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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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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번째 이변 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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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저택이었다.

연회장으로 보이는 건물의 내부는 비싸보이는 대리석이 깔려있고, 천장엔 커다란 샹들리에가 달려있다. 어렸을때 봤었던 동화에서 미녀와 야수가 춤을 추던 연회장 같은 분위기의 저택은 유럽에 있는 유서깊은 고성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런 영화에 나올법한 커다랗고 화려한 저택이 땅값이 비싼 일본. 그것도, 학원도시 내에 있다는 것은 조금은 기묘했다. 이 저택의 주인이 어떤 생각으로 이런 저택에서 사는지는 몰라도 아마 허영심이 가득한 사람일 것이다.

"…흥"

그런 연회장의 정문으로 하나의 인영이 또각 또각 구둣소리를 내며 들어왔다.

들어온 소년은 이런 저택의 연회에 어울리는 슈트를 입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당당한 표정과 걸음걸이로 들어오는 소년은 그 누구보다 거대한 존재감을 내뿜고 있었다.

저택의 주인에게 초대를 받아서 들어온 것은 아닐것이다. 장소를 고려하지 않은 옷차림이나 거만하면서도 적대적인 눈썰미를 보고 그런것은 아니다.

그 오른손에 초연을 내뿜고 있는 조그마한 권총이 들려있기 때문이다.

"결국 마지막으로 도망친곳이 가장 화려한 연회장이냐"

연회장의 정 가운데에 있는 소년은 구제불능의 쓰레기로군. 하고 혀를 찼다.

"원래부터 이렇게 되어 있는 인간이라서 말이지. 미안하군"

연회장의 2층에서, 난간에 서 있는 남자가 대답했다.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자는 매우 비싸보이는 슈트에 구두, 그리고 그런 슈트에는 어울리지 않는 화려한 빛깔의 목걸이와 반지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다.

그런 악세사리나 슈트는 말할것도 없고, 그 구두만으로도 왠만한 크기의 집을 살 수 있는,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고가의 물건들이었다.

"하지만 다짜고짜 남의 저택에 침입해서 경비원들을 죽인 녀석에게 들을 말은 아닌거 같은데. 안그런가?"

"핫"

침입자는 어이가 없다는듯 웃었다.

그리고 조소하는 목소리로 말한다.

"이쪽이야 말로 차일드 에러(버려진 아이)들에게 들어가는 예산을 한푼도 남김없이 몽땅 횡령하고, 그 녀석들을 연구시설에 팔아먹은 돈까지 횡령. 그리고 그걸 오야후네에게 뒤집어씌우려고 했던 녀석에게 들을 말은 아닌거 같은데"

"응? 뭐야, 그쪽이었나?"

"뭐?"

진심으로 어이가 없다는 듯. 화려한 남자는 어깨를 축 늘어트렸다.

"어이 이봐. 쓸모도 없는 저능력자인 차일드 에러에게 필요한 복지시설따위 없어. 예산낭비지. 오히려 저런 연구시설에서 학원도시의 이익을 위해 사용되는것이 녀석들도 기뻐할거다"

"…이 쓰레기가"

"같이 연구시설에서 성장한 입장에서의 일종이 동질감인가? 아니, 그 연구시설에서 태어난 1만이 넘는 클론을 직접 죽인 녀석이 말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닐텐데. 결국 뭐지? 어둠속에서 학원도시의 더러운 임무를 실행하던 녀석이 이제와서 자신을 정의의 사자라고 착각이라도 하는건가?"

씨익ㅡ 웃으며 남자는 중앙에 있는 소년을 보며 말했다.

"안그런가? ​액​셀​러​레​이​터​(​일​방​통​행​)​"​

"멋대로 생각해"

학원도시 최강의 레벨 5(초능력자).

새하얀 백발과 소름돋는 붉은눈을 가진, 300만분의 1의 정점인 괴물은 그렇게 말하며 손가락을 자신의 목으로 가져갔다.

하얀색의 괴물이, 괴물같은 힘을 사용하기 위한 최소한의 행위.

"적어도 난 내가 죽인 녀석의 딸이 공부를 하기 위한 학자금까지 뺏진 않는다고"

액셀러레이터와 화려한 남자의 거리는 대략 20M.

액셀러레이터라면, 단 한걸음으로 순식간에 다가갈 수 있는 거리지만.

"나라고 아무런 대책도 생각하지 않았을것 같아?"

덜컹! 하는 소음과 함께 액셀러레이터가 들어온 입구에 셸터가 내려왔다.

그리고 거의 곧바로, 덜컹 덜컹 덜컹! 하는 연쇄적인 소음과 함께 넓은 연회장의 벽이며 천장이며, 모든 곳에서 셸터가 내려왔다.

내려온 셸터는 미사일은 커녕 핵무기의 공격을 막기위해 만들어진 핵 방공호에서 사용하는 ​재​질​이​다​. ​

실제로 자신의 목숨을 취하러 상대가 핵무기를 사용했다면 필시 목숨을 건질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가 핵무기 이상의 전략적 가치를 지닌 괴물이라면, 그 강도에 의미는 없다.

"…?"

하지만 이것은 침입자의 침입을 막기 위한 셸터가 ​아​니​다​. ​

이것은 마치, 손댈 수 없는 맹수를 우리속에 억지로 밀어넣는듯한 방법이었다.

다만, 문제는 자신이 그 맹수와 함께 우리에 갇혀 있다는 것이다.

(자포자기? 아냐, 이건…)

뚝ㅡ

하고, 무언가를 생각하던 액셀러레이터의 생각이 끊겼다.

바닥이 일어난다. 일어난 바닥이, 액셀러레이터의 온몸을 사정없이 두들겼다.

