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이변 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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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청해성.
중국 내에서도 가난한 곳으로 유명한 빈민가에서 그 장소와 어울리지 않는 고급스러운 비단 챠파오를 입고 있는 남자가 필사적으로 뛰고 있다.
딱히 비가 오거나 한것도 아니지만 그 남자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부 젖어 있었다.
"제길!"
콰당탕. 심각한 표정으로 뛰던 남자가 쓰레기통에 걸려 넘어졌다.
앞으로 구르듯 일어난 남자는 그 비싸보이는 옷에 음식물 쓰레기가 묻은 것도 신경쓰지 않고, 계속해서 뛰어간다.
빈민가의 미로같은 골목길을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다시 오른쪽으로 계속해서 꺾으며 복잡한 루트로 달리던 남자의 눈 앞에 족히 5M 는 되보이는 커다란 벽이 나타났다.
막다른 길이다.
하지만 남자가 온 길을 따라 되돌아갈 필요는 없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발밑의 콘크리트가 부서지며, 남자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 커다란 벽을 뛰어 넘는다.
"…하, 하핫"
남자는 자신이 넘어온 그 벽을 바라보며 실소를 했다.
"종용. 이제 그만 포기해라"
남자가 계속해서 앞으로 달리려는 순간 앞에서 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의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그 앞을 가로막듯이 검은옷의 신부가 서 있었다.
남자는 마치 신경이 뇌를 경유하지도 않은듯, 오로지 반사신경만으로 움직인듯한 스피드로 미리 준비해둔 마술을 사용한다.
"수룡벽탄(水龍壁彈)!"
순식간에 방대한 양의 마력을 정제한 남자의 앞에 물로 이루어진 20M는 되어보이는 커다란 용이 나타났다.
중국신화에 기원을 둔 대마술. 그 마술에 사용된 마력은 프로의 마술사가 단숨에 즉사할 정도의 무지막지한 양이었다.
5M는 되어보이는 커다란 벽을 마술의 보조도, 도움닫기도 없이 뛰어넘는 각력.
평범한 마술사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거대한 마력을 아무렇지도 않게 정제하는 이 남자는 세계에 20명도 안된다는 신을 닮은 자. '성인'이다.
동양 신수인 용의 특징인 커다란 뿔과 빽빽한 비늘까지 자세히 구현되어있는 그 수룡(水龍)은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기이한 움직임을 보이며 입을 쩍 벌려 물로 된 커다란 송곳니로 신부의 목덜미를 노린다.
물로 만들어졌기에 마술 자체를 파괴할 수 없고, 적의 목숨을 확실히 빼았을 때까지 영원히 적을 추적하는 마술 생명체의 공격에도, 검은옷의 신부는 조금도 표정이 변하지 않는다.
"무의미. 학습능력이 없군"
신부는 달려드는 수룡(水龍)에게 자신의 '왼손'으로 마치 사람의 뺨을 때리듯이 휘두른다.
물로 이루어졌다고는 하지만, 수룡(水龍)의 내부는 커다란 수압으로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다. 그 강도는 마술적인 의미를 가지는 성벽에 필적한다.
하지만 팡! 물이 가득 찬 풍선이 터지는 듯한 소리가 나며 그 수룡(水龍)의 머리가 안에서 폭발하듯 터져나갔다.
분명 어떠한 정체불명의 마술을 사용했을 것이다. 평범한 인간의 육체로 저런 기행은 불가능하다. 라고 성인인 남자는 생각했다.
씨익. 하고 성인인 남자의 입꼬리가 올라간다.
폭발했다고 생각한 수룡(水龍)의 머리가 주변의 수분을 흡수하여 순식간에 재생한다.
이것은 어느 프로 룬 마술사가 사용하는 커다란 화염의 거인과 마찬가지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파괴할 수 없는 마술 생명체다.
남자는 생각했다.
저 신부가 계속해서 저 공격을 막는다고 하더라도, 수룡벽탄(水龍壁彈)이 영구히 파괴될일은 만에 하나라도 없다. 일시적으로 수룡(水龍)의 움직임을 멈춘다고 해도, 곧바로 라고 해도 좋을 정도의 스피드로 재생하는 수룡벽탄(水龍壁彈)과 소모전을 한다면 당연히 신부쪽이 먼저 쓰러질 것이다.
