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이변 1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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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트로 돌아오고 있던 칸자키와 카미조는, 덜컹. 하는 작은 지진같은 진동을 느꼈다.
카미조는 지진? 하고 중얼거렸지만, 칸자키의 시선은 저 멀리 있는 작은 산 쪽을 향했다.
"습격인것 같네요"
덩달아 카미조는 칸자기가 바라보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꽤나 자신의 눈이 좋다고 자부하는 카미조지만, 눈을 가늘게 뜨고 집중하지 않으면 눈치채기 힘들 정도로 작게 보이는 거리에서 먼지구름 같은것이 올라오고 있었다.
저 조그마한 산은 본 기억이 있었다.
아마, 자신이 처음 눈을 뜬 그 오래된듯한 일본식 집이 있던 위치일것이다.
택시가 서는 위치도 아니고, 눈대중으로 봐도 꽤나 거리감이 있기에 뛰어간다 해도 오랜 시간이 걸릴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일반인인 카미조의 경우였다.
칸자키는 그 고급스러워 보이는 기모노의 아랫단을 부욱, 하고 찢더니 말했다.
"아마 아마쿠사식이나 청교도를 노린 습격이겠죠. 먼저 가겠습니다"
"나도 같이 가는게 낫지 않을까?"
"혹시 당신은 저에게 공주님 안기를 당하고 싶은겁니까?"
"그건 아니지만"
"걱정 마세요. 잊으셨습니까? 저는 '성인'이라구요"
한순간 다시 카미조가 두근거릴만한 청초한 미소를 지은 칸자키는 '그리고, 공주님 안기를 당하고 싶은건 오히려 저입니다' 라고 중얼거리더니, 도움닫기를 하듯 자세를 낮췄다.
팡!! 하는 소음과 함께, 순식간에 400M 에 달하는 거리를 도약한 칸자키는 벌써 카미조의 시야에서 사라지고 있었다.
"저기, 그럼 난 혼자서 걸어가야 되는거야?"
혼자 남겨진 카미조가 꼬르륵 울리는 배를 붙잡고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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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속을 넘는 속도로 달려가고 있는 칸자키의 시야에 얼마 지나지도 않아 아지트의 모습이 보였다.
안쪽 방은 무사한것 같지만, 현관에 있는 벽은 완전히 허물어져 있었다.
(대성당급은 아니더라도 그렇게 쉽게 파괴할 수 있을리가 없었을텐데요)
평소보다도 훨씬 정교하고 많은 수의 술식으로 무장하고 있던 아지트의 폐허에 습격자의 역량을 대강 알수있었다.
그 파괴의 현장에서 다른 아마쿠사식 멤버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습격자의 역량을 더 자세히 파악하며, 아까 자신이 차를 마시던 안쪽 방으로 들어간 칸자키는 옷장에서 티셔츠와 청바지를 꺼내, 평소처럼 갈아입었다.
그리고 2M 에 달하는 장검인 칠천칠도를 허리에 있는 웨스턴 밸트에 꽃아넣었다.
완전히 파괴된 현관쪽으로 이동한 칸자키는 부서진 잔해들로 시선을 돌렸다.
어떠한 마술로 파괴했는지, 남아있는 마력의 특징을 파악하려고 했던거지만,
(이건 마력이 아니네요. 마치…)
콰앙!
칸자키의 생각을 자르듯, 뒷마당 쪽에서 굉음이 들렸다.
습격자의 성향같은것을 파악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며, 칸자키는 한번의 도약만으로 뒷마당으로 이동했다.
"여러분!!"
습격자는 한명이었다.
아마쿠사식의 전투일원 다섯명이 검은색 신부복을 입은 동양인 남자를 가운데로 포위하듯 둘러싸고 있었다.
얼핏 보기에는 유리해 보이는 입장이지만, 아마쿠사식 멤버들은 무기를 고쳐맨뒤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빈틈이 없다.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공격을 해도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아마쿠사식 멤버들은 그저 신부의 공격에 대처할 작정으로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프리스티스!"
