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이변 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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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카 미코토는 자신의 기숙사에서 "므…" 하며 신음소리를 냈다.
완전 하교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룸메이트이자, 아끼는 동생인 쿠로코가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쿠로코가 늦는걸…"
미코토는 초조한듯, 기숙사의 방 안에서 좌우로 왔다갔다 종종걸음을 쳤다.
이상하다.
가끔 자신이 일이 생겨 기숙사로 돌아오지 못한 일은 있어도, 쿠로코가 하교시간이 지났음에도 돌아오지 않은 일은 없었다.
오히려 늦은 시간에 밖에 나간 미코토를 텔레포트로 서포트 하여 그 귀신사감에게 들키지 않고 기숙사 방으로 돌아오게 하는 일은 많았지만 말이다.
"…"
쿠로코는 학원도시에서도 58명밖에 없다는 텔레포터다.
그 능력의 자유도는 다른 능력자와 비교조차 안될 정도다. 진심으로 도주하는 쿠로코라면 미코토도 잡지 못할 정도니까 말이다.
그렇기에, 만에 하나의 일은 없겠지만…
"…찾아봐야겠어"
가슴속에서 검은 무언가가 꾸물꾸물 움직이는 듯한 불길한 느낌을 받으며, 미코토는 귀신사감에 눈에 걸리지 않게 몰래 기숙사를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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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냐앙ㅡ"
할짝 할짝.
"으응…"
쿠로코는 꺼끌꺼끌한 무언가가 자신의 얼굴을 핥는 느낌을 받으며 잠에서 깼다.
지끈지끈 아픈 머리에도 멍하니 눈을 뜨자, 눈 앞에서는 귀엽게 생긴 삼색고양이가 자신의 얼굴을 핥고 있었다.
고양이의 혀는 생각보다 무척이나 꺼끌하구나, 하는 감상을 느끼며 쿠로코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방안은 무척이나 어두웠다.
밀폐된 공간에 갇혀있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창 밖으로 보이는 어둠과 그 어둠 사이를 매꾸듯이 빛나고 있는 인공적인 불빛을 보며, 그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여기는 어디일까,
깜빡 잠이 든건가 싶었지만, 자신의 기숙사는 아니다.
방금까지 수면제를 먹고 깊게 잠든것처럼, 머리가 멍해서 정상적인 판단이 잘 되지 않는다.
"냐아ㅡ"
간드러지는 고양이의 애교섞인 울음소리를 들으며 쿠로코가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삼색고양이가 하얀 이불 위에 앉아 있었다.
"…?"
이불?
확, 하고 쿠로코의 의식이 각성했다.
그렇다.
오늘 자신은 요즘 무언가 언니의 거동이 수상한 점 때문에, 이것저것 조사를 하며 돌아다니다가 결국 언니가 집착하는듯한 그 뾰족뾰족한 머리인 소년의 집에 무단칩입을 시도했었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흡인성 기절 가스통이 날아오고, 어째서인지 텔레포트가 마음대로 되지 않아 결국 잠들고 말았다.
쿠로코는 왠지 모르게 그 소년과 연관되면 능력의 발현이 되지 않은 일이 자주 있는것 같다고 느꼈지만 '컨디션 문제겠죠. 안정을 취해야겠네요' 라고 생각했다.
"그 소년은…"
주변을 둘려봐도 소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수녀복을 입고 있는 여자애도 마찬가지다.
"납치사건인가요…"
저지먼트인 자신이 있었는데도 이런일이 일어났다는 것에 대한 자책감. 분노. 책임감을 느끼며, 쿠로코는 이를 뿌득였다.
곧바로 저지먼트와 안티스킬에 연락을 하려고 했지만, 아무래도 핸드폰을 놓고온 모양이다. 아니면 베란다에서 떨어지려고 했을때 소년이 잡아줄때라던가, 소년이 자신의 팔을 당겼을때라던가, 그럴때 떨어트렸을 가능성도 있다.
어쩔 수 없이 옷을 털며 자리에서 일어난 쿠로코는 일단은 기숙사로 돌아가는게 최우선이라고 판단했다.
"냐아ㅡ 냐아ㅡ"
이불 위에 앉아있던 삼색고양이가 어느샌가 다가와 다리에 얼굴을 대고 비볐다.
그리고 곧바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고양이를 보고 있으니
꼬르륵.
아무래도, 이 삼색 고양이는 무척이나 배가 고픈 모양이었다.
