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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ker


원작 |

다섯번째 이변 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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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이 깔린 어두운 밤. 

액셀러레이터는 학원도시의 어디에서나 볼법한 아무 특색도 없는 아파트의 앞에 서 ​있​었​다​. ​

그다지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이 건물은 안티스킬을 비롯한 학원도시의 교사, 연구자 등 학생들을 제외한 직업이 있는 어른이라면 신청만 해도 얻을 수 있는 주거지였다.

기다리고 있는듯한 액셀러레티어터의 앞으로 한대의 검은 승용차가 미끄러지듯이 도착했다. 한눈에 봐도 비정상적으로 두꺼워 보이는 유리나 단단해보이는 타이어, 그리고 알게 모르게 달려있는 AIM 재머를 봐도 알수있듯이 어지간한 총기와 능력을 막을 수 있는 차량일것이다. 간단히 말하면 특A급의 인물을 보호하는 방탄차량이다.

그리고 그 차량엔 액셀러레이터도 잘 알고 있는 총괄 이사회의 정식 멤버. 오야후네 모나카가 타고 있었다.

달칵. 하고 운전석의 문이 다소 신경질적이게 열렸다.

"대체, 무슨 생각인거야!"

안에서 나온 것은 정장을 입고 있는 조그마한 덩치의 남자였다. 별다른 능력도, 지위도, 그럴만한 배짱도 없는 남자는 용감한건지 멍청한건지, 학원도시 최강의 레벨 5(초능력자)에게 화를 내고 있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남자의 눈빛만은 매섭게 빛나고 있다. 힘은 없는 주제에 자신이 옳다고 믿는 신념을 끝까지 관철하는 이런 타입의 사람은, 액셀러레이터에게는 무척이나 거북한 상대였다.

남자의 질문에 액셀러레이터는 귀찮은듯, 새끼 손가락으로 귀를 파면서 건성으로 대답했다.

"뭘?"

"뭘? 이라니 시치미 떼는 거야!? 총괄 이사회의 멤버가 둘이나 암살. 아니, 살해당했는데 당신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거냐고!"

하긴, 당당하게 정문으로 들어가서 죽이는게 암살은 아니지. 라고 액셀러레이터는 생각했다.

"죽을만한 녀석들이었어. 그건 너도 잘 알고 있을텐데. 설마 나한테 살인이 좋네 나쁘네 하는 설득을 하려고 하는건 아니겠지"

"그런게 아니라!!"

하고, 남자의 말이 잠깐 멈췄다. 남자는 큿. 하고 살짝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자신이 내린 승용차 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이내 액셀러레이터를 똑바로 쳐다보며 목소리를 낮췄다.

"나도 그 쓰레기녀석들이 죽은건 신경 안써. 아니. 죽은게 모든 사람에게 훨씬 도움이 됬겠지. 하지만, 최근 들어서 오야후네씨랑 비교적 적대적인 관계였던 총괄 이사회 멤버가 둘이나 살해당했다고. 그럼 당연히 오야후네씨가 암살자를 고용했다는 이야기가 안나올리가 없어. 그걸 당신정도 되는 사람이 모를리가 없잖아"

"그래서?"

남자의 말에 방금까지 무척이나 건성이었던 액셀러레이터의 태도가 돌변했다. 액셀러레이터는 확실하게 적의를 담아, 눈 앞에 있는 조그마한 남자에게 말했다.

"그래서 그 쓰레기들을 내버려 두라고 말하는 거냐? 숨 쉬는 1분 1초마다 씻을 수 없는 어둠을 흩뿌리는 폐기물 같은 녀석들이 정당한 처벌을 받을 때까지 기다리라고?"

"오야후네씨라면 충분히 가능해"

살기가 담긴 액셀러레이터의 말에도 남자는 새파란 얼굴로 다리를 부들부들 떨면서 뜻을 굽히지 않는다.

아직도 빛을 잃지 않은 남자의 눈을 본 액셀러레이터는 쳇. 하고 혀를 찼다. 

