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이변 1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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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스트라페 술식[제우스의 번개]이 지워졌어…?)

라이엘의 그 아름다운 얼굴은, 이미 추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일그러져 있었다.

어느 누구에게나 자신의 '최강'이라고 자부하는 술식이, 아무 의미 없이 허무하게 깨졌다.

당황했다. 라고 할만한 것은 ​아​니​었​다​. ​

마치 자신의 신념이 부서진것처럼, 머릿속이 새하얗게 되어 정상적인 판단을 하지 못했다.

"뭐야 넌…!!!"

마치 짜증을 내는 어린 아이처럼, 라이엘은 자신의 발로 바닥을 마구 찼다.

벼락장군의 뇌벌(雷罰) 속성을 가지는 벼락이, 순식간에 7개나 미코토의 머리위로 ​떨​어​진​다​. ​

"소용 없어!"

팡! 하고 미코토가 손을 휘젓자, 물이 담긴 풍선이 터지듯 벼락이 강제로 사라져간다.

직후, 자신의 차례라는 듯, 미코토의 앞머리가 번쩍이더니 뇌격의 창이 발사되었다.

최강의 저격술식. 뇌공(雷工)의 갑옷은, 분명 미코토의 전격의 창에 반응하여 발동되었지만-

​"​꺄​아​아​아​아​아​악​!​"​

미코토의 전격의 창을 저격하지 못하고, 뇌공(雷工)의 갑옷이 만든 벼락은 허무하게 라이엘 주변의 콘크리트 바닥을 녹일 뿐이었다.

자동 저격 술식인 뇌공(雷工)의 갑옷의 최대 장점은 술식의 속도. 그야말로 빛의 속도로 술자에게 해가 되는 공격을 저격한다.

하지만 술자에게 해가 되는 공격도 같은 '빛의 속도'라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저격 술식. 뇌공(雷工)의 갑옷의 최대 단점.

같은 속도의 공격이라면 당연히, 적의 공격이 시작된 후 반응하는 저격 술식으로 저격하는건 불가능하다.

라이엘과 미코토는 완전한 상성관계다.

뇌신(雷神)의 왼팔이라는 이명답게, 세계에 있는 모든 뇌신(雷神)의 술식을 사용하여 '전격을 사용하는' 라이엘로서는, 그런 술식 없이 '전기 그 자체를 조종하는' 미코토에게 이길 수 없다.

능력의 질이나, 살상력은 둘째 치더라도 같은 '전기'를 사용하는 라이엘과 미코토의 관계.

라이엘이 뇌신(雷神)의 왼팔이라면, 미코토는 그야말로 뇌신(雷神) 그 자체였다.

앞으로도, 라이엘의 공격은 조금도 미코토에게 피해를 입히지 못할 것이고, 아무리 뇌신(雷神)의 술식으로 어느 정도 전기에 대한 내성이 있는 라이엘이라고 하더라도, 미코토의 전격을 맞고 견딜 수는 없다. 승패는 확실히 정해져 있었다.

"……"

미코토의 뇌격에 창에 감전된 라이엘은 한순간 비명을 질렀지만. 고개를 숙이고 있는 자세 그대로 왠지 멍하니 있었다.

"…지마"

라이엘은 잠시, 지옥의 밑바닥 같은 깊고 어두운 목소리로 중얼거리더니

"웃기지마! 웃기지말라고 이 썩을년아!! 뭐야!? 이 미적지근한 전격은!? 앙? 성인은 커녕, 보통 사람도 이따위 전격엔 안죽는다고 이 젖비린내 나는 썩을 꼬맹이야!!"

"……!!"

미코토가 발사하는 뇌격의 창은 보통 10억 볼트의 전격. 당연히, 발사되는 동시의 주변의 공기를 오존으로 분해하며 날아가는 일격필살의 전격이다.

인간의 몸 따위가 견딜 수 있을리가 없다. 아니, 인간의 몸이라는 형체조차 남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볼트(전압)이 아무리 높다고 해도, 암페어(전류)가 낮다면 그만큼의 전기량을 만들어낼 수 없다.

