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이변 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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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윽…"
피암마가 말을 하길 가장 기다렸을 올레루스가 반응을 하기도 전, 피암마는 멀리서도 보일 정도로 식은땀을 흘리며 왼손으로 자신의 오른팔이 있던 곳을 부여잡았다.
오른팔이 잘려나간 그 충격이 다시 기억난걸까, 창백한 표정으로 잠시 비틀거리던 피암마는 자신의 옆에 있던 벽을 있을리가 없는 자신의 오른팔로 잡으려고 했다.
환상사지(phantom limb) 라고 하는 현상이다. 사고로 팔다리를 잃은 사람이, 마치 자신의 팔다리가 있는것 처럼 느껴지는 현상.
벽을 잡았다고 생각한 피암마가 몸에 힘을 빼는순간, 넘어지려고 하는 피암마를 실비아가 옆에서 부축해준다.
"괜찮은거야?"
"……아아"
"……"
이것이 혼자서 세계 3차 대전을 일으킨 남자의 말로인가.
신의 힘을 노리던, 신과 동등하다는 그 오른쪽을 노리던 엄청난 마술사인 피암마는 보는 쪽이 측은해질 정도로 딱한 모습이었다.
"피암마"
올레루스가 말했다.
아직 충격이 가시지도 않은 사람에게 너무한게 아닌가. 싶은 잔혹한 처사지만 올레루스도 다른 사람의 사정을 봐줄 정도로 여유로운 상황은 아니었다.
애초에 이 남자는 이런 행동을 하더라도 나중에 자기가 너무한게 아닌가. 하고 우울해 하는 스타일의 남자다.
"말 하지 않아도, 설명할거다"
피암마를 부축하고 있는 실비아가 올레루스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올레루스는 옆방에서 새로운 의자를 하나 더 가져와 피암마가 있는 방향으로 뒀다.
실비아의 부축을 받는 피암마가 그 의자에 앉자, 실비아는 차가운 물을 한컵 가져다 줬다.
"…고맙군"
그 물을 단숨에 비운 피암마가 말했다.
"그래서. 마술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실력자가, 나에게 무슨 정보를 원하는 거지?"
"전부다"
피암마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올레루스가 즉답했다.
"당신이 알고 있는 것. 그 전부…"
"말로 한다고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 말을 끊듯이 피암마가 곧바로 즉답했다.
"그것은 인간의 언어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직접적으로 그 의미를 말한다고 하더라도 그 의미를 파악하지 못해"
"무슨 말이지?"
"원래부터 '그렇게 되어있는' 사실이다. 이 지구상에 몇명의 인간이 있다고 생각하지? 60억이 넘는 인간이 있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도 사실을 알지 못해. 인식하지 못해. 하지만, 돌아가는 형태로 그것에 대해 어느정도 설명을 해줄 수는 있겠지"
올레루스는 피암마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
물론, 그 자리에 있는 실비아나 쿠로요루, 페이커도 이해하지 못한다.
그리고 피암마는 그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라고 말하고 있다.
피암마는 계속해서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설명한다.
앞뒤가 전혀 이어지지 않는 듯한 이야기가 계속된다.
"내가 대응하는 천사는 미카엘(신을 닮은 자)다. 그리고, 사용하는 천사의 힘도 미카엘(신을 닮은 자)이 가진 '기적의 상징'인 '성스러운 오른쪽'이다. 그 힘은 상대에 맞춰 거대해지고, 어떠한 적도 분쇄할 수 있으며, 실체가 없는 개념도 이길 수 있다. …나는, 이 세계에 있는 모든 악의를 하나로 뭉치는 제 3차 세계대전을 일으켜, 이 힘으로 그 악의를 없애려고 했다"
마술적 지식이 없는 쿠로요루나 페이커는 이해하지 못하지만, 올레루스는 피암마가 어느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신을 닮은 자'의 '기적의 상징'인 '성스러운 오른쪽'을 다루는 제 3의 팔.
하나님의 아들이 행한 수많은 기적을 행한 그 오른손과 마찬가지.
그것은.
우방의 피암마가 속해있는 조직인 '신의 오른쪽 자리'의 이름대로.