쿠로코는 그 소년의 얼굴을 떠올리며, '뭐, 괜찮겠죠'라고 중얼거리더니 소년의 집안을 뒤지기 시작했다.
고양이용 사료는 생각보다 금방 발견되었다. 그리고 냉장고의 안을 둘러보니, 한쪽 구석에 고양이용 통조림도 있었다.
쿠로코는 대충 아무 그릇에 사료를 산같이 쌓아두고 그 옆 그릇에 통조림을 쏟아부었다.
그러자 삼색고양이는 무척이나 행복한듯 "냥! 냥!" 울음소리를 내더니 쏜살같이 달려가 와구와구. 통조림을 먹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잠시동안 미소지은 쿠로코는 소년의 기숙사 바깥으로 나갔다.
완전 하교시간이 지난 학원도시의 거리는 무척이나 살풍경하다.
모든 가게는 문을 닫아 셔터가 내려가 있고, 도로에는 어떠한 차도 돌아다니지 않는다.
사람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 거리는, 마치 세계의 종말이 온것같은 기분까지 들었다.
(이, 일단 언니한테도 보고는 해야겠죠… 숨겼다가 나중에 들키면 전기구이로 끝나지 않을거에요. 일단 기숙사에 먼저 돌아간후 생각할까요. 아, 혹시라도 빠른 시일내에 해결되지 않으면 저 고양이도 챙겨줘야겠네요)
그런 복잡한 생각을 하며, 쿠로코는 큰길이 아닌 골목길로 향했다.
쿠로코가 속해있는 토키와다이 중학교 같은 경우는 다른 학교들보다 규율이 무척이나 엄격해서, 완전 하교시간 이후에 바깥을 돌아다닌다는 것을 들키면 단순한 훈계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런 시간에도 돌아다니는 소수의 안티스킬에게 들킨다면, 곧바로 학교에 통보가 될것이니, 큰길로 가는것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다.
쿠로코는 그 스티븐 O걸씨만큼 완벽한 목꺾기 스킬을 자랑하는 귀신사감에게 목을 뒤틀리는 상상에 부르르, 몸을 떨면서 골목길로 들어갔다.
(뒷골목에 서식하는 스킬아웃이 시비라도 걸어온다면 연행이라도 하면서 갈까요)
그래봤자 연행할 수 있는 시간도 아니지만요.
마치 자문자답을 하듯 중얼거리며 피식. 웃은 쿠로코는 계속해서 골목길 사이사이로 돌아간다.
건물로 인해 길이 막혀있거나, 구조물로 길이 막혀있다면 텔레포트로 넘어가서 다시 이동했다.
(이상한데요… 이 시간대라면 스킬아웃이 우글우글 거려야 할 시간인데,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는건…)
그렇게 10분정도 걸었을까.
빠각.
"히,히이익, 사, 살려!"
저 멀리서 나무도, 플라스틱도 아닌 무언가가 부러지는듯한 소리와 함께 사람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쿠로코는 탓. 하고 스킬아웃들의 조잡한 함정들을 피해 소리의 발신지로 달려갔다.
(이 냄새는…)
달려가면 갈수록 나는 역겨운 비린내.
스킬아웃들이 뒷골목에서 생선을 손질하거나 무언가를 발효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 이건…
찰팍.
바로 앞이라고 느껴지는 모퉁이를 돌기 전, 쿠로코의 발밑에서 물소리가 났다.
물웅덩이? 아니, 이건…
(ㅍ,피라구요…?)
아직 응고되지 않은 피가 웅덩이를 이루고 있었다.
사람의 혈액량은 평균 4~6L 다. 하지만, 이 피웅덩이는 그 정도는 가볍게 뛰어넘고 있었다.
전부 성인이라고 가정할시 적어도 4명 분량은 되보이는 피웅덩이에, 쿠로코는 소름이 돋았다.
아마, 이 모퉁이를 돈다면 지옥이 보일 것이다. 그리고, 되돌릴 수 없을 것이다.
선택을 해야 했다.
이대로 못본척, 그대로 텔레포트로 이탈하여 기숙사로 돌아가던지.
아니면, 저지먼트로서 만약에라도 살아있는 사람을 구하고 범인을 구속하던지.
꿀꺽.
장난이 아니다.
아무리 레벨 4(대능력자)라고 해도, 쿠로코는 학원도시의 '어둠'을 모른다. 그 무지가 있기에 그렇기에 저지먼트로서 '정의'를 외칠 수 있겠지만.