머리에 피를 흘리고 있는 타테미야가 소리쳤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멍하니 있던 동양인 신부는 흠칫. 하고 정신을 차리는듯 하더니, 칸자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발견. 성인인가"
(살기…!)
피부가 찌릿찌릿한 살기에 무심코 칠천칠도를 뽑은 순간, 타테미야가 소리쳤다.
"혼자서 성인을 다섯명이나 살해한 성인 살해자입니다! 적당히 할수있는 상대가 아니에요!"
"성인, 살해자!? 저한테 숨기던게 이거였나요!!"
칸자키와 눈이 마주친 신부는, 그 오른손을 뻗는다.
"WPGBWATP (부정한 산양의 뿔)"
신부의 손바닥의 정 중앙에서 검은 구멍같은것이 생기더니, 그 안에서 검은색 시멘트 같은것이 뿜어져 나왔다.
칸자키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그 액체같은 덩어리를 피했다. 그러자 그 액체들은 꾸물꾸물거리면서 한점으로 모이더니, 5M에 달하는 인간의 형체로 변했다.
마치 아주 오래된 기름덩어리 같은것으로 이루어진 커다란 거인의 하체는 염소의 다리였으며 양손으로 커다란 도끼를 들고있고, 머리는 마치 산양의 탈을 쓰고 있는것 같았다.
"그리스의 목양신인 판(Pan)인가요!"
크리스트교는 초기 악마의 이미지를 형성해 나아감에 있어 타 종교에서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절대 유일신을 신봉하는 크리스트교에서는 다른 종교의 신. 특히, 다신교의 성격을 지닌 몇몇신들을 악마의 상징으로 유착시켰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가장 깊게 악마와 결부시킨 것이 이 목양신 판이다.
양들은 그 뿔이 남을 다치게 하지 않게 안으로 굽게 되지만, 반대로 뾰족하게 자라는 산양의 뿔은 양과 대조적으로 남을 해치는 공격성을 상징한다.
그렇기에 성욕과 남근을 상징하는 산양의 모습을 하고 있는 신은, 크리스트교에 있어서는 그야말로 완벽한 악마의 상징과 마찬가지였다.
"칠섬!"
하지만 정말로 놀라운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칸자키가 지금에 이르러서는 완전히 악마(사탄)의 상징이 되어버린 이 불쌍한 신의 형상을 한 사역마를 일격에 7번을 죽인다는 검으로 벤 순간,
(이건…?)
이건 무슨 조화일까.
마술로 태어났을터인 이 사역마에게서는 먼지털끝만한 마력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 사실에 순간 자신이 실수를 한것이라 생각한 칸자키였지만,
(설마!)
보통 마술사들보다도 신에 가깝다는 '성인'이기에 느낄 수 있는 감각.
"테, 텔레즈마(천사의 힘)이라구요!!?"
경악의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사역마의 육체는 텔레즈마로 이루어져 있다.
충실한 신의 종일터인 신부가 악마의 상징으로 취급되는 마술을 부린다는 점은 이미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신의 힘이자, 천사의 힘이라고 불리우는 텔레즈마로 악마의 형상을 짜넣은것이다.
"녀석은 마도서 '악마 숭배'의 힘을 휘두릅니다!!"
"마도서!!"
찌릿. 하고 칸자키가 신부를 노려봤다.
타테미야의 말이 사실이라면, 생각보다 훨씬 위험한 상태다.
마도서의 내용을 완전하게 해석해 이상식(異常識)과 위법칙(違法則)인 힘을 휘두른다면, 그것은 마도서에 적혀있는 모든 마술을 사용하는 마신(磨神)보다도 껄끄러운 존재가 될수도 있다.
칸자키는 검을 고쳐쥐고, 신부에게 말했다.