일부지만, 신의 힘을 다룬다는 것이다.
"그런 능력을 가진 당신이, 어떻게 패배한거지?"
올레루스의 질문은 그가 원하는 정보의 핵심을 노리고 있었다.
그 이유만 안다면, 품고 있는 대부분의 의문이 풀릴 것이다.
"카미조 토우마. 그 소년에게, 패배했다"
"이매진 브레이커(환상살)… 인가. 그 소년도 '원석'이겠지"
"'원석'이란건 뭐지?"
올레루스가 모델 케이스 멜트 다우너를 쓰러트리고 나서 말한 단어.
조용히 있던 페이커가 그 단어에 반응했다.
"아까 말한, 자연적으로 발생한 초능력자를 말하는 말이야. 너가 구한 이 아이같은 경우지. 학원도시의 인공적인 초능력자와는 달라. 그렇기에 학원도시의 연구자들이 무척이나 군침을 삼키는 '연구 재료'지"
그렇게 말한 올레루스는 아직도 빵과 스프를 먹고 있는 여자아이를 쳐다봤지만, 일본어를 모르는 여자아이는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
올레루스의 말을 들은 페이커는 얼굴을 찌푸렸다.
학원도시의 인공적인 초능력자가 아니다. 그렇다면, 자연적으로 발생한 초능력자인 '원석'이다.
이런 흑백논리는 위험하다. 라는 것을 페이커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페이커의 모습을 파악할 겨룰이 없는듯, 올레루스는 계속해서 피암마에게 묻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상해. 그 전쟁은 당신이 그 '오른손'에 걸려있던 여러가지의 '제약'을 풀려고 일으킨 전쟁이었지. '제약'이 없는 당신이라면 원한다면 세계를 멸망시킬 수 있을 만한 힘을 가지고 있었을 거야. 그런 자가, 이매진 브레이커(환상살) 이외에는 평범한 고등학생에게 패배했다고?"
"나는 그 소년을 이길 수 없었다. 만에 하나라도, 그 소년에게 이길 수 있을리가 없었다"
피암마는 마치 중요한 사실이 아니라는 듯. 건성으로 말했다.
"그 소년의 '오른손'은 나의 '오른손'과 크게 다르지 않아. 게다가, 그 힘의 '상성'조차도 내 쪽이 불리했다. 하지만, 그런 사소한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소년이 옳고, 내가 틀렸다는 것이겠지"
"……"
전 세계를 적으로 돌리면서 까지, 자신이 올바르다고 믿는 일을 하려고 했다.
그리고 그 계획은 거의 성공했다. 성공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하지만 마술의 마자도 모르고, 피암마의 의도조차 모르는 소년에 의해 패배하여 모든 계획의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자신의 힘의 상징인 오른팔까지 잃고, 이제는 세계 전부가 노리는 표적이 되었다.
그런 이야기를 자신의 입으로 남에게 설명하는 것이다.
괴로울 것이다.
괴롭지 않을 리가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암마의 표정은 정말로 개운한듯한 표정이었다.
"마술이 옳지는 않아"
다시 진지한 표정으로 돌아간 피암마는 이것이 이 이야기의 핵심이라는 듯. 올레루스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신의 오른쪽 자리'의 경우로 설명하지. 전방을 담당하고 있는 벤트가 다루는 속성은 '바람'이다. 폭풍을 잠재우고 배의 안전을 지키는 전승으로 인해 어느 정도의 '물'을 다루는 것도 가능해. 하지만 정작 대응하는 천사의 힘은 바람을 관장하는 '라파엘'이 아니라 땅을 관장하는 '우리엘'이다. 반대로, 좌방을 담당하고 있는 테라가 다루는 속성은 '땅'. 하지만 테라가 다루는 천사의 힘은 '라파엘'이다"
"…뭐?"
"원래라면 그런 잘못된 천사의 힘을 다루는 것이 가능할리가 없다. 다루기는 커녕, 힘의 발현조차 되지 않는 것이 정상이야. 하지만 그럼에도 아무도 의심하지 않고, 아무런 모순 없이 바람의 벤트가 땅의 우리엘을. 땅의 테라가 바람의 라파엘의 힘을 다루는 것이 가능해"
사람이 불을 마시고, 물로 태우며, 바람 위를 걷고 땅이 부는 것과 마찬가지다.
