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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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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이변 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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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성 조지 대성당에서는 여느때처럼 아침 미사가 한창이었다. 그 분위기는 무척이나 경건하며, 무척이나 신성하다. 하지만 누군가의 구둣소리가 장엄한 대성당의 바닥을 시끄럽게 울리고 있었다. 신을 믿는 자라면 그 누구라도 조용해질 수 밖에 없는 분위기지만, 그런것은 전혀 신경쓰지 않는듯한 신경질적인 발걸음이었다.

"로오라 ​스​튜​어​트​ㅡ​!​!​!​!​"​

방금 남한에서 런던으로 돌아온 스테일은 미사에 참가하는 일반인이 있다는 것도 신경쓰지 않는지, 대성당 내에서 담배를 뻑뻑 피며 큰 소리로 자신의 상관을 찾고 있었다.

"거기있냐!!"

스테일은 그렇게 외치면서, 대성당의 집무실의 문을 부서트릴 기세로 쾅! 하고 걷어찼다.

집무실의 안에는 스테일이 그렇게 찾고 있었던 자신의 상관인 로라 스튜어트가 여유로운 표정으로 티타임을 즐기고 있었다.

로라는 흥분해서 아무것도 안보이는듯한 스테일보다도 더욱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는다는듯, 문을 발로 차며 들어온 스테일을 보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금색으로 여러 모양이 그려져 있는 컵을 입에 가져간다.

"안녕하시오 스테일. 이른 아침부터 무슨 일이요?"

능청스럽게 눈웃음을 치며 인사를 하는 로라를 보고, 스테일은 주머니속에서 다섯장의 룬카드를 꺼냈다. 그러더니,

"어디가 '간단한 임무'냐 이 망할 ​암​여​우​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라면서, 다짜고짜 맞으면 아픈것으로 끝나지 않을 정도의 불꽃을 자신의 상관에게 쏘았다.

로라는 양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잡은채로, 고개를 크게 푹 숙여 그 마술을 피하더니,

"무, 무슨 짓이오 스테일!!?"

"닥쳐! 이번에야말로 그 망할 머리카락을 다 태워버리겠어!"

원래는 그녀에게 경어를 사용하는 스테일이었지만, 러시아에서 일어난 세계 3차 대전때 우방의 피암마가 인덱스의 원격제어 장치를 사용했을 당시 그녀의 본심이라고 생각되는 그 행동들을 본 후로는 경어따위는 하지 않는다.

그런 중요한 일도 일이었지만, 결국 여태까지 로라에게 시달린것이 폭발했는지, 스테일은 반쯤 맛이 간 눈으로 그 양손을 불태우고 있었다.

맛이 간 스테일을 눈빛을 본 로라는 능청스러운 미소 대신 '으앗!?' 하는 얼빠진 소리를 내며, 공중에 양손을 부웅부웅 흔든다.

"아, 알았소! 알았으니까! 그런 무서운 농담은 하지 마시오! 그러니까 불 끄라고!"

"허억… 허억…"

"자 이,일단 이야기를 하기 전에 문좀 닫아주시오…"

숨까지 씩씩대며 화가 나있는 스테일이 어느정도 진정되자 로라는 스테일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아직도 미묘한 눈빛을 하고 있는 스테일이 내키지 않는다는듯 미적미적 움직여 그 문을 닫자, '크,크흠' 하고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자네도 알다싶이, 오르골의 회수라는 임무는 더미였소. 단순한 정보 수집이었지"

누가 봐도 바보같다고 느낄만한 일본어로 그렇게 말하는 로라는 진지한 표정이었다.

"내가 죽던 말던 상관 없었다는 소리로 들리는데"

"하핫. 무사하면 된거요 무사하면. 그것보다, 그렇게 말하는것을 보아하니 전투까지 갔었나 보군. 그렇다면, 그런 사소한 것보다 더 궁금한 것이 있지 않소?"

"……"

움찔. 스테일의 몸이 떨렸다.

그 소년의 이매진 ​브​레​이​커​(​환​상​살​)​와​ 비슷한 능력의 왼손을 가진 의문의 동양인 신부.

자신의 불꽃의 검을 그대로 따라했으며, 그 소년조차 지우지 못한 이노켄티우스의 제어권을 통째로 뺏은 그 능력은 마치 마술사의 재앙와 마찬가지다. 실제로 프로 마술사인 스테일조차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했으니까.

하지만 그 패배의 대한 굴욕이나, 상대의 능력에 대한 공포심에 몸이 떨린건 아니다.

