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이변 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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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아는 쿠로요루와 페이커, 그리고 그 여자아이의 몫의 빵과 스프, 따뜻한 우유를 준비해줬다.
딱히 원했던건 아니지만 뭐라도 먹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페이커가 감사를 표하고 빵을 먹자, 옆에서 혹시 독이 들은 음식이라도 보는듯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있던 쿠로요루도 마지못해 빵을 입에 가져갔다.
"자, 무엇이 궁금한데?"
아무래도 이름 모를 소녀나, 쿠로요루보다는 식사의 속도가 빠른 페이커가 식사를 끝내자, 식탁에 앉아있던 올레루스가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궁금한건 산더미 같이 많지만, 일단 이야기의 순서를 정해볼까"
그렇게 잠시. 진지한 얼굴로 페이커는 머릿속에서 정보를 정리하는듯 하더니
"일단. 거기 있는 저 남자는 누구지?"
페이커가 가르킨건 붉은색 머리카락을 가지고 붉은색을 기조로 한 남자였다. 원래라면 별다른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 페이커지만, 오른팔이 통째로 없는 남자의 모습이 신경쓰였다.
"이야기의 순서를 정한다고 했지? 지금 대답한다고 해도, 아마 너의 질문에 한번 더 나올 대답이야"
흠. 그런가.
하고 페이커가 중얼거렸다.
"얼마전에 이곳. 러시아에서 일어난 세계 3차 대전. 공식적인 러시아와 학원도시의 발언으로는 '학원도시와는 다른 능력개발을 하는 거대 단체가 일으킨 테러행위'라고 하지만, 그 실체를 알고 싶어"
"구체적으론?"
"전쟁이 시작된 계기와 그 중간단계. 그리고 결말"
계기… 말이지.
그렇게 중얼거린 올레루스는 어딘가 슬픈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마, 지루한 이야기가 될거야"
"상관없어"
올곧게 눈을 뜬채 자신을 바라보는 페이커를 보며, 올레루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너가 마술에 대해 어느정도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마술사가 아닌 자가 마술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을리는 없겠지. 그러니까 이야기가 좀 돌아갈거야. 음… 어디서부터 이야기하면 될려나"
커다란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판타지 영화와 마찬가지다.
전체적인 스토리나 중간의 반전. 그리고 결말을 알기 위해서는 그 세계관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아무런 지식도 없는 자에게 전문용어를 쏟아부어봤자, 아무런 이해도 하지 못할 것이다.
"전 세계에 사는 누구나, '초능력'이라고 하면 이제는 학원도시의 학생들이 사용하는 능력으로 알고 있어. 맞는 말이지. 과학으로, 인공적으로 초능력자를 만드는 세계에서 유일한 곳이니까. 하지만, 학원도시가 생기기 전부터, '초능력'이나 '초능력자'라는 개념은 존재했어"
"그거야. 평범한 사람들의 로망이었을테니까 말이지. 하늘을 날고 싶어. 불을 뿜고 싶어. 그런 간단하고 강력한 힘을 부리는 인간을 상상한건 유인원 시절부터였을걸"
"맞는 말이야. 그런 형태의 만화나 소설은 썩어 빠질만큼 많으니까"
페이커의 말을 긍정한 올레루스는 하지만. 이라고 덧붙였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온다. 라는 속담이 있어. 실제로 어떤 일이 있기에 부가적인 현상이 일어난다는 거지"
"그렇다면"
대답한 것은 페이커가 아니라 쿠로요루였다.
"초능력이 과학적인 접근으로 해명되기 전부터, 초능력은 존재했다?"
"정답이야. 전 세계를 다 뒤져봐도 몇명이 나올지도 모를 정도로 매우 드물지만, 옛날부터 자연적인 초능력자는 존재했어. 그리고, 그런 초능력자를 본 평범한 사람들은 생각했지. 부럽다. 나는 왜 저런 힘을 사용할 수 없을까. 그렇게 생각한 사람들은 모여서, 새로운 법칙의 힘을 개발해냈어"
"…그것이 마술"
진지한 얼굴로 페이커가 대답했다.
"학원도시가 '과학'으로 초능력을 개발했다면, 그 평범한 사람들은 '오컬트'로 마술을 개발한거야. 양쪽의 법칙이 다르긴 하지만, 뿌리는 같다고 할 수 있지"
올레루스는 자신의 관자놀이를 손가락 끝으로 누르며
"오컬트로 마술을 개발했다고 하더라도, 하늘에서 타락천사가 내려와 인간들에게 마술을 전수해줬다. 하는 전승도 존재해. 지금에 와서는 무엇이 진실인지는 알 수 없겠지만 말이야"
굳이 의미를 부여하자면, 타락천사도 오컬트지만 말이지. 올레루스는 그렇게 덧붙였다.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오컬트. 그것은 종교야. 지금도 세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차지하는것 중 하나도 종교고 말이야. 그리고, 그 종교 중에서도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종교의 규모가 가장 크지"
이것에 대해서는 5살짜리 꼬맹이도 알고 있을 것이다.