"그런 미적지근한 방법으로 이 도시의 쓰레기들을 치울 수 있었으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어"

여기까지. 는 어디를 뜻하는 걸까.

대단한 위치는 아니더라도, 남자는 오야후네의 비서라는 직업상 학원도시의 어둠을 조금은 알고 있다. 비록 그것이 수박 겉핥기 정도라고는 해도 말이다. 그렇기에 비서는 액셀러레이터의 말에 어금니를 세게 악물었다.

​"​…​…​오​야​후​네​씨​는​,​ 오늘도 필사적으로 자신은 관계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뛰어다녔어. 오야후네씨의 진가는 교섭술이야. 하지만 그런 교섭을 시작하기 위한것은 최소한의 지위야. 그래서 오야후네씨가 총괄 이사회에서 떨어지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돼"

"그런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려고 날 불러낸거냐?"

액셀러레이터는 빨리 본론을 이야기 하라고 재촉했다. 그러자 오야후네의 비서는 그 조그마한 주먹을 꽈악 쥐고, 온몸을 미세하게 떨면서 입을 열었다.

"…최악의 경우, 총괄 이사회에 당신에 대한 정보를 팔수도 있어"

단순히 액셀러레이터의 보복이 두려워서 그런것은 아니다. 그런 단순한 폭력의 이야기를 넘어 좀 더 깊은 곳에 있는 감정으로, 남자는 이런 말을 하는게 정말로 괴로운듯 보였다.

"멋대로 해"

액셀러레이터는 그렇게 건성으로 대답하고는 휙, 하고 몸을 ​돌​렸​다​. ​

목발을 짚고 느릿느릿 걸어가는 액셀러레이터를 향해, 남자는 자신의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드는 감각을 느끼며, 나지막히 말했다.

"당신은… 혼자여도… 괜찮은거야?"

여러가지의 의미가 담겨진 말이었다.

학원도시의 '어둠'으로서 일할때의 총괄 이사회의 백업도 사라졌고,

그나마 이해관계가 맞아 동료라고 부를 수 있었던 그룹도 와해.

그리고 마지막엔 '이쪽도 위험하니 도와줄 수 없다'하고, 자신의 입으로 액셀러레이터를 거절한것이다.

"흥"

이제는 비유가 아닌, 진짜로 단 혼자서 학원도시라는 너무나도 거대하고도 음침하고 더러운 적을 상대해야할 소년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대답했다.

"혼자였으면, 시작조차 안했어"

그 말을 마지막으로 액셀러레이터는 이번에야 말로 작별이라는듯, 옆에 있는 뒷골목으로 걸어들어갔다.

"나, 나는…!"

제 자리에서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고 그 뒤를 바라보던 남자는, 결심이라도 한듯 한발자국을 내밀면서 무언가를 말하려고 했지만,

"카시야기"

방탄차량의 안에 있던 오야후네의 목소리에, 움직임을 멈췄다.

액셀러레이터가 완전하게 뒷골목의 어둠으로 사라진것을 확인한 오야후네는 자신의 비서에게 조용히 말했다.

"그를 너무 탓하지 말아요"

"오야후네씨…"

"그는 자기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학원도시를 지키려고 하는거에요. 그것이 비록 폭력이라는 잘못된 방법이라고 해도, 그를 탓하면 안되요. 그의 마음속에 있는 괴물을 만들어낸건… 결국 우리 학원도시니까"

**

페이커의 말에 움찔. 하고 키누하타의 몸이 떨렸다.

키누하타는 아주 잠시동안 머리를 굴리는듯 하더니 아무렇지도 않는다는 목소리로,

"글쎄요. 아이템의 완전 어중간한 위치인 나한테 말해봐도 완전 소용없을것 같은데요"

파라미터 ​리​스​트​(​소​양​격​부​)​?​ 그게 뭐에요? 하고 시치미를 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페이커가 자기에게 말했다는 것은 이미 그 진위를 파악한 이후일테고, 어중간한 거짓말로 상대가 바로 행동에 들어가게 만드는 것보다는 돌려서 이야기 하는것이 시간을 버는것에는 적합했다.