의식적으로, 무의식적으로, 미코토는 일부러 암페어(전류)의 양을 한없이 낮춰, 인간의 목숨을 뺏을만한 전기량을 만들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미코토는 라이엘을 '기절시킬' 목적으로 전격의 창을 발사했었던 것이다.

그것이, '성인'의 내구력에는 기별도 가지 않을 정도의 공격이고, 그것이 라이엘의 프라이드를 자극해 오히려 매우 크게 화를 낼 줄은 몰랐지만.

"흡혈귀고 나발이고 이 섬 통째로…!"

거의 폭주하다 시피, 라리엘이 그 감정을 통째로 발산하려던 순간

짝. 하고 매마른 소리가 울렸다.

"오, 오빠…"

라이엘은 왼손으로 자신의 뺨을 어루만지며, 그 뺨을 때린 카리엘을 올려다봤다.

그 모습을 본 버드웨이는 살짝, 저것으로 뇌공(雷工)의 갑옷이 발동하여 카리엘이 죽지는 않을까 기대했지만, 아무래도 별도의 설정이 되어있는듯 했다.

"그런 상스러운 말. 분명 하지 말라고 했을텐데"

"히, 히이익!"

버드웨이나 카미조 일행이 있는 쪽에서 카리엘의 표정이 보이지는 않지만, 그 얼굴을 올려다본 라이엘은 그런 소리를 내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러더니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망가진 인형에서 나오는 오르골처럼, 겁에 질린 표정으로 입만은 억지로 웃으며 양 손바닥을 마주댄체 필사적으로 빌고 있었다.

"라이엘. 돌아가면 확실히 벌을 줄테니 반성하고 있어"

카리엘의 그 말에, 라이엘은 끄덕끄덕. 머리가 아파보일 정도로 크게 끄덕였다.

그리고 그런 모습이 어느정도 만족스러운지, 카리엘은 자신도 끄덕이더니 버드웨이와 카미조 일행이 있는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그렇게 됬으니"

그리고 중국권법같은 자세를 잡으며,

"슬슬 돌아갈 준비를 해야겠어"

**

액셀러레이터는 막연히 가슴속의 '갑갑함'을 지표로, '성인'이 나타났다는 곳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런데, 뭔가 주위를 뱅뱅 도는것 같은데"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옆에서 날아오는 페이커가 그렇게 말했다.

"……"

하지만, 주변에서 '마술'을 사용했을 경우 느끼는 액셀러레이터의 '갑갑함'으론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수 없었다.

러시아에서 그 꼬맹이를 구했을때의 호흡법의 느낌을 기억해낸다. 마음같아서는 그것을 한번 더 하여, 확실한 '위화감'을 찾아내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그것은 신체에 무리가 간다. 

'마술'측의 '핵폭탄'이라는, 전력을 모르는 녀석들을 상대로 전투를 해야할 때, 그런 리스크를 짊어질 수는 없다.

게다가, 그 망할 사람좋은 놈하고 찌질이는 전화조차 받지 않는다. 아무래도, 전투중인것 같았다.

"이봐 1위, 뭘 찾는지 이야기라도 해주면 좋을거 같은데"

뭔가 이제는 짜증난다는 식으로, 건방지게 물어본 페이커에게

"'마술사'라는 놈들이 싸우고 있는 장소를 찾고 있어"

액셀러레이터는 의외로 솔직하게 대답해주었다.

그리고 그 모습은 페이커에게도 의외였는지, 페이커는 '음…' 이라고 소리를 내더니

"무언가, 단서라도 있는거야?"

"…적어도, 나는 그 주변에서 '마술'이란것이 발동되면 무언가 답답한 느낌이 들어. 그것을 지표로 찾고 있어"

"응?"

페이커는 어라? 라고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그럼 저쪽"

진행방향의 왼쪽을 손가락으로 가르켰다.

"…장난하냐 쫄따구"

"아니 아니 아니. 농담 아니니까 목에 손 올리지마. 내 능력 연결 끊지마. 일단 이야기를 들어봐 OK?"

