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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ker


원작 |

세 번째 이변 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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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우주산업을 전문으로 운용하며, 유일하게 국제공항이 건설되어 있는 제 23학구는 학원도시의 다른 학구보다도 이질적인 곳이다.

어떠한 상황이라도 일반 학생의 출입이 금지되어 있으며, 실수로라도 출입할 경우 고레벨의 정신 능력자에게 기억을 지워져야지만 밖으로 나갈 수 있을 정도로 철저하게 관리되고 있다.

현대 전쟁에서 가장 큰 영향을 끼친다는 전투기를 만드는 곳이며, 일반적인 스텔스기의 차원을 넘어서 학원도시의 기술이 투입된 전투기가 생산, 보관되는 곳이니 그 위험도는 안티 스킬의 훈련장이자 폭발물이나 신 병기를 실험하는 제 2학구와는 비슷하지만, 확실한 차이가 있었다.

페이커와 쿠로요루는 제 23학구에서도 가장 경비가 삼엄한 전투기 보관소에 서 있었다.

"안 본 사이에 꽤 여러 능력을 훔쳤나 보네"

쿠로요루는 지긋지긋하다는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그 중에서도 쓸만한건 몇개 안되지만"

그런 말을 하는 페이커의 옆에는 전투기 조종사 복장의 남자가 서 있었다.

산소 마스크가 달려있는 헬멧을 쓰고 있는 남성의 얼굴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 눈은 마치 빈 깡통처럼 멍한 눈빛이었다.

페이커가 손짓을 하자 남자는 뚜벅뚜벅 걸어갔다. 페이커와 쿠로요루가 보이지 않는다던가 하는게 아니라, 실에 달린 인형처럼 움직인다.

페이커와 쿠로요루는 그 남자를 뒤따라 걸어간다. 전투기 조종사 복장의 남자는 능숙하게 눈 앞에 있는 검은색의 커다란 폭격기에 탑승했다.

HsB-02

본래라면 적의 공격에서 벗어날 수 없는 폭격기의 결점을, 적이 발사하는 미사일을 따돌릴 정도의 가공할만한 속도로 극복한 기체.

평균 시속 7000km, 최대 시속 10000km를 자랑하는, 학원도시의 말도 안되는 과학력을 단편적으로라도 알 수 있을만한 괴물이다.

"이 녀석을 타고 가면 대충 30분 이면 도착하겠지"

"…기분나쁜 녀석"

HsB-02는 이륙할 준비가 완료되었다는 표시의 굉음을 내며, 그 운송고의 해치를 열었다.

쿠로요루는 페이커를 따라 들어가며 말했다.

"그래서? 저 조종사는 죽일거야?"

"괜히 원한을 만들만한 일을 해서 좋을것도 없지. 그냥 기억만 지워서 돌려보낼거야"

레벨 4(대능력)의 마인드 ​컨​트​롤​(​심​리​조​종​)​.​

그 이름대로, 사람의 정신에 간섭해 그 정신을 조종할 수 있는 능력.

무척이나 효율적이라고 느껴질만한 능력이지만, 기본적으로 고레벨의 능력자는 자신의 몸 주위를 떠도는 미약한 힘의 필드인 AIM확산역장에 의해 동급의 힘을 가진 정신제어 능력은 통하지 않는다. 심지어는 능력의 상성이 안맞아 조건이 맞는다면 저레벨의 능력자도 정신능력의 간섭은 막아낼 수 있다.

이런 제약이 따르니 사실상 항상 레벨 4(대능력자) 이상의 능력자와 싸우게 되는 페이커는 마땅히 사용할만한 일이 없는 능력이지만, 외부의 인간이라던지 학원도시의 초능력 커리큘럼을 받지 않은 일반인에게는 매우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기에 훔친 능력이었다.

말하자면, 일반인을 상대할때나 쓸 수 있는 계륵같은 능력이다.

"그 1위가 잘도 아무말 없이 보내줬군"

쿠로요루가 말했다.