저지먼트는 '교내 치안'을 담당하는 조직이다. 매일 교내의 외부의 치안까지 신경쓰는 쿠로코의 행동은, 명백한 월권 행위다.
평소에 담당하던 스킬아웃들의 폭력, 상해사건, 기물파손. 같은 레벨이 아니다.
확실한. 살인 현장이다.
구역질이 나올듯한 비릿한 피의 냄새.
살려달라고 울부짖는 리얼한 비명소리.
쿠로코는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생각조차 하지 못한 악의의 덩어리.
적어도 쿠로코는 이렇게 간단히 사람을 죽이는 존재를 만나본적도, 생각해본적도 없다.
따닥 따닥 따닥.
갑자기 들려오는 이상한 소리에 쿠로코가 정신을 차리자, 그것이 자신이 무의식적으로 이를 부딪히는 소리라는것을 깨달았다.
다리도, 부들부들 떨리고 있다.
여기서 쿠로코가 못본척 도망간다고 하더라도, 그 누구도 쿠로코를 탓하지는 않을 것이다.
쿠로코는 자신이 존경하는 언니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리고 생각했다.
언니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할 것인가.
(생각할, 필요도 없었네요)
그리고, 행동했다.
"저지먼트입니다! 당신을 살인 혐의로 구속하겠어요!"
어느정도 각오를 했었지만, 모퉁이 너머의 상황은 상상 이상이었다.
온몸을 가린듯한 검은색의 특수부대 슈트를 입은 것으로 보이는 사람이, 양 발이 잘린채 기어가고 있었다.
그 주변에는 원래는 인간이었을 덩어리들이 아무렇게나 흩뿌려져 있다.
"응? 뭐야 넌? 저지먼트가 이 시간에 무슨 일이지? 착한 아이는 잠들 시간이라고"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 아무렇지도 않게, 양 손을 주머니에 쑤셔넣은채로 소년이 서 있었다.
소년은 아무렇게나 기른 흑발에 앞머리만은 짧게 짤라 양 눈썹이 다 보이고, 왼쪽 귀에는 검은색 바탕에 하얀색 눈이 있는 조그마한 주사위 모양의 피어스를 달고 있다.
이 상황에서 누가 범인인지는, 명백했다.
쿠로코의 양 손가락에 8개의 쇠못. 정확히 말하면 석궁의 화살같은 것이 생겨났다.
대화가 통할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판단한 쿠로코는 평소처럼 쇠못을 옷에 고정시키는 것이 아닌, 그 양팔과 양 다리에 1개씩 텔레포트로 박아넣는다.
11차원을 경유해, 3차원으로 나타나는 물체는 '원래 있는 물체'를 밀어내는 형태로 나타난다.
이것이 종이 한장으로 다이아몬드를 자를 수 있는 텔레포터의 공격능력이지만.
"호오. 텔레포터야?"
물컹ㅡ 하는듯한 기분나쁜 느낌과 함께, 자신의 쇠못이 밀려났다.
3차원이 아닌, 11차원에서.
"절대좌표고정!? 텔레포터였나요!"
다시 한번 말하지만 텔레포트라는 능력은, 11차원을 경유하는 능력이다.
같은 11차원에 간섭할 수 있는 텔레포터는, 자신의 좌표위치를 11차원 내에서 고정시킨다.
하지만 이 소년은, 어떠한 방법인지 11차원에서의 자신의 쇠못의 위치를 강제로 밀어버렸다.
"그렇다면!!"
슝, 하고 소년의 머리 위로 텔레포트한 쿠로코는, 낙법을 전혀 생각하지 않은듯한 위험한 자세로 몸을 회전시켜, 전력으로 그 후두부를 후려찼다.
"큿ㅡ!!!"
하지만 마치 고무 타이어를 발로 찬듯한 반동이 느껴졌다.
그리고, 자신의 발끝이 소년의 머리에 닿지도 않고 3cm 정도 바깥에서 멈춰있다는것을 발견했다.
(무, 무슨 응용법이죠!? 자신의 주위에 공간을 고정시킨건가요!?)
다시 텔레포트하여 무사히 착지한 쿠로코가 자세를 다잡고 소년을 노려봤다.
(적어도 레벨 4[대능력자] 이상… 그 무스지메보다 상위의 텔레포터는 들어본적도…)
"하아… 그냥 못본척 해주면 안될까?"