한순간 말을 끊으며 잠시동안 페이커의 표정을 살핀 키누하타는 이후의 말을 덧붙였다.

"'아이템'의 리더는 무기노에요. 그 완전 무서운 레벨 ​5​(​초​능​력​자​)​라​구​요​.​ 게다가, 그걸 목숨을 걸어서 얻어온 녀석은 완전 무능한 레벨 ​0​(​무​능​력​자​)​이​구​요​.​ 이렇다할 권한이 있는것도 아니고, 소유권을 주장할수도 없는 나에게 완전 뭘 어떻게 하라는 건가요?"

"뭐, 그렇게 살갑게 말하지는 말고. 내 이야기를 들어봐"

페이커는 뒷짐을 쥔채 키누하타의 주위를 천천히 걸으며 조용히 말했다.

"나는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 물건이 필요해. 하지만 너희들은 필요 없겠지"

"…? 필요없다니?"

"쿠로요루 우미도리. 신입생"

페이커는 분위기를 고양시키듯, 거기서 한타이밍 말을 끊고

"너희들이 어떤 사정을 가지고 있는진 모르겠지만, 학원도시의 안쪽에 있어야 하는 이유가 있다는건 알아. 그걸 위해 학원도시의 상층부랑 교섭하기 위한 '재료'겠지. 하지만 동시에, 그것은 너희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어. 신입생 사건만 봐도 알수있지. 어찌됐든 학원도시의 '어둠'은 해체됬고, 그로 인해 너희들이 피해를 받을 일은 없어. 하지만 학원도시에 해가 되는 '위험한 물건'을 가지고 있다면, 막심한 피해를 각오한 학원도시가 너희들을 제거하려고 할 수도 있다고"

(…무기노가 말했던것과, 완전 같군요)

"그러니까 동료들을 설득좀 해줘"

키누하타가 아는 페이커는 무척이나 합리적인 인간이다. 그런 인간이, 아무런 이유 없이 다른 사람의 물건을 '내놔' 라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최소한의 교섭을 할 여지가 없는 상대라면, 물어보지도 않고 죽여버릴테니.

키누하타는 알게 모르게 자신의 주먹을 살짝 쥐고,

"거절한다면요?"

"피튀기는 싸움은 사양인데"

"뭐, 나를 죽이기라도 할건가요?"

조금이라도 더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 페이커를 떠본 키누하타였지만, 페이커는 마치 미리 준비한 대본을 읽는것처럼, 기계적으로 대답했다.

"에이 설마, 그럴리가 있냐. 그때부터 봐왔던 동료를, 내 손으로 죽일리가 없잖아"

"그럼"

"무기노 시즈리도 제외야. 아무리 내가 레벨 5(초능력자)라고 해도, 같은급의 레벨 5(초능력자)랑 싸우는건 피해가 막심해. 이쪽도 목숨을 걸어야 하니까. 수지가 안맞아. 그럼 싸움이라고 해도… 글쎄. 그럼 이렇게 하지"

"설마…"

"하마즈라 시아게. 그 레벨 0(무능력자)를 죽이겠어"

"이자식ㅡ!!"

키누하타는 욕을 내뱉으면서 그 오른 주먹을 페이커에게 전력으로 뻗었다.

질소의 막을 때리는, 고무를 때리는듯한 감각 대신, 콰앙!! 하는 파괴음과 함께, 확실히 충격이 느껴졌다.

자신과 같은 오펜스 아머(질소장갑)을 사용하고 있는 상태가 아니다. 하지만, 이 일격으로 페이커가 죽기는 커녕, 상처를 입었다는 감상조차 떠오르지 않았다.

뭉게뭉게 떠오르는 먼지사이로, 키누하타가 소리쳤다.

"그 바보는 완전 관계가 없어요! 우리들의 암흑의 5월 계획도, 아이템도, 파라미터 ​리​스​트​(​소​양​격​부​)​도​,​ 완전 학원도시의 '어둠'의 책임이에요. 어둠에 빠지고 싶어도 빠지지 못하는 레벨 0(무능력자)를 죽여서 무슨 이득이 있다는 거에요!?"