"뭐, 그 편이 합리적일테니까"

러시아로 가겠다고 정한 다음 날. 페이커는 액셀러레이터의 집에 찾아가 그를 설득했다.

어째서 그럴 필요가 있냐고 물어본다면, 아주 만약의 혹시라도 러시아에서 활동할때 자신의 능력이 봉인된다면. 그리고 그 상황이 절체절명의 상황이라면. 페이커는 아무도 모르는 외지에서 허무하게 죽을것이다. 그것에 대한 예방이었다.

「네 쪽도 '마술'이란 학원도시 외부의 능력에 대해 완전히 파악하고 있지 않겠지. 그렇지 않아? 자랑은 아니지만 나는 정보의 해석능력은 뛰어나서 말이지. '마술'로 인해 일어난 세계 3차 대전의 중심지였던 러시아에 간다면 무언가 알아낼 수 있을것 같은데. 너의 그 검은 4장의 날개. '마술'도, '초능력'도 아닌 그것에 대해서도」

액셀러레이터를 설득한 말은 말 그대로 직구였다.

조금도 이야기를 돌리지 않고, 사실만을 고했다.

어설픈 거짓말로 액셀러레이터를 속이려고 하는 것 보다는 이것이 훨씬 합리적이며, 자신이 원하는 정보는 곧 액셀러레이터가 원하는 정보므로 액셀러레이터가 페이커를 막을 이유는 전혀 없었다.

그 예상대로, 서로 핸드폰의 번호를 교환해 주기적으로 정보를 교환하자는 의견만 남겨두고 액셀러레이터는 별다른 말은 하지 않고 페이커를 보내줬다.

"어때. 전쟁의 냄새가 나?"

"알까보냐"

쿠로요루는 페이커의 말에 퉁명스럽게 대답하고, 자리에 앉아 벽에 매달려 있는 검은색의 고무밴드 비슷한 것으로 자신의 몸을 고정시킨다. 그리고 페이커도 쿠로요루와 똑같이 자신의 몸을 고정시켰다.

시속 7000km의 기체 안에 있으면 엄청난 진동이 느껴지므로,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하는 것이 현명하다.

우우우우우웅ㅡ 하는 소리와 함께, 보관소의 문이 열리고 활주로가 보인다.

그리고 학원도시제 폭격기. HsB-02가 그 활주로를 따라 가속하기 시작했다.

"그럼 30분동안 잠이나 잘까"

아직 공중에 뜨지도 않았음에도 느껴지는 엄청난 진동을 느끼며, 페이커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

러시아의 한적한 시골.

가뜩이나 눈이 자주 내리는 러시아에서도, 유난히 눈이 많이 오는 지역이었다.

그래도 사람이 모여 살고 있는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평범한 집이 한채 있었다.

그리고 그 집 앞의 현관문에서, 내리는 눈을 맞으며 한 남자가 서 있었다.

남자의 모습은 이 추운 러시아와는 맞지 ​않​았​다​. ​

남자는 붉은색의 머리카락에, 붉은 색을 기조로 한 정장같은 얇은 입고 있었다. 러시아가 아닌 평범한 날씨를 가진 나라에서의 가을옷에 해당하는 옷이다.

단순히 추운 문제가 아니라, 러시아의 추위에서 이 정도의 눈을 맞고 있다면 순식간에 동상에 걸릴 수도 있을 만한 행색이었지만, 남자는 마치 추위를 느끼지 않는듯. 가만히 서 ​있​었​다​. ​

너무나 눈에 띄는 특징이 많은 남자였지만, 그 이외의 커다란 특징이라고 한다면, 어깻죽지부터 통째로 오른팔이 없다는 것 정도다.

딸칵. 하고 현관문이 열리더니, 안에서 금발의 남자가 나왔다.

엷은 물색의 티셔츠 위에 베이지 계열의 조끼를 입고 있는 이 남자의 복장도, 지독하게 러시아의 날씨와는 맞지 않아보였지만, 이쪽도 그런 추위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듯 했다.

"또 그 생각을 하고 있어?"