머리가 재생된 수룡(水龍)은 아무 문제 없이 곧바로 목표의 목덜미에 마술적인 강화와 커다란 수압으로 이루어진 송곳니를 박는다.
"크,헉…?"
다만.
그 '목표'는 마술의 사용자인 성인인 남자였다.
"제,어권,이… 어째,서…?"
자신이 사용한 마술에 목숨이 끊어지기 전, 남자는 그 의문을 입에 담았다.
"무답. 죽어라. 성인"
무표정한 신부의 대답과 함께 콰콰콰카ㅡ! 폭포가 흐르는 듯한 소리가 들리더니 수룡(水龍)의 송곳니가 한층 더 길어진다.
송곳니는 남자의 오른쪽 목덜미에서 왼쪽 옆구리를 관통한다. 수룡(水龍)은 자신의 송곳니에 술자를 꿰뚫은 채로 몸통으로 균형을 유지한채 그 고개를 들었다.
"흠"
원래 술자인 성인인 남자가 죽자, 그 남자의 마력으로 만들어진 수룡(水龍)이 다시 평범한 물로 돌아간다.
그 영향으로 엄청난 양의 물이 하늘에 나타난 꼴이 됬다.
물은 평범한 비라기 보다는 마치 소나기처럼, 좁은 빈민가의 골목에만 내린다.
쏴아아아! 하며 눈을 못뜰 정도로 내리는 비에도 신부는 젖는것 따위는 신경쓰지 않는지, 감정이 없는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꾸물거리는 하늘을 보며 말했다.
"…달성. 다섯명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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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일본인 거리에 있는 평범한 일본식 집에 여러명의 인영이 둥글게 둘러 앉아 있었다.
언뜻 평범해 보이는 이 일본식 집은 수많은 아마쿠사식 크리스트 처교의 아지트들 중 하나다.
아무렇게나 나뒹굴고 있는듯한 선풍기의 위치. 겹쳐있는 접시의 갯수. 교차되어있는 두개의 식칼. 문지방 위에 올려져 있는 3개의 주사위. 그런 사소한 것들이 하나하나 마술적인 의미를 가진다. 그리고 그 마술적인 의미들이 모여, 또 하나의 커다란 마술을 이루고 있다.
원래부터 '은밀성'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 아마쿠사식이지만, 정보의 노출을 막기 위해 이 정도로 공을 들여 복잡한 술식으로 아지트를 보호하는 일은 적어도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희귀한 상황이었다.
"다섯명째다"
가장 바깥쪽에 있는 다다미에 앉아 있는 인물.
몸의 사이즈보다 훨씬 큰 하얀색의 티셔츠의 오른쪽 가슴 언저리를 중심으로 빨간 십자가가 그러져 있다. 동양인의 머리카락 색깔이라고 하기보다, 먹물 같은것으로 염색을 한듯이 더욱 검은색의 머리카락은 삐죽삐죽 세운채 고정된 상태고, 그 목에 걸려져 있는 가죽끈에는 직경 10cm 정도 되는 네대의 소형 선풍기가 달려있다.
아마쿠사식 크리스트 처교의 교황 대리. 타테미야 사이지가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겨우 10일 동안, 공식적으로 살해당한 '성인'이 다섯명. 행방불명인 '성인'이 두명"
타테미야는 스윽, 하고 자신의 주위에 앉아있는 동료들을 보며 말한다.
"우시부카. 또 다른 정보는?"
"현재까지는 없어요…"
세련된 모히칸 머리를 하고 있는 덩치 큰 남자가 기가 죽은듯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츠시마"
"최근에 살해당한 '성인'은 중국인이에요. 마술사들이 잔뜩 모인 청해성에서 살해당한것 같네요"
여자 치고는 조금 큰 키의 금발의 여자가 덤덤하게 대답했다.
"코우야기는?"