"성인 살해자, 라고 불러야 할까요. 그만한 재능과 힘을 가지고, 어째서 성인의 목숨을 노리는 겁니까?"
"………"
신부는 대답하지 않는다.
그저, 불쾌한듯 미간을 찡그렸다.
"복장으로 보건데, 당신은 신부가 아닙니까? 충실한 신의 종이자, 같은 신을 믿고 있는 당신이 어째서"
"단언. 닥쳐라"
화가 난듯, 신부는 양손이 부서져라 세게 주먹을 쥐었다.
그 양 손에서 까드득. 하고 인체에서 나지 말아야 할 소리가 났다.
"그 역겨운 이름을 다시 한번 이야기 해봐라"
신부는 천천히, 왼손을 들었다.
그리고, 칸자키 카오리가 알고 있는 '마술'의 영창을 외웠다.
"일소"
"!!!"
웃기지도 않는 농담을 들은거라 생각했다.
그야 당연한것이다.
'일소'는 일격으로 세계를 멸망시킬 수 있는 규모의 천사의 마술.
일부적으로 천사의 힘을 다루는 것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이것은, 그야말로 '천사의 술식'이다.
하지만 그런 칸자키의 희망적인 관측을 부수듯, 순식간에 주변이 어두워졌다.
"농,담… 이죠…"
전 세계의 하늘이 밤으로 바뀐것은 아니다.
칸자키의 머리 위에 있는 하늘의 일부분만이, 마치 푸른색 도화지에 실수로 먹물을 떨어트린듯 밤으로 바뀌었다.
진짜 천사의 일소와 비교하면 엄청나게 적은 규모지만,
"불만. 내 힘으로는 이 정도의 일소가 한계다. 하지만, 지도에서 교토를 지워버리기엔 충분하지"
책을 읽듯이, 신부는 말했다.
"술식이 발동되기전까지 30분. 30분 안에 나를 죽여야 할거다"
"치, 칠섬!"
반사적으로 칸자키는 검에 달려있는 7개의 와이어를 흔들었다.
목숨을 뺏을 생각은 없지만, 확실히 제압을 하기 위한 목적으로 어느정도의 진심이 들어간 검은 째애애앵! 하는 쇠울림과 함께, 신부의 몸에서 튕겨나갔다.
하지만 공격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신부의 몸에 맞고 튕겨나간 7개의 와이어는 마치 춤을 추듯 공중에서 복잡한 모양의 3차원 마법진을 그렸다.
와이어의 물리공격 자체도 높은 편이지만, 평범한 마법진으로는 그릴 수 없는 3차원 마법진이야말로 칠섬의 진정한 역할이다.
순간, 마법진이 빛나는듯 하더니 쾅! 쾅! 쾅! 쾅! 쾅! 다섯차례의 연쇄적인 폭발이 일어났다.
물리적인 공격이 통하지 않는 육체라도, 저만한 규모의 마술을 맞는다면 무사하진 못할것이지만.
파아앙!
다른 폭발의 소리를 잡아먹듯이 폭발한 화염의 속에서, 명백히 다른 소리가 들려왔다.
물이 가득찬 물풍선을 터트린듯한 소리와 함께, 화염뿐만 아니라 폭발의 소음까지 지워지더니, 그 안에서 왼손을 뻗고 있는 신부가 나타났다.
"저 왼손! 모든 마술을 무효화합니다!"
신부의 왼손이 카미조 토우마와 같은, 모든 이능을 지우는 '이매진 브레이커'라고 해도 크게 상관은 없었다.
성인의 진정한 능력은 커다란 마력으로 인한 마술능력이지만, 칸자키의 경우는 성인의 강력한 육체로 휘두르는 달인의 검술도 가지고 있다.
그 소년과 마찬가지로 일부 신체 한정이라면, 그것을 피해서 공격하는것도 쉬울것이고 단순한 체술만으로 제압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인간의 몸을 두부처럼 잘라내야할 칠섬의 와이어가 통하지 않는 육체라는것은 성가셨다.