이를 세게 물면서, 키누하타는 감정적으로 대응했다.

다른 사람이었으면 키누하타가 이렇게 감정적으로 대응할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눈 앞에 있는 소년이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던, 그 연구소에 있었던 실험체라는 동질감. 그리고 그 연구소에서 나와 어둠을 배회한 자신보다 더 깊은 어둠속에서 허우적댔을 소년을 보고 느끼는 동정심. 그런 여러가지의 이유 때문에, 키누하타는 자신도 모르게 감정적으로 대응했다.

확실히, 여러 고난이 있었지만 키누하타는 얻은 보금자리가, 페이커에겐 없을 것이다.

"뭐, 사실 나도 이러고 싶진 않아"

바람이 불어 날아간 먼지의 속에서 페이커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른손으로 키누하타의 주먹을 감싸듯이, 그 손바닥으로 커다란 철덩어리도 간단히 파괴하는 키누하타의 일격을 막은 페이커가 대답했다.

오펜스 ​아​머​(​질​소​장​갑​)​으​로​ 간단히 막을 수 있는 공격이었지만, 페이커는 다른 능력으로 그 충격을 흡수했다. 아마 효과적인 상황을 만들어내기 위한 연출의 일환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아이템'을 결속시켜주는 것이 그 레벨 0(무능력자)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지. 녀석을 죽이면 가장 적은 노력으로 가장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거야. 어쩔 수 없지"

하마즈라 시아게는 그 4위의 레벨 5(초능력자)를 혼자서 쓰러트린, 어떻게 보면 같은 ​괴​물​이​다​. ​

하지만 그것은 자신보다 등급이 낮은 피래미를 업신여기면서 진지하게 상대하지 않는, 무기노의 방심과 자신의 능력으로 인한 자멸로 이어진 결과다.

단순한 유흥도 아닌 확실한 살해의지를 가진 다른 레벨 5(초능력자)의 타겟이 된다면, 정말로 아무런 능력도 없는 하마즈라 시아게는 순식간에 초살당할 것이다.

그것도,

다른 레벨 5(초능력자)도 아닌 저 페이커라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그러니까 설득해. 나도 너의 보금자리를 부수는건 정말로 싫으니까"

"…왜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키누하타는 말했다.

"어둠에 빠진 우리라도… 잘 찾아보면 의지할 수 있는 것이 있어요. 하지만, 당신은 왜…!"

혼자인걸 고집하는 거죠.

마지막의 그 한마디만은,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원래는 같은 처지였지만 지금은 보금자리를 찾은 자신이 그것을 말한다면, 기만에 불과하니까.

키누하타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건지 분명히 알고 있는 페이커는 뻘쭘한듯 옅게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그건 비효율적이야"

이어서 잘 설득해줘. 라고 말한 페이커는 휙, 하고 몸을 돌려 키누하타의 방향으로 손등을 흔들며, 빛이 들지 않는 어두운 뒷골목으로 사라졌다.



제가 지향하는 내용은 원작 금서목록에서 나온 복선들을 정리하고, 나름대로의 복선을 추가하면서 결말을 내려고 하는데, 원작이 분량이 분량이다보니 안에서 나와있는 복선들을 저도 놓칠때도 있고, 보는 분들도 놓치는 부분도 많더군요.

그렇다 보니 원작에서 다뤘던 복선이나 의미심장한 말들을 제 작품내에서 한번씩 더 서술하기에는 그렇게 까지 길게 갈것같지도 않고, 한번에 그 부분만 골라서 서술하자니 좀 어색해보이구요. 미묘하네요 미묘해.

팬픽을 보는 사람들에게 까지 원작의 복잡한 설정을 알고 오라고 할수도 없고!

선추코를 하시면 파푸아뉴기니의 원목에 사는 송충이들이 먹을 나뭇잎의 갯수가 많아질것같은 기분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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