"죄송해요. 저도 따른 정보는…"
아무리 봐도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어린 남자아이가 타테미야의 눈치를 살피며 대답했다.
"…노모자키"
"러시아와 영국도 슬슬 본격적으로 움직이는듯 합니다. 이 정도까지 됐으면 무시할만한 수준이 아니니깐요"
2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젊은 남자가 가슴을 피고 대답했다.
"이사하야씨"
"행방불명된 성인 남매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곳이 학원도시라더군. 시기상으로 범인에게 살해당한거 같지는 않아"
초로의 노인이 시선을 내리깔며 대답했다.
"후…"
타테미야는 지끈지끈 아파오는 이마를 한손으로 부여잡으며
"정보를 우선시하는 우리 아마쿠사식이 범인의 윤곽마저 잡을 수 없다니"
"저, 저기"
어깨까지 오는 적당한 머리길이에 쌍꺼풀이 매력적인 여자아이가 말했다.
"살해당한 '성인'들도 적어도 프리스티스(여교황) 만큼 강한 마술사들이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쉽게 살해당했죠?"
"그걸 알고 싶다고 이츠와. 마술사인 동시에 '성인'과 대등하게 싸울 수 있는 마술사는 얼마 되지 않아. 같은 성인을 제외한다면, 전 세계에 10명쯤 되려나"
"그럼 그 사람들을 조사하면"
"해봤어"
타테미야는 길쭉한 손가락으로 눈구덩이를 누르며 말한다.
"신원을 파악할 수 있는 녀석들은 전부 알리바이가 있고, 없는 쪽은 지나치게 착해빠져서 사람은 커녕 고양이도 못죽여"
적어도 유명인은 아니란 말이야.
라며 타테미야는 그 삐죽삐죽한 머리를 벅벅 긁는다.
"그 성인남매처럼 악행을 일삼는 성인들도 아니었어. 대체 무슨 원한으로 살해당한건지"
"공통점이라면 있잖아요"
츠시마는 팔짱을 낀채, 눈을 가늘게 뜨며 말한다.
"'성인'이라는 점"
"그것 때문에 다들 모인거잖냐"
타테미야는 손바닥으로 다다미를 팡! 하고 치며
"영국이 움직인다고 했으니 네세사리우스(필요악의 교회)도 움직일거야. 노모자키. 프리스티스에게 연락은 되나?"
"…아뇨. 아무래도 벌써 행동하는거 같아요"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이츠와는 무릎 위에서 양 주먹을 꽈악. 하고 쥐며.
"그래서 교황 대리님. 우리 아마쿠사식은, 어떻게?"
"…………"
타테미야는 까칠까칠한 자신의 턱수염을 어루만지며, 눈을 찌푸렸다.
"성인을 5명이나 살해한 녀석이야. 프리스티스를 포함해 우리 전부가 싸운다고 하더라도 승산은 없을거다"
"하지만, 우리는 후방의 아쿠아를ㅡ"
"그때와는 다르게 대의명분이 없어"
타테미야는 격양된 목소리로 이츠와의 말을 끊었다.
그의 말대로, 이것은 '카미조 토우마'란 자신들의 은인이자 프리스티스의 은인을 지키기 위한 싸움이 아니다.
정보조차 잡히지 않는 강대한 미지의 적과 싸운다는 리스크를 감수할 필요가 전혀 없는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든 프리스티스를 보호한다. 노모자키의 말대로 영국과 러시아가 본격적으로 움직인다고 했으면 아까 말한 10명중 몇명이 움직이겠지. 마술 세계 전체를 적으로 돌리고 살아남을 수는 없어. 이제 얼마 안가 범인은 잡힐거야. 그 전까지 프리스티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 물론 프리스티스가 목표가 된다면, 응전해야겠지만"
타테미야는 '남잔지 여잔지, 동양인인지 서양인인지도 모를 녀석을 범인, 범인 하기도 힘들구만' 라며 한숨을 쉬었다.
"일단, 영국에서는 이렇게 부르는듯 해요"
타테미야의 말을 들은 젊은 남자인 노모자키는 눈에 힘을 준채, 그를 똑바로 응시하며 말했다.
성인 살해자.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