그런것보다 훨씬, ​두​려​운​건​. ​

전혀 속을 알수없는 이 여자다.

"대체 어디까지 알고 있는거냐. 정보 수집이라고? 웃기고 있군. 정보 수집이 아니라, 가지고 있는 정보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한 확인 절차였겠지!"

"나에게 불만을 가지는건 좋지만, 조직의 우두머리라는건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악역이 되기도 해야하는거요. 누군가는 해야할 일이라는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건 그대이지 않소?"

"이 암여우가…"

그녀의 말대로, 스테일은 그 의미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만약 스테일이 나서지 않았다면 다른 말단의 조직원을 이용했을 것이고, 실전경험도 없는 말단들은 일회용 종이컵처럼, 버려지는 말로 사용됬을 것이다.

스테일은 쳇. 혀를 차고 나서, 어젯밤에 본 신부에 대한 정보를 이야기 한다.

40대 초반의 동양인 신부. 그 소년과 비슷한 능력의 왼손. 불꽃의 검과 이노켄티우스의 제어권을 뺏긴 이야기, 그 신부의 마법명.

마치 정식으로 보고를 하듯, 자신의 상관에게 그런 자세한 것들을 이야기 한 스테일이 물었다.

"그래서, 그 녀석은 뭐지?"

"이쪽도 그리 많은 정보를 알고 있는것은 아니오"

그렇게 말한 로라는 아까 차를 담아 마시던 컵에 다시 또르륵. 하고 차를 담고, 그것을 후룩. 하고 한모금 마셨다.

그리고 다시 입을 열었다.

"3년전. 루마니아에 있는 어느 이름모를 버려진 성에서, 한권의 마도서가 발견되었소. 그리고 그 마도서는 곧바로 로마정교의 바티칸 도서관으로 운송되었지. 물론 운송을 위해 마도서를 호위하던 마술사들은 로마정교의 엘리트들이고, 이름있는 자들도 있었소. 그러다가 어느 동양인 신부가 말을 걸어왔다고 했소"

"…동양인?"

"동양에서는 꽤나 알려진 경건한 신부라고 하더군요. 깨끗하고 너무 깨끗해서, 다른 의미의 '성인'이라고 불릴 정도로. 그런 사람이 존경했다며 악수를 청했기에 어쩔 수 없이 이야기를 했다고 하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소. 나중에, 그러니까 비교적 최근의 일이 되오만. 바티칸 도서관에 있는 그 마도서가 '가짜'라고 판명됬소"

스테일은 로라의 말이 이상하다는듯.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제대로된 확인절차도 안하고 바티칸 도서관으로 옮길 생각이었다고?"

"아니요"

로라가 대답했다.

"물론 제대로된 확인절차는 했소. 루마니아에서 발견했을땐, 분명히 마도서가 확실했던 그 책이, 바티칸 도서관에 도착했을땐 평범한 책이 되었단 소리요"

"…설마"

"그 설마요"

로라는 살짝 눈을 감고 들고 있는 차를 한모금 더 마셨다.

"중간에 바꿔치기 당했다는 것이지. 어떠한 수법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동양인 신부가 훔쳤다고 보는게 맞을거요. 게다가, 자네가 직접 그 눈으로 봤듯이 그 마도서의 힘을 손에 얻었지"

그렇게 말한 로라가 덧붙였다.

"'성인 살해자' 라고. 들어봤소?"

"최근에 성인이 살해당하는 그 사건 말인가"

"사건이 발생한 모든 나라의 공항 CCTV에서 그 신부가 입국하는 모습이 찍혀있소. 게다가 사건이 일어난 시각에 목격담도 있지. 신부복의 동양인이라면 거리에서 무척이나 눈에 띌테니까. 이것이 단순한 우연, 이라고 생각하시오?"

"그 녀석이 '성인 살해자'라고?"

​"​틀​림​없​소​" ​

로라는 재미있는 비밀 이야기를 하는 여학생처럼 그 얼굴을 가까이 하고, 조그마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지만, 진짜 문제는 따로 있소"

"문제?"

"그 동양인 신부가 훔쳐간 마도서가, 워낙 특이한 케이스요"

로라는 오른손에 들고있던 컵을 탁자위에 내려놓고, 스테일을 똑바로 쳐다보며 조용히 말했다.

"'악마숭배'. 그 마도서의 이름이요"

마술은 과학이 아닌 오컬트로 발생하는 ​힘​이​다​. ​

그리고 종교는 세계에서 가장 큰 오컬트다. 그렇기에, 마술사들은 전부 종교를 믿는다. 신을 믿는다.