가능할리가 없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행해지고 있다.
사람들은 불을 마시고, 물로 태우며, 바람 위를 걷고 땅이 부는 세계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아무도, 그것이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다.
"……"
이야기의 이해는 나중에 해도 충분하다.
그렇게 생각한 올레루스는 계속해서 다음 질문을 한다.
"그렇다면 그 이매진 브레이커(환상살)가 당신의 오른팔을 잘라낸건가?"
"아니. 오히려 그 녀석은 자기를 희생하고 나를 구해줬어"
나의 팔을 잘라간건.
"아레이스타=크로울리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그 대답에 올레루스가 숨을 삼켰다.
올레루스는 무슨 말을 해야할지, 갈피를 못잡고 입을 뻐끔거리더니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그 녀석은"
"죽지 않았다. 그 누구도, 시체를 확인하지는 못했지. 그 이후로는 계속 행방불명. 이었지만"
피암마는 올레루스가 무슨 말을 할지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듯이, 그 말을 잘랐다.
"하지만 확실히 살아있어. 갑자기 내 뒤에 나타나, 나의 팔을 잘라갔다. 60년 전 그 모습 그대로 말이야"
"…그,럴리가"
마술 세계 역사상 최악의 마술사. 에드워드 알렉산더.
그 누구보다 올바랐으며, 그 누구보다 방대한 마술지식을 가지고 있고, 그에 따라 세계 최고의 마술사라고 칭해지던 마술사.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에 은둔하여 '법의 서'라는 마도서를 저술. 그리스어로 '복수의 신'을 뜻하는 '아레이스타'로 이름을 바꾼 뒤, 대대적인 이단 행동을 벌인다.
마술은, 신을 긍정한다
그리고 과학은, 신을 부정한다.
아레이스타의 행동은 그야말로 완전한 이단행위였다.
자신의 아내를 천사 '에이와스'가 강림하는 그릇으로 사용하고, 자신의 딸이 죽었을 때도 magick 이론 구축을 하고, 그 실험에 어린 소녀들을 희생시켰다. 그리고 그들이 믿는 '신'을 '과학'으로 해석하려고 한 점과, 마술과는 전혀 다른 과학을 이용하여 연구를 진행하고, 그에 따라 로마 정교와의 마찰로 마술 세계 전부를 적으로 돌린 아레이스타는 마술 세계와 로마 정교에 의해 살해당한다.
그 최악의 마술사가 살아있다.
이 사실이 마술 세계가 알게 된다면ㅡ
제 3차 세계 대전. 정도로 끝날 일이 아니게 된다.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반쯤 정신이 나가 있는 올레루스를 무시한채, 피암마는 페이커와 쿠로요루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La persona superiore a Dio. 이탈리아어로 '신을 뛰어넘는 사람'을 뜻하지. 그리고 이것을 한자로 쓴다면, 카미조(神上)가 된다"
카미조.
그 울림에, 페이커가 눈을 가늘게 뜨며 피암마를 노려본다.
피암마는 그 시선을 정면으로 받으면서 계속해서 말한다.
"아레이스타는 나에게 다른 '카미조'를 설명해내지 못했다고 했다. 한자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나보다, 일본인인 너희들이 더 잘 알고 있겠지. 카미조의 다른뜻. 알고 있는게 있나?"
"카미조…"
"있어"
그 이름을 중얼거리며, 곰곰히 생각하는 듯한 페이커의 옆에서, 쿠로요루가 끼어들었다.
"네놈들의 말따위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신이니 뭐니 계속 떠드는걸 보아하면, 읽히는 발음은 이것밖에 없겠지"
쿠로요루는, 한박자를 쉰 후.
"카미조(神淨) 신의 정화. 라는 뜻이야. 이름까지 합쳐서 읽는다면, 카미조 토우마(神淨討魔). 신의 정화로, 마귀를 토벌하다. 가 되겠군"
그리고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콰콰콰콰콰콰!! 하는 굉음과 함께, 모두가 있는 집의 지붕이 통째로 날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