소년은 아무렇게나 팔을 휘두르며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챙ㅡ 하는 쇠가 부딪히는 듯한 소리가 들리더니, 양발을 잃고 필사적으로 기어가던 검은 남자가 다섯조각으로 잘려나갔다.
"무, 무슨ㅡ!!"
완전히 격노한 쿠로코와는 달리, 소년은 매우 귀찮은듯이
"이봐. 뭔가 착각하는거 같은데, 난 피해자라고 피해자. 이놈들이 먼저 나를 죽이려고 했던거니까. 총괄이사회 놈들이 암부가 사라지니까 외부에서 고용한 용병들이라고"
"닥치세요!"
뿌득, 하고 이를 세게 깨물은 쿠로코는 어금니에서 나온 핏맛을 느끼며 말했다.
"어떤 미사여구로 포장한다고 해도 살인이 용납될 수 없다는 것을 모를나이는 아닐텐데요! 그런 말은 얌전히 잡힌 후 안티스킬들에게 말해보시죠! …아마 맞겠지만, 저번 7학구 뒷골목에서 발생한 양발목만 남은 살인사건도 당신이 범인인것 같군요"
"아 그거? 그때 좀 궁지에 빠졌어서 말이야. 뒷정리를 깜빡했었거든"
(큭, 무슨 방법이…)
정말로 귀찮은듯 건성으로 대답하는 소년을 보며, 쿠로코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최대한 눌러죽인후 파훼법을 궁리하고 있었다.
같은 텔레포터끼리는 서로의 능력으로 간섭할 수 없다. 게다가 저 소년에겐 육체에 불순물을 꽃아넣는것도 방해받는다. 그렇다면, 물리적인 데미지로 제압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킥보다 훨씬 강력한 물리공격.
그것에 대해 고민하던 쿠로코는 뒷골목에 있던, 대형 쓰레기차의 뒤에 달릴만한 커다란 철제 쓰레기통을 발견했다.
쿠로코가 이동시킬 수 있는 물체의 질량은 최대 130.7kg.
쿠로코는 내용물이 완전히 비어있어도, 그 한계치에 가까운 무게의 쓰레기통을 소년의 머리위로 텔레포트 한후
"이것도 한번 막아보시죠!!"
그 쓰레기통의 위로 텔레포트하여, 전력으로 내려찍었다.
어떠한 원리로 몸을 보호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쓰레기통 자체의 무게와 중력. 그리고 쿠로코의 힘과 무게까지 추가된 이 공격은 유효할 것이라고 쿠로코는 판단했지만
"미안한데, 내가 바쁘기도 하지만 최근에 별로 기분이 좋지가 않아서 말이야"
소년은 오른손을 옆으로 휘둘러, 그 쓰레기통을 가볍게 쳐냈다.
"크,악!"
마치 커다란 거중기로 옆에서 후려갈긴것처럼, 압도적인 힘에 쿠로코는 직각으로 날아갔다.
직접적인 공격을 맞은건 아니지만, 데미지를 받은 쓰레기통 위에 있던 쿠로코는 그대로 벽에 몸을 부딪혔다.
어떻게든 정신력으로 버텨 기절하지는 않았지만, 머리에 충격을 받았는지 시야가 뿌옇다.
마음대로 몸을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황에, 또각. 또각. 구둣소리를 내며 소년이 다가왔다.
그리고는, 한손으로 대충 쿠로코의 목을 잡아서 공중으로 들어올렸다.
"크읏!!"
쿠로코는 괴로운듯 양 손톱으로 자신의 목을 잡고 있는 손을 잡았지만, 무언가의 막이 있는것처럼 잡히지 않았다.
직접적으로 몸을 잡혀, 좌표위치가 고정되어 텔레포트를 사용할수도 없다.
"너도 나를 죽이려고 했으니, 네쪽이 죽어도 불만 없기다"
절체절명의 상황.
왠지 모르게, 쿠로코는 옛날 일이 떠올랐다.
코노리 선배를 따라 저지먼트로서 실습을 나가 발생한 은행강도 사건에서도, 이 상황이랑 비슷했었던것 같다.
(잘,못 선택,한건,가요…)
그러고 보니, 그때도 분명 절체절명의 상황. 이었던것 같은데. 어떻게, 해결했었지?
희미해지는 의식속에, 쿠로코는 무의식적으로 중얼거렸다.
"언,니,…"
그리고, 소년이 그 목을 꺾으려는 찰나.
번쩍ㅡ 하고 어두운 뒷골목이 푸른 섬광에 휩싸였다.
