나 보네"
"반응 하나하나가 짜증나는 꼬맹이라니까"
"그것보다, 그 전설의 '흡혈귀'에게 접근해서 뭘 얻으려고 하는거지?"
"그 잘난 천재 두뇌로 생각해보는건 어때?"
"뭐, 자신들을 아담과 이브라고 생각하는 변태남매라면 사실 뻔하겠지만"
"…그래. 내가 어느정도 변태인건 인정하겠어"
버드웨이의 그 말에, 여태까지 즐기듯 대충 싸웠던 라이엘은 처음으로 감정을 내보였다.
"하지만 내 오빠를 욕보였으니 네년. 곱게 죽을 생각은 하지 말아. 살아있는 채로 그 귀여운 얼굴을 찢어발겨 개의 먹이로 주지"
그것도, 일그러질 정도의 추한 분노를.
그에 질새라, 버드웨이도 도전적인 표정으로 그 입을 일그러트리며 입을 열었다.
"할 수 있으면 해보시지. 이 근친상간의 변태년"
그리고 그 둘은, 누구라고 할 것 없이 동시에 말한다.
"Devotio 677(내 인생을 그대에게 헌신하리라)"
"Regnum 771(단 하나의 왕국)"
자신이 마술사가 된 이유. 자신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신념.
그 신념을 걸고, 자신의 신념에 방해되는 적을 제거하겠다는 의미.
마술사들의 두번째 이름인 마법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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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학구의 한복판에 파워드 슈트를 착용한 남자와 남자 고등학생. 그리고 한명의 여중생이 나란히 길거리를 질주하고 있었다.
"아아 진짜! 이럼 생각보다 늦어지잖아!"
제대로 달린다면 시속 150km 정도로 뛸 수 있는 파워드 슈트의 남자. 하마즈라 시아게는 불평불만을 하며, 카미조와 미코토의 속도에 맞춰 천천히 뛰고 있었다.
"누가 그런 꼴로 가고 싶겠냐!!"
하마즈라의 제안은 이러했다.
소녀를 업은채로, 양 어깨에 카미조와 미코토를 태우고 달린다.
파워드 슈트로 인한 운동량의 증가로 그 정도는 사실 가뿐했지만, 조금만 생각해봐도 상상을 뛰어넘는 부끄러움에 차마 카미조와 미코토는 동의하지 못했다. 게다가 그 하마즈라의 등에는 한명의 소녀까지 업혀 있으니, 정말로 꼴이 말이 아니게 되는 것이다.
"……"
하마즈라의 등에는 아직도 정체불명의 소녀가 업혀있다. 이 경계심 많은 소녀는 처음 보는 카미조와 인덱스. 그리고 미코토와 만나고 나서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기숙사에서 잠깐 그 소녀를 내려놨을때 카미조는 '우왓, 인형인줄 알았네' 라고 놀라고, 전격을 맞은 다음 머리를 물어뜯겼다. 뭔가 새로운 취향에 눈을 뜰것 같은 카미조였지만, 필사적으로 그 느낌에 저항했다.
"와이~ 와이~ 토우마 토우마! 이 자리는 정말로 특등석일지도!"
"어, 어이 위험하니까 날뛰지 마!"
그리고 하마즈라의 어깨에 앉아있는 형태로, 인덱스가 파워드 슈트의 헬멧을 잡은채로 놀이기구를 타듯 즐거워 하고 있었다.
카미조와 미코토는 뭔가, 옆에서 파워드 슈트 차림의 남자가 어깨와 등에 소녀를 한명씩 업은채로 뛰고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부끄러워 죽을것 같았지만, 추가로 어깨에 타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달리고 있었다.
하마즈라는 달리면서 '크,큿흠' 하는 부자연스러운 목소리를 내더니 물었다.
"혹시 딥 블러드(흡혈귀 사냥꾼)이라고 알고 있어?"