"……"

붉은색의 남자는 대답하지 않는다.

금발의 남자는 '후…' 하고 한숨을 쉬고, 자신의 뒤통수를 긁으며 말했다.

"이제 슬슬, 네가 알고 있는 것을 말해줬으면 좋겠는데. 피암마"

우방의 피암마.

세계 제 3차 대전을 일으킨 장본인이자, '세계를 올바르게 바꾼다' 하는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 방법에 있어서 실패한 남자.

결국 그의 계획은 학원도시의 평범한 레벨 0(무능력자)에게 저지되었고, 갑자기 나타난 아레이스타에 의해 그 오른팔까지 잘려졌다.

"……"

금발의 남자의 말에도, 피암마는 계속해서 입을 굳게 닫고 있었다.

"후, 오늘도 안되나"

금발의 남자는 안타깝다는 표정과 음색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러자, 다시 한번 현관문이 열리더니 이번엔 금발의 여자가 나왔다.

깊은 색의 실용적이고 두꺼운 소재의 자켓과 바지. 그리고 그 위에 작업용에 앞치마를 걸친 여자는 마치 영국 시녀같은 분위기였다.

다만 이마 위에 있는 라이더용 고글이 그 분위기를 망치고 있었다.

마치 남자의 말을 듣고 나왔다는 듯한 타이밍으로 문을 열고 나온 여자도 금발의 남자. 그리고 피암마와 마찬가지로 러시아의 날씨와는 맞지 않는 복장이지만, 그다지 추워보이지는 않는다.

여자는 문을 열고 나오자마자, 금발의 남자의 어깨를 툭, 치고 말했다.

"신의 오른쪽 자리에서, 그 우방을 담당하는 자가 오른팔을 뺏긴거야. 죽음 이상의 굴욕이었겠지"

"사고에 의한 충격으로 인한 일시적인 실어증…"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재확인하듯. 금발의 남자는 누가 들으라 하는 말이 아닌, 자신에게 말하듯 중얼거렸다.

"재촉한다고 해결되는건 아니야. 시간이 문제니까, 그 때까지 이 곳에서 평범하게 지내면 되겠지"

"하지만 이쪽도 슬슬 한계…"

"쫑알쫑알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 남자가 말이야! 가끔은 여유를 보여야지 앙!? 언제까지 내가 밤에 혼자서 징징대고 있는 널 돌봐줘야 되는거야 올레루스!!?"

"헉, 실비아!? 언제부터 알고 있었어!?"

올레루스라고 불린 금발의 남자.

일찍이 마신(魔神)이 되었어야 할 그 남자는, 여자가 여태까지 숨겨왔던 자신의 비밀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는듯 했다.

"한 3년 전쯤에"

"웃"

실비아라고 불린 금발의 여자는 "뭐 그런건 아무래도 좋으니까" 라며, 올레루스가 무슨 말을 하기 전에 잘라냈다.

"멍청한 바보 자식아. 이왕 이렇게 된거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초조해 하지 말고 좀 편히 쉬란 말이야"

"……"

그리고 실비아는 아직도 눈을 맞고 있는 우방의 피암마를 힐끗 보며, 올레루스에게 말했다.

"스프가 다 됐어. 일단 안으로 들어가자"

**

HsB-02는 30분도 채 되지 않아 러시아의 상공에 도착했다.

계속해서 몸을 압박하던 진동에도 잠들어 있던 페이커는 진동이 없어진다는 변화에 눈을 떴다.

격벽 너머에서 잠을 자고 있던 페이커가, 누가 깨우지도 않았음에도 잠에서 깬건 7000km 로 비행하던 HsB-02의 속도가 겨우 비행이 가능할 정도로 느려졌기 때문이다.

"도착했나보네"

페이커가 마인드 ​컨​트​롤​(​심​리​조​종​)​으​로​ 조종사에게 심어놓은 명령은 러시아에 도착한후 감속. 그리고 보관고에 타고 있는 두 명의 사람이 내리면 다시 학원도시로 돌아가라. 라는 간단한 명령이었다.