세계에는 정말 엄청나게 많은 수의 종교가 있고, 그것을 믿는 사람들도 많지만, 가장 유명한 단 하나의 종교를 뽑자면 누구나 십자교를 뽑을 것이다.
"십자교, 로마 정교, 영국 청교, 러시아 성교 등. 조금씩의 교리나 의도하는 바는 다르다고 하더라도, 전부 2000년 전 이스라엘에 강림한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종교야. 하나님의 아들이 행한 기적, 전승, 마귀의 유혹을 견딘 이야기, 천사, 악마 등 모든 것이 지금으로서는 오컬트지. 그렇기에 오컬트를 믿는 마술사들은 종교인이라고 보면 돼"
여기까지 설명했으면, 본제로 들어가볼까.
라고 말한 후 올레루스는 식탁에 있는 우유를 반쯤 마셨다.
"그리고 어느 곳이나, 힘을 가진 곳에서는 그에 걸맞는 어둠이 존재하지"
올레루스는 진지한 음색으로 고했다.
여태까지 카미조 토우마가 휘둘린, 페이커가 마술이 연관됬다고 의심한 사건들을 직접 일으킨 그 어둠을.
규모로 친다면, 학원도시의 어둠보다도 훨씬 커다란 그 어둠의 이름을.
"'신의 오른쪽 자리' 20억 명의 신도를 가진 로마 정교의 최고의 암부야"
"…오른쪽?"
그 이상한 오른손을 가지고 있는 소년을 떠올린 페이커의 눈썹이 움찔. 하고 움직였다.
"아주 먼 옛날부터, 오른쪽은 신성한 방향이었어. 반대로 왼쪽은 부정한 방향이지. 지금도 이슬람 문화권의 나라에서는 왼손으로 방향을 가르킨다던가, 아이의 머리를 만진다던가 하면 큰일나니까. 심지어 2000년 전에 이스라엘에 강림했다는 하나님의 아들에 대한 전승을 보면, 하나님의 아들은 앉은뱅이를 걷게 하고 바다를 가르고, 축복을 내리는 등 모든 기적을 그 '오른손'으로 행했어. 오른쪽은, 그만큼 신성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거야"
"그럼 '신의 오른쪽 자리'라는 것은"
"그래"
페이커의 질문에 올레루스는 대답했다.
"신과 동등한 존재라고 칭해지는, 신의 오른쪽을 인간의 몸으로 노리는 녀석들이야"
"신…"
페이커는 조직의 목표. 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커다란 그 이상에 이질감까지 느꼈다.
신의 위치를 노리는.
신의 힘을 노리는.
그 녀석들은, 대체 얼마만큼의 힘을 가지고 있는 걸까.
"그리고 그 '신의 오른쪽 자리'에서도 오른쪽을 담당하고 있는. 우방의 피암마라는 녀석이 있었어. 정체불명의 기묘한 '오른팔'을 가지고 있는 그는, 자신의 뛰어난 마술실력과 그 '오른팔'을 가지고 세계를 바꾸려고 했어. 전쟁이 없는 세계를 만들기 위해, 아무도 상처받지 않는 세계를 만들기 위해, 누구나 행복한 세계를 만들기 위해. 어떠한 목적으로 세계 3차 대전을 일으켰어. 하지만 뭐, 아무리 의도가 좋았다고는 해도 그 커다란 힘을 사용하는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면, 누구나 폭주하겠지"
올레루스는 안타깝다는 듯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아직도 고개를 약간 숙인채, 아까의 '신' 발언에 신경쓰는 듯한 페이커에게 아무렇지도 않은듯 손을 털며 말한다.
"뭐, 그렇다고는 해도 그건 마술을 익힌 자들이라면 누구나 노리는 목표야. 하지만 단순히 머나먼 이상일뿐. 실질적으로 가능하다고 여겨지는 목표는 아니지. 하지만 '신의 오른쪽 자리'는 미약하지만 가능성 자체를 가지고 그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녀석들이야"
"흥. 결국 인간이 생각하는건 다 비슷한건가"
옆에서 듣고 있던 쿠로요루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끼어들었다.
"지금 학원도시의 꼴을 봐서는 다른 이유가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공식적인 입장에서의 학원도시가 초능력을 개발한 이유도 마찬가지야. '인간은 세상의 진리를 알 수 없다. 그렇다면, 인간을 뛰어넘는 존재를 만들어내면 알수있을 것이다'. '신의 오른쪽 자리' 같은 거창한 이름은 없지만, SYSTEM 이라고 하지. '신이 아닌 몸으로 천상의 의지에 도달하려는 이'를…"
"……………잠깐만"
심각한 표정의 페이커가 쿠로요루의 말을 끊었다.
