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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ker


원작 |

두 번째 이변 1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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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어느 곳에서든, 자신의 신체를 이용하여 타격을 주는 권법엔 발경법이 존재한다.

조금이라도 더 강하게. 조금이라도 더 빠르게 주먹을 뻗기 위해서, 방법은 조금씩 달라도 신체를 회전시켜 파괴력을 높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팔극권의 발경법은 특이하게도 회전력이 아닌 반발력을 이용한다. 흔히 말하는 진각. 전진을 하는 동시에, 땅을 쿵! 하고 굴르면서 강제로 정지함으로서 반발력을 얻는다.

진각은 단순히 타격의 데미지를 올리기 위한 발경법에 불과하다. 비유하자면, 활을 쏘기 위해 활 시위를 당기는 행위와 마찬가지.

하지만, 무술의 달인이 타격을 배제하고 내려찍는 진각은 일격필살의 찍어차기와 ​마​찬​가​지​다​. ​

카리엘이 그 커다란 발을 들어, 사람의 머리 정도는 가루를 만드는 진각을 흡! 하는 숨소리와 함께 행하는 동시에,

"!?"

기이이이이잉!! 하는 귀울림과 함께 카리엘의 평형감각이 무너진다.

그 덕분에 카리엘의 진각은 사람의 머리에서 3cm 정도 옆. 콘크리트 바닥을 쩍! 하고 부서트렸다.

카리엘은 얼굴을 찡그리며, 엉망이 된 평형감각을 무시한채 억지로 크게 뒤로 뛰어올랐다.

그리고 주륵, 하고 카리엘의 귀에서 붉은색의 혈액이 흘러내렸다.

"진짜 죽일 작정으로 한건데… 아니 그것보다, 당신 인간이라는 종의 카테고리에 들어가긴 하는거야?"

16세 정도로 보이는 소년.

눈썹이 보일 정도로 짧게 깎은 앞머리. 그리고 대조적으로 그 외는 아무렇게나 기른듯한 흑발에, 검은색 바탕에 하얀색 눈이 그려져 있는 조그마한 주사위 모양의 피어스를 하고 있었다.

"죽이려면 그쪽의 레벨 0(무능력자)나 죽이라고. 1위가 죽으면 내가 곤란해진단 말이야"

학원도시 제 6위의 레벨 5(초능력자) 페이커는, 공격을 당한 카리엘보다 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큭, 넌 어디서 뭘 하고 있던거냐?"

"응? 구경하고 있었는데? 마술이라는거, 진짜 신기하네"

아직도 머리가 울리는듯, 한손으로 얼굴의 반을 가리고 있는 액셀러레이터가 그렇게 묻자, 무슨 이상한 질문을 하냐며 페이커는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이런 영문도 없는 싸움에 말려드는건 사양이야. 나한테 무슨 이득이 된다고?"

페이커는 합리주의자다. 그것도, 지독한 합리주의자다.

학원도시의 다른 레벨 5(초능력자) 보다 열등한 그가, 암흑의 5월 계획이라는 학원도시의 '어둠'의 일부였던 그가, 지금까지 목숨을 부지한채 돌아다닐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성격이 많은 영향을 끼쳤다.

적어도, 페이커는 그렇게 확신하고 있다.

"네놈…!"

훅, 하고 카리엘은 페이커를 향해, 공중에 주먹을 지른다.

'물리적인 힘'과 '마술'의 속성을 가지고 있는 카리엘의 '바쥬라' 술식이 담겨진 주먹.

그리고 그 공격은 '바쥬라' 술식에 담겨져 있는 '이능'을 지우지도, '반사'를 하지도 못하는 페이커에게는 스치기만 해도 온몸이 스펀지처럼 날아갈것이다.

"엇차"

하지만 페이커는 카리엘의 주먹이 뻗어지기 전, 능숙하게 텔레포트 하여 피했다.

"여태까지 재미로 구경한건 아니거든"

다른 능력자의 퍼스널 리얼리티(자신만의 현실)을 해석하고 훔칠 수 있는 페이커는 학원도시에 있는 그 누구보다 '정보의 관찰'이 탁월하다.

소수의 정보만으로도 대략적인 '느낌'을 해석할 수 있는 페이커에게 있어서는, 저 성인남매의 밑천은 대부분 들어난셈이었다.

"자세한건 모르겠지만 그 '성인'이라는 녀석들도 진공상태는 버티지 못하나 보네. 아마도, 지금 뱃속이랑 머릿속이 엉망이 되지 않았어?"

복수의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페이커이기에 가능한 공격.

대상을 축으로, 그 주위에 동그랗게 막을 친뒤, 그 안에 있는 기체들을 여러번에 걸쳐 밖으로 텔레포트 시킨다.

그 주위는 순간적으로 기압이 낮아져 진공상태가 된다. 능력의 막이 버틸 수 있는 시간은 몇초 되지 않지만, 그것만으로 진공상태에 놓여진 생물은 대기압의 영향에서 벗어나 안에서 밖으로 터져 죽는다.