술자의 신앙심으로 인해 위력이 증가하는 마술도 존재하기에 그렇기도 하지만, 모든 마술사가 종교인이라는 구조상 뛰어난 마술사가 되기 위해서는 종교인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렇기에, 결코 신을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동양인 신부가 훔쳐간 '악마숭배'는 무척이나 특이한 경우였다.

직접적으로 신을 부정하고, 악마를 숭배, 심지어는 소환까지 할수있다는 기괴한 내용이 적혀있다고 전해지는 마도서.

마도서의 취급 자체가 까다롭고, 평범한 마술사는 보유하면 안된다. 하는 그런 간단한 내용이 아니다.

가지고만 있어도, 아니, 그것이 탐난다는 식의 언행만으로도 이단으로 취급되어 마술세계 전체를 적으로 돌리게 되는 마도서.

다른 마도서의 원전들도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내용을 아득히 초월하는 위험한 내용이 담겨져 있다.

그것은 일반인은 물론이고 마술사들조차, 그런 이세계의 법칙이 쓰져여 있는 마도서를 보기만 해도 정신의 붕괴는 물론이고 육체까지 붕괴하게 된다.

그렇기에 교회의 인간들은 기독교의 교리로 정신을 강화하는 종교방벽으로 그 위험부담을 낮추지만, 그것도 완벽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악마를 숭배하는 마도서 따위에게, 신의 교리. 즉 신앙심을 바탕으로 사용하는 종교방벽이 통할리가 없다. 

신앙심이 약하다면 책 자체에 잡아먹힐 것이고, 신앙심이 강하다면 그 빈틈을 비집고 들어가 사람을 타락시키고, 저주를 내릴것이다. 악마라는 것은, 그런 것이다.

교황급의 종교방벽을 사용하는 마술사라도, 절대 신의 가호를 받을 수 없는 마도서. 그것이, '악마숭배'라고 하는 마도서다.

그런 두가지의 이유로, '악마숭배'는 일종의 계륵과 같은 존재였다.

'마도서'로서의 가치는 있고, 무척이나 위험해서 보관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그 마도서를 해석할 수 있는 자는 없을 것이기에 가치는 없다. 

마도서나 우의화의 해독으로 유명한 그 셰리 크롬웰조차 '악마숭배'의 독기에 한장을 넘기지 못하고 두손 두발을 다 들었을 정도니, 해독법이니 그런 이야기를 떠나 그 독기 자체를 견딜 수 없는 것이다.

"'악마숭배'를 해독 했다고…?"

하지만 그 신부는 그것을 해냈다.

마술 사이드의 '핵폭탄'급의 전투력을 낼 수 있는 신을 닮은 자 ​'​성​인​'​. ​

그 성인을 죽이기는 커녕, 동등하게 싸울 수 있는 존재는 얼마 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존재들중 대부분은 여러가지의 조건 내에서 동등하거나, 혹은 유리한 전투를 펼치는 것이지. 그 조건이 사라진다면 상대가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야기가 된다.

위험한 마도서를 완전하게 해독하여, 그 힘을 얻은 신부라면.

공식적으로는 다섯. 비공식적으로는 일곱의 성인을 죽이는 것도 가능할것이다.

"나이는 43세. 국적은 남한. 이름은 이현식. 아버지도 신부였고, 자신도 어렸을때부터 평생동안 신을 믿어온 경건한 신부요. 딱히 뛰어난 마술사도 아니었고, 말 그대로 조용히 지내는 사람이라 더이상의 정보는 없소"

로라는 눈웃음을 치며,

"그리고 물론, 우리 ​네​세​사​리​우​스​(​필​요​악​의​ 교회)가 처리해야할 인물이기도 하오. 죽이지 않고 '악마숭배'의 대한 내용을 조금이라도 얻으면 좋겠지만, 그다지 기대는 하지 않소"

"성인 5명을 혼자서 죽인 녀석이라고. 지금의 전력으론 역부족이야"

"그건 걱정마시오. 학원도시에서 레벨 5(초능력자)를 지원해주기로 했소"

로라의 말에 스테일은 쳇. 하고 혀를 찼다.

"그거 참 든든하구만…"

로라는 잊고 있었던 일이 생각이 난듯 그 손바닥을 퐁. 하고 치며 스테일에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스테일. 칸자키에게 연락은 되시오? 그녀에게도 이야기를 전달해야 하오만"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스테일은 주머니에서 담배를 내서 불을 붙이며 말한다.

"칸자키는 휴가라고"



이 마도서는 이제 제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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