"해봐"

"아니 그, 뭐랄까 그냥 막연히 숨쉬는게 조금 괴로울 정도의 갑갑함이 느껴지기는 하는데, 방향으로 따지면 저쪽이거든"

"……안내해"

"넵…"

의심스럽다는듯. 얼굴을 찡그리는 액셀러레이터의 표정뒤로 '아니면 죽는다' 하는 의지를 느끼며, 페이커는 자신의 '갑갑함'을 찾아서 이동했다.

"뭔가 이 주위, 사람이 하나도 없는데"

버드웨이가 사용한 사람 물리기의 술식 덕분이지만, 마술에 조예가 깊지 않은 페이커나 액셀러레이터가 그런 이유까지 알리는 없었다.

다만, 이곳이 무언가 '이상하다' 라는 정도의 간단한 느낌.

"!!"

순간 번쩍- 하고 한블록 너머에서 벼락이 떨어지는것 같은 빛과 굉음이 들렸다.

액셀러레이터는 목에 있는 전극의 초커를 키며, 등뒤에서 회오리 같은 모양의 날개를 만들어 날아가고, 페이커는 그 뒤를 따라 공기의 발판으로 날아갔다.

순식간에 도착한 그곳엔 익숙한 얼굴의 레벨 5(초능력자)나, 그 망할 사람좋은 녀석이나, 찌질이가 있었고, 무언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기는 남자와 대치하고 있었다.

상황에 대한 정보를 모으거나, 무언가 생각을 할 겨를도 없었다.

그 심상치 않은 분위기의 남자는, 액셀러레이터 자신이 '속죄'하겠다고 다짐한 그 녀석들의 오리지널. 미사카 미코토와 대립하고 있었다.

그 사실만으로 충분했다.

액셀러레이터는 그 회오리 같은 날개는 가속시켜, 순간시속 1000km의 말도 안되는 속도로 날아가, 그 운동량의 벡터를 한점으로 모아 그 남자를 걷어찼다.

동시에 마른 하늘에서 벼락이 내리쳤다. '벡터변환'을 사용했어도, 그 벼락은 완전하게 반사하지 못하고 액셀러레이터의 온몸에 지릿지릿한 감전효과를 남겼다.

벡터의 방향성과 위력을 조종한 그 일격은 평범한 인간은 커녕 티타늄합금으로 도배를 하다시피 한 핵방공호도 일격에 날려버릴 위력이었지만

"흠"

자신의 왼팔을 올려, 그 남자. 뇌신(雷神)의 오른팔 카리엘은 그 발차기를 한손으로 받아냈다.

그리고 그 울퉁불퉁한 오른 주먹을 들어, 액셀러레이터의 허리에 주먹을 꽃아넣었다.

"카,학!"

그대로, 액셀러레이터의 몸이 콘크리트 바닥에 내팽겨쳐진다.

(역시나 온전한 반사가 되질 않아. '성인'이란 녀석도 결국 '마술사'인가)

자리에서 일어난 액셀러레이터는 퉷. 하고 입에 고인 피를 뱉었다.

액셀러레이터의 능력으로 위력을 대폭 줄이기는 했지만, 원하는 방향으로 완전한 반사가 되지 않았다.

여태까지와 마찬가지. '마술'이란 카테고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액셀러레이터는 '마술'을 반사하지 못한다.

"뭐야, 결국 너도 왔잖아!"

"방해되니까 저리 꺼져"

그렇게 기쁜듯이 말하며, 카미조가 액셀러레이터를 향해 달려왔지만, 액셀러레이터는 일갈했다.

"장난을 칠 여유는 없을텐데"

"!!!"

카리엘의 목소리는 카미조나 액셀러레이터의 시선보다 훨씬 아래에서 들려왔다.

순식간에, 거의 텔레포트라고 생각될 정도의 스피드.

조금만 더 내려가면 턱이 바닥에 쓸릴것이라고 생각될 정도의 낮은 자세 그대로, 카리엘이 오른 주먹을 뻗는다.

​"​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이미 카미조는 카리엘의 목소리가 들린 시점에서, 필사적으로 옆을 향해 뛰었다. 그것으로 카리엘의 주먹 그 자체는 피했지만, 카리엘이 주먹을 지르는 순간. 그 주위에서 일어난 방전까지는 피하지 못했다.