"가,아,아?"

"이 셸터는 거대한 전파 차단기야"

들리긴 해도 그 말을 이해할 수 없는 액셀러레이터에게, 화려한 남자는 계단을 내려오며 조소하듯이 말한다.

"운명이란건 참 공정하지. 너같은 규격 외의 괴물에게도 치명적인 약점을 하나 달아줬으니까. 그리고, 적뿐만 아니라 너 자신도 그 약점에 대해 잘 알고 있었을 거야. 그러니까 네트워크의 전파를 교란하는 재머에 대한 대응책도 확실히 준비해놨겠지"

계단을 내려온 남자는 가슴팍에서 손잡이에 다이아몬드가 박혀있는 황금으로 만들어진 권총을 꺼내며 다가온다.

"재머 따위가 아니야. 이 셸터 자체가 모든 전파를 튕겨내는 독립된 공간이다. 아무리 재밍에 대비를 한다고 하더라도 장소 자체가 모든 전파를 차단하면 의미가 없겠지. 이만한 시설을 만드는데 얼마나 들었는지 예상조차 할 수 있겠냐 멍청아. 네트워크의 대리연산이 끊기면 자기 발로 설수도 없는 쓰레기 주제에, 이몸을 죽이겠다고?"

어느새 앞으로 고꾸라진채 미동조차 하지 않는 액셀러레이터에게 다가온 화려한 남자는, 그 총구를 액셀러레이터의 머리로 향하며 씨익 웃었다.

"이제 이곳은 그 총괄 이사장 조차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수없어. '플랜'이니 뭐니 말은 많겠지만 난 정당하게 나의 목숨을 노리는 침입자를 죽이는것 뿐이니까"

"호오. 그래? 무슨짓을 해도, 모른단 말이지"

"어. 뭐, 응? 뭐!?"

있을리 없는 액셀러레이터의 반응에 화려한 남자는 추하게도 뒤로 넘어졌다.

"어째서, 어째서 말을 하는거지!?"

시스터즈의 네트워크의 연결이 끊어진 액셀러레이터는 전투능력은 커녕, 완전하게 일반적인 생활조차 할수없는 몸이 된다.

말을 할수있을리가 없다. 말은 고사하고, 사람의 말조차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순간 재머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 남자는 주머니에서 조그마한 형태의 전파의 수신상태를 확인하는 기계를 꺼냈다. 하지만 재머는 확실하게, 아주 확실하게 작동하고 있었다.

퍼엉!!!! 하고, 지근거리에서 미사일이 떨어진듯한 커다란 굉음이 났다.

그 굉음에 무심코 질끈 눈을 감은 남자가, 굉음이 사라지자 천천히 눈을 ​열​었​다​. ​

그리고 그 시야에 보이는건,

"이, 무슨…"

커다란 날개였다.

연회장의 중앙에 서있는 괴물의 등에서 솟아난 칠흑같이 어두운 색의 커다란 두장의 날개는 지나치게 거대하여, 연회장의 천장에 있는 셸터까지 닿을 정도였다.

워낙 찔리는 악행을 많이 삼아서 그런지 남자는 그 커다란 날개를 보고 까마귀 텐구를 연상했다.

"칫, 네 장까지는 무린가"

액셀러레이터는 불만인듯, 자신의 등에 달린 두장의 날개를 보고 중얼거렸다.

"이,이… 이런건, 들어본적도 없다고!!!"

"당연하지. 말을 안했으니까"

액셀러레이터는 말한다.

"능력이던 총기던 상관없어. '무기'라는 것은 그 파괴력이나 전략적 가치보다 더 중요한것이 있지. 군사부분의 시오시키라면 이해했을지 모르겠지만 네놈은 알고 있어?"

"무,무슨, 소리야?"

"요는 '안정성'이다. 원할때 사용하지 못하는건 '무기'라고 할수도 없어. 10% 확률로만 발사되는 총기보다 100% 사용할 수 있는 쇠파이프쪽이 효율이 높아. 그렇기에 숨길 필요가 있는거야. 내가 가진 이 힘이 미완성이라고 생각하게 말이지"

액셀러레이터는 그 커다란 날개의 한쪽을 천천히, 아주 천천히 들며 말했다.

"네놈이 했던 말. 그대로 돌려주지"

"자, 잠깐! 거래를 하자! 필요한건 돈인가!? 얼마면 되겠어. 응? 억? 조? 원하는 대로 줄테니까!!"

"나라고 아무런 대책도 생각하지 않았을것 같냐. 이 빌어먹을 찌질아"

콰아앙! 압도적인 힘의 질량이 용서없이 남자의 위로 내리쳤다.

인간은 커녕, 정육점의 다진 고기만도 못한 비참한 최후를 맞은 남자의 시체의 위에 갈기갈기 찢어진 고급 슈트나 구두, 보석같은것이 뒹굴어다녔다. 결국 저런 사치품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던 것일까.

"총괄 이사회 놈들. 지겹지도 않나. 죽여도, 죽여도 저만한 쓰레기들을 용케 찾아서 그 구멍을 메꾸는군"

그 날개로 살짝 셸터에 구멍을 낸 액셀러레이터의 등에서 검은색 날개가 마치 신기루처럼 사라져간다.

(이 능력… 복잡한 연산능력은 무리라도 최소한의 판단은 할수있게 해주는건가. 자유재자로 쓸수있는 힘이라는 것은 좋지만… 정체를 알수없는 힘이라는건 역시 꺼림찍해)

왼손을 쥐었다 피며 네트워크의 연결을 확인한 액셀러레이터는 구멍이 난 셸터를 양손으로 호일마냥 찢으며 더욱 깊은 어둠속으로 나아간다.



우왕ㅋ굿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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