솔직히, 이렇게 복잡하게 능력을 쓸 빠에 그냥 대상의 머리나 목, 척추에 아무거나 적당한 물건을 텔레포트 시켜 밀어내는 것이 더 간단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 기술은 점점 자신의 능력이 통하지 않게 되는 ​E​q​u​.​D​a​r​k​M​a​t​t​e​r​를​ 상대하기 위해 페이커가 고안한 기술. 처음부터, 텔레포트가 통하지 않는 상대를 전제로 하여 만들어진 기술이다.

그리고 여태까지 라이엘이나 카리엘의 내구력을 '관찰'한 페이커는, 이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 판단했다.

그 공격은 확실히 유효했다. 진공상태는 일종의 '현상'일 뿐이기에, 그것이 공격이라고 판단하지 못한 뇌공(雷工)의 술식이 저격하지 못했던 것이다.

"큭…"

페이커의 말대로, 지금 카리엘의 머릿속은 엉망진창이었다.

목숨을 빼앗으려면 지금이 최적. 하지만, 페이커는 '뭐, 내버려두면 알아서 죽겠지' 정도의 마인드로 카리엘을 무시했다. 그러더니

"여, 3위"

자연스럽게 미코토의 앞으로 텔레포트했다.

"뭐, 뭐야!?"

"아니 저기, 그냥 궁금해서 그러는건데"

당황해 하는 미코토를 두고, 페이커는 그 미코토의 눈을 쳐다보면서

"너가 사용할 수 있는 전격은 저 정도 레벨이 아니잖아. 마음만 먹었으면 아까의 일격으로 죽일 수 있었을텐데 왜 안죽였어? 한번도 아니고, 두번씩이나"

"뭘 그렇게 당연하다는 듯이 사람을 죽이라고 하는건데!?"

"응?"

뭔가 자신에게 화를 내는 미코토에게, 페이커는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뭐야 너, 지금 자신의 손을 더럽히기는 싫다고 하는거야?"

"무,뭐?"

"하아… 새장속 공주님이구만"

눈을 ㅡㅡ 모양으로 만들며, 미코토를 향해 한숨을 쉬었다.

"학원도시에 있는 7명의 레벨 5(초능력자)는, 전부 학원도시의 '어둠'에 연관되있어. 그리고 그 녀석들중 제 정신인 녀석은 없다고, 너도 어느정도 이해는 하고 있을텐데"

그리고

"그게 너만 예외라고 생각한거야?"

"……무슨, 소리야?"

"레벨 6 시프트 실험(절대능력자 진화 실험)을 모르고 있진 않을거 아냐"

흠칫. 미코토의 어깨가 떨렸다.

"…그 실험은 중지됬어. 토우마가 멈춰줬다고…"

"그건 나도 알고 있어. 근데, 너는 아무래도 자신의 클론이 만들어진 이유를 '실험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태어난' 녀석들이라고 생각하고 있는거 같은데"

그리고 페이커는 미코토가 눈치채고 있지 못하는, 아니, 어느 정도 망가진 녀석들만 생각할 수 있는 사실을 말한다.

"그게 '너의 대신'이었다고는 생각하지 못하는거야?"

"……뭐?"

"너의 대신에 1위의 실험에 강제로 이용됬다. 너의 대신에 죽었다. 그리고 지금도 너의 대신에 꽤나 더러운 임무들을 해결하고 있지. 그런데, 정작 본인은 그 일은 다 끝났다면서 자신의 손을 더럽히기를 싫어한다니"

페이커는, 광대처럼 기괴하게 웃더니 말한다.

"이 위선자가"

"큭!"

하지만 미코토는 자신의 혀를 잘라내는듯한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 너의 말도 맞겠지. 하지만 그건 내가 평생 속죄해야할 일이고, 그것이 내가 살인을 해야하는 이유로 직결되지는 않아!"

"푸하하하핫!!"

"……?"

(이 녀석의 성격상 정신이 부서질거라 생각했었는데)

재밌는 대답을 들었다는듯, 배를 잡고 웃던 페이커는

"너, 꽤나 마음에 드는데"

살짝 미코토의 얼굴을 만졌다.

"뭐, 뭐뭐뭐뭐뭐야 넌 대체!?"

그 행동에 미코토는 기겁을 하고 그 손을 떨쳐냈지만, 그 접촉만으로 충분했다.

파지지지직! 페이커의 몸 주변에서 전류가 흘렀다. 미사카 미코토의, 제 3위의 능력을 훔친것이다.

"그럼 받은만큼 일을 해보실까"

전류를 뿜고 있는 페이커를 본 카리엘은 쿨럭, 하고 입안에 고인 피를 토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

어느정도 회복이 된것인지, 아까보다는 편한 얼굴을 하고 있는 카리엘은 그 입가에 묻은 피를 손등으로 훔치더니, 정장 주머니에 손을 넣어 무언가를 꺼냈다.