"마술따위 쓰지 않아도, 네놈들 상대는 충분해"

"우,그윽!?"

피했다고 생각한 카미조의 몸에 쿵! 하고 엄청난 충격이 날아왔다.

오른손으로 정권을 지른 그 자세에서, 카미조가 몸을 날린 그 방향으로 몸을 돌려 등으로 가격한것이다. 카미조의 기억대로라면, 무언가 게임같은 곳에 자주 나오는 철산고 라는 이름의 기술이었다.

마치, 후방의 아쿠아의 거대한 철 메이스에 맞은것 같은 느낌.

단 한방으로, 내장기관이 전부 뒤틀리는 듯한 기분나쁜 느낌을 받으며 카미조는 10M는 족히 날아갔다.

"그 잘난 '성인'이라는 힘을 보여달라고!"

오른쪽의 고수. 왼쪽의 독수.

인체의 전기신호를 조작하거나, 혈류를 거꾸로 돌려 사람을 죽이는 액셀러레이터의 손이, 언뜻 보기에 무방비해 보이는 카리엘에게 뻗어진다.

"흠"

하지만 무방비라고 여겨졌던 카리엘은 군더더기 없는 모션으로 왼팔의 팔꿈치를 액셀러레이터의 관자놀이에 찍어넣는다.

단순히 성인의 신체. 라는 것이 아니었다.

달인의 경지에 달한 권법에, 성인의 내구력과 힘이 추가된다. 마치 관성이 없는 것처럼, 벡터를 조종하는 액셀러레이터처럼, 카리엘의 움직임은 하나하나가 부자연스러웠다.

원래라면, 육체를 이용한 공격후, 다음 공격까지 어느 정도의 빈틈이 생기는것은 당연하다. 권법에는 연결동작이 있고, 그것은 빈틈이 된다. 하지만 카리엘은 그 빈틈을 일부러 없애듯이, 성인의 힘으로 억지로 육체를 움직인다.

비명소리도 못내고 액셀러레이터는 다시 날아갔다.

단순한 물리공격이라면 반사가 가능하겠지만, 카리엘의 공격은 평범한 주먹이 아니다. '바쥬라'라는 이름의 술식을 독자적으로 개발하여, 술식 자체를 물리데미지를 주는 전격으로 바꿔낸 타격이다.

말하자면, '물리적인 힘'과 '마술' 그 양쪽 속성을 가지고 있는 카리엘의 공격은 '이능'을 지우는 카미조에게도, '공격을 반사'하는 액셀러레이터에게 유효한 공격이었다.

(망할… 방금 공격으로 뇌진탕이…)

물론, 순수한 카리엘의 타격이 관자놀이에 찍혔다면 액셀러레이터는 즉사했을 것이다.

하지만 '마술'이라도 어느 정도의 반사는 통한다. 대폭 약해진 타격이지만, 맞은 위치가 위치다보니 액셀러레이터는 순간적인 뇌진탕이 발생하여 자리에서 일어날 수도 없었다.

"!"

번쩍-! 하고 미코토의 머리에서 뇌격의 창이 발사됬다.

아무리 카리엘이 권법의 달인이고, 성인의 신체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전격은 빛의 속도.

미코토에게 집중하고 있지 않은 카리엘이 피할 수 있을리 만무하였고, 그 뇌격의 창이 카리엘의 몸에 클린히트했다. 하지만

"조금 따가운 정도군"

정말 조금도 데미지를 입지 않은 카리엘은 그렇게 말하며, 멀리 있는 미코토에게 주먹을 뻗었다.

하지만 바로 그 직전, 파워드 슈트를 입고 있는 하마즈라가 억지로 뒤에서 미코토를 껴안은채로 슬라이딩하여, '바쥬라' 술식은 빗나갔다.

"흠"

카리엘은 무력화된 카미조와 액셀러레이터를 번갈아 보더니

"역시, 너는 여기서 죽어줘야겠어"

그 커다란 발을 천천히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