그렇게 말한 페이커는 자신의 몸을 고정하고 있던 검은색의 고무밴드 비슷한 것을 ​풀​었​다​. ​

쿠로요루는 그런 페이커의 모습을 보며 자신도 그 고무밴드를 풀면서, 페이커에게 말했다.

"그래서? 400억엔짜리 폭격기를 어디에 세울건데?"

"응? 무슨 소리 하는거야 쿠로요루?"

그렇게 말하는 페이커는 어디서 구해왔는지, 학생들의 책가방 만한 네모난 무언가를 등에 매고, 그 가방에서 나온 고무밴드를 자신의 팔과 다리에 묶고 있었다.

그 가방이 무엇인지는, 아무리 눈치가 없는 사람이라도 알 수 있을것이다.

지금은 고도 3500M 이상의 상공. 게다가, 그 곳에서 내릴 사람이 매고 있는 가방이란ㅡ

그 물건의 정체를 깨달은 쿠로요루는 순식간에 창백한 얼굴이 되더니 말했다.

"…아니 잠깐. 설마 하지만… 아니, 자, 잠깐만. 야"

얼굴을 새파랗게 하고, 그 좁은 폭격기의 보관고에서 슬금슬금 뒷걸음 치는 쿠로요루에게, 페이커는 씨익 웃으며

"아 근데. 낙하산. 하나밖에 없다"

그러자 덜컹. 하고 폭격기의 격벽이 ​열​렸​다​. ​

그 아래로 광활한 러시아의 대지가 눈부신 하얀색으로 펼쳐져 있었고, 사람이 사는 집조차 집중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그리고 밖으로 빨려나갈것 같은 바람을 맞으면서도 아래로 펼쳐진 광경을 눈에 새긴 쿠로요루는 이번엔 그 새파란 얼굴에서 싸악ㅡ 하고 핏기가 전혀 없어진 듯한, 하얀색의 얼굴이 되었다.

어린 나이에 워낙 새하얀 피부를 가진 쿠로요루는 마치 얼굴에 밀가루를 칠한듯, 새하얀 눈같은 모습이었다.

"페, 페이커. 그냥 난 돌아갈테니까. 응? 아,알았지?"

마치 스모 선수처럼, 장난스럽게 양 다리를 벌리고 그 양손으로 무언가를 잡으려는듯한 포즈로 자신에게 다가오는 페이커를 향해, 쿠로요루는 하얀 얼굴로 고개를 ​도​리​도​리​도​리​도​리​도​리​도​리​도​리​도​리​ 필사적으로 돌리며 말했지만

"!!?"

페이커는 쿠로요루를 향해 이를 보이며 씨익ㅡ 웃더니 그 자세 그대로 쿠로요루의 뒤로 텔레포트했다.

그리고 동시에, 2인용의 낙하산의 남은 부분의 고무밴드로 순식간에 쿠로요루의 몸을 묶었다.

원래라면 당연히 그 행동에 반응하여, 저항할 수 있었겠지만 팔다리가 후들거리는 쿠로요루의 반응은 늦었다.

"야, 야! ​야​!​!​!​!​!​!​!​!​!​"​

정신을 차렸을땐, 이미 쿠로요루는 새하얀 러시아의 광활한 대지를 바라보며, 자유낙하를 하고 있었다. 아마 텔레포트로, 바로 그 폭격기의 밖으로 나온 것이리라.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푸하하하핫!! 언제 한번 해보고 싶었다니까 이거!"

2인용 낙하산에 서로 줄로 묶인 상태로, 페이커와 쿠로요루는 팔다리를 길게 뻗은 자세로, 중력에 몸을 맡긴채 바람을 가르고 있었다. 굉장히 즐거워 보이는 페이커와는 반대로, 쿠로요루는 엄청난 맞바람에도 묻히지 않을 정도의 큰 소리로 펑펑 울면서 외쳤다.

"내려가면 ​죽​일​거​야​!​!​!​!​!​!​!​!​!​!​ 죽일거라고 이 ​망​할​새​끼​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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