"카,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털썩. 하고 쿠로코의 몸이 차가운 바닥에 떨어졌다.
"콜록, 콜록!"
기침을 하고 필사적으로 공기를 탐하며 고개를 올린 쿠로코가 본것은
"쿠로코!!"
자신이 가장 존경하고, 사랑하는 언니. 미사카 미코토가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모습이었다.
"언니? 어떻게 이곳에…"
"찾으러 온게 당연하잖아!"
인상을 쓴채 화를 내듯 소리친 미코토였지만, 이것이 자신을 진심으로 걱정해줬다는 것을, 쿠로코가 모를리는 없었다.
쿠로코가 뭐라고 반응을 하기도 전, 미코토는 심각한 표정으로 파직. 파직. 온몸으로 전류를 내뿜으며 말했다.
"일단, 내 뒤로 물러서"
미코토가 바라보는 시선으로 고개를 돌리자, 그곳엔 아까의 소년이 자신의 한팔을 부여잡은채 인상을 쓰고 있었다.
어떻게 된 내구력인지, 꽤나 진심이 들어간 미코토의 뇌격의 창을 맞고도 별다른 외상은 보이지 않았지만, 꽤나 아픈 모양이었다.
"큭. 이거, 3위랑 아는 사이였나. 전격사로서의 능력이 없었다면 방금 한발로 확실히 죽었다고. 진심인거야?"
"…페이커, 라고 했었지 당신. 쿠로코한테 손을 댄거, 후회하게 될거야"
"하아… 정말"
페이커는 진절머리가 난다는듯, 한손의 중지와 엄지로 자신의 두 눈구덩이를 누르며 말했다.
"이봐. 어째서 지금 내가 악역 취급을 받는거지? 이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용병들이 먼저 나를 죽이려고 했고, 그래서 죽였어. 그리고 이번에는 그쪽 저지먼트가 진심으로 나를 죽이려고 했다고. 뭐가 잘못됬다는 거야? 도저히 이해를 할수가 없는데"
"……"
페이커의 말이 맞는 말이긴 하지만, 동시에 틀린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당사자도 아니고 저지먼트도 아니고, 학원도시의 '어둠'에 대해 어느정도 아는 미코토가 대답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니었다.
단지, 미코토는 한층 더 파직. 하고 전류를 내뿜으며, 페이커에게 말했다.
"그래서. 어떻게든 쿠로코를 죽이겠다고 하는거야?"
그 말에 흠칫. 하고 쿠로코의 어깨가 떨렸다.
페이커는 다시 한번 '하아…' 하고 한숨을 쉬더니.
"됐어. 3위랑 아는 사이면 그럴 필요도 없지. 이쪽도 빚이 있으니까. 것보다 그 애 잘 달래서 이런 '어둠'에 고개를 내밀게 하지 말라고. 뭐, 이런 어둠을 모르니까 고개를 들이민거겠지만"
무엇보다, 너랑 총력전을 한다면 내가 질테고 말이지.
어디까지가 진심인지 모를 가벼운 말투로 그렇게 말한 페이커는 조금 생각하는듯 하더니
"왠지, 신기하네. 너랑은 별로 연관점이 있는것도 아닐텐데, 이상하게 너를 보면 마음이 편안해져. 뭐지 이건? 방금까지 짜증났던 것도 눈녹듯이 사라지는데"
"……(기, 기분나빠)"
"………(기분,나쁜데요…)"
"이상하네…"
고개를 까닥이며 곰곰히 생각하는듯한 페이커는 '아무래도 좋나' 라고 중얼거리더니, 딱! 하고 손가락을 퉁겼다.
그러자, 방금까지는 인간이었을 고기덩어리들이 바람에 밀려가듯 한점으로 모이더니, 그 안에서부터 불타올랐다.
체내 발화와 비슷한 원리로 발생하는 화염은 꺼지지도 않고, 주변에 피해를 주지도 않으면서 30분 정도 뒤에는 인간의 뼈조차 남지 않게 모든것을 태울것이다.
"뭐, 그럼 다음에 보자고"
팔랑팔랑, 대충 손을 흔들던 페이커는 슝, 하고 텔레포트를 사용해 자리를 이탈했다.
"대체, 정체가 뭐죠 저사람…"
어둠이 아닌 빛만을 보고, 빛만을 쫓아온 쿠로코는 모르는것 투성이었지만.
"어둠"
식은땀을 흘리며, 미코토가 괴로운듯이 대답했다.
"학원도시의 더러운 이면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