"딥 블러드(흡혈귀 사냥꾼)? 히메가미 말이야?"
사람의 이름이 나왔다는 사실에, 하마즈라는 다시 긴장을 하며
"…능력자야?"
"학원도시제의 능력자는 아니야. 그, 뭐라고 하더라? 선천적인 초능력이라고 하던데"
"어떠한 능력인데?"
뛰고 있는 카미조는 '으음…' 하면서 무언가, 존재감이 옅은 소녀에 대한 정보를 필사적으로 꺼내는듯 하더니
"히메가미의 피는 흡혈귀들이 절대로 거부하지 못하는 달콤한 피라고 해. 동시에 흡혈귀 한정인 엄청난 맹독이라 마시는 즉시 사망. 흡혈귀의 천적이라는 능력이야"
"그렇게 말해도, 흡혈귀라는 존재 자체가 공식적으로 확인된 적은 없지만"
그렇게 하마즈라의 어깨에 탄 인덱스가 덧붙였다.
"그럼 그 흡혈귀라는 녀석들에 대한 정보는 없는거야? 어떠한 녀석들인지?"
"정확한 명칭은 '카인의 후예'. 10만 3천권의 마도서에서도 기록되지는 않았지만, 영국 도서관에 기록이 남아있어. '불로불사의 존재'. '무한한 생명력을 가지고, 무한한 마력을 사용하는 괴물'. '그 존재 자체만으로 세계의 위기' 라고"
인덱스의 설명을 들은 하마즈라는 자신의 등에 있는 소녀의 존재를 다시한번 느끼며 생각했다.
(이 애를 죽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 흡혈귀의 천적… 핵폭탄급의 적… 존재 자체가 세계의 위험… 그렇다면 이 애가…)
"왜 그래?"
"혹시 말이야. 진짜 만에 하나의 일이라면. 그러니까 일종의 가정인데"
카미조가 그렇게 묻자, 다시 하마즈라는 카미조에게 물었다. 질문에 질문으로 대답하면 빵점이지만, 이 경우엔 어쩔 수 없겠지.
파워드 슈트의 헬맷 때문에 표정은 보이지 않지만, 하마즈라의 표정은 필시 자신의 손목을 긋는 사람의 표정과 비슷할것이다.
"흡혈귀가 있어. 저 꼬맹이의 말대로, '존재 자체가 세계의 위험'이라는 녀석이야. 인간이라면, 아니, 이 세계에 사는 생물이라면 적대시 해야 할 생물이야… 하지만 그 흡혈귀는 아무 잘못도 없어. 자기가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른채로 살해당할 위기에 빠져있는 거야. 그렇다면, 너는 어떻게 할거야?"
"생각해볼것도 없잖아"
카미조는 단언한다.
"그런 말도 안되는 이유로 아무 잘못이 없는 녀석을 죽여야 한다면. 우선 그 웃기지도 않는 환상을 부숴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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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말이죠! 이제 진지하게 카미조군이 걱정이라니깐요! 보충수업을 풀로 한다고 해도 이제 진짜로 출석일수가 모자르는데에에…"
그렇게 아우아우! 하면서 조그마한 손을 파닥거리며 짜증을 내는 인물은 신장 135cm 정도의, 당당히 학원도시의 도시전설 중 하나를 담당하고 있는 여교사. 츠쿠요미 코모에다.
"………"
그리고 그 옆에서는 기다란 흑발의 소녀가 걷고 있었다. 원래부터 그녀는 말이 많은편은 아니었지만, 오늘은 특히나 말이 없었다.
"히메가미도 카미조군한테 뭐라고좀 해주세요! …응? 무슨 일 있어요 히메가미?"
무언가 고개를 뒤로 돌려, 먼 곳을 쳐다보는 듯한 히메가미는
"으응. 아무것도 아니야"
진지한 표정으로 자신의 가슴쪽. 정확히는 그 옷 아래에 있는 켈트 십자가를 어루만지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