주머니에서 나온 직사각형의 네모난 철덩어리는 마치 손잡이를 뺀 망치와 같았다.

카리엘은 창던지기 선수처럼, 자세를 크게 잡고 그것을 던지면서 말했다.

​"​M​j&​o​u​m​l​;​l​l​n​i​r​(​토​르​의​ 망치)"

페이커는 날아오는 철덩어리를 아무 생각 없이 텔레포트로 피했다.

하지만 무언가가 날아오는 듯한 소리는 계속해서 커졌고, 이상하다고 느낀 페이커가 고개를 뒤로 돌리자

"!?"

철덩어리는 마치 유도탄처럼, 자석처럼 방향을 바꿔 페이커를 향해 계속해서 날아왔다.

"이, 이거 설마!"

"묠니르야! 던지면 반드시 명중한다는, 북유럽 신화의 토르가…"

"이건 너무 유명해서 나도 알고 있거든!!"

인덱스의 설명을 자르며, 페이커는 계속해서 텔레포트로 묠니르를 피하고 있었다.

"Перун(그 속도는 페룬과 같다)"

카리엘의 그 불길하고도 낮은 음색에 페이커는 등골이 쭈삣 서는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막연하게 느껴지는 불안감. 그 불안감에, 페이커는 필사적으로 붉은색 슈트를 입은 ​E​q​u​.​D​a​r​k​M​a​t​t​e​r​와​ 싸울때의 느낌을 억지로 떠올렸다.

순간, 다시 어질거리는 현기증을 느끼며 뇌속으로 주변의 모든 정보가 들어오는 것이 느껴진다.

이 느낌은, 이것으로 세번째다.

액셀러레이터의 능력을 훔칠때 한번.

붉은색 슈트를 입은 ​E​q​u​.​D​a​r​k​M​a​t​t​e​r​와​ 싸울때 한번.

그리고, 그때와는 다르게 자신의 의지로 발동한 지금.

(그래, 알겠어. 알겠다고!!)

페이커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여태까지 느끼고 있던 의문이, 풀린것이다.

(액셀러레이터의 능력은 '벡터 변환' 따위가 아니야. 그것은 일종의 부가효과일뿐. 진짜는 그 이름인 ​액​셀​러​레​이​터​(​입​자​가​속​장​치​)​ 처럼, 법칙을 포함한 모든 정보를 해석, 역산할 수 있는 능력이야)

엉켜있던 실타래의 한 부분이 풀려, 엉켜있던 모든 부분이 풀리는 것처럼 계속해서 페이커는 깨달았다.

(액셀러레이터의 능력을 훔치지 못하고 뇌가 오버히트 하는게 당연하지. 그 능력의 편린을 얻은것 만으로도, 얼마 안되지만 이 주위에 있는것의 모든 정보가 들어와. 아니, 그 정도가 아닌가? 공기 분자 하나하나의 움직임까지 예측할 수 있어. 이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을 계산할 수 있는 액셀러레이터의 역산능력과 나의 해석능력이 더해진다면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가능해. 단순한 예측의 범주를 넘어 '한없이 미래에 가까운' 결과를 볼 수 있는거야!)

석고로 굳힌 얼굴처럼, 계속해서 웃는 표정인 페이커는 가볍게 고개를 왼쪽으로 돌렸다.

그리고 동시에, 번쩍! 하는 섬광과 함께 페이커의 머리가 있었던 부분에 카리엘의 주먹이 꽃혔다.

아니, 꽃힌게 아니라 문자 그대로 '그곳에 나타났다'

적의 목숨을 확실히 뺏을때 까지 적을 쫓아가는 묠니르.

그리고, 자신의 몸 자체를 번개로 바꿔 빛의 스피드로 바꾸는 페룬의 술식.

거기에 카리엘의 달인의 무술실력이 합쳐진다면, 대인전에서 카리엘을 상대할 수 있는 자는 없을것이다.

하지만 묠니르도, 카리엘의 빛의 주먹도, 페이커에게는 닿지 않았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핫​!​!​ 보여! 보인다고! 그 빌어먹을 마술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네 녀석 몸 자체가 번개가 되어 움직이는게 뻔히 보인다고!!"

(액셀러레이터를! 제 1위를! 계속해서 '관찰'한다면, 나는 진정으로 그 1위조차 도달하지 못한 '레벨 ​6​(​절​대​능​력​자​)​'​로​ 진화할 가능성도 있어! 이용해주지, ​이​용​해​주​겠​다​고​!​!​)​

아마. 지금의 이 때를 다시 한번 경험한다고 해도 눈치채지 못했겠지만, 단순히 희망적인 관측이겠지만, 이때의 페이커가 가장 중요한 그것을 눈치챘었다면, 이야기는 또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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