칸자키는 검을 검집에 넣은채로, 자신의 최강의 발도술인 유섬을 사용해야하는걸까, 고민하면서 신부를 노려봤다.
(아니, 잠깐만요…)
순간 번쩍. 하고 칸자키의 머릿속을 지나가는 사실.
"하느님의 아들은 수많은 기적을 그 '신성한 오른손'으로 행했다고 했죠. 그리고, 동시에 반대인 '왼쪽'은 '부정한' 방향으로 취급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왼쪽, 특히 왼손을 부정한 것으로 취급합니다"
"흠"
신부이면서도, 신을 부정하는 듯한 언행.
사탄의 상징인 사역마.
마도서 '악마 숭배'
부정한 왼손.
설마 하지만, 이것은ㅡ
"…당신의 왼손은, 악마의 것이군요"
칸자키는 자신의 추론이 틀렸을 것이라 생각했다.
틀렸을것이라고, 바랬다.
"혜안. 좋은 눈썰미군"
하지만 신부는 긍정했다.
"오래 전 옛날. 인간에게 마술을 전해준 이가 있었다. 그 존재가 어떤 존재인지에 대한 가설은 많지만, 가장 유력한 가설이 '타락천사'라는 것은 알고 있겠지"
딱딱한 돌가죽같은 표정으로, 신부는 계속해서 말했다.
"이 타락천사가 인간에게 선물한 마술의 정체가 '선악과'라는 가설이 있다"
"선악과 입니까. 보통이라면 '지혜'를 상징할테지만, 그렇게 생각할수도 있겠군요. 그렇다면 아담과 이브를 꼬드긴 뱀이 타락천사입니까?"
"그렇다"
비꼬는듯 물어본 칸자키의 질문에, 진지한 음색의 대답이 돌아왔다.
"타락천사인 루시퍼는 '빛을 내거는 자'라는 뜻이다. 빛을 마술이라고 생각한다면, 모든것의 아귀가 맞는다고 생각하지 않나?"
악마의 왕인 루시퍼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가설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유명한 두개의 설.
자신이 신보다 위대하다고 생각하여 스스로 신이 되고자 싸움을 일으킨 천사.
결국 미카엘에게 패배해 지옥으로 추방되어 악마가 되었다는 설과ㅡ
무지한 인간에게 신의 영역인 '빛'을 선물하기 위해 스스로의 의지로 지상에 떨어졌다는 설.
물론 이 설에서도 '인간을 타락시키기 위해 지혜를 선물했다' 하는 가설과, '신의 인형인 인간들을 구원해주기 위한 행동이었다' 하는 가설도 존재한다.
어찌됬든, 신은 아담과 이브에게 선악과를 먹지 말라고 했다.
선악과를 먹게되면, 인간은 신처럼 선(善)과 악(惡)을 구별할 수 있게 되고, 눈이 밝아져 부끄러움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선악과를 먹게 된 인간은 수치를 알게 되고, 선(善)과 악(惡) 구별할 수 있게 됬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처음 선악과를 베어물고 선(善)과 악(惡)을 구별할 수 있게 된 아담과 이브는ㅡ
어느것이 선(善)이라 판단하고
어느것이 악(惡)이라 판단했을까
"'빛'이 마술이라면, 그 마술을 인간에게 전해준 루시퍼의 마술실력에 의문을 가질 필요도 없겠지. 그야말로, 마술의 지배자다"
거기까지 이야기를 들은 칸자키는 하나의 결론을 내렸다.
"그럼, 그 왼손은ㅡ"
"정답"
그 왼손을 뻗으며, 신부가 말했다.
"내가 부리는건 사탄. 루시퍼의 힘이다. 그가 전해준 마술 따위로, 그의 힘을 당해낼 수 있을것이라 생각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