"마술측의 '천사' 라는 것은 신의 하수인. 감정이 없는 인공지능 같은 존재라고 들었어. 맞아?"
"어 응, 그런데?"
"그 천사의 외관적인 특징은? 무언가 힘을 사용해서 공격을 할때는 어떻게 하는데?"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천사와 같아. 자기 키보다도 훨씬 큰 하얀색의 두장의 날개. 머리 위의 하얀 링. 텔레즈마로 이루어진 강력한 날개로 적을 분쇄하고, 날개를 휘둘러 마술을 사용해. 그 힘의 상징이자 특징은, 누가 뭐래도 그 날개겠지"
분명히, 저번 그 1위가 인덱스라는 소녀에게 천사에 대한것을 물어봤을때, 그 옆에 있던 페이커도 들은 천사에 대한 정보.
거기에, 올레루스가 설명해준 천사.
자기 키보다도 훨씬 큰 두장의 날개.
압도적인 힘으로 휘둘러지는 천사의 무기인 날개.
페이커는 라이엘과 카리엘이라는 성인 남매와 싸웠을때를 기억해낸다.
정확히는 그것들과 싸운 액셀러레이터를.
액셀러레이터에 등에서 칠흑같은 검은색의 두 장의 날개가 솟아났다.
그리고 그 아래에서 두 장의 날개가 더 솟아나 총 네 장의 날개가 되었다.
과학으로도, 마술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압도적인 힘을 휘두르던 액셀러레이터의 그 힘.
"설마"
그것은.
"그게 천사…?"
우연이라고 하기엔 소름이 끼칠 정도로 상황증거가 만들어져 있었다.
신과 동등한, 신의 오른쪽을 노리는 마술사.
신이 아닌 몸으로 천상의 의지에 도달하려는 초능력자.
마술측의 천사.
과학측의 천사.
과학과 마술. 접점조차 없어보이는듯 했었던 두개의 룰에 연관성이 보였다.
연관성이 보이고 나서는 반대로 연관성 밖에 보이지 않았다.
마치 흑과 백. 동전의 뒷면과 앞면. 겉으로는 달라 보여도, 그 본질은 무척이나 비슷했다.
"그 이후로는 나도 자세히 몰라. 하지만, 세계 3차 대전을 일으킨 본인이라면 잘 알고 있겠지"
페이커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는지, 그렇게 말한 올레루스는 하아… 하고 한숨을 쉬더니
"저기 있는 붉은색의 남자가. 우방의 피암마야. 아쉽게도 일시적인 실어증으로 대화가 불가능하지만…"
자신들이 있는 식탁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서서, 이곳을 지켜보고 있는 피암마를 보며 말했다.
(저 자가, 세계 3차 대전을 일으킨 장본인이자, '신의 오른쪽 자리'의 일원…)
하지만 실어증이라면 정보를 들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일반적인 실어증인 브로카 실어증은 상대의 질문을 이해하고 자신이 어떤 대답을 해야할지 알고는 있지만 구사할 수 있는 어휘가 극히 제한되는 증상이다.
그러므로, 단순히 말을 하는 것을 떠나 자신의 의견을 글로 쓰는것조차 불가능하다.
(저 자에게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면 무엇보다 좋은 상황이겠지만… 대부분의 가벼운 실어증은 일시적인 실어증. 좀 더 이곳에서 지켜볼까…)
"그 세계 3차 대전의 중심지에 있었던 녀석이 있어"
그런 생각을 하며, 페이커는 다른 정보를 얻기 위해 올레루스에게 말했다.
"그 녀석은 학원도시의 학생이야. 능력자라고는 하지만, 평범한 인간과 전혀 다를게 없는 레벨 0(무능력자)지"
페이커는 하지만. 이라며 조금 뜸을 들이더니
"그 녀석은 몇달내에 일어난 세계의 큰 사건에 모두 연관 되어있어. 프랑스. 러시아. 영국. 학원도시. 항상 소동의 중심에 있지. 그 모든 이능력을 지우는 오른손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페이커의 말에 움찔. 하고 붉은색의 남자. 피암마의 몸이 떨렸다.
"적어도, 학원도시에서는 그 녀석의 정체불명의 힘에 대해 증명해낼 수 없었어. 혹시 당신들은, 무언가 알고 있는거 아니야?"
올레루스는 자신의 턱을 잡고, 진지한 표정으로 기억속을 뒤지는듯 했다.
"모든 이능력을 지우는 오른손… 확실히. 들어본 적은 있어. 분명히 이름이…"
"카ㅡ"
목소리는 방금까지 들려온 목소리는 아니었다.
처음 들은것 같은 그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식탁에 있는 모두가 고개를 돌렸다.
"카,미조 토우,마ㅡ"
짧은 기간동안 말을 하지 못했기에 매우 매마른 목소리의 피암마가 소년의 이름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